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친화적 자동차’라는 명칭이 있다. 약칭으로 ‘친환경자동차’로 불린다. ‘저공해자동차’라는 용어도 사용된다. 친환경자동차나 저공해자동차 모두 환경에 유익한 자동차라는 이미지가 연상되는 단어들이다. 둘 다 법정 용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다만 한 쪽은 산업통상자원부 또 다른 쪽은 환경부 소관 법률에서 정의하는 용어라는 점이 다르다. ‘친환경자동차’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용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약칭: 친환경자동차법 )’에 명시되어 있다. ‘저공해자동차’는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에서 규정하는 용어이다. 법률에서 두 용어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환경부 색깔만큼의 차이
‘친환경자동차법’은 환경친화적인 자동차를 개발하고 보급을 촉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이 법의 제정 목적이 녹아 있는 1조는 ‘환경친화적인 자동차 개발과 보급을 위해 (중략) 자동차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민 생활환경의 향상을 도모하며 국가 경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에서는 저공해자동차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거나 없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대기환경보전법 1조는 ‘대기오염에 따른 국민건강이나 환경에 관한 위해(危害)를 예방하고 대기환경을 적정하고 지속 가능하게 관리ㆍ보전하는 것’을 법 운용 취지로 정의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육성과 통상 증진에 초점을 맞춘 산업통상자원부, 대기를 포함한 다양한 환경 보전 및 개선이 중요한 환경부의 역할 차이만큼 법에서 규정한 친환경차와 저공해차의 정의 그리고 실천 강령도 차별화되고 있다.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으로 친환경차 지정 고시
산업부는 친환경자동차법에서 친환경차 종류를 규정하고 있다. 그린카 선두인 전기자동차와 수소전기자동차가 대표적인 친환경차이다. 내연기관과 전기 동력원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친환경차에 해당된다. 상용화가 아직은 요원한 태양에너지가 동력원인 ‘태양광 자동차’도 친환경차 일원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해당되는 차량들이 모두 친환경차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법에서 정한 상세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친환경 차종이더라도 하부 고시에서 규정한 에너지소비효율 기준이나 자동차 성능 같은 기술적 세부 기준을 충족한 차량만 지정, 고시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중에서도 친환경자동차법에서 정한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충족해야 인정받는 방식이다. 한 예로 배기량 2,000cc 이상인 휘발유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에너지 소비 효율이 연료 1리터당 11.8km, 경유 기반은 14.3 km, LPG는 9.7km 이상을 충족해야 친환경차로 지정된다. 똑같은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하더라도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이 떨어지면 친환경차 대열에 포함되지 못한다. 승용자동차는 1kWh당 3.5km 이상을, 중대형 화물 전기차는 1.0km가 넘는 거리를 주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세부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을 지정, 고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현대차 소나타 하이브리드 중에서도 2.0 YF, 혼다 시빅(CIVIC) 모델 중 배기량 1,339cc와 1,497cc, 포드 Fusion 하이브리드에서는 2,488cc 가 친환경차로 규정되어 있다. 전기차 역시 기아차의 쏘울 중 27kWh, 30kWh 등이 해당되고 세계 최대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 중에서도 S 75D, S 90D 등 효율 기준 등에 적합한 차량만 친환경차 꼬리표를 달 수 있다.
배출가스 허용 기준 따르는 저공해자동차
주행 연비 등 에너지소비효율을 반영하는 산업부의 친환경차 기준과 달리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에서 규정하는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잣대로 저공해자동차를 규정한다.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의하는 저공해자동차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없거나 제작차 배출허용기준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 기준 역시 법에 규정되어 있다. 먼저 전기차와 수소차는 저공해자동차 중에서도 최상위 단계인 1종으로 규정되어 있다. 1종에 포함되기 위한 상세 기준은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미세먼지의 다른 표현인 입자상 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아야 한다. 환경부가 1종 저공해차의 또 다른 표현으로 ‘무공해차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종 저공해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해당되는데 마찬가지로 질소산화물, 입자상 물질 같은 배출물질 허용 기준이 규정되어 있다. 3종은 휘발유와 가스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해당된다.
기술개발은 산업부·보급 확대는 환경부 몫
추구하는 정책 방향이 다른 탓에 산업부와 환경부가 각각의 법을 제정해 다른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저감하여 국민 생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지향점은 같다. 이 때문에 친환경자동차법과 대기환경보전법 안에는 상호 보완하거나 협의, 공유 할 수 있는 법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산업부는 친환경자동차법에 근거해 매 5년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과 보급 촉진을 담은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본계획에는 친환경차 개발·보급에 관한 기본방향과 중장기 목표, 연구개발·친환경차 기반시설 구축에 관한 내용 등이 담기는데 계획 수립 과정에서 환경부 장관을 포함한 관계 정부 부처와 시도 지사 의견을 듣도록 명문화되어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친환경차 보급 역할을 환경부에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부 친환경차법에 명시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보급 시행 계획’에 따르면 ‘환경부장관은 매년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에 관한 시행계획을 수립ㆍ추진하며 산업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보급 계획에 ▲ 친환경차 보급 대상지역 ▲ 친환경차 차종(車種) 및 차종별 보급 물량 ▲ 수소연료공급시설 등 기반시설 구축 ▲ 재원 조달방안과 지원 기준을 담도록 주문하고 있다. 산업·통상 행정 중심인 산업부는 친환경차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대기환경 개선에 직접 기여하는 친환경차 보급은 환경부가 주도하도록 역할을 분담하고 있던 셈이다.
인센티브·네거티브로 저공해차 보급 유도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을 통해 저공해자동차 보급 의무화와 재정 지원 근거를 담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인센티브와 네거티브 정책이 동시에 녹아 있다는 점이다.
인센티브 정책의 대표 사례는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기환경보전법에 근거해 저공해자동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환경부가 대기환경보전법령에 근거해 마련한 ‘2020년 전기차 보급 보조금 업무 처리 지침’에 따르면 전기차는 차량 1대당 최대 820만원 범위내에서 연비, 주행거리 등을 고려해 차등 지원한다. 전기화물차는 대당 최대 1,800만원까지 지원이 확대된다. 노후 경유차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하거나 LPG 등 저공해자동차 엔진으로 개조, 교체하는 경우도 보조금을 지급한다.
네거티브 정책은 저공해자동차를 의무 보급하도록 명령하는 방식인데 ‘저공해 자동차 보급 목표제’가 대표적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근거해 환경부 장관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동차를 제작하거나 수입하는 사업자에게 연간 저공해차 보급 목표를 지정하고 있다. 자동차 제작·수입사가 연간 판매하는 차량 중 일정 비율을 저공해차로 의무 보급하라고 고시하고 있는데 올해 보급 목표는 ‘15%’로 설정했다. 재미있는 대목은 똑같은 저공해차라도 등급에 따라 가산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저공해자동차 등급에 따라 가중치가 차등 적용되는데 무공해차로 해석되는 1종 저공해차인 전기, 수소차는 판매 수량에 최대 3점의 가중치가 부여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가중치가 최대 1.2, 가스와 휘발유차는 0.6이 적용된다. 똑같은 저공해자동차라도 전기·수소차를 판매해야 더 높은 가중치가 적용돼 목표 달성이 용이해지는 셈이다.
다만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아직은 벌금이나 과태료 같은 페널티를 부과받지 않는다. 자동차 업계의 부담이나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해 페널티 부여 시점을 2년 유예했기 때문인데 향후에는 저공해자동차 보급 목표를 초과한 업체가 그 실적을 적립해놓고 다음 해에 사용하거나 미달 업체에 실적을 판매하는 등 제도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공공기관에서 구매하는 차량을 저공해차로 의무화하는 것도 네거티브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자동차 10대 이상을 보유한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들은 올해부터 새로 도입하는 자동차 100%를 저공해자동차로 구매하거나 임차해야 한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페널티를 부과받는데 앞으로는 이 같은 네거티브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매나 운행 단계 보조금을 지원해 저공해차를 늘리는 것은 국민 세금에서 비롯된 막대한 재정 지출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보조금 지원 대신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 등을 정착 시켜 시장 스스로 친환경자동차를 보급하고 구매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니 전기·수소차를 구매한다고 지원금을 보조받는 시대는 그 끝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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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 에너지플랫폼뉴스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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