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과 선박의 연료로 활용되며 세계 산업을 움직이는 ‘경유’
디젤 엔진의 첫 연료는 경유가 아니었다?
디젤 오일(Diesel oil)이라 불리는 경유가 디젤 엔진의 실험에 사용되지 않은 것은 참 의아한 일입니다만, 그 당시만 해도 경유는 원유로부터 등유를 정제할 때 생기는 부산물에 불과했습니다. 디젤 오일이라 불리기 이전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기름’이라는 의미에서 ‘증류액(distillat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는 Gas Oil으로 불리며 도시가스의 열량을 높이는데 사용되었습니다. 현재는 경유가 대부분(약 80%) 고속 디젤 엔진의 연료로 쓰이고 있어 디젤 오일이라고 부릅니다.
왜 큰 트럭은 경유만 사용할까?
경유는 이렇듯 디젤 엔진으로 운행되는 일반 승용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화물 및 배달 트럭, 기차, 버스, 보트, 농기계, 건설 및 군용 차량에서 사용되는 디젤 엔진의 연료로 사용되는데요. 큰 화물 트럭이나 버스들은 왜 디젤 엔진과 경유를 사용하는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경유가 휘발유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물론 경유를 사용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유리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거운 짐을 싣는 트럭이 몇 시간 동안 도로를 빠르게 달리려면 폭발적인 에너지를 방출하여 내연기관의 회전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엔진의 구조와 연료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엔진 크기 또한 커야 하는데요. 가솔린 엔진은 점화가 전파되는 속도가 느려 실린더 크기를 키우기 힘들기 때문에 엔진 크기를 키우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실린더의 수를 늘릴 수 있지만, 엔진 설계도 힘들고 엔진 생산 비용도 많이 비싸집니다. 반면에 디젤 엔진은 실린더 크기를 키우기 용이합니다. 디젤 엔진의 작동 방식이 연료를 빠르게 분사한 후 곧바로 온도와 압력에 의해 연료에 자체 발화를 일으키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덤프트럭이나 대형선박에는 거대한 디젤 엔진을 사용합니다. 거대 물류 운송과 관련된 운송체들은 대부분 디젤 엔진을 사용하다보니 경유는 말 그대로 세계의 산업을 움직이는 주요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점차 진화하는 디젤 엔진
하지만 세계적으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경유차가 배출하는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는데요. 유럽연합(EU)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배출가스 기준을 유로3에서 유로4로 미세먼지 배출 기준 2배 강화하게 됩니다(기준치 0.05g/km → 0.025g/km). 이 규제에 따라 전세계 경유차량 대부분에는 매연여과장치 DPF를 달게 되었고, 현재는 유로6까지 적용되면서 경유차의 미세먼지의 배출량은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결국 미세먼지 입자의 배출량을 볼 때 최근 출시된 경유차와 휘발유차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세먼지 입자 자체의 배출에 대한 문제는 해결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가 있었습니다. 공기 중 미세먼지를 만드는 물질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줄여야 했는데요. 현재는 많은 자동차 회사들의 연구 덕분에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또는 LNT, SCR같은 촉매를 통해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급감하였습니다. 새로 출시되는 경유차들은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충족해야지만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환경을 위한 정부기관의 규제 개선과 공학자들의 배기가스 정화를 위한 연구 덕분에 경유차의 환경 친화성이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경유차가 환경 친화성 면에서 여러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한 발자국씩 진화하게 된 것입니다.
오늘 넣은 경유의 일부는 폐식용유로부터? ‘바이오디젤’ 이야기
바이오디젤은 팜유, 대두유 등의 식물 원료와 폐식용유, 동물성 유지를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바이오디젤은 재생 가능한 연료로 현재 엔진에 쓰이는 기름 원료를 대체할 수 있고, 기존의 시설을 통해 운반,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교통 에너지 자원인 화석 연료의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10~35% 감축할 수 있어 새로운 대안 연료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죠.
바이오디젤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탄 경유차에도 바이오디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 아래 2002년 11월 BD20%(바이오디젤 20% 경유 80% 혼합) 제품이 시범 보급이 되었으며 2006년부터는 모든 정유사를 통해 BD0.5% 제품의 상용화가 개시되었고 2015년엔 BD2.5%, 2018년엔 BD3%로 혼합의무율을 상향 조정 시행하였습니다. 지금 정유사에서 판매되는 모든 경유에는 3%의 바이오디젤이 의무적으로 섞여 있는 것이죠. 미국의 경우에는 BD5% 와 BD20%의 제품을 정유사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2014년 기준으로 바이오디젤 46.7억리터를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에는 BD100%도 존재합니다. 대기 환경 개선에 유리하고, 재생 가능한 친환경 연료를 개발하고 사용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같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오디젤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이오디젤의 생산과 사용은 특히 유럽과 미국, 아시아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연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미미합니다. 경유보다 비싼 제조 비용, 대량 생산의 어려움, 원료 문제, 동절기 저온물성 등이 문제기 때문이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해 해외에서 상당 비율의 원료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경유 안에 황이 들어 있다?
고급 경유도 있을까? 지금은 사라진 고성능 경유 이야기
일단 경유와 고급 경유의 차이점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휘발유와 고급 휘발유의 차이는 옥탄가였습니다. 마찬가지로 경유와 고급 경유 차이는 세탄가입니다. 세탄가는 디젤 엔진에서 연료에 불이 붙는 성질(착화성)을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경유 안의 다양한 성분 중에 불이 잘 붙는 편에 속하는 파라핀류(알킨류)의 세탄가가 높으며, 방향족 화합물들의 세탄가가 낮고, 올레핀(알켄류)과 시클로 파라핀(고리 알칸류)의 세탄가는 그 사이인데요. 세탄가가 너무 낮으면 엔진 시동성이 저하되며 배기가스가 다량 배출됩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배기가스 배출 최소화를 위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용 경유의 세탄가의 품질 규격 기준을 52 이상으로 설정하였습니다. GS칼텍스는 생산 공정 최적화와 우수한 품질관리 시스템으로 세탄가 수치가 61인 PRIME 경유를 출시하였었는데요. 지식경제부의 고급 경유 실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배출 가스가 대폭 감소하였고 아주 미세하게 차량의 가속성, 엔진출력, 연비, 승차감이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디젤 차량의 구매자분들의 경우 승차감과 안정성보다 차량의 힘이나 주유 가격을 합리적으로 생각하시기에 일반 경유에 비해 리터당 50원 정도 더 비싼 고급 경유를 보는 시선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주유소 입장에서는 고급 경유를 취급하기 위해 별도의 저장탱크를 확보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결국 시장의 차가운 반응으로 인해 고급 경유는 점점 사람들에게 잊히며 2010년경부터 판매가 중단됩니다. 만약 고급 경유가 연비 부분이 크게 개선되었다면 아직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죠.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으면? 절대 운전 금지!
우선 휘발유와 경유가 섞인 혼유가 된 상태에서는 시동을 걸면 엔진 내부에서 연소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혼유의 비율에 따라서 점화 폭발이 됐다가 안됐다가 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엔진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고, 손상을 입은 부품을 수리하려면 엔진을 모두 분해하여야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가솔린 엔진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휘발유에 불을 붙일 때 스파크 플러그에 의한 스파크로 불을 붙여 연소시키는 것이고, 디젤 엔진은 스파크 플러그 없이 온도와 압력이 높아지면서 분사된 경유가 자체 폭발하며 연소를 시킵니다. 즉, 휘발유는 스파크가 있어야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고 경유는 일정 온도와 압력이 되면서 자체적으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죠. 그런데 이때 경유와 휘발유가 섞인 상태가 되면 혼유의 비율에 따라서 본래의 성질을 잃게 되어 폭발이 되다가 말다가 하는 일도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엔진이 연료를 폭발시킬 때 작동하는 흡기와 배기 시스템은 정확한 타이밍에 의해서 작동합니다(흡기&배기 시스템 : 피스톤 → 크랭크샤프트 → 캠샤프트 → 흡기/배기 밸브 여닫기). 그런데 이 정확한 타이밍이 지켜지지 않고 달라지거나 폭발이 되어야 할 때 안되면 부품들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부품뿐만 아니라 엔진 자체를 교체해야 하는 치명적인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유할 때 항상 엔진을 끄고 유종을 체크하는 습관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