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최대 적은 인류입니다. 사람으로 인해 망가진 자연환경은 기후위기라는 복병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임해야만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적극 활용해야만 합니다.”
유영숙 (재)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지난 3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제6차 평가 종합보고서’를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승인 발표했다. 전 지구 지표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09도가 올랐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2040년 이전에 1.5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협정의 목표인 2050년까지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2035년까지는 60%를 감축해야 한다. 현재의 기후정책을 토대로 전망한다면, 지구의 온도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3.2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 인류와 생태계에 회복할 수 없는 파국의 상태가 예상된다.
기후위기 이슈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지구온난화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는 이미 전 세계에 빈번한 기상이변이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자연과 인간에 엄청난 손실과 피해를 주고 있다.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초과하면 산불, 가뭄, 홍수, 생물다양성 손실과 같은 기후재난이 더 자주 더욱 극심하게 발생할 것이다.
작년 여름, 서울시는 102년 만에 일 강수량 최다를 기록했다. 강남지역 일대가 물에 잠겼다. 시민들은 퇴근길 도로에 자동차를 버려두고 허리 높이까지 차오른 빗물을 헤쳐 나가야 했다. 반면, 남부지방에는 극심한 가뭄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농업, 산업용수는 물론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은 “1.5도는 단순히 목표로 볼 게 아니다.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로 봐야 한다. 아직은 가능성이 있으나, 가장 큰 위협은 무관심”이라고 지적한다.
둘째, 바다, 습지, 열대우림과 같은 자연적 탄소흡수원의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남은 탄소 예산(지구의 자정 능력을 유지하는 인류에게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 5천억 tCO2eq 수준이라고 한다. 연간 배출량 590억 t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채 10년도 남지 않았다. 이마저도 50% 확률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IPCC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탄소배출 저감 기술 등의 개발과 적용이 더욱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접 공기 포집(DAC, Direct Air Capture)과 같은 이산화탄소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 기술을 글로벌 수준에서 상용화되도록 발전시키는 것이다. 즉 대기 중에서 온실가스를 직접적으로 제거(포집)해 토지, 지중, 해양 저장소 또는 상품에 저장하고, 농업/항공/선박/산업공정과 같은 줄이기 어려운 잔여 배출량을 줄이는 활동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활용하고, 저/무탄소 전원으로 전환, 에너지 수요관리 및 효율 향상 노력이 긴요하다.
마지막으로, ‘탄소 불평등(Carbon Inequality)’이 심각하다. 기후변화는 지구촌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과 취약계층에 특히 손실과 피해가 크다. 불균형적으로 가난을 악화시킨다. 이미 많은 증거가 모든 부문과 지역별로 나타나고 있다. IPCC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해 보았다. 소득 상위 10% 가구가 34~45%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하위 50%가 13~15%를 배출했다고 한다. 이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친환경 기술들이 개발도상국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용화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금융은 그러나 여전히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이미 일어난 기후변화의 위기에 개도국이 적응할 수 있는 옵션을 이행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목표인 1.5도로 억제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금융, 기술, 국제협력이 잘 연계된 기후 행동이 가속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은 2020-2030년 중 완화(온실가스 감축)를 위한 연간 평균 투자비가 현재 수준보다 적어도 3배에서 6배 이상 증가해야 한다. 재정, 기술, 역량배양에 관한 국제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럴 때만이 각 국가는 감축하고자 하는 의욕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정책 개발, 저배출 기술 확산, 배출량 감축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예를 들어, 탄소가격제(탄소세, 배출권 거래제 등)는 저비용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조치를 장려해 왔다. 이로 인한 형평성 및 분배의 문제는 탄소가격제를 통해 얻은 이익을 불평등 국가와 계층에 지원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자세
IPCC 제6차 평가 종합보고서는 강조한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인간 활동 때문이다.” 2014년에 발표된 제5차 보고서의 내용보다 진일보했다. 인간의 책임을 훨씬 강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지난 200만 년 내 최고 수준이고,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80만 년 내 최고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IPCC 의장은 역설적으로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현재 IPCC 의장은 한국인으로 최초인 이회성 의장이다. 그는 “이번 보고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보고서다. 기후변화 대책을 통해 기후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고용과 경제성장, 분배 등 우리가 평상시 느끼는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결단코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과학과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정치적 의사결정과 산업계,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모두에게 살기 좋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우리가 모두 함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정책적으로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연구자들과 기업은 기후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시민들 역시 자발적으로 환경 보호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 IPCC는 이를 위한 단기 대응으로서, 지속가능발전을 향해 적응 및 완화 행동을 통합한 ‘기후 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을 주장한다. 이는 도시, 인프라, 식품, 건강, 사회, 경제 등 우리 삶의 밀접하고 전반적인 분야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래를 대비하여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긴요한 시점이다. 필자가 이사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재)기후변화센터는 2008년 설립된 NGO, Non-profit Organization이다. 기후변화 체감 당사자인 MZ세대를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제고와 환경 감수성 회복을 위해 활동해 오고 있다. 각계각층 오피니언 리더들의 그린리더십을 강화하고, 정책연구 및 이슈 공론화, 개도국을 대상으로 하는 탄소 저감 지원사업 등 다양한 대응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균형 잡힌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민•관•산•학 파트너들과 행복한 저탄소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에 우리는 더욱 경주해야 한다.
※ 이 글은 월간 <과학과기술> 5월호의 기고문을 게재한 것입니다.
유영숙 이사장 - (재)기후변화센터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교에서 생화학 박사학위 취득,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에서 포스트닥터를 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생체과학연구본부장, 연구부원장을 역임했다. 2011년 환경부 장관 시절부터 현재까지 UN 기후변화 총회에 참석해 왔다. 2014년부터 (재)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로, 2020년부터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과학과 환경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연구계, 정부, 기업, 시민사회에 균형 있는 시각을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