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석유화학산업의 자급률 제고와 탈탄소화 압력 강화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규모의 경제 중심의 기존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구조 전환을 이뤄야 합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환경 규제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두 가지 경쟁력 강화 방안과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 방향을 살펴봅니다.
![[에너지칼럼] 글로벌 구조 변화 속, 국내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전략 1 국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필요성](http://gscaltexmediahub.com/wp-content/uploads/2025/09/국내-석유화학산업-경쟁력-제고-필요성.png)
경쟁력 강화를 촉구하는 구조적 변화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그 결과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세계 4위 수준의 생산능력을 구축했고 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서 위상을 유지해왔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세계 최대의 화학제품 수입국이었던 중국과의 지리적 접근성을 활용하여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중국 석유화학산업이 완결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자급률을 높이면서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다.
![[에너지칼럼] 글로벌 구조 변화 속, 국내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전략 2 국내 석유화학산업 수급 및 주요 기업 경영실적 추세](http://gscaltexmediahub.com/wp-content/uploads/2025/09/국내-석유화학산업-수급-및-주요-기업-경영실적-추세.png)
중국 석유화학산업은 다운스트림에서 시작해서 업스트림 생산설비를 증설하면서 공급망의 완결성을 확보하였다. 아울러 중국 석유화학산업은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면서 완전자급에 근접하고 있다. 이는 한국 석유화학제품 수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오던 최대 수출시장이 사라지는 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동시에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국내외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탈탄소화 압력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이 시행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앞으로 플라스틱 및 석유화학 제품군으로 적용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며, 이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에 추가적인 수출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석유화학 공급망 전반의 탈탄소화는 석유화학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될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규모의 경제에 의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존의 성장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석유화학 공급망 전체적인 탈탄소화를 통해 국내외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고부가 다운스트림 틈새시장을 선점해 수익구조를 바꿈으로써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1) 공급망 전반의 탈탄소화
석유화학산업은 철강, 정유, 시멘트 등과 더불어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이자 감축이 어려운 난감축 분야이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화석연료, 특히 석유를 연료뿐만 아니라 원료로도 사용하고 있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 대체와 원료 다변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 대체 전략의 핵심은 나프타 분해센터 내 가열로의 연료를 전기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미 BASF, SABIC 등 해외 선도 석유화학사들은 전기가열로를 탑재한 분해센터를 실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고, 한국도 생산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전기가열로 관련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린 전력 조달 역량이 석유화학사들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대두될 것이기 때문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도 생산시설에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도입해 무탄소 연료를 조달하는 Dow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칼럼] 글로벌 구조 변화 속, 국내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전략 3 탄소중립 정책 시행 후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미래상](http://gscaltexmediahub.com/wp-content/uploads/2025/09/탄소중립-정책-시행-후-국내-석유화학산업의-미래상.png)
원료 다변화 전략의 필요조건은 폐플라스틱의 수거, 분류, 재활용이 기존 석유화학 공급망으로 진입하는 순환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순환경제 내에서 수요자인 석유화학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 폐플라스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엄밀한 폐플라스틱 선별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환율을 제고해야 한다. SK케미칼은 2023년에 중국 슈에(Shuye)의 화학적 재활용 원료와 페트(PET) 사업 관련 자산을 인수했고, Shell도 2021년에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기업인 BlueAlp의 지분을 인수해 열분해유 생산 기술을 확보한 바 있다.
2) 고부가 다운스트림 틈새시장 선점
90년대 초반부터 한국과 대만 석유화학산업이 생산능력을 확충하면서 범용제품시장에서 원가경쟁력을 상실한 일본 석유화학사들은 다운스트림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이와 유사한 구조전환 시점에 있는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도 다운스트림이나 비화학부문으로 진출해 스페셜티 제품 생산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만 글로벌 스페셜티 시장에는 이미 유럽, 미국, 일본 선도기업들이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스페셜티 틈새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주력산업과 연계된 스페셜티 제품을 개발하여 공급망에 참여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차세대 모빌리티용 초경량 소재나 배터리 소재, 전기전자 제품용 고순도 절연체 등이 있다. 수요산업의 물성 요구가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현재보다 대폭 확대해야 한다.
![[에너지칼럼] 글로벌 구조 변화 속, 국내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전략 4 석유화학산업을 위한 정책 지원](http://gscaltexmediahub.com/wp-content/uploads/2025/09/석유화학산업을-위한-정책-지원.png)
산업 전환을 견인할 정책적 지원
최근 산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전문가들은 공급망 전반의 탈탄소화와 그린 전환을 정부 지원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 선정하였다. 그린 전환에 필요한 혁신기술들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므로,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크게 세 가지 축에서 전개될 수 있다.
첫째, 공급망 협력과 인프라 구축 지원이다. 석유화학 대기업과 전방 중소·중견기업 간 협력체계를 조성하여 탄소발자국 관리와 ESG 가이드라인 정착을 유도하고, 산업단지 인근에 에너지 허브와 CCUS 설비를 구축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조달과 온실가스 실시간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신시장 조성과 보호이다. 국내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초기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특정 용도의 사용을 의무화하고, 동시에 중국산 저가 제품의 시장 잠식을 방지할 수 있는 민간 인증 제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시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셋째, 금융·세재 기반 강화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EU의 녹색채권, 일본의 GX경제전환채권과 유사한 채권을 발행하고, 수익을 난감축 분야의 인프라와 기술개발 투자에 우선 투입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민간 투자 자금이 탈탄소화 프로젝트로 유입되고, 일정 기간 정부의 채권 보증을 통해 대규모 설비 전환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윤휴(box-up) 상태인 업스트림 설비를 친환경·고부가 가치 생산설비로 교체하는 경우, 해당 채권의 수익을 활용한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이 기업의 투자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다.
구조전환을 넘어 글로벌 화학시장 선도
향후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의 원천은 그린전환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스트림 부문의 구조개편,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 그린 전환, 다운스트림 및 비화학분야에 대한 석유화학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된다면, 현재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구조전환에 성공할 것이다. 그 결과,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금의 화학소재 공급원에서 종합 소재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하며 글로벌 화학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