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 바뀌면 정말로 탄소배출량이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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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로 바뀌면 정말로 탄소배출량이 줄어들까?

실질적 탄소배출량을 평가하는 전주기평가(LCA) 방식으로 짚어본
배터리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탄소배출량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은 탄소중립화를 위한 노력을 요구하며 에너지 전환의 커다란 흐름을 만들고 있다.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세계 공통의 목표가 되었다. 우리도 205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입장이다.
기후위기는 온실가스로 인하여 촉발되는 과도한 지구온난화 현상이다. 온실가스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수증기이지만 온난화 효과 면에서 제일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산화탄소 (CO2) 라고 한다. 그 다음이 천연가스의 주된 성분인 메탄 (CH4) 이다. 탄소중립이 추구하는 것은 온실가스 저감을 통하여 순온실가스 발생을 영(0)으로 만드는 것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에 있는 탄소(C)를 대표 단어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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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에너지 기술

이산화탄소는 탄소가 포함된 탄화수소계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많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탄화수소 연료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들이라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탈탄소기술을 탄소중립의 조건으로 여긴다. 화석연료를 대체하여 자연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이용한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수력 발전을 최대로 하고 이 전기를 사용하는 전동화가 탄소중립 에너지 기술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탄소를 사용하지도 배출하지도 않는 원자력 발전도 큰 역할을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NZE, Net Zero Emission)는 2050년을 목표로 하여 신재생에너지, 전기화, 효율화,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 활용 및 저장 (CCUS), 생활방식 변화, 수소, 원자력과 연료전환 등의 8가지 중추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발표하였다.
탄화수소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적인 순수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전동화가 완전히 이루어지기까지는 경제적,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때까지 대기권에 축적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경로 기술로서의 탄소저감 기술이 역시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면 도로 현장에서 공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상 생활과 수송부문에서 전기화는 에너지 전환기술의 중심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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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발생량에 대한 전주기평가 방법(LCA)

그런데 여기서 유념할 점은 아직까지는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많이 쓰기 때문에 전동화가 온전히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량이 운행 중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에 더하여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양, 그리고 배터리·엔진 등 동력기관이나 부품 등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모두 계산하는 전주기평가 (LCA : Life Cycle Assessment)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에너지 자원의 생애주기와 생산과정에 걸쳐 전체 이산화탄소 양의 실질적인 총량을 계산하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가별, 지역별 발전 방식에 따라 자동차 종류 별 온실가스 발생량이 다르다. 특히 배터리 전기차의 경우 미국, 중국, 인도처럼 석탄 발전이 많은 나라의 경우가 프랑스, 노르웨이 등 원자력 발전이나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많은 나라에 비하여 전주기 평가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훨씬 크다. 배터리 생산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만만치 않아서 배터리 전기차의 온실가스 저감 성과가 미미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직도 화력 발전을 많이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기기별로 진짜 온실가스 저감 성능을 계산하기 위해 전주기 평가 방식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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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도 전문가들의 전주기 분석에 따르면 무게가 많이 나가는 고급 전기차가 효율 좋은 소형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하여 실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많다. 2019년에 국제에너지기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 평균값으로 내연기관 차량에 비하여 배터리 전기차가 30% 정도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해서는 10% 정도 저감이 되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배터리 전기차와 거의 같거나 나은 이산화탄소 배출 성능을 보이고 있다. 당시 배터리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나 모터의 성능을 매우 이상적으로 설정한 반면 하이브리드화된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평가는 매우 혹독하여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까지 있었을 정도이니 이 비교평가는 더욱 면밀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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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균형잡힌 시각의 필요성

2020년 미국 의회보고서도 배터리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환경 영향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이 보고서도 동급의 차량 수준을 맞추어 배터리 전기차가 적절한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한다면 온실가스의 경우 전기차가 더 좋으며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이 역시 30% 안팎으로 개선되지만 미세 입자상물질, 황산화물 등은 훨씬 증가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로 바뀌면 정말로 탄소배출량이 줄어들까?  | gsc ev carbon emission diesel 05 1
지난달 2023년 7월에 ‘모든 사람이 전기차를 타는 목표는 불가능한 꿈(Electric Vehicles for Everyone? The Impossible Dream)’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맨하탄연구소의 Mark Mills는 전기차의 탄소 저감 성능이 부풀려져 있으며 공정하게 평가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점점 커지고 있는 배터리 용량의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하여 이산화탄소를 더욱 많이 배출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고급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대용량배터리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가 연비가 개선되어 탄소발생량은 조금 줄어들지만 발암물질, 독성 물질 확산 등의 부작용이 늘어나는 문제도 지적하였다. 당분간은 무턱대고 화석연료를 퇴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전략적으로 효용도 크지 않기 때문에 현재 연소기의 효율화와 탄소포집과 활용과 같은 능동적인 탄소 처리 기술들이 탄소저감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장차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이 모든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준이 될 경우 청정 수소도 충분히 공급되고,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상용화되어 이로부터 재생합성연료 (e-fuel) 가 만들어지게 되면 전주기 평가상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동등한 수준이 된다. 실제로 이상적인 발전원의 탄소중립이 이루어지기까지 투입될 에너지와 재정적 투자를 고려하면 그 시간과 비용이 계산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래서 완전한 탄소 중립이 이루어지기까지 경로상의 탄소 저감에 대한 전략은 냉정한 평가와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계산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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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과 공급망 등 에너지 생애 전주기를 고려한 탄소중립 기술의 채택

온실가스의 전주기 분석에는 국제적인 교역의 경로도 계산되어야 한다. 아직 공급 경로가 확립되지 않은 수소는 전주기 평가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탄소포집과 이 탄소를 수소와 합성하여 활용하는 재순환 방식에 대한 전주기 분석을 통하여 그 가치와 의미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여러 가지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경제성도 생애 전주기를 계산하여 타당성과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5월에 삼성증권의 신재생에너지 보고서 ‘e-Fuel, 탄소중립으로 가는 또 다른 열쇠’ 에서는 전기차로 자동차를 치환하는 데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은 연료를 e-Fuel로 전환하여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경우에 비하여 37%의 추가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산정하였다. 전기차가 승용차 부문에서 탄소중립 시대를 이끌 주요 동인이라고 하더라도 탄소중립 대체연료로서의 경쟁력을 가진 효율화된 내연기관 역시 미래 동력기관으로서의 의미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배터리 재료의 공급망 불안정성이다. 2021년 탄소중립시나리오 전망을 분석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3년 에너지기술전망 (ETP, Energy Technology Perspective)에서는 2050년 배터리 전기차 목표량을 달성하기에 원료 부족이 심각하며 리튬 부족량은 목표의 40%에 이른다고 밝혀 사실상 목표 달성이 난망함을 시인하였고, 다양한 기술을 동원하는 한편 투자의 증대를 촉구하였다.
맨하탄연구소의 Mark Mills는 매년 7천만대의 배터리 전기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연간 10억대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의 500년 분량이라고 예시를 들어 IEA의 전망을 뒷받침하며 원료 공급망의 어려움을 표현 한 바 있다. 배터리 생산이 늘수록 재료 광석 등급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서 비용 증가와 원료 공급망 불안정성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2030년까지의 배터리 생산 증가를 고려하면 배터리 재료의 재활용은 1-2%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재활용의 환상이 현실적이지 않음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탄소중립은 꿈을 그려 놓은 겉보기 모양이나 구호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이 아직 멀고 험난하다. 신재생에너지가 뒷받침하는 배터리 전기차와 포집된 탄소와 청정수소를 합성한 e-Fuel이 적용되고 하이브리드 동력으로 대표되는 효율화된 내연기관차가 다양하게 공존하는 상생의 미래기술을 향한 냉정하고 합리적인 평가와 전략, 실행이 요구된다.
※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GS칼텍스의 공식입장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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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로 바뀌면 정말로 탄소배출량이 줄어들까?  | profile 배충식

배충식 - KAIST 교수

1994년에 Ph.D., Imperial College를 졸업하고, 현재 KAIST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Internal combustion engine, Laser diagnostics and instrumenta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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