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면. (주) 리와인드 김은정 대표

GS칼텍스 -

GS칼텍스는 플라스틱 제품 수거 및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민합니다. 그리고 관련 종사자들과 함께 논의하고, 그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플레이어’는 이렇게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종사자들을 GS칼텍스가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번 인터뷰 시리즈는 플라스틱 플레이어들의 다양한 고민을 들어보고, 플라스틱 딜레마 해결을 위해 스스로 찾은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플라스틱 플레이어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플라스틱의 올바른 사용 방법을 찾아봅니다.
두 번째 플라스틱 플레이어는 생분해용품을 제작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 “리와인드”의 김은정 대표입니다. 대학원에서 그린디자인을 전공한 김은정 대표가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PLA(Polylactic acid: 주로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의 식물로 만드는 생분해성 수지)를 가지고 시장에 뛰어든 배경, 리와인드를 통해 그리는 미래, 플라스틱에 대한 견해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리와인드의 제품 하나하나를 소개하는 모습에서 김은정 대표가 얼마나 환경에 대해 진중하게 고심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회용품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면. (주) 리와인드 김은정 대표 | GS칼텍스 플라스틱플레이어 리와인드 1

인터뷰를 준비하다 보니, 리와인드가 PLA 제품 전문 제조기업처럼 포지셔닝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리와인드’라는 회사를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리와인드(rewind)’라는 이름 자체가 되돌린다는 뜻이잖아요. 이름이 암시해주는 것처럼 자원을 사용한 후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주고자 창업한 회사이고요. 특히 일회용품을 재활용해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와 고민에서 시작된 소셜 벤처입니다.

저희가 제조판매 기업으로 인식된 데에는 처음 기획한 PLA 빨대의 영향이 컸다고 봐요. 당시 저희가 기획한 PLA 빨대의 재활용 가이드를 완성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영상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후 본의 아니게 사업에 가속도가 붙어 판매가 확대되면서, 마치 PLA 빨대를 만들어 파는 회사처럼 인식되어 버린 것이죠. 당연히 저희가 바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단순히 PLA라는 소재를 알리고자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라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소재들로 제품을 만들고, 그런 제품들을 다시 자원 순환시킬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던 거였으니까요.”

창업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원에 다니면서 외식 산업 분야의 지속가능한 그린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그 당시 해외에 가서 보니 PLA가 잘 유통되어 많은 사람이 쓰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PLA 제품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린디자인을 공부할 때 디자인뿐만 아니라 자원순환에 대해서도 배웠던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PLA가 확산되리라 확신하며 시장에 뛰어들었죠.”

대학원에서 공부하시기 전, 특별히 플라스틱에 대해 고민하셨던 적은 없으셨나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죠. 제가 다닌 초등학교가 환경보전 시범학교였거든요. 이미 그때 저는 플라스틱이 썩는 기간에 대한 전시를 본다거나 폐식용유로 비누를 만드는 체험 등의 활동들을 자주 했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그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다 그런 교육을 받는 줄 알았죠. 그런데 졸업하고 보니 저만 환경오염에 불편한 아이가 되어 있더라고요. 이후 대학원에 가서야 비슷한 생각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게 되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가 의미를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던 중에 이렇게 플라스틱과 관련된 사업까지 하게 됐죠.”

일회용품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면. (주) 리와인드 김은정 대표 | GS칼텍스 플라스틱플레이어 리와인드 2

‘PLA’라는 소재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PLA 사용 현황은 어떤가요?

“PLA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 중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로 알려져 있어요. 상업화도 바로 가능하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체 개발보다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PLA 수입량이 세계적인 수준이죠. 그래서 저는 PLA야말로 재활용되어서 다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 바이오 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57억 천 3백만 달러이며, 이 중 PLA는 23억 7천 7백만 달러로, 전체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의 약 4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PLA를 수입에 의존하며 2021년에는 3천 5백만 달러 규모의 PLA를 수입했고, 그 양도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회용품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면. (주) 리와인드 김은정 대표 | GS칼텍스 플라스틱플레이어 리와인드 3

PLA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가요?

“이론상으로는 가능해요. 저희 제품으로 재활용 테스트도 진행했고요. PLA 컵 수거 프로젝트로 수거를 한 후, 다른 플라스틱과 동일한 과정으로 녹여서 간단한 굿즈를 생산했었어요. 다른 플라스틱 재질은 보통 녹이는 과정에서 유독물질이 나와 문제인데, PLA는 천연소재기 때문에 고소한 달고나 향이 나거든요. 게다가 다른 플라스틱에 비해 적은 열에너지로도 소재를 충분히 녹일 수 있어 쉽게 활용할 수 있었죠.

PLA가 잘 재활용되고 있지 못한 이유는, 처음부터 너무 큰 규모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아요. 저희처럼 작은 것부터 해보고 성공한 이후 나중에 시스템 규모를 결정해도 되는데 말이죠. 저희도 해외 자료를 많이 찾아보았고, 실제 테스트를 해본 결과 재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PLA를 재활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퇴비화하는 방법도 있고, 물질 재활용으로 녹여서 하는 방법도 있고요.”

김은정 대표는 PLA로 만든 제품 또는 PLA로 코팅한 천연소재(볏짚 또는 대나무 활용 제품) 재활용 제품의 경우 100% 리사이클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식품 용기로 사용되는 PLA 제품의 경우, 만약 음식물 오염이 심하다면 음식물과 함께 퇴비화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깨끗하게 사용된 PLA라면 물리적 공정을 통해 녹여서 다시 PLA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PLA 제품을 퇴비로 만드는 과정에 관해 많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미생물을 투입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퇴비화 시킬 수 있는 퇴비기를 호텔이나 군부대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에 설치해 운영한다면 PLA 제품은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에 가까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김은정 대표의 구상이었습니다.
일회용품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면. (주) 리와인드 김은정 대표 | GS칼텍스 플라스틱플레이어 리와인드 4

PLA는 일반 플라스틱 소재에 비해 단가가 비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외 다른 단점이나 소재를 다루시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PLA는 아직 플라스틱의 물성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없어요. 그래서 유통기한이 짧고, 잘 찢어지고 깨지는 성향이 있습니다. 가령 빨대를 100% PLA로만 만들게 되면 어린이들이 사용할 때 깨질 위험성이 높죠. 때문에 아직까지는 다른 바이오 생분해 소재를 섞어 배합하는 방법으로 PLA를 활용하고 있어요. 또 열에 약한 속성도 있는데, 그래서 저희도 다른 소재를 섞어서 스프를 담을 수 있는 용기 같은 것들을 개발하고 있답니다.”

플라스틱의 영역에서 ‘자원 순환’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수거나 전처리 등에서 어려운 작업이 많을텐데, PLA 소재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PLA도 수거가 매우 어렵기는 마찬가지죠. 저희도 리와인드 PLA 컵 재활용 프로젝트를 위해 수거함도 배포하고 수거 어플도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면 사람들이 ‘그래서 얼마 줘요?’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거를 위해 보상을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신 ‘수거를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라는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수거해 준 매장들에 한해 리사이클링된 굿즈나 부가가치 상품들을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요.

전처리 측면에서 보자면, PLA도 다른 플라스틱과 동일하게 펠렛(pellet)으로 만들어내는 공정이 가능해요. 재생 PLA로도 많은 제품들을 만들 수 있는 거죠. 실제로 수거 이후 리사이클링을 통해 골프티(tee: 골프에서 첫 티샷을 할 때 공을 올려놓는 도구) 굿즈를 만든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일반적인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다른 소재가 섞여 잘못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재활용을 위한 전처리 과정에서 물성을 잡기가 어렵다는 점이 PLA가 가진 난관입니다.”

PLA 소재의 전처리나 재활용과 관련된 연구들은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리와인드의 PLA 제품들이 늘어나자 저희더러 제조사가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들 하셨어요. 하지만 저희는 제조에는 큰 뜻이 없어요. 저희 비즈니스의 핵심은 자원 순환을 위한 체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제조 공장들이나 제조사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소재가 있으면 먼저 연락해주시는 경우도 많고요. 상생을 위한 협업이라고 할까요? 그 외에도 제품을 만드는데 어떤 소재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등 꾸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설명해주는 내용이 작은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 같은데, 그런 기술을 갖고 있는 제조사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신 건가요?

“처음에는 저희가 발품으로 찾은 경우도 많았지만, 리와인드가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PLA와 연관된 소재를 개발하면 저희에게 먼저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좋은 기술을 가진 공장들은 ‘자신들은 정말 잘 만들 수 있지만 팔 수가 없다’고 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리와인드가 제조 기술을 갖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굳이 그런 분들과 견주며 기술 개발에 몰두하기보다는 그분들의 기술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저희가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수거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먼저 연락이 와요. 함께 할 일이 있냐면서요. 저희 독자적으로 트럭 100대를 구매해 수거 사업을 펼치는 그림은 너무 무겁지요. 협업을 통해 상생해 나가는 게 바람직한 것 같아요.”

일회용품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면. (주) 리와인드 김은정 대표 | GS칼텍스 플라스틱플레이어 리와인드 5

플라스틱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그만 써야 한다.”라거나

“사실 플라스틱이 없다면, 우린 다 헐벗고 다녀야 하는 수준이잖아요. 그만큼 중요한 동시에 대체할 수 없는 소재임은 분명하다고 봐요. 그런데 계속 석유를 사용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은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플라스틱의 리사이클이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리사이클 제품들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두고 동참하도록 해야 석유에서 추출하는 일 없이도 플라스틱을 계속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플라스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반 소비자들은 힘이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게 아쉬워요. 마치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 잘못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잖아요. 개인에게 불편함과 희생을 강요하는 문화 속에서는 절대 친환경 문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별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쓰더라도 친환경적인 소비가 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합니다. 소매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많이 팔면 세금을 매겨서 친환경 재활용품을 더 많이 팔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 등 생산과 판매 단계에서 친환경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거죠.”

일회용품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면. (주) 리와인드 김은정 대표 | GS칼텍스 플라스틱플레이어 리와인드 6
환경에 대한 김은정 대표의 생각 저변에는 그녀가 전공한 그린디자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린디자인은 제품 디자인을 통해 공정에서 접착제 사용을 줄이거나, 제작 중 버려지는 소재를 최소화하는 등 재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선해 환경에 기여하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김은정 대표는 지금도 제품의 맨 앞에 소재를 표현해 플라스틱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디자인을 고심합니다. 소비자들이 리와인드 제품을 상징하는 물방울 로고만 봐도 생분해성 소재로 만들어졌음을 인식하고, 음식물 쓰레기로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그런 미래도 함께 그리면서 말입니다.

‘플라스틱 리터러시(Plastic Literacy)’ 웹페이지 바로가기

함께 보면 좋은 글

GS칼텍스 뉴스레터 구독신청

에너지 산업 이슈, 석유 관련 기초 지식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