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감산으로 재편된 석유화학, 구조조정 2025 지나 ‘전환의 해’ 2026으로

GS칼텍스 -

‘생존형 감산’으로 재편된 석유화학 산업

2025년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공멸을 피하기 위한 감산’이 본격화되며 구조조정의 궤도에 진입했다. 중국발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과잉이 장기화되자, 정부는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능력의 18~25%(연 270만~370만t)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대산·여수·울산 3대 석유화학 산업 단지에서 설비 폐쇄 및 통폐합 시나리오가 잇따라 가시화되었다.

대산에서는 업계 1위인 롯데케미칼이 110만t 규모 NCC 가동 중단 방안을 제출하고 셧다운을 단행했다. 나아가 HD현대케미칼(85만t)과 합작사 형태의 통합 운영을 추진하면서 ‘대마불사’로 여겨졌던 대형 업체의 가동 중단이 구조조정의 선례가 되었다. 여수에서는 여천NCC 3공장(47만t) 폐쇄를 넘어 롯데케미칼 여수공장(123만t)과의 통합, 그리고 여천NCC 1·2공장(각 90만t 안팎) 추가 감축까지 논의되며 구조조정의 규모가 확대되었다. 울산 역시 외부 컨설팅사의 권고를 계기로 SK지오센트릭 66만t NCC 폐쇄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나프타 공급망 재편(공급처 변경)과 폴리머 공정의 합작 투자(JV) 방식까지 협의 대상으로 올랐다.

‘생존형 감산’으로 재편된 석유화학 산업
출처 : 뉴스1

동북아 공급 조정… 수익성 회복의 기로에 선 2026년

이러한 재편 움직임은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한·중·일이 전 세계 에틸렌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설비 정리와 일본의 추가 감산 계획 등 동북아 전반에 걸쳐 공급 능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그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나프타 가격)가 2025년 하반기 들어 개선됐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는 결국 ‘공급 축소 기대’가 먼저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현재의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회복되기에는 아직 거리가 있어, 2026년에도 감산 실행 속도와 범용 다운스트림 제품의 가동률 조정이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는 “희생이 있어야 지원이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신청 기업에 제공되는 세제·금융 지원이 구조조정의 실질적인 인센티브로 작동할지, 그리고 소위 ‘무풍지대’ 라 불리는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2026년의 주요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정부는 2026년에 2025년 중 마무리된 개편안을 신속히 이행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 석화 산업 : 탄소 규제를 넘어 신성장 동력으로

2025년은 석유화학 및 정유 산업이 ‘탄소 규제’라는 실질적인 압박과 직면하여 급격한 체질 전환을 맞이한 해였다.

2025년 석화 산업 : 탄소 규제를 넘어 신성장 동력으로

지속가능항공유(SAF)

항공 부문에서는 한국 정부가 2027년부터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에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을 의무화하는 로드맵을 제시하며 정유·석화 업계의 신규 수요축이 구체화되었다. 로드맵에 따르면 혼합비율은 2027년 1%에서 시작해 2030년 3~5%, 2035년 7~10% 수준으로 확대될 예정이며, 공급 의무는 항공유 공급자인 정유사·수출입업자에 부과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2026년은 ‘의무화 시행 직전 1년’으로, 국내 SAF 생산과 수입 조달, 가격 격차 보전, 인증 및 추적 체계 등 실무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가 관건이다. 석유화학 업계가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 전환용 소재·연료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상황에서, SAF는 정책 신호가 명확한 수요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6 석유화학 전망 액침 냉각 - 차세대 열관리 기술

액침 냉각 – 차세대 열관리 기술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는 ‘열관리(냉각) 기술’도 석유 산업계의 또 다른 전환 키워드로 부상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발열 서버가 늘자, 국내 기업들은 공랭과 수랭을 넘어 서버를 비전도성 냉각액에 직접 담그는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솔루션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관점에선 이는 단순한 데이터센터 기자재 이슈가 아니라, 고부가 기능성 유체(냉각 플루이드)라는 신시장과 맞물린다. 2026년에는 액침냉각 역시 ‘실증의 해’가 될 공산이 크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입지·전력망 제약과 함께, 전력 효율(PUE) 개선 요구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 액침냉각 실증 결과와 상용 레퍼런스 확보가 사업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재활용 소재 – 순환경제로의 전환

플라스틱 분야에선 ‘탈플라스틱’ 흐름이 규제와 시장 양축에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①수명이 짧은 1회용 플라스틱을 최대한 줄이고, ②고품질 재활용을 극대화한다는 ‘감량+순환’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EU를 중심으로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 용이성 요건을 강화하고 포장재에 재생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국제 규범이 빠르게 형성되는 점도 주요 정책 배경이다. 국내에서도 2026년 1월부터 연간 5천톤 이상 무색 페트병을 사용하는 대형 먹는샘물·비알코올 음료류 제조업체에 재생원료 10% 이상 사용을 의무화하며, 2030년까지 대상과 의무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화학적 재활용(열분해 등) 촉진, 재생원료 사용 확대, 폐기물 규제 강화, 규제샌드박스 등 신산업 지원이 한 묶음으로 추진된다면, 2026년은 ‘범용 석화 구조조정’과 ‘순환경제 전환’이 기업 의사결정에 동시에 반영되는 첫 해가 될 수 있다.

실적이 필요한 2026년 석화산업, 핵심은 ‘속도’

실적이 필요한 2026년 석유화학 산업, 핵심은 ‘속도’

2025년 석유화학 산업은 ‘감산을 통한 생존’과 ‘전환을 통한 성장’이란 양대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26년에는 국내 3대 산업단지의 감산 실행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SAF 의무화 준비가 정유·석화 산업의 신규 성장축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과 순환경제 소재 같은 인접 산업이 고부가가치 수요를 실질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지 여부도 연동되어 움직일 전망이다.

결국 핵심은 속도다. 감산은 시기가 늦어질수록 업계 전체가 감내해야 할 손실이 커지며, 전환은 먼저 움직이는 기업이 레퍼런스와 표준, 공급망을 선점하게 된다. ‘구조조정 2025’가 ‘전환 2026’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정부의 인센티브 설계와 기업들의 과감한 결단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글 – 김리안 한국경제 기자

※ 본 콘텐츠는 한국경제 김리안 기자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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