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CCUS
지난 10월 18일에 탄소중립 최종안이 발표되었다. 탄소중립위원회(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efn_note]관계부처 합동(2021),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efn_note]는 2021년 8월 탄소중립 초안에서 제시된 3개의 시나리오 안을 검토하여 조정한 뒤에 2개 안을 최종안으로 심의・의결하였다.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하지 못하는 대안이 포함되어 있던 초안과는 다르게 최종안 두 가지는 모두 2050년에 국내 순 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석탄화력발전은 두 대안 모두에서 중단하는 것으로 설정하였고, A안은 가스 복합화력까지 포함하여 화석연료 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대안으로, B안은 일부 천연가스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안으로 설계되었다. 2050 탄소중립 최종 A안의 CCUS를 통한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연간 5,510만 톤CO2eq 이며, B안의 감축량은 8,460만 톤CO2eq*[efn_note]이산화탄소 환산톤(톤CO2equivalent)[/efn_note]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CCUS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당초 2020년 말에 발표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LEDS)」*[efn_note]파리협정에 따라 작성한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y)[/efn_note]에서도 CCUS를 감축 효과가 큰(유리한) 탄소중립 실현 수단으로 적시하였으며, 다만 기술 성숙도는 보통, 감축 비용 측면에서는 불리한 수단으로 평가하였다. LEDS에서는 2030년까지 약 천만 톤CO2eq를 감축할 수 있는 CCUS 기술개발 및 실증기반 조성을 목표로 하였으며, CCUS 확대를 위해 “CCUS의 비용 하락, 대규모 저장소 및 사회적 수용성 확보, 규제와 인센티브의 병행을 통한 충분한 시장 유인책 형성”이 중요할 것으로 보았다. 특히, 기존 발전원은 CCUS 기술 적용을 전제로 하였고 “CCUS와 결합한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원도 재생 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중요한 백업 설비”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전략으로 명시하였다. 그러나 앞서 정리하였듯이 이번에 발표된 탄소중립 최종안에서는 두 시나리오 모두 석탄발전은 전면 중단하는 것으로, A안의 경우 천연가스 발전도 중단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이러한 LEDS의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서 전환 부문의 배출을 대부분 줄이는 것으로 계획되었음에도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CCUS의 역할이 강조된 원인은 산업과 농축수산 등 여러 노력에도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고, 마땅한 탄소 역배출(음의 탄소배출, negative emission)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B안의 경우 직접공기포집(Direct Air Capture, DAC)으로 740만 톤CO2eq를 감축(포집)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데, 토지 이용의 특성상 감축량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흡수원과 DAC를 제외하면 효과적으로 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다른 탄소 역배출 수단이 없다.
2. 영국의 탄소중립 전략과 CCUS 활용 방안
3. CCUS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단
경쟁력 있는 기술의 확보는 기본적인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CCUS가 에너지 시스템과 산업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는 “시장”과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CCUS의 보급과 확대는 상당히 오랫동안 인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CCUS 시장 형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기술개발 단계에 따라 적합한 정책 수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매년 발행하는 에너지기술전망(Energy Technology Perspectives)의 2020년 CCUS 특별보고서에서 직관적이면서 활용도가 높은 “CCUS 기술 성숙도별 정책 수단”을 제시하였다. 이 그림에서는 포집, 운송, 저장, 이용으로 분류된 각 기술의 현재 성숙도와 함께, 기술 성숙도별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 8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7가지 정책
1. 규제/의무화 제도(regulatory standards and obligations)
전력시장의 RPS제도와 같이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과하여 CCUS를 활용토록 하는 정책
2. 수요측 수단(demand-side measure)
CCUS를 포함한 저탄소/무탄소 공정으로 만들어진 재화만 공공 조달을 할 수 있도록 규제(탄소국경조성 정책도 여기에 포함)
3. 시장 메커니즘(market mechanism)
인증서나 의무 할당량, (검증된) 탄소 저장량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제도 운영
4. 리스크 저감(risk mitigation)
CCUS 사업자가 사업자금을 더욱 쉽게 또는 유리한 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제도 마련, CCUS 사업 리스크를 공공 부문에서 나누어 부담
5. 운영 보조금(operating subsidy)
탄소 포집/이용/저장량에 따라 조세 부담 경감, 차액결제(contracts-for-difference) 제도, 차액보조(feed-in-tariff) 등 보조금 직접 지원
6. 자본금 지원(capital grant)
대상 CCUS 사업에 자본금 직접 지원(출자)
7. 탄소 가격제(carbon pricing)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등 CCUS 사업의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격 제도 운영
우리나라는 저장소를 제외하면 CCUS 사업을 추진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석탄화력이나 가스복합화력과 같이 CCUS를 적용할 수 있는 기존의 에너지 자산이 충분하며, 경제 성장에 따라 에너지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전망되고, 국내 에너지 잠재량은 부족한 편이며,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주력 산업을 구성하고 있다. 더욱이 2050 탄소중립이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등 적극적인 기후 정책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있어 CCUS 활성화는 선택이 아닌 반드시 이뤄야 하는 당면과제이다. 앞서 소개한 영국의 사례와 같이 선발국의 정책을 벤치마크하고, 여러 가지 지원 정책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2050 탄소중립 최종안에서 설정한 CCUS를 통한 감축량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