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 중립이 중요한 정책목표로 제시된 이후 다시 한번 CCS 기술과 CCS 사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CCS 기술은 2010년 발표된 국가CCS종합추진계획에서 CCS 기술개발과 대규모 실증사업의 완수가 중요한 목표로 제시되면서 막대한 기술개발 투자가 이루어졌으나, 대규모 저장소의 확보가 지연되면서 애초 계획한 대규모 실증사업의 완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본 고찰에서는 현재까지 대규모 저장소 확보를 위한 노력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현시점에서 CCS 사업에 활용될 수 있는 국내 저장소 저장용량 규모를 제시하고,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국외 저장소를 활용하는 방법의 가능성과 사업의 잠재성에 대해 검토해 보려고 한다. 이러한 고찰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국내 저장소 탐사전략과 국외 저장소 확보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1. 한국의 CCS 연구개발
한국의 CCS 연구개발은 이산화탄소 저감 사업이 착수된 2000년대 초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0년까지 10년의 연구개발은 포집 기술의 개발 시기로 볼 수 있다. 국내 CO₂ 최대 배출원인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대규모 포집이 실행될 것을 전제로 발전 배가스의 흡수법, 흡착법, 분리막법에 의한 포집기술 개발연구가 집중적으로 수행되었다.
반면에 저장 및 활용기술 개발연구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관련된 지원 규모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 궁극적으로 CCS 기술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기 때문에 포집만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이 실현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에 따라 2010년 발표된 국가CCS종합추진계획에서는 포집, 저장, 활용 기술에 대한 종합적인 기술개발 추진계획이 수립되었다.
이 계획에 따라 현재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환경부가 분담하여 원천기술 연구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실증을 추진하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원천기술 개발과 소규모 실증을, 산업통상자원부는 실증 및 상용화와 육상 저장소 탐사를, 해양수산부는 해양 저장소 탐사 및 해양 환경 영향 연구를, 환경부는 육상 환경 영향 연구와 CCS 법제화를 주요 역할로 부여받았다.
이 10년간의 CCS 기술개발은 성과와 한계를 함께 보여주었는데, 포집 기술은 세계 수준에 필적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실증 수준의 연구 성과를 도출하였다. 저장기술은 짧은 연구개발 시간과 부족한 연구개발 투자에도 불구하고 해양 심부 지층에 시험주입을 성공하는 괄목할만한 기술적 성장을 보여주었다. 활용기술 역시 2010년 이후에 주목을 받으면서 적극적인 기술개발이 추진되었고, 일부 기술의 경우 원천기술을 확보하여 실증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와 함께 한계도 존재하는데, 포집 기술의 경우 발전소 포집 기술 확보에 치중한 결과 산업계 포집 기술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였다. 온실가스 감축의 노력이 발전 분야를 넘어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오히려 산업 분야에서의 포집이 CCS 사업을 주도하는 국제적인 동향을 국내 기술개발에 반영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포집 기술 경제성이 애초 제시한 비용목표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저장기술의 경우 대규모 저장소의 탐사와 대규모 실증사업 부지선정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추진된 국내 대륙붕 저장소 탐사 및 실증부지 선정 사업의 성과는 기존 탐사자료 재분석에 의존한 유망구조 분석 수준에서 매우 낮은 수준의 저장용량 추산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규모 저장소 존재 여부와 저장용량에 대한 논쟁이 해소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0년 이후에 활용기술은 매우 큰 관심을 받아서 집중적인 기술개발 투자가 이루어졌으나, 활용기술의 경제성과 시장 제약성을 극복할만한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따라서 이 시기는 활용기술의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활용기술의 한계점을 확인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활용기술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도하게 설정되는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
2. 파리협정 그리고 포항지진
2015년 이후의 CCS 관련 동향은 파리협정과 포항지진을 계기로 요동치게 된다. 파리협정을 통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게 되면서, 그동안 다소 소극적이었던 우리나라의 대응도 적극적으로 전환되게 된다. 그러나 온실가스감축에 대한 사회 전 분야의 인식과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파리협정 이후의 우리 사회는 다소 혼란스럽게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발생한 포항지진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적이고 중요한 수단인 CCS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양산하게 되었다. 포항 지열발전 사업이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지층을 자극하는 사업의 위험성에 대해 시민사회가 거부감을 갖게 되면서 CCS 사업의 수용성 환경이 악화되었고, 포항 영일만에서 수행되고 있던 CCS 사업도 일시 중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가 포함된 포항 CCS 사업에 대한 정부의 조사를 통해 CCS 사업은 포항지진과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CCS 사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한다. 2019년에 발표된 제3차 녹색성장 5개년계획은 CCS의 지속적 추진을 천명하면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실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CCS는 다시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CCS 사업은 포항지진으로 인해 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지층을 자극하는 사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지진유발 및 지반 안정성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하고 철저한 준비와 관리를 통해 사업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확실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또한, CCS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사회와 지자체에 충실한 설명과 투명한 과정 공개를 통해 사업자가 주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하며, 사업 추진에 있어 수용성 확보의 중요성을 각인하는 계기가 된 점에서 예방주사로서의 긍정적 의미가 컸다고 볼 수 있다.
3. 한국의 CO₂ 저장소 관련 논쟁
한국의 CO₂ 저장용량 평가 및 대규모 저장소 확보가 지연되면서 대규모 저장소 존재 여부에 대한 논쟁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었다. 2012년 해양수산부는 공식적으로 동해에서 51억 톤의 저장소를 발견한 것으로 발표한 바 있고, 여러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저장소 저장용량이 수십억-수백억 톤으로 추정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저장소 존재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었다.
이러한 의문은 해양수산부가 지원한 저장소 탐사 및 실증부지 선정을 위한 연구과제가 내실 있는 연구를 착실하게 수행하기보다는 대외적인 성과 홍보와 CO₂ 지중저장 사업의 조기 실행을 위한 선점 효과를 우선시하면서 동해 울릉분지에서 51억 톤의 저장소를 발견한 것으로 발표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었다. 많은 지층분석 전문가가 이 발표에 의구심을 보이면서 논쟁은 확대되었다.
실제로 저장소 탐사 및 실증부지 선정 연구는 CCS 추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부처 간의 협력보다는 경쟁 논리가 우선시되면서 매우 제한적인 인력에 의해 대다수의 탐사 전문기관과 전문가가 배제된 상태에서 수행되면서 성과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평가에 의해 제3차 녹색성장 5개년계획은 부처 간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대규모 저장소 확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설정하였고,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가 협력하여 다부처 공동사업을 통해 저장소 조기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4. 한국의 CO₂ 저장용량 평가 결과
한국의 CO₂ 저장용량 평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육상 저장소의 활용 가능성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경상분지, 태백산 분지, 기타 탄전 주위의 퇴적분지에 대한 낮은 수준의 저장용량 평가가 수행되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시작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육상 저장소 평가 연구는 지질학적 특성으로 인해 육상에서 대규모 저장소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에 한반도 주변 해역은 넓은 대륙붕 지역에 두꺼운 신생대 퇴적층이 분포하고 있어 대규모 저장소가 존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해양수산부가 지원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박 플랜트연구소가 수행한 해양 저장소 탐사 및 실증부지 선정 연구는 한반도 주변 해역의 심부 지층이 수십억-수백억 톤 규모의 저장용량을 갖는다고 보고하면서, 특히 동해 서남부 대륙붕 지역에서 51억 톤의 저장용량을 갖는 심부 지층을 발견한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실질적으로 한국석유공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수행한 이 연구 성과는 이후 동해 서남부 대륙붕 동해 가스전 인근 8대 유망구조에 대한 정밀 분석으로 이어졌으며, 8대 유망구조는 약 8천만 톤 이상의 저장용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와 더불어 8대 유망구조 분포지역 서북부의 미탐사지역에 대한 정밀 탐사 결과 이 지역에서 약 1억 톤을 상회하는 저장용량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저장소 존재 여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자, 대한지질학회와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2015년 춘계지질과학 공동학술대회에서 한반도 및 주변 해역의 저장용량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결과 발표가 수행되었으며, 토론회를 통해 저장소 평가를 수행했던 전문가들이 주요 퇴적분지별 저장용량을 협의를 통해 요약한 바 있다.
이후에도 연구자별로 한반도 및 주변 해역의 저장소 저장용량에 대한 연구발표가 이어져 왔으며, 최근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기관 주요 사업으로 한반도 주변 해역의 저장소 저장용량 평가 결과를 재분석하여 발표하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서해 및 남해 대륙붕의 저장소 저장용량은 100억 톤 이상의 잠재저장용량을 갖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5. 국내 CO₂ 저장용량 규모 분석
이 고찰에서는 탄소 중립 선언 이후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CCS 추진계획 수립을 위해 한반도 및 주변 해역 지층의 CO₂ 저장용량 종합평가를 다시 수행하였다. 기존에 발표된 저장용량 평가 결과를 종합하고, 저장용량 평가의 단계와 수준을 명확하게 하여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또한, 보수적인 평가와 적극적인 평가 결과를 구분하여 추정하였으며, 이와 별도로 기술혁신을 반영한 도전적인 저장용량 확대방안도 제시하고자 하였다.
저장용량 평가는 일반적으로 4단계를 거치면서 이루어진다. 가장 기초적인 1단계 평가는 국가 규모 평가라고 하며 광역적인 지질정보를 바탕으로 국가 전체의 저장 지층 용량을 가늠하여 분석이 이루어진다. 이보다 한 단계 위의 2단계 평가는 보통 분지 규모 평가라고 하는데 퇴적분지에 대한 탄성파 탐사자료 분석을 통해 유망구조를 도출하고 암상 및 물성에 대한 예측을 통해 저장용량을 분석하기 때문에 1단계 평가보다는 신뢰도가 높다. 3단계 평가는 유망구조에 대한 시추를 통해 저장소 특성을 파악하여 기술적으로 주입 가능한 저장용량을 비교적 신뢰도 높게 제시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인 4단계 평가는 사업자가 가장 경제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경제성을 고려한 저장용량 평가이며, 사업의 최종적인 설계를 위한 평가이다.
국내의 경우 대규모 저장소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저 지층에 대한 CO₂ 저장소 탐사 시추는 포항 영일만 해상에서 수행된 사례가 유일하다. 동해, 서해, 남해 지역 외해역의 경우 석유 가스 탐사를 위한 시추공 자료를 통해 지층의 특성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이렇게 제한적이나마 시추공 자료를 활용하여 지층의 특성을 반영한 저장용량 평가를 2.5단계 평가라고 설정하고 기존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저장용량 평가를 수행하였다.
국내 해상에 분포하는 저장소의 경우 2.5단계의 저장용량을 기준으로 할 때, 보수적인 기준으로 동해 서남부 대륙붕의 약 1억 톤과 서해 군산 분지의 약 2억 톤 규모로 평가된다. 적극적인 기준으로는 동해 서남부 대륙붕 약 2억 톤, 서해 군산 분지의 약 4억 톤을 합하여 총 6억 톤 규모로 평가된다. 여기서 보수적인 기준은 2.5단계 평가에서 최소 평가량을 의미하며, 적극적인 기준은 2.5단계 평가에서 최대 평가량을 의미한다. 국내 육상에 분포하는 저장소의 경우 매우 소규모 저장소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대규모 CCS 사업에 활용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저장용량 평가에서 제외하였다.
2단계 저장용량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 해양 저장소의 저장용량은 대폭 늘어나게 되는데 단순한 취합으로 100억 톤을 상회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평가용량은 잠재적인 용량으로서 구체적인 CCS 추진계획이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활용되기 어려운 평가용량이다. 다만, 기술혁신에 따라 잠재적 저장공간이 실질 저장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잠재적 저장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혁신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기술혁신에 의한 저장용량 증대도 저장용량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 주입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기술개발 성과에 따라 현재의 저장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저장용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기술 수준에서 경제성 부족으로 개발할 수 없는 한계형 저장소의 경우 경제성이 확보되는 시점 혹은 경제성과 무관하게 온실가스 감축을 실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장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저장소 후보 지층으로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한계형 저장소로는 심해 저장소 및 심부 저장소와 신개념 저장소인 현무암 및 석회암 저장소가 대상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6. 국외 CO₂ 저장사업 잠재량
탄소 중립 선언 이후 CCS 도입에 대해 단순히 경제성 측면에서 타당성을 평가하지 않고 실행 가능성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성이 부족하더라도 탄소 중립에 필요한 방안은 도입을 검토해야 하는 다급함 때문이기도 하다. 에너지 전환과 효율 향상이 산업 전반에 이루어지더라도 CCS 없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탄소 중립 실현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되고 있다.
원거리 수송에서 생기는 경제성 문제를 차치하고 나면 국외 CO₂ 저장사업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국외 CO₂ 저장사업은 해외 포집-해외(국가) 저장 시나리오, 국내 포집-해외 저장 시나리오, 국내 포집-해양 공동저장소 저장 시나리오, 국내 포집-한중일 인접해역 공동저장소 저장 시나리오, 국내 포집-북한 저장소 저장 시나리오로 구분된다.
해외 포집-해외 저장 시나리오는 청정에너지개발체제(CDM)를 활용한 외부사업 방법론이다. CCS 기술력과 CCS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 성숙되지 못한 개발도상국에 우리나라가 기술력과 자본을 투여하여 해당 국가와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량을 분할하는 방식인데, 단순히 기술력의 승부라기보다는 국가 차원의 외교적 역량과 지정학적 여건이 사업의 규모와 타당성을 결정할 것이다.
국내 포집-해외(국가) 저장 시나리오는 국제법적 문제 해결과 상대국가와의 안정된 협력체계 유지가 중요한 전제가 된다. 런던 협약에 따라 폐기물의 해상 운송이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며, 해상 국경 통과를 위해 인접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로 인해 사업의 실행을 위해 국제법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상대국가와의 협력체계 유지가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국가의 영토를 활용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상대국가의 법적 문제, 수용성 문제, 정치적 문제에 의해 사업의 안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기에 해외(국가) 저장 시나리오는 결코 쉽지 않은 접근이 될 것이다.
국내 포집-해양 공동저장소 저장 시나리오는 단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노르웨이의 노던라이트 프로젝트 및 영국 주도의 북해 허브 프로젝트의 경우 국제협력을 통해 해양 저장소를 공동으로 운영하도록 개방된 프로젝트로 설계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해양 공동저장소를 활용할 수 있으나, 북해의 경우 초 원거리 수송이기 때문에 국제법적 문제 외에도 경제성이 매우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내 포집-해양 공동저장소 저장 시나리오는 노르웨이,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 CCS 선진국가와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선진기술 도입을 위한 국제공동연구 차원에서 접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국내 포집-한중일 인접 해역 공동 저장소 저장 시나리오는 북해 허브 프로젝트와 같이 한중일 인접수역인 서해 중부 대륙붕, 오키나와 트러프, 한일공동개발수역 등에 분포하고 있는 해양 저장소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해외(국가) 저장에 비해 수송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며 한중일 인접수역에 대규모 저장소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매우 유력한 방안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중일 3국의 정치경제적 문제와 외교적 문제가 해소되어야 하며, 해양 영토 문제도 갈등 요소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가능한 하나의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관련된 기술적 준비를 착실하게 수행하면서, 정부는 관련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을 키워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포집-북한 저장소 저장 시나리오가 유력한 방안의 하나로 제안될 수 있다. 북한 해역의 경우 서한만 분지 및 동한만 분지라고 알려진 해양 퇴적 분지가 분포하는데, 특히 서한만 분지는 석유탐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정도로 분지 규모와 지층 특성이 CCS 사업에 적합하여 저장소 존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 간의 관계에 따라 사업의 추진 여부가 영향을 받고 사업의 안전성도 취약한 편이지만, 남북관계의 개선과 통일을 대비하여 충실하게 준비할 가치가 있는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앞에 살펴본 5개의 국외 CO₂ 저장사업 방법론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저장 용량이 얼마나 될 것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국내 저장소를 활용하는 것에 비해 경제성이 부족하고, 사업의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아주 큰 용량의 처리를 기대하기보다는 국제협력의 활성화, 기술교류의 확대, 국가의 위상 강화 등을 목적으로 차분하고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7. CO₂ 저장소 확보를 위한 추진전략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CO₂ 저장소의 확보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아쉽게도 국가CCS종합추진계획이 발표된 이후 10년의 기간이 지났지만, 본격적인 저장소 탐사 사업은 수행되지 못했다. 온실가스 감축 및 CCS 추진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일관되지 못했기 때문에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저장소 탐사 사업은 미루어져 왔다. 내부적으로는 CO₂ 저장 전문기관 및 연구자들이 정부에 신뢰감을 주지 못했던 점도 대규모 저장소 탐사 사업의 지연 요인으로서 간과할 수 없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실현을 위해서는 CO₂ 지중저장을 위한 체계적인 탐사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2030년 CCS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연간 400만 톤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1억 톤 규모의 저장소 확보가 일차적으로 필요하다. 2030년까지는 국내 해양 저장소 종합탐사사업을 통해 3억 톤에서 6억 톤 규모의 저장소를 확보해야 CCS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고찰에서는 대규모 CO₂저장소 확보를 위한 종합탐사사업을 2022년부터 2030년까지 9년에 걸쳐 안정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제안한다. 동해, 서해, 남해를 권역별로 나누어 분지 규모 광역 물리탐사 및 유망구조 정밀 물리탐사를 체계적으로 실시하여 종합적인 저장소 유망구조 도출과 저장용량 평가가 완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중장기적 탐사 사업의 차질 없는 수행을 위한 탐사전용선의 확보도 하나의 중요한 추진전략이 될 것이다.
종합탐사사업에서 도출된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 시추는 해양 시추에 소요되는 예산이 수백억원 대인 것을 감안하여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2~3년 간격으로 대규모 재정 투자를 통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동해, 서해, 남해 지역에서 3억 톤에서 6억 톤 규모의 저장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5개 공 이상의 시추가 필요하므로 최소 15개 공의 탐사시추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CCS 추진 기관과 정부의 면밀한 계획수립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8. 결론
한반도 및 주변 해역 CO₂ 저장소의 저장 용량은 2.5단계 기준으로 약 3억 톤에서 6억 톤 규모로 평가된다. 지속적인 탐사 사업과 기술 개발을 통한 저장용량 확대로 온실가스 감축 규모를 좀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탄소 중립 실현에 부족한 감축량은 국외 CCS 사업을 통해 보완적으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 본 고찰에서는 해외 포집-해외(국가) 저장 시나리오, 국내 포집-해외 저장 시나리오, 국내 포집-해양 공동저장소 저장 시나리오, 국내 포집-한중일 인접해역 공동저장소 저장 시나리오, 국내 포집-북한 저장소 저장 시나리오를 국외 CCS 사업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보았다. 결론적으로 CCS 상용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CCS 분야 핵심과제 중에서 대규모 CO₂ 저장소의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 정부, 기업, 연구소, 대학이 필요한 재원과 인력을 투여하여 대규모 저장소를 조속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권이균 교수 - 공주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석유공사의 공식입장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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