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라이프] 거대한 선박과 발전소를 움직이는 연료, 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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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한, 중유

#검고끈적 #잔사유 #선박연료 #화력발전소 #바이오중유 #황함량
석유를 떠올리면 검은색의 끈적끈적한 액체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석유를 정제해서 만드는 휘발유는 노란색, 경유는 푸르고 투명한 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럼 석유의 검고 끈적이는 물질은 무엇일까요? 바로 원유의 30~50%를 차지하고 있는 ‘중유’입니다.

중유는 원유를 1차 가공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물질입니다. 이렇게 뽑아낸 중유는 묵직하고 열량이 높아 선박이나 화력 발전소, 대규모 공업 시설 등에서 연료로 사용되는데요. 일상에서 보기는 어렵지만,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굵직한 역할을 맡고 있는 중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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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기름’이 저렴한 이유

중유는 영어로 ‘Heavy oil’, 말 그대로 무거운 기름입니다. 중유는 석유 안에서도 20~70개의 탄소 원자들이 연결된 혼합물입니다. 탄소 원자의 수는 낮을수록 가볍고, 탄소 원자가 길게 연결되어 많을수록 무겁습니다. 가벼운 탄화수소는 낮은 열에도 쉽게 기화되지만, 무거운 탄화수소는 끓는 점이 높아 높은 온도에서도 기화되지 않습니다.

중유는 아스팔트와 함께 원유의 분별 증류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습니다. 무려 350도 이상이 돼야 나오기 시작하는 ‘무거운’ 기름이라고 해서 ‘중유’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렇게 나온 중유 속에는 무거운 탄화수소는 물론, 황이나 질소 등과 같은 불순물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정제가 안된 물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가가치는 낮아집니다. 게다가 중유는 석유를 1차 정제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물질이기도 해 가격이 원유보다도 싸고 수익성이 크지 않습니다. 저렴하면서도 대량으로 생산된다는 특징 때문에 경제적인 연료가 대량으로 필요한 선박, 그리고 화력발전소의 주 연료가 됐습니다.

석유에서 끈적이는 검은 액체만 남기까지

중유는 원유를 끓이고 남은 기름인 ‘잔사유’를 증류해 얻을 수 있습니다. 먼저 석유를 대기압과 같은 압력에서 원유증류장치에 넣고 끓이기 시작하면 끓는점에 따라 석유가스(LPG), 나프타, 등유, 경유가 차례대로 나옵니다. 이는 ‘경질유’입니다. 반면, 경질유와 다르게 기화되지 않고 아래로 모이는 원유 찌꺼기가 있습니다. 이를 상압잔사유라고 합니다. 원유를 상압증류공정에서 처리하면 약 40%가 잔사유로 나옵니다.

원유의 절반에 가까운 양, 잔사유 40%를 다시 한번 처리하기 위해 감압증류공정을 거칩니다. 대기압과 같은 기압에서 증류했던 상압증류와 다르게 감압증류는 진공과 가까운 낮은 압력 내에서 증류합니다. 외부 압력이 낮을수록 끓는점 또한 낮아진다는 원리를 이용해, 압력을 낮추면 열을 조금만 주고도 잔사유에서 중질 석유로 분리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유가 빠져나가고 남은 것은 감압잔사유입니다.

상압잔사유 또는 감압잔사유를 증류시켰을 때 나오는 VGO(Vacuum Gas Oil)를 중질유 분해 시설에 투입하면 경질유가 빠져나온 뒤, 또다시 중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중유는 석유를 끓이고, 또 끓이고, 다시 분해한 뒤에도 남아있는 찌꺼기에서 탄생한 기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석탄을 대체해 사용된 원유 속 중유

석유가 선박의 연료로 쓰이기 시작한 시점은 자동차가 탄생한 시점과 비슷합니다. 1855년, 독일의 고틀리프 다임러(Gottlieb Daimler)가 휘발유로 작동하는 내연기관의 특허를 신청하고, 7년 뒤 루돌프 디젤(Rudolf Christian Karl Diesel)이 디젤엔진을 개발하면서 사람들은 석유를 수송 연료로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바다를 누비는 거대한 함대가 석탄을 연료로 사용했다면, 이제는 석탄보다 깨끗하고, 재점화가 쉬우며 더 효율적인 석유 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석탄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시 광산업이 발달했던 유럽 국가들은 신연료인 석유의 사용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영국과 독일, 미국을 중심으로 제1차 세계대전의 안보의 위협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석탄에서 석유로 함대의 연료를 빠르게 대체해 나갔습니다. 당시 선박의 연료로 사용했던 석유는 거의 정제되지 않은 원유였습니다. 원유의 절반까지도 중유가 차지한다는 면에서 중유는 오래전부터 항해용 선박에 사용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유를 태워 움직이는 유조선, 대형 선박

현대의 대형 선박은 과거와 달리 원유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원유 속 부가가치가 높은 다른 물질들을 제거하고, 남은 중유를 사용합니다. 이제는 중유를 점도와 특징을 바탕으로 세세하게 나눠 분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중유인 B-C유는 벙커C유, 또는 C중유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서 벙커는 선박용 연료를 보관하는 용기나 창고를 뜻합니다. 벙커C유라는 이름에는 중유가 선박을 움직이는 연료로 활용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석유를 나르는 거대한 유조선도 벙커C유를 태워서 움직입니다.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는 벙커C유를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고 적절히 경유 또는 경질유와 섞어서 사용합니다. 또 다른 선박용 연료로는 벙커C유와 경유를 배합해 만든 벙커A유(B-A유)와 벙커B유(B-B유, LRFO:Light Residue Fuel Oil)가 있습니다.
벙커A유는 경질 중유라고도 부르는데, 경유와 중유의 비율이 70:30(또는 60:40)으로 경유를 많이 섞기 때문에 점도가 낮습니다. 벙커B유는 경유를 30 중유를 70(또는 40:60)로 혼합해서 만듭니다.

벙커A유는 산업용 소형 보일러와 중소형 선박에 주로 사용되고, B-B는 중형 보일러, 중형 선박에 사용됩니다. 이 외에도 선박용 연료는 엔진의 종류에 따라 벙커C유와 경유를 다양한 배합으로 혼합해 세부적으로 유종이 나뉩니다.

쓰기는 까다롭지만 일단 써보면 강력한 효율

벙커C유는 점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유동점 또한 높습니다. 유동점은 액체가 흐를 수 있는 최저 온도를 말합니다. 벙커유는 상온에서도 굳기 쉬우므로 연료가 잘 흐를 수 있도록 예열이 필요합니다. 특히, 겨울철 온도가 떨어져 외부 기온이 유동점보다 낮아지면 저장 중인 벙커유에 열을 가하거나 보온조치를 해야 합니다. 중유는 등유나 경유에 비해 연소 자체도 쉽지 않습니다. 벙커C유를 효율적으로 연소시키기 위해서는 분무기로 물 뿌리듯 노즐을 이용해 분사시키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공기 중에 기름을 퍼뜨려 잘 섞이도록 하여 연소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불이 붙으면 발열량과 효율이 높아 에너지를 많이 낸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석탄의 발열량이5,000~7,000㎉/㎏인데 비해 벙커C유 발열량은 10,000~11,000㎉/㎏으로, 약 2배 높습니다. 연소에 필요한 공기의 양도 석탄보다 적어 과잉 공기에 의한 열 손실이 적습니다. 액체연료이기 때문에 양을 조절하기도 쉽고, 수송이나 저장이 용이합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벙커C유는 예열이 가능한 커다란 선박은 물론 대규모 공장, 화력발전소의 연료로도 사용됩니다.

벙커C유는 항상 싸다고?! No!

중유는 탄소수가 낮은 가스나 기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합니다. 실제 지난 20여 년 동안 벙커C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 보다 배럴 당 10~30달러가량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제 공장에서는 저렴한 중유를 최대한 쪼개 휘발유나 경유로 만드는 ‘고도화 설비’도 만들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저렴이 연료 취급을 받던 벙커C유가 휘발유와 가격과 비슷해지는 특수한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원유 가격이 곤두박질칠 때입니다. 실제 지난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약 4달 동안은 휘발유의 가격과 벙커C유의 가격의 차이는 4달러 내외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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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의 가격이 폭락하면 휘발유 가격 역시 함께 폭락하지만, 상대적으로 이미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던 벙커C유의 가격은 변하지 않아 휘발유와 가격차이가 줄어듭니다. 벙커C유의 가격이 휘발유와 비슷해진다면, 굳이 벙커C유를 넣고 휘발유를 생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벙커C유와 휘발유의 가격이 비슷해지는 이례적인 상황은 ‘비정상적’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도 석유와 벙커C유의 가격 차이가 3달러까지 좁혀졌던 기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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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유는 휘발유, 경유 만드는 원료? Yes!

유가 폭락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중유는 휘발유나 경유로 전환해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중유 내 커다란 탄화수소 분자를 작은 크기로 조각내는 ‘크래킹(Cracking)’해 가벼운 휘발유나 경유로 바꿔주는 것이 ‘고도화 시설’입니다.

GS칼텍스는 고도화 시설로, 총 3개의 중질유분해시설을 갖췄습니다. 제1중질유분해시설은 촉매를 사용해 벙커C유를 휘발유를 포함한 경질제품으로 만듭니다. 미리 가열한 벙커C유를 섭씨 600도 이상으로 가열한 제올라이트 촉매와 접촉시키면 기체 상태로 증발하면서 휘발유, 경유, LPG 성분 등으로 분해되는 원리입니다.

제2중질유 분해시설은 감압잔사유를 가열해서 얻은 VGO(Vacuum Gas Oil)에 수소를 첨가해 등유와 경유를 중심으로 경질유 제품을 만드는 설비입니다. 가장 어려운 제3중질유 분해시설은 중유보다도 무거운 아스팔트 같은 초중질유를 넣고 휘발유 및 경유로 바꾸는 시설입니다.
세계에서 7번째로 만든 ‘VR HCR(감압잔사유 수첨탈황분해시설)’로, 감압잔사유를 촉매 반응기로 수소와 함께 투입해 섭씨 400도가 넘는 고온, 180 bar 고압에서 분해하고 황과 질소, 금속 등을 제거해 고품질의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 “벙커C유 자제하자”

정유사에서 벙커C유를 최대한 다른 석유 제품으로 바꾸려고 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선박의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벙커C유을 국제해사기구(IMO)에서 규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국제해사기구에서 벙커C유를 규제하는 이유는 딱 하나, 바로 황 함량 때문입니다.

해운 부문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전 세계 황 배출량의 12%, 질소 배출량의 13%, 탄소 배출량의 3%를 차지합니다. 배출된 황산화물은 대기 중 오염물질과 결합해 초미세먼지를 만들고, 수증기와 결합하면 산성비를 내리게 합니다. 벙커C유와 휘발유, 경유의 황 함량을 비교하면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경유나 휘발유의 황 함량 기준은 10ppm인데 반해 벙커C유의 황 함량 허용치는 3.5%로 무려 35,000ppm입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국제해사기구인 IMO는 2020년부터 선박연료유 내 황 함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 미만으로 낮췄습니다. 이에 따라 벙커C유를 사용하던 선박은 앞으로 선박용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를 사용하거나, 벙커C유보다 낮은 저유황유인 경유나 LNG로 연료를 바꿔야 합니다. 벙커C유의 수요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중유의 운명을 함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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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기름으로 만든 중유? 바이오 중유!

유가 폭락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중유는 휘발유나 경유로 전환해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중유 내 커다란 탄화수소 분자를 작은 크기로 조각내는 ‘크래킹(Cracking)’해 가벼운 휘발유나 경유로 바꿔주는 것이 ‘고도화 시설’입니다.

GS칼텍스는 고도화 시설로, 총 3개의 중질유분해시설을 갖췄습니다. 제1중질유분해시설은 촉매를 사용해 벙커C유를 휘발유를 포함한 경질제품으로 만듭니다. 미리 가열한 벙커C유를 섭씨 600도 이상으로 가열한 제올라이트 촉매와 접촉시키면 기체 상태로 증발하면서 휘발유, 경유, LPG 성분 등으로 분해되는 원리입니다.

제2중질유 분해시설은 감압잔사유를 가열해서 얻은 VGO(Vacuum Gas Oil)에 수소를 첨가해 등유와 경유를 중심으로 경질유 제품을 만드는 설비입니다. 가장 어려운 제3중질유 분해시설은 중유보다도 무거운 아스팔트 같은 초중질유를 넣고 휘발유 및 경유로 바꾸는 시설입니다.

선박과 함께 화력 발전소는 벙커C유를 찾는 주요 수요처입니다. 벙커C유는 특히 동일본 대지진 이후 화력 발전소 수요가 늘며 몸값이 높아졌던 기록도 있습니다. 당시 지진과 쓰나미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원전 감소로 인한 발전량은 채우기 위해 벙커C유를 화력 발전 연료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근, 벙커C유와 함께 화력발전소에 쓰이는 연료로 새롭게 보급된 중유가 있습니다. 바로 ‘바이오 중유’입니다. 2019년 1월 1일, 세계 최초로 발전용 바이오 중유를 벙커C유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습니다. 바이오 중유는 동식물성 유지, 바이오디젤 공정 부산물 등 미활용 자원을 원료로 제조한 연료입니다. 흔히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소‧돼지‧닭고기 기름과 폐식용유, 음식물 폐기물에서 추출되는 음폐유 모두 바이오 중유에 포함됩니다.바이오중유란?

바이오 중유는 벙커C유와 달리, 바이오 중유는 미세먼지의 주범인 황산화물을 거의 배출하지 않으며 질소산화물을 중유 대비 39%, 미세먼지 28%, 온실가스는 85% 줄일 수 있어 환경친화적입니다. 바이오 중유가 벙커C유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지만, 함께 사용함으로써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은 필환경 시대 GS칼텍스도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황을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습니다. 석유를 가공하면서 생기는 황화수소와 암모니아를 ‘황 회수시설(SRU)’을 통해 제거하고, VR HCR 설비에도 황 회수시설을 갖춰 초중질유를 활용해 황 함량이 낮은 고품질 휘발유나 경유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 앞으로도 황 함량은 줄이고, 연료의 품질은 높이기 위한 GS칼텍스의 노력은 계속됩니다. 이상 <에너지 라이프 중유>편, I am your Energy GS칼텍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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