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시장 중기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Oil 2021 보고서를 통해 IEA는 팬데믹과 에너지 전환이 향후 석유시장 수급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최근 세계석유수요는 2020년 팬데믹 영향에서 일부 회복을 하였으나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IEA의 중기 전망을 통해 석유시장의 향후 흐름을 알아보고 그 시사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1. 2026년까지 석유수요 피크 도래하지 않을 것
가. 2026년 세계석유수요, 2019년 대비 4.4백만b/d 상회
IEA의 석유수요 전망을 알아보기 전에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가정을 살펴보자. IEA는 2020년 세계경제 규모가 3.5% 위축된 이후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2021년에는 4.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들에서 2021년 여름까지 백신이 보급되어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는 상황을 전제한 수치이다. 2022년에도 4.5%로 과거(2015~2019년 평균 3% 성장률)보다 확연히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편, 2023~2026년은 평균 3.5%의 성장률을 가정했다. 한편, 기존에 개발된 백신을 무력화하는 변이바이러스 발생과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경우 성장률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란 점을 지적하였다. IEA는 이 경우에도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같은 강한 봉쇄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았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와 관광업 등의 부진으로 석유수요 회복 추이를 저해할 것임은 분명하다고 보았다.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로 대규모 기업체 파산, 투자 부진, 개발도상국의 높은 부채 및 재정 적자 등은 전망 기간 내 경제성장률을 억누를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하였다.
상기의 가정과 현재까지 발표된 각국의 정부 정책 및 기업 전략을 감안하여 IEA는 2026년 세계석유수요가 104.1백만b/d로 2019년 수준(99.7백만b/d)을 4.4백만b/d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2019년 수준을 처음으로 상회하는 시기를 2023년(101.2백만b/d)으로 보았다. IEA는 강력한 정책적 개입과 소비자 행동의 큰 변화가 없는 한 세계석유수요가 2026년까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았으나 지역별, 부문별, 석유 제품별로 불균형한 성장을 예상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등으로 소비자 행동 변화가 가속화되고 각국 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 등 지속 가능한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점을 반영하여 2025년 석유 수요 전망치를 2020년 발표한 중기 전망(Oil 2020) 대비 약 2.5백만b/d 하향 조정하였다.
나. OECD 석유수요, 2005년 이미 피크를 맞아
IEA는 OECD의 석유수요가 이미 2005년 피크를 기록했으며, 2023년까지 2020년 감소분을 일부 회복한 후 수요가 정체 또는 감소하여 2026년까지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OECD 내 지역별로 보았을 때 북미, 유럽, 아시아·오세아니아의 2026년 석유수요는 2019년 대비 각 0.67백만b/d, 0.97백만b/d, 0.27백만b/d 감소하게 된다. 특히, OECD의 2023년 이후 석유수요 정체는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성장률, 석유수요와의 연계성이 낮은 경제구조, 수송 부문의 빠른 연비 개선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특히, IEA는 미국의 석유수요에 대하여 2023년부터 석유수요 증분이 제로에 근접하며 2025년부터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한편, 미국의 석유수요 내에서도 휘발유와 항공유 수요는 2023년부터 감소하거나 정체를 보이는 반면, 미국 내 플라스틱 수요와 신규 크래커 증설 효과로 LPG·에탄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아 제품별로 상이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분석하였다.
반면, 비OECD 지역은 중국, 인도 등이 포함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석유수요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2023년까지 회복기를 지난 이후 에너지 전환 등으로 OECD 석유수요가 부진을 겪는 가운데 개발도상국의 수요 증가가 2026년까지의 전체 석유수요 증가세를 유지하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비OECD의 석유수요 증가는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에 기인한다. 중국은 작년에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면서 2020년 2분기부터 전년동기대비 석유수요 증가세를 보였고 인도 역시 2020년 4분기 석유수요에 긍정적 시그널을 보였다. IEA는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이동이 증가하고 산업 활동이 활발해지며 중국과 인도의 석유수요가 2021년 급증세를 보이다가 2022년~2026년에는 연평균 증분 기준으로 각 0.27백만b/d, 0.14백만b/d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역시 전망기간 내 석유수요가 지속 증가하며 특히 수송 부문을 중심으로 2022년 이후 2026년까지 매년 0.1~0.2백만b/d 규모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았고 중동 지역은 석유화학 부문 역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 석유화학원료 부문, 향후 석유수요 증가 성장 동력
IEA는 단기적으로 석유수요 증가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송부문에서 보복수요가 나타나면서 두드러지겠으나, 중기 내 수요 증분은 석유화학원료 부문이 지배적일 것임을 강조했다. 도로수송 부문 연료 수요(휘발유·경유)는 2022년까지 코로나19 여파를 회복하며 급증한 이후 2023년 이후 연간 증가율은 0.5% 미만으로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2.9백만b/d 감소했던 휘발유 수요는 백신이 광범위하게 보급된 이후 경제가 정상화됨에 따라 2022년까지 증가(2021년 1.7백만b/d, 2022년 0.47백만b/d)하겠으나 이후 수요가 정체하며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이는 연비개선, 전기차 보급으로 인해 OECD 수요가 감소하여 비OECD 지역의 수요 증가분이 이를 상쇄하지 못하는 데에 따른 것으로 2026년 휘발유 수요는 2019년 대비 0.69백만b/d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편, 2020년 특히 유럽 중심의 이동제한조치로 도로수송용 경유 수요가 8% 감소했고 기타(난방, 선박, 산업용) 수요 역시 4% 감소해 전체 경유 수요가 6%(1.8백만b/d) 감소했다. IEA는 2026년까지 경유 수요는 산업생산 활동과 상대적으로 코로나 사태에도 견고했던 화물수송용 트럭 수송 부문 경유 수요에 의해 지지될 것으로 보았다. 경유 수요는 2022년에 2019년 수준을 회복하겠으나, OECD에서는 2026년까지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OECD에서도 2022년 회복기까지 2020년 감소분을 일부 회복하여 증가세를 보이겠으나, 이후 산업생산 증분 둔화, 연비 개선, 유럽 시장 중심의 경유차 판매 감소로 경유 수요가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본 것이다. 반면 비OECD는 2021년 초 이미 2019년 수준을 회복해 2026년까지 중국·인도 중심의 아시아 지역에서 가파른 수요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2021년 하반기가 되어야 국가 간 이동이 재개된다고 가정하고 있어 해외여행 수요 완전 회복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항공유 수요의 팬데믹 전 수준 회복 시기를 경유보다 늦은 2023년 하반기 또는 2024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항공유는 2021년에 2020년 중 수요 감소분의 약 1/4에 불과한 0.83백만b/d만이 국내항공, 단거리 국제항공 재개에 따라 증가한 후 2022년에는 보복수요의 영향으로 1.4백만b/d 증가를 전망했다. 이후 항공유 수요 증분 규모는 둔화되어 전망 기간 후반으로 갈수록 중산층에 의한 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비OECD 수요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
전체 중유(Fuel Oil) 수요 약 6백만b/d 중 절반가량이 국제 벙커링 선박유가 차지한다. 2020년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국제무역 감소로 벙커링 수요 역시 4.3% 감소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유 황 함량 기준 강화(황 함량 3.5%→0.5%)로 2020년에 중유 제품 내 수요가 고유황 중유에서 초저유황 중유로 변동이 일어났다. IEA는 벙커링 수요(고유황·초저유황 중유, 선박용경유)가 2021년 0.16백만b/d, 2022~2026년 매년 0.055백만b/d 증가에 그쳐 2026년에는 4.2백만b/d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벙커링 수요 증분이 미미한 것은 공급망 재편과 공급 안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환경으로 국제 교역 증가가 둔화될 것으로 본 점과 IMO의 선박 연비 기준 강화 조치에 기인한다.
IMO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하며 2023년부터는 노후선 운항 속도 감속 등이 담긴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벙커링 외 중유 수요로는 발전 부문이 있으나 사우디와 이집트에서 천연가스 발전으로 전환하고 있어 2022년에 2019년 수준을 회복한 후 2026년까지 3.3백만b/d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유 전체 수요는 2019년 6.3백만b/d에서 2026년 6.7백만b/d로의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았다.
석유화학 원료 부문은 타 부문 대비 팬데믹 영향이 적었으며 2026년까지 경제성장과 플라스틱 수요로 인해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IEA는 석유화학 수요 증가로 LPG·에탄·납사가 2019~2026년 연평균 0.43백만b/d 증가해 2026년까지 전체 석유수요 증가분(4.4백만b/d)의 약 70%가 LPG·납사로 채워질 것으로 보았다. 특히, 신규 LPG·에탄 크래커 증설이 예정된 미국과 중국을 주도로 LPG·에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에 투입되는 LPG·에탄 규모가 2019~ 2026년 총 0.9백만b/d(연평균 약 0.13백만b/d)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지역 플랜트 증설 등으로 납사수요는 2026년까지 총 1.2백만b/d(연평균 0.17백만b/d) 증가가 예상(2019~2026년 석유화학부문 납사 수요 증가 : 중국 0.475백만b/d, 인도 0.135백만b/d, 러시아 0.09백만b/d)된다.
라. 강한 정책적 개입 없이는 2026년 전 수요 피크 도래하지 않을 것
IEA에 따르면 연비 개선은 도로수송 연료(휘발유·경유)뿐만 아니라 모든 연료에서 발생하며 특히 수송 부문 수요를 중심으로 2026년까지 0.85백만b/d의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2026년 전기차 판매가 12백만 대를 넘어서 전체 차량 중 전기차가 60백만 대에 육박하여 석유수요가 1백만b/d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전기차 보급 대수의 절반은 중국 자동차 시장이 차지하며 약 25%는 유럽, 나머지는 일본, 미국 등이 차지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 같은 기준 시나리오와 달리 각국에서 도입한 연비 개선 목표가 1년 앞당겨질 경우 2026년까지 석유수요는 기준 시나리오보다 0.9백만b/d 낮아질 것으로 보았다. 또한, 2026년 전기차 전체 대수가 90백만 대로 보급이 빨라지면 석유수요는 0.5백만b/d 추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IEA는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재택근무 조치 등으로 2020년 약 0.8백만b/d의 수송연료(휘발유·경유) 수요가 감소했으며 상당 수준의 재택근무가 2021년에도 유지되고 이후에도 일부 기업체에서 재택근무를 수용할 것으로 보았다. IEA는 기준 시나리오에서 선진국의 재택근무 빈도를 2019년의 2배 수준인 주당 1~2일로 가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26년까지 석유수요 0.25백만b/d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OECD 지역의 재택근무 빈도가 주당 3일, 비OECD 지역은 2일로 확대된다면 석유수요는 기준 시나리오 대비 2026년 0.8백만b/d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IEA는 팬데믹으로 전체 항공 수요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출장이 2020년 거의 중단되었으며 이는 2026년까지 점진적으로 회복되어 팬데믹 전 수준의 90%까지 복구될 것으로 가정한다. 10%의 출장 감소로 2026년 항공유 수요가 0.15백만b/d 감소할 것으로 기준 시나리오상에서 보고 있으나, 출장수요의 절반이 복구되지 않는 등 항공수요가 부진하다면 약 1백만b/d에 달하는 수요가 2026년 추가 감소할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이는 IEA가 기준 시나리오에 비해 석유수요에 추가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요인들이 발생하더라도 2026년까지 수요 피크가 도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IEA는 상기에 언급한 연비 개선, 재택근무 확대, 화상회의 등에 따른 출장수요 회복 부진, 전기차 추가 보급 외에 정부가 공격적 정책 개입을 하고 이 모든 요인들이 동시에 발생해야만 전망 기간 내 수요 피크가 발생할 것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2. 석유공급 증가 중심지, 미국에서 중동으로
가. 2020년 팬데믹, 상류 부문 투자 축소
IEA는 2020년 팬데믹 여파에 상류부문 투자가 당초 계획대비 30% 감소하였고 2021년에도 소폭 회복에 그칠 것으로 보았다. 특히 2020년 상류 부문 지출 감소분의 절반은 미국 석유산업이 차지할 만큼 미국 셰일 업계가 저유가에 큰 타격을 받았으며 2021년에도 독립계 셰일 생산회사의 자본지출은 2020년 감소분의 단 5%만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IEA는 메이저사의 2020년 상류 부문 자본지출과 생산량 역시 각 30%와 6% 감소하였으며, 자본지출은 2021년에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여 2026년까지 2019년 수준 대비 15% 하회하는 등 상류 부문 투자가 전망기간 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각국 국영 석유회사 역시 2020년 자본지출이 2019년 대비 20% 감소했으며 석유 수입 의존도가 큰 산유국에서는 저유가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해외 자본 유입 감소로 상류 부문 프로젝트가 지연되었다고 평가하였다.
IEA는 2020년의 저유가 외에도 석유회사를 향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요구가 강화된 점도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에너지 전환을 향한 기업 전략 변경을 발표한 반면 미국 석유회사는 상대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덜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미국 석유 업계를 향한 정부, 투자자 등 대외 환경의 압박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메이저사의 에너지 전환으로의 기업 전략 변경이 석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망 기간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다만, IEA는 개별기업이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유·가스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한편에서는 자산을 매수할 것이므로 실제 석유공급에의 영향은 불명확하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투자 축소로 2020년 전통유전 개발 승인은 수십 년 내 최저규모인 단 30억 배럴에 그쳤다. IEA는 30억 배럴의 석유 개발은 석유공급에 있어 2026년까지 단 1백만b/d 미만의 공급 증가만을 가져올 뿐이며 예정되어있던 프로젝트 연기로 2026년까지 2백만b/d가 공급되지 못할 것으로 평가했다. IEA에 의하면 2020년 개발 승인 프로젝트 70%가 브라질, 가이아나, 러시아에 집중되었다.
나. 미국 석유생산 증가, 과거 부흥기에 못 미쳐
IEA는 WTI $60/B 대는 미국 셰일 업계로 하여금 잉여현금흐름 창출과 자본지출 증가를 합리화할 수 있으나 공급 증분이 과거의 높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 평가했다. 미국 생산량 증대가 이전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본 요인으로 2020년 진행된 기업 도산과 통폐합, 에너지 전환에 대한 요구 강화, 생산량 증대에서 부채관리 등으로 초점이 옮겨지며 투자에 보수적 접근 시각이 형성된 점을 들었다. 이에 IEA는 미국 석유생산이 2020년 대비 1.6백만b/d 증가해 2026년 18.2백만b/d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Permian 분지를 중심으로 생산이 증가하여 2026년 타이트오일 생산이 2020년 대비 1.2백만b/d 상회하며, 멕시코만 원유생산은 2020년 1.7백만b/d에서 2023년 2.1백만b/d까지 증가한 후 2026년까지 2백만b/d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에서 연방 토지에 대한 신규 임대가 중단되더라도 미완결 유정 재고가 높아 중기 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연방 토지에 대한 신규 시추 허가 및 임대가 영구히 중단된다면 생산량이 2024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보았다. 다만, IEA는 미국의 생산 증가가 과거보다 저조할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전망에 활용한 가정 유가(2021.2월 ICE Brent 포워드 커브)대비 유가가 상승한다면 전망이 동 보고서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다. 중동의 잉여생산능력, 낮은 개발비용 자원이 미국의 증산 부진을 메울 것
IEA는 OPEC에서 2026년까지 원유 1백만b/d와 컨덴세이트/NGLs 0.25백만b/d 생산능력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특히 이라크(0.6백만b/d 증가)와 UAE (0.53백만b/d 증가)가 생산능력 확대에 적극적이며, 사우디와 쿠웨이트의 중립지대에서도 생산 재개를 앞두고 있다. 중립지대 생산이 완전 복구 시 사우디의 생산능력은 12.25백만b/d로 확대되며 IEA는 2026년까지 동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IEA의 가정과 달리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된다면 1.7백만b/d의 공급이 시장에 단기 내 풀릴 수 있으나, 바이든 행정부 들어 전 행정부 대비 유화적 제스처에도 제재 해제까지의 장애물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OPEC 내 중동 산유국의 생산능력이 확대되는 반면 아프리카 회원국의 생산능력은 전망 기간 내 대체로 감소할 것으로 보았다. 수출항 봉쇄 해제와 연합정부 설립으로 1백만b/d 이상의 공급이 풀리고 있는 리비아 역시 단기적으로 OPEC 공급 증가에 기여하고 2026년 생산능력이 1.3백만b/d로 확대되겠으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IEA는 수요 위축과 대규모 감산 등으로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2020년 잉여생산능력이 사상 최고 수준인 9백만b/d로 증가했으며 이는 향후 수년간 공급 측면에 있어 완충효과를 수행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하였다. IEA는 2026년 세계 생산능력이 2020년 대비 5백만b/d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전망 기간 내 상류 부문 투자가 위축되어 세계 공급능력 증대가 제한적인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수요는 지속 증가하여 2020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잉여생산능력을 천천히 잠식할 것이라 밝혔다.
비록 전망 기간 초반 OPEC+의 감산 규모가 완화되면서 잉여생산능력이 상당 수준 유지될 만큼 충분한 물량이 공급되겠으나, 기준 시나리오상에서 2026년까지 석유 수요가 지속 증가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감산 규모가 완화된 이후부터는 석유 시장에서 추가적인 공급물량의 필요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IEA는 이란에 대한 제재 지속 가정하에 OPEC의 1백만b/d 신규 생산능력 추가에도 불구하고 2026년 OPEC 잉여생산능력이 2020년 6.5백만b/d에서 201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2.4백만b/d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세계석유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타 지역의 석유개발에 대한 투자 회복이 미진한 데에 기인한다.
IEA의 중기 내 공급 측면 전망은 세계 공급증분의 동력이 미국에서 중동으로 이동함을 의미한다. 특히 IEA는 석유공급 전망에서 이란이 계속 제재하에 있는 한 수급 균형을 위해 사우디, 이라크, UAE, 쿠웨이트 걸프 4개국이 그들의 잉여생산능력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의 자원을 활용해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전력생산을 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IEA는 수요 충족을 위해 필요한 공급 증분(10.3백만b/d)에서 중동이 약 50%(사우디 1.5백만b/d, UAE 1.3백만b/d, 이라크 1.3백만b/d, 쿠웨이트 0.6백만b/d)를 차지해 공급 증가를 주도한다고 전망하였다. 2026년 대OPEC 원유수요가 2021년 초 OPEC 생산물량보다 약 5.3백만b/d 많은 30.8백만b/d(2026년 사우디 원유수요 : 1.3백만b/d 증가한 10.5백만b/d)에 달하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2020년 저유가에 따른 투자 위축, 기후 대응에 대한 요구 증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등이 미국 석유 업계 부흥을 억누르고 있으며 미국 생산량 증가 저조는 OPEC+에게는 기회로 작용한다. OPEC+는 미국 석유 업계가 주춤하며 생겨난 틈을 메우기 위해 잉여생산능력을 투입하여 공급할 것이며 이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신규 투자를 자극할 수 있다. 한편 2020년 9.7백만b/d 규모의 사상 최대 감산을 통해 수급 균형에 기여했던 OPEC+ 23개국의 공급은 2020~ 2026년 6백만b/d 이상 증가해 2026년 54백만b/d에 달하는 반면, 비OPEC+는 4백만b/d 증가에 그친 50백만b/d에 머물 것으로 보았다. 이에 감산, 제재, 정정 불안으로 시장점유율이 2016년 57%에서 2020년 51%까지 하락했던 OPEC+는 2022년부터는 52%의 시장점유율을 방어할 것으로 평가하였다.
3. 나가며
IEA는 Oil 2021 중기 전망 보고서에서 전망 기간 내 수요 피크가 발생하지 않음을 확실히 하고 있으며, 전망 기간 내 수요 피크가 발생하려면 다양한 요인이 동시에 발현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석유수요 측면에서 불균형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중국, 인도, 중동 지역 등에 2026년까지의 신규 정제시설 순증가분의 약 90%가 집중되어 특히 아시아로의 원유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IEA는 아시아 원유수입이 팬데믹 전과 유사한 속도로 지속 증가하여 2026년 26.6백만b/d(2019년 대비 3.5백만b/d 증가)에 달하며 수입의존도 역시 2019년 77%에서 82%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동산 원유의 아시아로의 수출이 2026년 20.2백만b/d로 사상 최고치에 달하겠으나, 중동산 원유 유입으로도 아시아 수요 충족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았다.
한편 공급 측면에 있어서는 2026년까지 수요 충족을 위한 추가 공급 지역이 팬데믹 이전 시기 미국에서 중동 OPEC으로 중심지가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전부터 거론되어온 미국 셰일 업계의 투자 부진이 팬데믹과 에너지 전환 요구로 더욱 심화된 데에 따른 것이다. 에너지 전환이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IEA는 전망기간 내 석유수요 측면에는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팬데믹과 더불어 상류 부문 전반에 걸쳐 지출 축소를 가속화시킨 점에 대하여는 그 영향이 전망 기간 후반으로 갈수록 두드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까지 석유수요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며,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더라도 수송 부문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에 수년이 소요되고 항공·석유화학·선박 등 일부 부문에서는 당분간 석유에 의존한다는 점은 상류 부문 투자 지속 필요성을 보여준다. 또한, IEA가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바와 같이 기후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공급 안보와 가격 안정 등 질서 있는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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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대리 - 한국석유공사 석유동향팀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석유공사의 공식입장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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