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사용이 당연해지는 사회가 되려면.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대표

GS칼텍스 -

GS칼텍스는 플라스틱 제품 수거 및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민합니다. 그리고 관련 종사자들과 함께 논의하고, 그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플레이어’는 이렇게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종사자들을 GS칼텍스가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번 인터뷰 시리즈는 플라스틱 플레이어들의 다양한 고민을 들어보고, 플라스틱 딜레마 해결을 위해 스스로 찾은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플라스틱 플레이어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플라스틱의 올바른 사용 방법을 찾아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배달이나 포장 서비스가 늘어나며 일회용기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이 조명됐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으로부터 발생하는 환경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오는 11월부터 카페나 음식점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도 강화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회용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입니다.

플라스틱 플레이어 인터뷰 시리즈의 세 번째 주인공도 바로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 ‘트래쉬버스터즈’의 곽재원 대표입니다. 곽재원 대표의 사업 목표는 단지 다회용기를 대여-수거-세척하는 서비스에 그치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사용 시스템 및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자원 활용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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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다회용기, 축제 공간에 일회용품을 없애다

전공이 예술이었어요.
그래서 30대 초반까지 축제기획팀장으로 활동했었는데요.
당시 축제가 끝나고 나면 늘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어요.
바로 버려진 일회용품들이었죠.
그때부터 서서히 일회용품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아예 제가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트래쉬버스터즈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는 예술을 전공한 곽재원 대표의 ‘축제 기획’이라는 특별한 이력으로부터 나온 아이디어였습니다. 축제가 끝날 때마다 눈에 들어왔던 엄청난 양의 일회용 쓰레기들에 심각성을 느끼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축제 등 여러 행사에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이후 코로나19 탓에 모든 축제가 취소되면서 일반 기업체의 사내 카페를 대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됐고요. 제가 애초에 예술을 했던 이유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서였어요.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예술이 줄 수 있는 사회적 임팩트가 크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 소망을 충족해주었죠. 사회적 비즈니스를 통해 비로소 사회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은 물론 그 과정에서 전공을 살려 예술적 가치도 실현하고 있으니까요. 우리의 생활 시스템을 바꾸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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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쉬버스터즈의 홈페이지에서 ‘시스템 체인저(changer)’라는 표현을 많이 쓰시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플라스틱이 우리 일상에 들어온 지 이제 100년밖에 안 됐지만 우리 삶의 패턴을 전부 바꿨을 만큼 대체 불가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런 플라스틱을 한 순간에 완전히 거부하기란 불가능해요. 그래서 저희는 플라스틱의 사용 횟수에 주목했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일회용으로 사용되어온 플라스틱 활용 시스템을 다회용으로 전환시키는 게 핵심이지요. 그러니까 단지 컵을 세척하는 서비스 회사가 아니라 플라스틱 사용 패러다임을 바꾸는 회사가 되고 싶은 겁니다.

기업에서 일회용기 플라스틱을 사용할지 다회용기를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도 일종의 플라스틱 활용 시스템을 결정하는 일인데, 다회용기를 사용하겠다고 결정하면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죠. 저희는 그 범위를 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정부 및 지자체까지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축제 행사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조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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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기 VS 다회용기, 다회용기가 선택받으려면?

‘플라스틱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려면 크게 두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플라스틱을 대체할 신소재를 개발하든지 아니면 사용했던 플라스틱을 재사용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죠. 트래쉬버스터즈는 그 중 후자의 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의 단가를 낮춰 제공하면서 고객의 일회용 플라스틱 처리 비용을 절약해준다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곽재원 대표는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사용 서비스’를 선택했습니다. ‘재사용(re-use)’은 제품을 분쇄하고 가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재활용(Recycle)’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해당 물건을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개념으로, 깨끗하게 세척한 다회용기를 여러 번 사용해 일회용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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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기업이나 투자자들을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다회용기 서비스가 환경에 좋다는 점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친환경적 요소만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만들기란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친환경적 요소와 더불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기업에서 먼저 트래쉬버스터즈 서비스를 찾게 되는 것이니까요. 다행히 지금까지 반응은 좋습니다. 저렴하면서도 탄소 배출 저감 등의 환경적 가치를 실천하는 좋은 일이니까요. 다회용기 서비스 가격이 일회용기보다 100원이라도 더 높게 형성됐다면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환경적 활동에 대한 관심보다는 상대적으로 사업 경쟁력에 집중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R&D를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나아가 시장 확장 전망 및 해외 런칭 가능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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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보다 다회용 플라스틱이 더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존 세척 시스템에 변화를 줌으로써 가능했습니다. 기존 세척 시스템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기본적으로 식판을 닦는 세척기를 사용해야 했고, 세척기 사용 과정과 검수에도 많은 인원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많은 양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난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높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처리 물량도 늘리고자 스마트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세척 전후 검수 과정도 사람이 아닌 AI가 검사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 품질을 관리하도록 만들었고요.”

트래쉬버스터즈는 국내 상황에 맞는 자동화 세척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1년을 R&D에 매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비용을 기존 대비 20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었고 처리 물량도 30배 정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세척 시스템의 개선으로 발전이 이루어졌다면, 트래쉬버스터즈가 확장할 다음 영역은 어디일까요?

“장례식장, 야구장, 경기장, 배달 등 일회용 플라스틱이 발생하는 모든 영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저희 사업팀에서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모든 것들에 대해 늘 눈여겨보고 있죠.
또 행사장 현수막이나 부스는 물론 뮤지컬이나 연극과 같은 공연 등에서도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들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예술단체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에 저희도 ‘지속가능한 렌탈(Sustainable Rental)’ 서비스 등을 구상하고 있어요. 물론 저희의 바람대로 서비스 확장이 가능하려면 생산, 유통, 외식, 배달 등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는 관련 산업군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곽재원 대표는 재활용 비즈니스에 대한 계획도 덧붙였습니다. 향후 더 이상 재사용이 어렵게 될 트래쉬버스터즈 다회용기 컵의 경우 분쇄를 거쳐 축제나 행사장에서 필요한 테이블이나 의자로 제품화한다는 생각입니다.

재사용 및 재활용 서비스를 통해 전국 단위로 ‘자원순환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곽재원 대표의 말에 귀 기울이는 동안 지금의 일회용 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그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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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친환경,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최근 ESG 취지로 진행했던 플라스틱 굿즈 이벤트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여러 기업이 그린워싱*[efn_note]※ 재활용이 어렵거나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생산함에도 기업의 친환경적인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efn_note]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많은 기업들이 환경적 가치와 관련하여 어떤 활동을 펼쳐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당연히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제품을 생산하는 친환경 이벤트는 지양해야 하겠죠. 요즘 친환경이 유행처럼 사용되는데, 마케팅의 일환으로 악용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플라스틱이라고 무조건 나쁜 게 아니에요. 제대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대체 불가능한 정말 좋은 소재입니다.

가령 트래쉬버스터즈 다회용기의 경우 기존 유명 커피 브랜드에서 나눠주었던 리유저블 컵과 의미가 다릅니다. 다회용기는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200번 넘게 재사용 가능하며,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할 때는 분쇄해 다시금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소재이든 사용의 종국에 이르러 순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기업의 굿즈 제작 의뢰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에게 돌아올 수 없는, 수거가 불가능한 제품은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굿즈는 결국 새로운 일회용품을 생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그간 저희가 기울여온 노력이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곽재원 대표가 다른 기업들과 달리 굿즈를 만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기업의 ESG 경영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질 것이며, 그에 따라 좋은 취지로 시작했더라도 쓰레기로 버려진다면 그린워싱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이 없도록 ‘순환’에 집중하는 활동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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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기 사용이 당연해지는 사회

다회용기 사용이 문화로 정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가격이 저렴하고, 위생적으로 깨끗해야 합니다. 예쁘면 더 좋고요. 그만큼 다양한 경쟁력을 갖춰 사용자가 많아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한 반납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아져야겠죠. 쓰고 반납하는 모든 과정이 편리해진다면 다회용기 사용이 당연해지는 사회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간편하고, 싸고, 버리기 쉽다는 장점을 가진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가 선택받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과 더불어 관련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마지막으로 곽재원 대표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인식이 변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다회용기 컵을 표현하는 단어나 리유저블, 제로 웨이스트 같은 개념도 없었습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의류나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모습에서도 재사용하는 문화가 많이 확산되었다고 느껴요. 이처럼 쓰고 버려지는 문화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다회용 사용 문화도 정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환경 문제는 기업과 개인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풀어야 하는 숙제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환경을 위해 활동하는 플레이어가 아직까지도 매우 적어 안타깝습니다. 재사용, 재활용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국내 유관 인프라 및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합니다. 트래쉬버스터즈와 같이 환경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즈니스 팀도 더 생겼으면 좋겠고요.”

여러 플레이어들과 함께 고민해 쓰레기 없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끝으로, 곽재원 대표는 일회용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 지자체, 단체가 많아지고 개인들의 관심도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빌려 쓰고 반납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사회. 이를 위해 개인은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수동적으로 변화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트래쉬버스터즈의 행보처럼 우리가 먼저 문제에 대해 감시하고 이슈를 제기해야 할 것입니다. 곽재원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우리 모두의 의식적인 노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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