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US 기술의 부상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넷제로(net-zero) 선언이 확산되며 온실가스 배출 관련 규제와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다만 가장 큰 탄소 배출원인 화석연료 의존도가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높게 지속될 전망으로, 배출이 불가피한 탄소를 저감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한 탈탄소 핵심 기술로서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CCUS 기술 없이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 도달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는 등 주요국들은 CCUS 기술 개발 로드맵 마련을 비롯한 기술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도 시장 선점을 위한 R&D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이다.
CCUS 기술은 특히 탄소 감축이 어려운 산업부문(철강, 시멘트, 석유화학산업 등)의 탄소 제거 방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절반 이상이 발전설비, 중공업 플랜트 등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CCUS 기술이 이러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탄소를 경감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IEA는 발전소, 중공업 부문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이 비싸고 비효율적이어서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어려우며, CCUS 기술을 통해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CCUS 기술은 산업, 발전, 에너지 부문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지중 등에 저장(geological storage)하는 기술과 이산화탄소를 활용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을 포함한다. 미국이 일부 산업(석유·가스 업스트림 산업)에 국한하여 CCUS 기술을 이미 사용 중이나 본격적인 상용화 및 대규모 사업화를 위한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하에서는 세계 CCUS 산업 동향과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글로벌 CCUS 시장 현황 및 전망
전 세계 탄소 포집 용량은 2021년 기준 43 Mtpa(Million tonnes per annum, 백만 톤/년)으로 1972년 이후 연평균 1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왔으나 현재 설치 용량 수준은 전 세계 배출량의 0.1% 포집에 그친다. 최근까지 CCUS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염수층 또는 고갈된 유전과 같은 전용 지중 저장소에 저장하거나 제한적으로 EOR(Enhanced Oil Recovery, 석유 회수 증진)에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CCUS 산업이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함에 따라, 대규모 배출자들은 탈탄소화 경로의 중요한 수단으로 탄소 포집에 의존하고, 정부는 CCUS 기술의 대규모 상용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시작하는 등 큰 변혁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대규모 CCUS 프로젝트 계획들이 발표되며,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 포집 용량이 확대되어 2021~2030년까지 연평균 23%로 성장, 2030년 총 279 Mtpa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은 천연가스 처리 공장을 위한 대규모 CCUS 프로젝트에서 포집된 CO2를 EOR에 활용하는 비즈니스 사례를 구축하는 등 세계 탄소 포집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 외에 CCUS 프로젝트를 채택하는 국가가 점차 증가하여,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영국, 캐나다, 중국, 호주 등지에서도 CCUS 프로젝트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탄소 포집은 주로 탄소 포집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천연가스 처리 공장에서 적용되어 왔으나 향후 점차 다양한 산업 부문으로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화력발전 부문은 2030년까지 CCS 설비용량을 가장 많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으로 2030년 포집 용량이 총 71.4 Mtpa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생산부문은 발전 부문의 뒤를 이어 CCS를 적용하는 두 번째로 큰 부문으로, 2030년까지 68.8 Mtpa의 이산화탄소가 포집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연가스 처리 부문은 세 번째로 큰 CCS 시장으로 2020년 27 Mtpa에서 2030년에는 58 Mtpa의 이산화탄소가 포집될 전망이다. 그 외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CCS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새로운 부문들로 에탄올, 시멘트, 화학 생산 부문, DAC(Direct Air Capture, 직접 공기 포집) 등이 포함된다. 이중 DAC 부문의 포집 용량 대부분은 미국, 유럽에서 구축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들은 DAC 기술이 탄소배출 완화가 어려운 산업의 탈탄소화, 이산화탄소를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원천기술 가능성 등에 대한 시연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구축된 탄소 포집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주로 EOR등의 활용에 의존해 왔으나 향후에는 이산화탄소 저장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efn_note]가령, 미국 ‘45Q Tax Credit’은 CO2가 활용되는 것보다 저장될 경우 더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CCS에 대한 캐나다의 설비투자 세금공제와 같은 새로운 경기 부양 프로그램에서 EOR 작업은 제외[/efn_note] CCS를 사용하는 산업 유형의 변화[efn_note]역사적으로 천연가스 처리 공장에서 CO2를 포집하던 석유 메이저 기업은 포집된 탄소를 사용하여 EOR을 통해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할 수 있었으나, 최근 전력 또는 이산화탄소 저감/제거가 어려운 산업 부문에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탈탄소 도구로 CCS를 사용하며 활용 가능한 적절한 용도가 없음[/efn_note]
등에 힘입어 저장 중심의 프로젝트가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탄소 포집 기술 비용은 고농도 탄소 배출원의 경우 톤당 20달러 내외 수준이나 저농도 배출원의 경우 톤당 80~100달러에 이르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5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CCUS 용량이 지금까지 발표된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확장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탄소 포집 비용을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탄소 포집 비용 절감은 주로 새로운 포집기술 개발, 운송·저장 인프라 공유, 규모의 경제 달성 등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
CCUS 관련 투자는 지난 4년간 급증하여 2020년 3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1년에는 23억 달러로 감소했으나 2022년 CCUS 투자는 1~9월까지 이미 35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실행되는 등 CCUS 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4년간 운송·저장 인프라 공유 부문과 시멘트와 같은 탄소 저감이 어려운 일부 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이처럼 CCUS 투자 부문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으며,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석유·가스 부문의 메이저 기업들도 탈탄소화 목표 달성을 위해 CCUS에 의존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광범위한 CCS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나 여전히 총 투자에서 CCS 투자 비중이 매우 낮은 바 향후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시사점
CCUS 기술은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 도구로서 넷제로 흐름과 맥을 같이 하며, 넷제로 도달을 위해 CCUS가 필요하다는 과학적 합의하에 전례 없는 속도로 프로젝트들이 발표되고 있다. CCUS 프로젝트 발표 급증에도 불구하고,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탄소 포집 용량은 지금까지 발표된 용량의 6배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BNEF)되고 있다.
모든 기업의 넷제로 달성이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하였으며, CCUS 기술은 산업 설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공기 중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까지 확장되는 추세이다. 국내 기업들도 CCUS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세계 기술 개발 동향과 주요 국가들의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글로벌 핵심 플레이어들과의 협업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CCUS 혁신기술 개발 기회를 포착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2030년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및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CCUS 핵심기술 개발 과제를 선정하고 개발 일정 및 지원방안 등을 마련하였는바, 향후에도 국내 기업의 CCUS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성동원 선임연구원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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