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UN 플라스틱 협약의 쟁점과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은?

GS칼텍스 -

지난 2022년 3월 케냐에서 개최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 Environment Assembly, UNEA)1에서는 회원국들이 올해 말까지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An international legally binding instrument on plastic pollution, including in the marine environment, UN Plastic Treaty)을 제정키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 환경 오염 문제는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 중 하나였으며, 그간 G7/G20 정상회의와 UN환경총회에서는 해양 쓰레기 감축과 미세플라스틱 규제를 위해 결의안 채택과 각국 정부에 규제 방안 마련을 지속 권고해 왔지만, 이번 합의는 ‘플라스틱의 전 주기적(Full Life cycle) 관리’와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 처음으로 제정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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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종식은 모든 국가가 동의하고 있지만, 플라스틱이 경제·산업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경제성 있는 소재입니다. 게다가 생애 전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 관점과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가 마땅치 않고, 산유국 등 일부 국가는 탄소중립 대응과 화석연료 의존형 경제구조 고도화를 위해 플라스틱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 협약의 제정 방향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크게 나뉘고 있습니다.

협약은 다가오는 11월 말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에서 성안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활용에서 답을 찾자는 플라스틱 생산국과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는 소비국 간에 입장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각각 협의체를 설립해 공동 대응 중에 있어 최종 타결되기 까지는 난항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협약 체결은 시간의 문제이며,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는 강화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에 따라 세계 4위의 플라스틱 생산국이자 플라스틱을 통해 자동차, 전자, 배터리 등 각종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우리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도 광범위한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는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오염 방지 노력에 이바지하면서 국내 실정에 맞는 협약 제정과 기술 혁신을 통한 자원순환 분야 세계 시장 선도를 목표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으며, 제5차 회의 개최국으로서 적극적인 중재안 제시 등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곧 다가올 국제 회의를 앞두고 지금까지 논의된 협약의 핵심 쟁점과 우리나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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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① 1차 플라스틱 폴리머(합성수지) 생산 감축 여부

EU와 아프리카 등 플라스틱 생산 기반이 없는 국가들은 플라스틱 규제 도입을 목적으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야심찬 목표 연합(이하 HAC, 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을 구성(EU 등 65개국)을 구성했습니다. 이들은 오염 문제 해결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40년까지 2019년 대비 30% 감축을 요구, 이중 페루와 르완다는 2025년 대비 40% 감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 러시아, 인도, 사우디, UAE, 쿠웨이트, 이란, 바레인, 쿠바 등 산유국과 플라스틱 생산국은 HAC에 대응해 ’플라스틱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 (이하 GCPS, Global Coalition on Plastic Sustainability)‘을 구성했습니다. 이들은 환경오염은 대량 생산이 아닌 잘못된 관리에 기인하며, 재활용으로 해결할 수 있으므로 플라스틱 전주기에서 원료 추출 제외, 생산 감축 반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 국가는 기후협약에서도 개도국으로 차별화된 감축의무(2060년 탄소중립) 지위를 부여 받았고, 자국 산업 발전에 플라스틱이 필수 요소이므로 목표 연도 설정에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쟁점 ② 우려 폴리머 및 화학물질 감축 여부

HAC는 독성 모노머로 만들어진 폴리머(PVC, PS, PC 등)와 환경·인체 건강에 유해 및 재활용·재사용 등 순환성을 저해하는 우려 화학물질(비스페놀류, 과불화알킬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PFA), 브롬계 난연제(BFR) 등 첨가제)은 사용을 불허하거나 단계적으로 제거·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GCPS 등은 PVC 등은 독성 모노머가 원료이지만 폴리머로 제조·사용시에는 안전한 물질로 변환되어 위해성 우려가 없는 데다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대체가 어렵고, 우려 화학물질도 과학적 근거가 없으므로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한 후 규제 여부를 결정하자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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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③ 다수결 vs 만장일치, 합의 방식을 위한 또 다른 논의

현재 UN환경총회 회원국은 175개국인데요. 이 중 플라스틱 전 주기에 걸쳐 모든 국가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규제를 도입하자는 140여 개국이며, 국가별 상황을 고려한 자발적인 규제를 하자는 국가는 30여 개국입니다.

이 중 100여 개국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C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총 생산량을 75%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HAC 등에서는 다수결로 협약을 채택하자는 입장인 반면, GCPS 등에서는 파리 기후협약과 같이 만장일치로 협약 채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협약은 파리 기후협약 대비 협상 범위가 넓고 복잡한 데다 산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조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개도국에서 요구하는 재정 지원(재원 조달)을 포함하여 대안재/대체재, 화학적 재활용 등에 대하여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 회기간 작업을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는 있으나 협상 타결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우리나라 산업에 미칠 영향은?

우리나라는 세계 4위 플라스틱(폴리머) 생산국이자 세계 4위의 석유화학(에틸렌) 생산국입니다. 특히 석유화학 생산과 수출의 60%를 폴리머(PE, PP, PVC, PS, ABS, PET 등)가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강력한 생산·수출입 규제 도입은 화학·플라스틱 산업에는 생존의 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소재를 필요로 하는 자동차, 전자 등의 수요산업도 소재 대체, 디자인 변경, 수리권 의무 등 확대로 비용이 크게 증가함은 물론 소비자 등 모든 국민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정유·석유화학에 절대적으로 국가 경제를 의존하고 있는 산유국이 폴리머 감축에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전체 플라스틱 수요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포함한 포장재는 강력한 사용 규제 도입과 함께 대안재/대체재 도입이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석유화학, 정유, 전 산업 순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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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협약으로 인한 산업계의 부정적 영향 최소화를 위해서는 협상 동향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산업계 의견을 반영한 협상 전략을 정부에 지속해서 요구하는 한편, 각 기업에서는 기계적·화학적 재활용을 통한 재생원료 및 원유·나프타 대체 원료생산 확대, 바이오 및 생분해 플라스틱과 같은 대체 소재 생산 확대 등 친환경소재사업으로의 전환 가속화를 통해 글로벌 플라스틱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 본 콘텐츠는 한국석유화학협회 김평중 대외협력본부장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2년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리며 UN 회원국 장·차관들이 모여 UN환경계획(UNEP)의 사업 및 예산을 논의하고, 결의안 및 선언문을 채택하는 최고위급 환경 회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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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제조, 소비, 소거, 처리에 이르는 생애주기 전반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불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누적 생산량은 2019년 94억 9천만 톤으로 2000년도 대비 약 30배 증가했습니다. 플라스틱 생산량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9%의 플라스틱만 제대로 재활용이 되고 있는데요. 이외 잘못 관리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바다로 흘러가 해양 쓰레기가 되는 등 더 큰 환경 오염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진 시점에서 GS칼텍스가 전세계 플라스틱 현황을 짚어보며, 플라스틱 관리의 중요성을 되돌아보는 인포그래픽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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