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넷제로 보고서의 우리나라 탄소중립 이행 시사점

GS칼텍스 -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작년 10월 28일 탄소중립 선언 이후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의 핵심 의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작년『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수립 이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으며 올해 말에는 에너지나 산업부문 등 주요 부문별로도 탄소중립 이행 전략이 수립될 예정이다.

탄소중립 선언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거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이 발표한 탄소중립 로드맵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몇 가지 발견된다. 첫째는 어느 나라에도 탄소중립 이행은 도전적 과제라는 점이다. 탄소중립의 이행은 기존의 경제 및 에너지시스템으로는 달성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비교적 분명하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기존의 에너지시스템에서 탈피를 목표로 하는 데, 이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둘째,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수단과 경로는 아직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로드맵에서도 탄소중립의 이행을 위한 경로가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사료된다. 이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핵심 기술이 아직 공백인 부분이 있으며 향후 기술 개발의 수준에 따라 이행의 경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IEA는 지난 5월 글로벌 넷제로 이행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후 IEA의 넷제로 시나리오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기되었으며 일부에서는 IEA 시나리오의 비현실성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탄소중립의 이행이 어려운 면이 있으며 국가별로 처해있는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시적 관점에서 탄소중립 이행에서 IEA 보고서의 시나리오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본고에서는 IEA의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토대로 우리나라 탄소중립 이행의 시사점을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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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

국제사회의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은 점차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2050년 또는 그 이전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거나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여 공표하고 있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사회는 탄소중립 목표 선언에 이어 파리협정에 규정된 2030년 국가별 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의 상향에 나서고 있다. 올해 4월에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는 선진국은 상향된 NDC를 연이어 발표하였다. 미국이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는 상향된 목표를 발표하였고 EU도 기존 1990년 대비 40%의 감축 목표를 55%로 수정하였다. 일본은 2013년 대비 46% 감축으로 기존 목표보다 20% 포인트 상향한 목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특히, 독일은 EU의 목표보다 강화된 목표인 1990년 대비 65%를 감축하는 2030년 목표를 수립하였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안에 기존의 NDC를 상향해서 제출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현재 정부에서 여러 안에 대해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온실가스 감축의 흐름은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주목할 부분이다. EU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이 점차 규범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수단으로 EU의 탄소국경조정(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efn_note]탄소국경조정은 유럽 그린딜 이니셔티브 중 하나로, EU 역외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에 배출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 탄소누출(carbon leakage) 위험을 줄이는 제도[/efn_note]이 있다. EU는 7월 14일 2030년 목표달성을 위한 Fit for 55 정책 패키지의 일환으로 CBAM의 시행안을 발표하였는데 CBAM안은 철강 등 온실가스 다배출 수입 품목에 대해서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간단히 CBAM에 대해서 살펴보면 CBAM은 EU ETS 가격 연동 시스템(System mirroring the EU ETS)을 통해 도입된다. CBAM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해당하는 인증서(CBAM Certificate)를 구입해 정산하는 방식으로 적용되는 데 이 인증서의 가격은 EU-ETS 배출권 가격과 연계되어 EU-ETS 배출권 경매가격의 주간 평균 수준을 적용받게 된다.

공개된 안에 따르면 CBAM은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력 부문에 우선 적용되며, 2023년 시범단계를 거쳐 2026년 이후 본격 시행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적용 대상 중 우리나라는 철강과 알루미늄이 상대적으로 EU 수출이 많은 품목으로 CBAM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탄소국경조정은 기후 이슈가 선언적 의미를 넘어서 구체적 수단으로 국제 규범화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EU의 탄소국경조정과 유사한 조치의 시행을 대선 후보시절 공약에서 제시였던 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EU와 유사한 제도들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제조업 제품의 수출이 우리 경제의 중추라는 점을 고려하면 EU 탄소국경조정 등 기후 이슈의 국제 규범화 경향은 우리나라 탄소중립 이행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2. IEA 넷제로 보고서의 글로벌 탄소중립 이행 방향

가. 넷제로 이행을 위한 핵심축

IEA의 넷제로 2050 시나리오(NZE 시나리오)*[efn_note]2050년까지 에너지부문에서 순 CO2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은 기온의 오버슈팅 없이 장기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C로 제한할 확률이 약 50% 수준이 되는 것과 일치성을 가지는 시나리오임[/efn_note]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글로벌 에너지부문에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고안된 시나리오이다. 따라서 IEA의 시나리오는 특정 국가의 여건이나 상황을 상세하게 반영하여 차별화를 고려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즉, IEA 보고서는 거시적이며 당위적 관점에서 글로벌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수단과 방향을 점검하고 관련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IEA의 NZE 시나리오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부문의 넷제로 달성을 위한 핵심축으로 에너지 효율, 행태변화, 전기화, 재생에너지, 수소와 수소 기반 연료, 바이오에너지, CCUS를 들고 있다[아래 표]. 다음의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2020년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은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에 따라 증가하게 된다. 이를 2050년 넷제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핵심축의 역할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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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에서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가장 핵심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전기화로, 2050년 넷제로 달성에 약 20% 수준의 기여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기화에 따라 향후 30년간 전력수요는 2배 이상 증가하는데 특히 산업부문에서 전기화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할 것으로 언급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부문의 전력수요는 2020년에서 2050년의 기간 동안 11,000 TWh 이상 증가해야 할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수송 부문에서는 최종에너지 중 전력의 비중이 2020년 2%에서 2050년에는 45%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전력공급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넷제로 이행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총발전량의 60%까지 확대되어야 하며 2050년에는 거의 90%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보급되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지난 3개년 재생에너지 보급 용량의 5배가량을 향후 30년간 보급해야 하는 수준의 도전적 과제이다.

글로벌 넷제로 이행을 위해서는 수소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는 2020년 90 Mt 이하에서 2030년에는 200 Mt 이상으로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특히 저탄소 수소의 비중은 2020년 10% 수준에서 2030년에는 70%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2030년 이후에는 전 부문에서 수소의 활용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2050년에는 530 Mt 수준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산업부문에서는 철강, 석유화학 등의 중공업의 탈탄소 이행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발전 부문에서는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수소의 적극적 보급을 위해서는 NZE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수전해가 확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으로 언급되고 있다.

IEA의 보고서에서는 에너지소비 증가의 억제 또는 소비 감소를 위한 행태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넷제로 달성을 위한 탄소 배출량 감축은 약 40% 이하는 순수하게 저탄소 기술의 적용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추가 55%의 감축은 저탄소 기술의 보급과 시민과 소비자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서만 달성 가능하며, 나머지 약 8%는 행태변화와 물질효율 개선을 통한 에너지 수요 감소를 통해 달성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행태변화를 통한 감축의 약 3분의 2는 관련 인프라 확충과 맞춤형 정책의 결합으로 달성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efn_note]예를 들어, 고속철 확대와 철도 이용의 확대 정책의 결합[/efn_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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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넷제로 이행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공급 변화

IEA의 NZE 시나리오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은 2030년까지 약 7% 감소하여 2050년까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음의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현재 화석 연료 중심의 공급구조에서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두드러지게 된다. 2020년 80% 수준이던 화석 연료의 비중은 2050년에는 2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하락하고 재생에너지가 중심적 역할을 해야만 넷제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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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ZE 시나리오는 화석에너지 중 석탄을 가장 적극적으로 감축하여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석탄은 화석연료 중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석탄의 수요는 약 90% 감소하여 2020년 약 5,250 Mtce 수준에서 2030년에는 2,500 Mtce로 절반 아래로 감소하고 2050년에는 600 Mtce 이하로 감소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30년간 연간 7%씩 석탄 공급이 감소하여야 하는 도전적인 수치이다.

반면, 가스는 2020년대 중반까지는 넷제로 이행을 위한 가교적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공급이 증가하다가 전력 부문에서 가스발전이 축소되면서 공급이 감소되어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NZE 시나리오 상 가스의 공급은 2020년 3,900 bcm 수준에서 2030년 3,700 bcm 수준으로 하락하고 2050년에는 1,750 bcm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가스 공급의 하락은 화석에너지원 중에서는 가장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석유의 수요도 석탄과 마찬가지로 극적으로 감소해야만 넷제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석유는 2020년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30%를 차지하여 화석에너지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높다. NZE 시나리오 상에서 석유 수요는 2020년 90백만 배럴/일 수준에서 2030년 72백만 배럴/일 수준으로 하락하고 2050년에는 24백만 배럴/일 수준으로 하락해야 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IEA는 NZE 시나리오 하에서는 2019년 석유의 피크 수요는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IEA는 NZE 시나리오 상 2050년에도 화석에너지원의 공급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였다. 이는 화석에너지가 여전히 에너지원 외의 용도로 사용될 것이며 탄소 포집·이용·저장(CCUS) 기술을 적용하여 활용되거나 온실가스 감축이 용이하지 않은 부문(hard-to-abate sectors)에서는 사용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2050년 공급되는 화석에너지 중 30% 이상은 비에너지 용도로 소비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다음의 그림에서 표시된 것과 같이 2050년 석유의 약 70%는 플라스틱의 원료 등 비에너지 용도로 소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IEA는 글로벌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이 2020년 15%에서 2050년 55%로 향상되더라도 비에너지 용도의 화석에너지 공급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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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NZE에서 약 50% 이상의 화석에너지 소비는 CCUS를 적용하여 활용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약 925 bcm 수준의 가스가 CCUS를 통해 수소로 전환되고 약 470 Mtce의 석탄과 225 bcm의 가스가 CCUS를 적용하여 발전과 산업부문에서 소비되는 것을 포함한다.

셋째로 기술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용이하지 않은 부문에서는 2050년에서 화석에너지 소비가 일부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항공유 등의 소비로 인해 석유의 소비는 제로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외에 소폭이지만 산업부문이나 에너지 생산 부문에서 화석에너지의 공급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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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IEA 넷제로 보고서의 시사점

IEA의 넷제로 보고서는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시스템의 변화 시나리오를 구성하되 당위성에 중점을 둔 분석으로 판단된다. 국가별 경제적·기술적 여건의 차이나 이행 경로를 세밀하게 분석하기보다는 거시적 측면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에너지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하여야 하며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제시한 분석이라고 보인다. 따라서 IEA 보고서가 제시하는 내용이 우리나라의 에너지시스템에 직접적으로 투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IEA 보고서는 우리나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IEA 보고서는 탄소중립의 달성을 위해 현재 에너지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시하고 있다. IEA의 NZE 시나리오는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에서 벗어나지 않고 탄소중립의 달성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IEA는 화석에너지가 완전히 제로화되지는 않으나 화석에너지의 비중은 극적으로 축소되어야 하며 잔여 화석에너지의 사용은 기술을 활용하여 상쇄하는 방식 외에는 넷제로 달성은 요원함을 보고서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과제는 화석에너지 중심의 시스템에서 무탄소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으로 이행을 어떻게 부드럽게 이어갈 것인지의 문제이다. 에너지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경제 전반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충격 없이 부드러운 이행을 구성하는 것은 손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만큼 충실한 계획과 합리적 정책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부분이다.

둘째, IEA 보고서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기술과 행태개선의 균형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기술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의 이행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기술이 없는 탄소중립의 이행은 결국 에너지 소비의 감축을 의미하며 현재 우리가 누리는 생활 수준의 하락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탄소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탈동조화(decoupling)의 길은 탄소중립의 이행에서 지향해야 하는 목표이다. 그러나 행태변화가 없는 탄소중립 이행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아직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기술적 수단이 분명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행태변화 없이는 기술에 대한 추가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정책의 마련에서 기술혁신과 행태변화 유도 측면의 정책에 동시에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도출할 수 있다. 기술혁신을 통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핵심 수단들을 확보해 나가되 소비자의 행태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수단에 대한 투자는 선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의 이행을 위한 기술 수단은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것들이 많으며 현존하는 기술도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많다. 이러한 기술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감한 투자를 언제 하여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IEA 보고서에서도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의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술의 잠금효과(lock-in)를 고려하면 선제적 투자를 통해 저탄소기술이 조기에 도입되지 않으면 탄소중립 기술로의 전환에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게 된다. 또한, 저탄소기술이 시장을 형성하고 순조롭게 기존의 시스템을 대체해나가기 위해서도 지금부터 투자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특히 IEA 보고서에서 제시한 내용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시스템 부문이나 산업부문에서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화석연료 발전의 비중이 높고 무탄소 전원의 비중이 낮은 우리나라는 발전 부문에서 저탄소 이행을 위한 투자가 필수적이며 특히 재생에너지의 확대에 대비하여 전력망에도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산업부문은 제조업의 비중이 높으며 온실가스 감축이 용이하지 않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의 비중도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들 업종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기술혁신에 과감한 투자도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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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론

최근 연구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배출 추이가 구조적으로 변화해 그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음을 확인되고 있다. 김동구·손인성(2018)*[efn_note][/efn_note]은 1990∼2017년 배출실적을 토대로 시계열 트렌드의 구조 변화 분석 방법을 적용한 결과, 2010년을 전후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추이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으며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속도가 둔화하였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녹색성장기본법 제정(2010년), 배출권거래제 시행(2015년) 등 한국이 취해온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유사한 맥락에서 BNEF(2021)*[efn_note]BNEF(2021). “G-20 Zero-Carbon Policy Scoreboard: Issue 2021”[/efn_note]에서도 우리나라가 G20 국가 중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규제 등 정책이 비교적 잘 갖추어진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정책을 뒷받침하는 인프라와 기술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국가 중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가장 필요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온실가스가 감소세에 있는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시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이다. 즉, 선진국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효율적 투자를 통해 탄소중립 이행을 촉진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발판으로 한국판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저탄소 부문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 뉴딜 이후에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기틀을 다지기 위해서도 저탄소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충실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그린 뉴딜의 분야를 지속적해서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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