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인체의 혈액에 비유될 만큼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의 유기적 흐름에 생명선 역할을 한다.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던 1, 2차 오일쇼크(석유파동)도 재고가 없는 상황에서 거래와 수송이 제한되며 핵심원료인 석유가 부족해졌기에 발생한 결과였다. 석유는 필요한 만큼 있어야 한다. 1~2%라도 부족하다는 것은 24시간 유지되어야 하는 산업의 생명선이 그만큼 정지된다는 의미이다. 석유 재고의 문제는 관련된 모든 요소들에 영향을 주어 산업은 물론 사회적 혼란도 야기한다. 전 세계의 산업과 경제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석유의 흐름을 이번 전문가가 전해주는 석유이야기를 통해 구체적 수치와 함께 알아보자.
목차
1. 국내 및 세계에서의 원유 사용 비율
2. 석유의 국제적 거래 현황
3. 원유의 수송
4. 석유 재고 관리 및 비축
국내 및 세계에서의 원유 사용 비율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각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양보다 수요가 더 많으면 수입하고 잉여분이 있을 때 수출한다. 탄화수소의 혼합물인 원유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휘발유, 납사(naphtha), 경유 같은 각 제품들이 일정한 비율로 생산되기 때문에 잉여분을 서로 거래해야 한다. 따라서 석유류의 거래와 수급을 이야기할 때는 원유와 더불어 정제된 석유제품의 거래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유가 국내와 세계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먼저 알아보자.
아래 그래프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를 바탕으로 원유의 사용 비율을 보여준다. 국내 및 세계적 현황 모두 수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그만큼 석유제품의 거래가 활발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올해 6월에 발표된 BP 에너지 통계에서도 전체 국제적 거래량 중에서 제품이 35%를 차지하는 것과 일관된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화학공업의 발전으로 인하여 산업원료로 많이 사용된다. 석유제품을 대신할 수송용 원료가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보면 31% 정도가 자동차에서 소모되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인하여 발전용 원료로는 매우 적게 활용된다.
석유의 국제적 거래 현황
아래 지도는 원유와 석유제품을 포함한 액체 석유류의 국제적 거래를 보여준다. 예상한 대로 중동과 러시아에서 대표적으로 많이 수출되고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일정량이 거래된다. 수출된 원유는 원유 수입국 순위처럼 유럽, 중국, 미국, 인도 등으로 수입된다. 원유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국의 경우, 원유와 석유제품의 수출입이 인근 국가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 주목할 것은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수입하는 석유류의 총량이 전체의 16% 정도라는 것이다. 이는 자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와 더불어 중동의 정치적 위기에 큰 영향 없이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유 및 석유 제품의 거래 비중’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도 중동의존도가 있지만 다른 곳에서도 비교적 고르게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동지역 의존도가 82%로 정치적 위기로 인한 수급위험이 아주 높다. 석유자원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서는 비용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정치적 및 지정학적 위험요소를 고려하여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하지만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다. 원유가 특정 국가에 치우쳐 존재하는 특징과 한계로 인해 1990년대 75% 수준에서 오히려 중동의존도가 더 심화되었다.
원유의 수송
원유는 관리가 용이한 액체라 파이프라인이나 유조선을 이용하여 쉽게 수송할 수 있고 초대형 유조선은 2백만 배럴 이상의 용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천연가스는 압력 변화에 따라 부피 변화가 크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두 방법만 존재한다. 첫 번째 방법은 생산한 천연가스를 판매기준에 맞게 처리한 다음 파이프라인을 통해 직접 보내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에서 인근 국가나 유럽으로 판매되는 경우 또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거래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선박으로 수송하는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파이프라인의 건설이 필요 없고 또 수송할 목적지의 변경도 쉬운 장점이 있어 국가간 거래의 46%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국영회사 페트로나스가 부유식액화선박(FLNG)을 세계 최초로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하여 가스전 생산현장에 운영하고 있고 다른 회사들도 대규모 육상 LNG 플랜트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그 비중과 활용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LNG 수입의 대부분은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일본, 중국, 한국의 세 나라가 전 세계 수요의 57%를 차지한다.
석유 재고 관리 및 비축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회원국에 비축의무를 부과하고 석유위기가 발생하면 부족분을 서로 융통하여 산유국의 감산 및 유가인상 등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초기의 목적으로 1974년 설립되었다. IEA는 다양한 에너지통계를 바탕으로 정책 조언과 더불어 에너지 안보, 경제개발, 환경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약칭: 석유사업법)에, 석유 수급과 가격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비축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IEA 권고에 따라 우리나라도 일일 순수입량 기준으로 90일(정부 60일, 민간 30일)분을 비축하고 있으며 한국석유공사가 정부비축을 담당하고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 ‘도시가스사업법’에 의해 가스도매사업자는 일정량을 비축해야 한다. 도시가스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사용자 이익의 보호 그리고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해당 법의 시행령에 의해 내수 판매량의 30일분 범위 내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하는 고시에 따라 한국가스공사가 비축을 담당한다. 국내에서는 대규모 가스 저장시설이 없고 인수기지 탱크에 약 7일분 내외로 비축되어 있는 것으로 예상하나 이는 국가 경제규모나 에너지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매우 적은 양이다. 다음 글에서는 석유산업의 주체와 세계 석유회사 현황에 대하여 알아보자.
※ 본 콘텐츠는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최종근 교수로부터 기고를 받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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