향후 유가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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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장 Key Driver 분석 및 전망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4월 ‘마이너스 유가’ 사태를 기록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던 국제 원유가격은 올해 7월 초에 정점을 기록 후, 변동성이 확대되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백신 접종률이 달성되면 팬데믹이 종식되고 완전한 일상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희미해졌고, 여름철 수요 성수기와 경기부양책 등 유가를 견인해온 주요 요소들도 힘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까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상승론이 대세를 점하고 있었으나, 7~8월 몇 차례의 급락을 거치면서 유가의 향후 향방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석유산업연구소(PIRA) 등의 기관에서는 유가가 향후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일부 투자은행에서는 최근의 유가 급변동은 급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 과정이며, 조정을 마치고 나면 공급 부족으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하면서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앞서 필자는 2020년 10월과 2021년 3월, 두 편의 주간 석유 뉴스 해설“원유 슈퍼사이클은 올 것인가?”와“포스트 팬데믹, 증가한 유가 급등 위험성”을 통해 유가 상승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던 바 있다. 해당 시나리오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2021년 여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미국 등 선진국 수요회복과 부양책의 힘으로 유가 상승이 이루어지고, ②저유가와 ESG 이슈로 인해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이 저하되어 OPEC+의 시장 점유율과 통제력이 늘어나고, ③상류 부문 투자 부족과 공급 차질에 대한 취약성 증가로 유가 급등의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해당 시나리오는 현재까지 대체로 적중하고 있으나, 델타 변이라는 의외의 요소가 수요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물 수급 이외에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증가하는 등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향후 몇 달간의 유가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요소들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1. 델타 변이의 시장 영향

올봄 인도를 강타한 델타 변이는 우세종이 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수요 전망을 뒤흔들어 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 속도를 보였던 “백신 쇼케이스” 국가 이스라엘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올 1월 약 8천 명 수준에서 6월 초 20명 이하까지 급감하여, 백신을 통해 팬데믹이 완벽히 종식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이후 바이러스의 주류가 델타 변이로 대체되면서 현재는 매일 1만 명에 육박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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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선진국의 경우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봉쇄 조치 완화를 이어가면서 석유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였지만, 접종률이 낮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델타 변이로 인해 유의미한 수요 감소가 발생하였다. 투자은행 JP Morgan은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Brent 가격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중국 및 기타 아시아 지역의 이동량 감소와 비교적 소규모의 감염 확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 정책을 주요 근거로 제시하였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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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의 출현으로 감염을 제로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사망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를 감내할 수 있는 위협으로 취급하는 “위드코로나”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추세이다. 영국 보건당국은 일일 확진자 수가 지난 겨울 최대치(일일 약 6만 명) 수준까지 증가할 경우에도, 입원율 및 평균 입원 기간 감소로 인해 입원환자 수는 당시의 약 1/3 수준 이하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재개방을 강행하였으며, 현재까지의 결과는 영국 정부의 예측이 정확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8월 말 월가에서는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피크론이 유행하였고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나, 최소한 델타 이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정점을 찍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특별히 위험한 변이가 출연하지 않는 한, 팬데믹 이전에 비해 약간의 위험이 더해지더라도 백신 접종을 기반으로 이를 감내하게 되고, 코로나19가 석유 수요와 유가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델타 변이가 수요 회복의 시기를 몇 개월 늦추었지만, 궤도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 셈이다.

2. 2018년의 데자뷰, 역사는 반복될까?

국제유가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라면 현재의 유가 움직임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바로 2018년의 유가 흐름이 올해과 매우 비슷한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WTI에서 두드러지는데, 2018년과 올해 모두 2월에 배럴당 50달러대 후반이던 가격이 7월 초 70달러대 중반까지 상승한 후, 1개월이 조금 넘는 단기 하락을 거쳐 재상승 중인 양상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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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우연인지, 시장 상황의 유사성에서 나오는 것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8년의 주요 변동 요소를 먼저 짚어보면, 2018년 상반기에 유가가 상승한 주요 원인은 OPEC+ 감산, 미국의 이란 제재 재개 등이었으며, 7월 초 이후 주요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 등으로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후 9월 말까지 OPEC+ 증산 합의 무산 등으로 70달러대 중반까지 재상승하였다. 이후 미-중 갈등 등에 따른 수요 감소와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로, 12월에 40달러대 중반까지 급락하였으며, OPEC+가 감산을 합의한 후에야 하락이 멈추게 되었다.

OPEC+ 감산이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고, 이란 제재 이슈와 미-중 갈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올해와 유사한 요소이다. 현재도 이란 핵 합의(JCPOA) 복원 협상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으며, 홍콩, 대만, 신장․위구르 문제 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 여지가 존재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될 경우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늘어날 수 있으며, 미-중 갈등은 글로벌 경제성장률과 석유 수요를 감소시켜 유가 하락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수급 펀더멘탈 측면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OECD 상업원유 재고 변동을 살펴보면 2018년에는 1월 2,866 백만 B에서 6월 2,802 백만 B까지 감소하였으나, 이후 12월 2,869백만B까지 증가하면서 상반기 공급부족 양상에서 하반기 공급초과 양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1월 3,027 백만 B에서 8월 2,830백만B까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요 회복에 힘입어 OPEC+ 감산 완화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공급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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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측면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원유 수요는 석유제품 소비에 따라 좌우되는데, 원유 시장과 제품 시장을 연결하는 지표는 바로 정제마진이다. 2018년의 경우 상반기 비교적 견조하였던 정제마진이 8월부터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급락하면서 원유가격 하락을 촉발하였다.

반면 올해는 여름까지 OPEC+ 감산에 힘입어 원유가격은 지속해서 상승하였지만, 석유제품 수요 회복이 지체되면서 정제마진은 부진하였는데 최근 수요가 살아나면서 정제마진이 최초로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정제마진의 절대적 수준은 2018년 동기 대비 낮더라도, 지속해서 상승하는 방향성은 실물 수요 강세를 의미하므로 유가를 지지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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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팬데믹 이후 OPEC+의 대응능력이 향상된 점도 유가 급락을 방지하는 요소로 꼽을 수 있다. OPEC+는 과거 수개월 단위로 회의를 개최하였으나 팬데믹 이후에는 월간 정례 회의를 통해 시장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신규 변이 유행, 이란 물량 증가 등 예상치 못한 수요/공급 변동이 발생하더라도 유가 급락 방지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결론적으로 2018년과 같이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된다. 최근 미-중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를 통해 갈등관리에 나서는 양상을 고려할 때, 수요 측면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신규 변이가 유행하지 않는 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 측면에서도 이란 핵 협상 타결 이외에는 큰 폭으로 공급이 증가할 여지가 많지 않으며, OPEC+가 이란 물량 복귀를 대비하여 월간 증산 보류 등의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을 고려할 때 시장이 소화하지 못할 만큼 많은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3. 유가와 거시경제

국제유가에는 석유 시장 자체의 수급 요소뿐 아니라, 경제성장률, 환율, 금리, 증시 등 다양한 거시경제 요소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년 6월 중순 이후 약 2.5개월간 원유 자체의 수급(Micro)보다는 거시경제 요소(Macro)가 국제유가 흐름의 방향성을 주도하는 현상이 관측되었다. 2020년 초 이후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거대한 수급불균형의 힘이 유가를 이끌어 왔으나, 올해 여름철 성수기 이후 수급 균형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른 요소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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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간 중 국제유가의 일일 등락 방향은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과 대부분 동조화되었는데, 미국 국채 10년물은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하는 대표적 지표이다. 국채 수익률 하락(=국채 가격 상승)은 부양책 효과 소진과 델타 변이 유행 등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 쪽으로 이동하였다는 의미이다. 통상적으로 국채 수익률이 일반적인 범위 내에서 등락할 때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현재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 연준(FED)이 팬데믹 위기 극복을 위해 확대했던 유동성을 언제 축소하기 시작할 것인가이다. 실물경제가 순조롭게 회복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한다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 있겠지만, 만약 경기가 침체한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유가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물 수급뿐 아니라 금리와 환율, 고용지표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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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가며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남에 따라 석유 실물 수급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유가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홍수가 났을 때는 개울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쉽게 알 수 있지만, 홍수가 끝나고 우거진 풀 밑으로 수위가 내려갔을 때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수급뿐 아니라 거시경제, 국제정세, 환경정책 등 수많은 요소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최근 탄소중립 등 환경 이슈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향후 석유 시장의 수요 구조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어 기존의 틀을 바탕으로 유가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생기게 된다. 상류 부문 공급능력 축소를 고려할 때 석유 수요가 줄어든다고 해서 유가가 하락한다고 단언할 수 없으며, 국제유가는 공사와 같은 석유회사뿐 아니라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이므로,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변화하는 석유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여 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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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성 과장 - 석유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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