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담은 공간, 예술이 들어서다. 서울 ‘업사이클링’ 문화공간

GS칼텍스 -

과거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공간에 문화가 피어났습니다. 서울에 위치한 업사이클링 문화공간 세 곳, 문화비축기지, 문화역서울284, 피크닉(piknic) 이야기입니다. 낡은 과거로만 남을 수도 있었던 공간에 ‘업사이클링’은 새로운 가능성들을 부여했습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시간의 유산이 현재와 미래를 만나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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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축기지 “석유에서 문화로”

문화비축기지는 공연, 전시, 축제, 마켓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서울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입니다. 그런데 이곳이 한때는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된 1급 보안 시설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문화비축기지의 옛 이름은 ‘마포 석유비축기지’입니다. 1973년 1차 석유파동을 겪은 우리나라는 비상시 원유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1978년 매봉산 인근에 석유비축기지를 건립했습니다. 아파트 5층 높이의 탱크 5개에 당시 서울 시민이 한 달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양의 석유가 들어 있었죠. 그러다 2000년, 석유비축기지는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의 위험시설로 분류되며 폐쇄 조치됩니다.

흉물이 될 뻔한 공간을 살린 건 바로 시민들이었습니다. 2013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모였고, 서울시와 전문가들도 머리를 맞댔습니다. 마침내 2017년, 석유를 담던 폐산업 시설은 ‘문화비축기지’라는 멋진 새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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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되기 전&후의 문화비축기지 | (좌)출처: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문화비축기지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를 단순히 장식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석유를 담고 있던 5개의 커다란 탱크들은 이제 ‘문화탱크’가 되어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영감과 즐거움의 원천이 되고 있죠. 과거 휘발유를 보관하던 T1는 전시와 워크숍, 공연이 열리는 다목적 공간으로, 경유를 보관하던 T2는 시원한 바람이 스치는 야외무대로 변신했습니다. 특히 T2의 콘크리트 옹벽은 자연스러운 소리의 울림을 만들어내고, 빼어난 경치는 공연의 일부가 되어 관객을 만납니다. 등유를 담던 T4는 커다란 철제 외벽과 파이프가 독특한 멋을 자아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문화비축기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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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하는 곳”

문화역서울284는 오랫동안 서울의 관문 역할을 하던 구 서울역사의 원형을 복원해 201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입니다. 1층은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열리고, 2층은 전시와 세미나, 회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무려 네 개의 이름이 문화역서울284를 거쳐갔습니다. ‘남대문정거장’으로 불리던 목조 역사가 그 시초였고, 이후 신축된 ‘경성역’은 르네상스식 건축물로 근대적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죠. 그러다 2004년, ‘서울역’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교통의 핵심지 역할을 해온 이곳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KTX개통과 더불어 새로운 역사를 짓게 되면서 기차역으로서의 기능을 잃게 된 겁니다. 마침내 2011년, 옛 서울역은 ‘문화역서울284’이 되어 기차역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시민들을 다시 맞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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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100여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경성역 초기 공사 사진을 바탕으로 100년 전 역사 내부를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죠. 또 6·25전쟁 때 생긴 건물 뒤쪽 외벽의 총탄 자국을 그대로 보존하고, 1970년대까지 대통령이 이용했던 1층의 귀빈실도 되살렸습니다.

‘문화역서울284’라는 이름이 독특하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명칭 공모전에서 선정된 이름으로, ‘284’는 옛 서울역의 사적 번호에서 따왔습니다. 문화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는 역, 서울이라는 지역성, 사적 284호로 지정된 국가 문화재라는 3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문화역서울284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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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피크닉 인스타그램 (@piknic.kr)

피크닉 “옛것과 새로움의 조화”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곳은 회현동에 위치한 피크닉(piknic)입니다. 전시장, 카페, 레스토랑, 디자인 스토어가 공존하는 다채로운 복합문화공간이죠.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이곳은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까요?

피크닉(piknic)의 건물은 1979년 완공한 한 중견 제약회사의 사옥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임대 사무실로 쓰였고 2017년 전시기획사 글린트(GLINT)가 인수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붉은 벽돌과 흰 시멘트의 독특한 조화, 신축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클래식한 느낌이 눈길을 끄는데요. 건물의 원형을 일부 그대로 보존해 업사이클링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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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되기 전&후의 피크닉(piknic) | 출처: 피크닉 인스타그램 (@piknic.kr)
피크닉의 가장 핵심적인 정체성은 ‘전시’에 있습니다.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세계적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특별전 을 개최한 게 대표적이죠. 다만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시 외에도 풍성한 콘텐츠로 방문객의 발걸음을 즐겁게 합니다. 카페부터 바, 편집숍에서 레스토랑까지, 다채로운 영감들을 선사하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피크닉 정보
  • 주소 : 서울 중구 퇴계로 6가길 30(남창동 194)
  • 전화 : 02-318-3233
  • 홈페이지 : http://piknic.kr/
오랜 세월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문화비축기지, 문화역서울284, 피크닉(piknic). 이곳에 새롭게 부여된 역할들은 단순 용도에 그치지 않고, 메시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낡고 헌 공간들도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더 멋진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말이죠. 이번 주말에는 시간을 켜켜이 쌓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공간들로, 문화산책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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