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유조선 시장, 우리는 무엇에 주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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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78 VS $2,605, 이 숫자는 2020년과 2021년 VLCC 선박의 일 평균 운항 수익(사우디-닝보 구간 VLCC 운임 기준)이다. VLCC 신조선(新造船)의 금융비와 선박 관리비를 포함한 고정비가 일일 약 $35,000 정도임을 감안해볼 때 신조선을 운항하는 선주는 매일 VLCC 한 척당 약 $13,178 수익이 발생했고, 금융비를 모두 상환한 10년 이상 된 선박들은 관리비(약 $10,000)가 고정비의 대부분이므로 일일 $40,000 가까이 수익을 낸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2020년 한해는 VLCC 선주들에게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2021년 1월 초 사우디의 대규모 감산 결정으로 원유선 시장에 화물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2월 15일 현재 사우디에서 화물 선적을 위해 대기하는 선박이 평소 대비 40척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니 최근의 운항수익이 마이너스로 기록되는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다. 2021년은 선주가 선박의 고정비조차 상환할 수 없는 상황으로 최근 선주들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암울한 시간은 구조적으로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도대체 1년 사이 유조선 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선주들이 웃다가 울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지 2020년을 한번 되돌아보고, 2021년의 유조선 시장은 과연 어떤 중요한 변수들이 시장을 움직이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겠다.

1. 2020년 유조선 시장 주요 사건정리

2021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우선 2021년과 펀더멘탈적으로 가장 비슷한 2020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2020년 유조선 시장은 사우디의 증산 결정이 빚어낸 연속반응의 결과물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본장에서는 사우디의 증산이 유조선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2020년의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시계열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가. 사우디의 증산
2020년 원유 및 유조선 시장에서 가장 큰 사건은 사우디의 증산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우디의 증산 발표는 국제유가의 하락 및 운임 폭등으로 이어졌으며, VLCC 용선료가 하루 25만 달러 가까이 폭등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

원유의 추가 생산분은 전 세계 곳곳으로 흘러 들어갔으며 그중 일부는 정유사의 정제원료로, 일부는 생산지의 저장시설로, 일부는 소비국의 전략 비축유 또는 저장시설로, 그리고 일부는 콘탱고 차익을 노린 육상 및 해상 저장시설로 흘러 들어갔다. 추가 원유는 추가 수송 수요를 일으켰고 VLCC 시장엔 선복 부족 현상이 심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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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2020년 VLCC 운임
2020년 VLCC 운임시장은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매우 간단히 설명될 수 있다. 사우디의 이례적인 증산이 만들어낸 큰 폭의 상승장이 3월부터 4월 말까지 약 1달 반가량 이어지다가 5월 이후 폭락하여 2020년 연말까지 약세장으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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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우디의 증산 결정은 시장 참여자들 모두를 경악하게 하였다. 사우디의 대규모 증산은 유조선 시장에 이례적인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 우선, 시장에 화물이 갑자기 쏟아지면서 일시적으로 VLCC 선복 수급이 급격히 타이트해졌고 이에 따라 운임시장이 폭등하게 됨에 따라 선주들은 일일 25만 달러에 달하는 운항 수익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Vitol, Trafigura 등 메이저 원유 트레이더들은 콘탱고 spread보다 더 큰 폭의 마진을 가져다줄 수 있는 운임(Freight)을 새로운 trading의 대상으로 삼고 본격적으로 Freight Trading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즉, 기간 용선을 통하여 해상 storage로 사용하기로 했던 선박 중 상당수를 스팟 운송시장으로 투입하여 화물시장에서 화주로서가 아니라 용선 시장에서 선주로서 Freight Trading에 좀 더 집중하는 보기 드문 현상을 목도하게 되었다.

한편, 대규모 증산으로 국제유가는 폭락하게 되었고 콘탱고 스프레드를 노린 시장 참여자들은 가장 먼저 육상 저장시설을 빌리기 시작하였으며, 급기야 해상의 초대형 유조선인 VLCC까지 닥치는 대로 빌리기 시작하였다. 이런 Floating Storage 수요 증가로 선복 부족 현상은 점점 더 심화하게 되었으며 운임시장은 몇 차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 후 5월 이후부터는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 육상 저장량 증가
대규모 증산은 대규모 수요 또는 대규모 저장을 수반한다. 사우디의 증산은 결국 전 세계 육상 탱크의 재고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 세계 원유 육상 재고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사우디의 증산 이후로 글로벌 원유 재고는 증가하기 시작하여 7월에 정점을 찍고 재고 수준은 연말로 갈수록 조금씩 감소하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한편 2021년 현재의 재고 수준은 작년 동기간과 비교 시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으로 작년 재고가 아직 소진되고 있지 않고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 재고는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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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Floating Storage 증가
사우디의 대규모 증산은 육상 저장시설의 재고 수준을 높여 놓은 후 해상 유조선에까지 화물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20년 5월 이후부터 Floating Storage 수요가 급증하였고 7월에 정점을 찍고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동년 4월 이전까지는 Floating Storage에 투입된 VLCC가 약 50척 내외로 싱가포르 부근에서 제품 차익을 노린 저장수요가 대부분이었으나 지난해 5월부터는 사우디 증산의 결과에 따른 원유 저장수요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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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래프, 중국의 Floating Storage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글로벌 Storage의 증가는 대부분 중국향 화물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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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중국의 원유수입 급증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 수요 감소로 대부분 국가의 원유 수입은 감소하였다. 하지만 중국의 원유 수입은 2019년 대비 약 10% 정도 늘었고 주요 원인은 다음의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1) 전 세계 생산기지
중국은 코로나 초기 신속하고 엄격한 통제를 통하여 단기간에 통제 가능한 범위로 그 확산 규모를 줄일 수 있었고, 유럽 및 미국이 코로나로 생산이 제한되자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는 중국의 GDP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원유 수입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2) 제품가격 형성 메커니즘
중국의 석유제품 가격 결정에 있어 중국 정부가 큰 틀을 결정한다. 최근 14일간 국제유가의 변화를 반영하여 NDRC가 석유제품의 도매가를 결정 및 발표한다. 이렇게 결정된 도매가격에 따라 소매가격이 정해진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하락할 경우에는 원유 도입가를 40달러로 고정하여 산출한 제품가격을 반영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유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정유사의 정제 마진은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특히 작년 3월부터 5월까지 경제성에 민감한 산동 독립계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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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중국의 VLCC 체선 증가
중국의 원유 수입 증가는 곧바로 체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산둥지역의 독립계 정유사들의 주요 하역 항인 일조(日照)와 청도(淸島)는 2020년 5월 이후부터 수많은 VLCC의 대기 장소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 3일 정도면 가능하던 항 내 체류 시간은 2020년 10월경에는 30일에서 80일까지 소요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체선 증가는 유조선 시장에서의 선복 감소로 이어져 2020년 하반기에는 코로나로 인한 선복 수요 감소의 상당 부분을 상쇄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2. 2021년 유조선 시장에서 주목할 점

2020년 3월 OPEC+의 불화는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대규모 원유증산으로 이어졌고 결국 VLCC 선주들에게 커다란 환호성을 안겨주었다. 2021년 1월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OPEC+ 내부의 불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우디가 작년과는 정반대로 원유 감산이라는 카드를 내놓으면서 OPEC+의 유대 강화 및 유가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결정을 택하였다. 코로나로 인한 화물 감소에 더하여 OPEC+의 추가적인 감산 소식은 VLCC 선주들에게 화물 부족이라는 결과를 가져다 주고 말았다. 시장을 둘러싼 상황은 비슷하지만, 시장 참여자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시장 참여자로서 시장을 좀 더 유연하게 바라보고 예측 및 대응할 수 있는 시각과 자세가 필요하다.

유조선 시장의 시황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선복의 수요와 공급이다. 유조선 시황은 VLCC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그 방향성이 결정되므로 VLCC의 수급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급의 핵심은 선박과 화물 중에 과연 어느 쪽이 더 많을 것인가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 시장에 선박이 많으면 시장은 약세로, 화물이 더 많으면 시장은 강세로 가기 마련이다. VLCC 시장은 다양한 변수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쳐 시장을 특정 방향으로 끌어낸다. 이번 장에서는 2021년 유조선 시장의 큰 틀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변수들, 그중에서도 선박의 수급 측면을 중심으로 다루어 보겠다.
가. 구조적 선복 과(過) 공급 현황
Clarkson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월 15일 현재 전 세계의 VLCC는 858척이며 인도 예정 신조선은 38척이다. 만약 2021년에 폐선되는 선박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2021년 연말에는 전 세계의 VLCC가 896척이 될 것이다. 그러나 각종 규제 때문에 실제로 시장에서 화물 운송에 투입될 수 있는 선박은 대부분 선령 15년 이하의 선박이며, 현재 전 세계 15년 이하의 선박은 약 668척에 이른다. 그리고 이는 전체 VLCC 선대의 약 78%에 해당한다. 나머지 노후 선박 중 일부는 화물 수송시장에 투입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노후선은 Floating Storage 또는 FPSO 등 운송수요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선령을 기준으로 VLCC 선박을 분석해보면 10년 이하가 428척으로 전체 선대의 47.8%, 10~14년 선박이 210척으로 23.4%, 15~19년 선박이 151척으로 16.9%, 20년 이상 노후선은 69척으로 7.7%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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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운임시장의 예상 밖의 호황 이유로 인해 노후선의 폐선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처럼 일일 운항 수익이 $2,000 이하의 시장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노후선 선주들은 폐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
나. 선박의 운항속도 감소
일반적으로 선주들은 운항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항차마다 선박의 속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하게 된다. 시황이 좋아 운항 수익이 늘어나면 선속을 높여 운항 수입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하게 되며, 시황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그 반대의 결정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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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의 운항속도는 선복 증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론상, 시장의 모든 선박이 운항속도를 5%만큼 감소하면 시장에서 선복은 5%만큼 사라지게 된다. 반대로 선속을 5%만큼 올리면 동 비율로 선복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내게 된다. 14노트로 운항하던 선박이 10노트 이하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즉 VLCC 시장은 선박의 속도만으로도 약 30% 정도의 선복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자가 조절 기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선박의 속도는 화물을 선적하기 전 속도와 선적 후 속도로 나뉘게 되는데, 전자는 전적으로 선주의 결정사항이다. 하지만 후자 즉, 선적 후 속도는 선주의 결정사항이 아니라 계약 조항이다. 실무적으로는 용선 계약시 선주와 화주 간의 합의를 통해서 선적 후 속도를 결정하게 된다. 선적 후 속도는 통상 선적일을 기준으로 화주의 수급계획을 역산하여 결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시황이 좋아지면 선적 후 속도는 높아지고, 시황이 낮아지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시황 하락기에는 선주의 선속 절감 의지가 계약에 반영되나 공선(空船)시 속도와는 달리 선적 후 속도는 화주의 수급계획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이의 변화는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이 변화는 불황의 정도와 불황이 연속된 기간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통상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할 수 있겠다. 선적 후 속도가 구조적으로 낮아지게 되면 시장의 펀더멘털이 선복 부족으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과거의 사례를 고려해볼 때 선적 후 선박 속도가 구조적으로 바뀌고 나서 시장이 크게 상방으로 움직인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 이유로 선적 후 속도가 구조적으로 바뀌게 되는 시점을 좀 더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BITR TD3C(사우디-닝보구간 VLCC운임) 기준으로 2021년 VLCC 일일 운항 수익은 지금까지 $2,000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일일 운항 수익이 적자를 보이는 구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불황이 장기화된다면 선적 후 선박 속도의 감소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선속의 감속은 2021년 VLCC 시장을 지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방향성을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선속 감소는 2021년 시장을 바라보는 매우 중요한 변수로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다. 선박 대기효과 증가
선박이 화물을 선적했건 선적하지 않았건 운항을 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선복 감소 효과로 이어진다. 선/하역 항에서의 체선(대기시간)은 그 대표적인 예이며, 콘탱고 차익을 노린 Floating Storage 또한 대표적인 선박 대기효과에 해당한다. 그리고 선적항에서 선박이 화물을 선적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은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는 선박 대기효과 중 하나이다.

제품선과 달리 VLCC는 선적항과 하역 항이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VLCC는 하역을 마친 후 공선(空船) 상태로 선적항으로 이동하게 된다. 시장에 화물이 많을 경우 선박이 선적항에 도착해서 화물 선적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줄어드나, 시장에 화물이 부족할 경우 선박이 선적항에 도착한 후 화물 확보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이는 곧 선복 감소를 의미한다.

선박 대기효과는 다음과 같이 계량화할 수 있다. 가령, 중동-한국 간 VLCC가 1항차에 걸리는 시간이 45일이 소요된다고 가정해보자, 45척의 VLCC가 화물 선적을 위해 하루 동안 대기한다면, 동 구간에서의 VLCC 1척의 1항차 분량의 선복이 사라진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또 다른 예로 VLCC 1척이 화물 선적을 위해 45일간 대기하였다면 이 또한 VLCC 1척의 1항차분의 선복이 사라진 것과 같다. 최근 정유사의 정제마진 감소 및 수요 감소로 인해 선박이 화물을 확보하지 못해 중동 부근 U.A.E.의 푸자이라 항에서 연료유 공급 후 대기하는 선박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동 선박들의 대기는 곧 선복 감소로 이어져 시장의 선복 (過) 공급 효과를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VLCC 시장을 지속해서 주시하다 보면 일시적으로 다수의 선박이 푸자이라 항에서 장기간 대기하고 있다가 갑자기 시장에 화물이 늘어나면서 선박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어 운임이 급등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선박 대기효과에 이은 운임 급등 현상이다. 이런 경우 시장 참여자가 시장 급등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하며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선적항의 선박 대기효과는 시장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변인 중 하나이다. 2021년에는 이러한 선박 대기효과에 따른 선복 감소 효과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라. 톤마일
미국의 셰일 혁명은 원유 Cargo Flow의 방향성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미국 내 셰일 원유 생산의 증가로 중동의 대미 원유 수출량이 급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자국 내 원유 생산 증가로 미국의 원유 수입이 줄어들자 과거에 주요 대미 원유 수출국이었던 멕시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및 브라질 등 남미의 산유국은 아시아로 원유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2015년 12월 미국의 원유 수출이 전면 해제됨에 따라 미국은 원유 순 수출국으로 변하게 되었고 미국을 포함한 아메리카 대륙의 원유는 유럽 및 아시아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VLCC 시장에 톤마일 증가 효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미국에서 한국까지의 항해 거리가 15,396마일이므로 중동(6,396마일) 대비 약 세 배 정도 항해 거리가 더 길다. 즉, 한국의 정유사가 중동산 원유를 미국산 원유로 대체했을 경우 항해 거리 증가에 따라 원유 도입에 약 세배 가까운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그만큼 VLCC 시장에서 선복이 줄어드는 효과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단거리 화물이 원거리 화물로 대체되는 경우에는 그 선복 감소 효과가 운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톤마일은 물동량의 증가 없이 단지 운송 거리가 달라짐에 따라 시장에 선복 증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톤마일은 VLCC 시장을 예측할 때 매우 유용한 변인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미국을 포함한 남미의 원유 수출국들이 대아시아 지역 원유 수출량을 늘린다면 머지않아 시장의 선복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는 중국이 중동산 원유 대신 미국산 원유수입을 늘린다는 뉴스는 톤마일 증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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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새 행정부는 화석 에너지를 중시했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청정에너지 혁신(Clean Energy Revolution)을 주장하고 있다. 동 정책이 셰일가스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면 미국산 원유 생산 감소에 따른 대외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2021년 톤마일을 예측해 보기 위해서는 바이든의 에너지 정책이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4. 나가며

2021년 유조선 시장은 넘쳐나는 선박 공급으로 전반적인 약세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지만 백신 보급속도 증가 등의 이유로 미국이나 영국, 인도, 브라질 등 일부 국가 또는 일부 대륙의 코로나 상황이 진정국면으로 전환될 경우에는 에너지 수요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조선 시장을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요의 증가가 유조선 운임 시장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변수가 물동량증감에 어떻게 영향을 비추느냐 하는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선복 공급 측면에서 2021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는 아마도 선박의 속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선적 후 선박의 속도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만약 선적 후 선박 속도가 구조적으로 낮아지는 시점이 도래한다면, 그것은 시한폭탄의 시곗바늘이 째깍째깍 돌아간다는 경고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코로나와 사우디의 증산 등은 202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범위에 없었던 변수였다. 마찬가지로 시장은 언제든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인해 방향이 전향적으로 바뀌곤 했다. 그러므로 최근처럼 변동성 큰 시장에서 시장을 대할 때 항상 예측하지 못한 변수에 의한 변화를 염두에 두고 유조선 시장을 좀 더 유연하게 바라보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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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부장 - 서울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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