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개최된 ‘2024 동아 신에너지 이노베이션 콘퍼런스’에서 에너지 분야 컨설팅 전문가 김희집 대표의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에너지 업계의 혁신을 가로막는 모래주머니’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김희집 대표는 분야별 위기 요인을 살펴보며 현재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구체적인 산업별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아래에서 살펴보세요.
대한민국 경쟁력의 토대를 만든 ‘에너지 산업’, 위기 봉착 요인은?
현재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경쟁력의 원천이라 일컬어지는 산업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조선, 자동차를 떠올릴 텐데요. 이 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품질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대한민국의 에너지 기업들이 후방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해당 산업들이 지속 성장하며 글로벌 장악력을 키웠다는 이야기인데요. 에너지 산업은 대한민국 성장의 큰 밑바탕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은 몇 가지 요인으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크게는 탄소중립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폭등한 에너지 가격을 들 수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시급한 주요 4가지 과제는 ▲원료비 연동제 실행을 통한 가격 정상화 ▲원자력, 재생에너지 증설에 대비 ▲원가 혁신 ▲신사업 발전 여건 확보로 정리됩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엔 ‘변화’라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과거 성공적이었던 대한민국의 화석 연료 에너지 사업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마주했는데요.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 사업 모델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도전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각 산업별로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해결방안을 짚어보았습니다.
1. 석유
석유 분야에서는 친환경 연료 생산과 같은 신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미래 연료 중에서도 바이오항공유(SAF), 차세대 바이오디젤(HBD), e-Fuel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관건인데요. 그 중에서도 바이오항공유는 미래 유망성이 높고, 국가 안보와 경제 파급효과가 크기에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하는 분야입니다. 현재 미국은 IRA법을 통해 바이오항공유 등에 세액을 공제하고 있는데요. 국내 역시 조세특례제한법 내 신성장 원천기술, 국가전략 기술로 채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친환경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한 지원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국내 정유사의 수소 생산량은 전체 수소 생산량의 55%를 차지합니다. 2040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안은 CCS를 적용한 블루수소인데요. 해당 산업 생태계 형성을 위해 청정수소 인증 기준을 가다듬고, 글로벌 수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미국은 생산(PTC) 및 투자세액공제(ITC)를, 영국은 탄소중립 수소 펀드(NZHF)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대한민국은 지리적 한계로 CO2를 저장하는 용량이 부족합니다. 때문에 CCUS 통합법 제정을 통해 관리체계를 일원화하고, 미국 IRA와 같은 과감한 재정 지원이 필요한데요. CCS 허브와 같은 공용 인프라를 구축하고, 해외 저장소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협약 지원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2. 석유 및 가스
2022년 기준, 대한민국은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4.3%로 높은 반면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은 10.7%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직접 가스전에 투자하고 생산한 천연가스를 국내로 직도입하는 비중은 5% 수준인데요.
일본 역시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4%로 높은 편이지만, 해외자원개발을 적극 추진해 자주 개발률을 지속해서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민간 주도 자원개발 추진력은 물론 공적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과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자원 외교가 더해져 만들어낸 결과인데요.
대한민국 또한 에너지 자주 개발률을 높이려면 안정적인 천연가스 수급을 위한 LNG 도입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자원 수급 안정성 측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자원 외교와 해외자원개발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과 금융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3. 도시가스
도시가스는 ‘원료비 연동제’의 정상 가동을 통한 요금 적시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에너지 전환에 따라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 발굴을 위해 E-메탄에 대한 기술개발, 국제협력, 보급계획 등과 같은 정책이 개발되어야 하는데요. 또한 선진 안전관리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선, 정부의 규제 중심 정책을 공급자의 자율 안전 관리체계로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확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영농형 태양광과 같은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사업이 필수적입니다. 농업진흥구역에 영농형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경우 한시적으로 타용도로 일시 사용할 수 있게 개선하거나, 토지 이용행위 및 타용도 일시 사용 허가 대상에 영농형 태양광 설비 추가를 건의하는 등의 관련법 개선이 필요합니다.
또한 연료비 절감 관점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 재생유를 발전소 기동유로 사용하는 경우 PSM(Process Safety Management)개정 및 변경 대상에서 제외하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이행 관련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 속, RE100 수요나 수급 전망 등을 전면 검토해 비율을 완화하는 방안도 요구됩니다.
5. 해상풍력
해상풍력은 현재 과도한 공유수면 점용ㆍ사용료가 가장 큰 이슈입니다. 이에 점용ㆍ사용료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고, 발전회사 매출액 혹은 연간수익의 일정 비율을 점용ㆍ사용료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데요.
또한 국내 해상풍력을 위한 배후 항만과 설치전용 선박 부족 현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요. 연도별 해상풍력 보급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전용 설치선 개발 건조 지원이나 배후 항만 개발 등의 방안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6.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차세대 전력망인 ESS는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의 성장이 더딘 상황입니다. 해당 시장이 자율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데요. 먼저 중앙계약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다양한 시장 참여를 확대해야 합니다. 또한 현물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설치 및 운영 단계의 관련 제도 개선도 선행되어야 합니다. 인허가 단에서는 ESS 발전사업 허가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민간의 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시장제도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7. 분산 에너지
분산 에너지란 에너지의 사용 지역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의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하의 발전설비를 의미합니다. 에너지 수요지 근처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하기 때문에 잉여 전력 해소와 전력 계통 안정화에 기여하는데요.
구체적인 예로, 여수 산단이 분산 에너지 특화 지역에 지정될 경우 GS칼텍스는 여수 공장에 보유한 자가발전 설비를 활용해 전력 판매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특화 지역을 유치해, GS칼텍스에서 보유한 설비를 분산 에너지로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활동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기존 자가발전 시설 역시 수소 발전 입찰 시장에 참가할 수 있게 하는 등, 에너지 신사업에 대한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연설 최종 요약, “에너지 산업은 국가 경제 성장의 필수 요소, 분야별 해법 찾는 것이 관건”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은 경제 성장의 지렛대 역할을 한 주요 산업입니다. 현재 여러 위기에 봉착했지만, 더 큰 기회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해 나가야 합니다. 분야별 특징과 현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각각의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하는데요. 다양한 산업군에서 지자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활동과 정책들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 본 글은 2024년 2월 22일 개최된 2024 동아 신에너지 이노베이션 콘퍼런스 주제강연 “에너지 업계의 혁신을 가로막는 모래주머니와 그 해결방안”을 요약한 것입니다.
※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GS칼텍스의 공식입장은 아닙니다.
김희집 대표 -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김희집 대표는 에너지 분야 컨설팅을 36년간 수행한 에너지 산업 전문가로서, 미국 뉴욕 액센츄어 컨설팅에서 10년 근무 후 대한민국 및 아시아 에너지 산업 대표를 역임했다. 정부를 위해 2010년 경부터 에너지위원회, 전력수급위원회, 가스수급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원자력수출진흥위원회 등에 참여함. 최근 에너아이디어라는 에너지 전문 컨설팅사를 창업해 전력, 가스, 신재생에너지, ESS, 수소 등의 분야에서 정부 및 대기업 대상으로 해외 및 국내 사업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