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역과 분야를 불문하고 가장 떠오르는 키워드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입니다. 인간은 생존하고 적응하기 위해 환경으로부터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지각하고 처리하여 다양한 상황을 적절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정보처리능력을 인간이 만든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간이 해왔던 일들을 점차 AI가 대신하면서, 일 처리가 수월해지고 인간에게 시간과 여유가 생겼지만, 한편으로는 AI 시대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제 인간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어놓고 있지만, 공통으로 수긍하는 영역이 바로 감정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사람의 생리적 신체 변화, 생각, 감정, 행동을 통해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 중에서도 감정만이 정확히 정의하기 어렵고 관찰 및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AI가 아무리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모호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감정의 단서와 변화를 정확히 읽어내고 파악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이처럼 감정 및 정서가 주는 정보를 처리하고 파악하는 능력인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은 인공지능(AI)이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성지능에 대한 관심은 사실 굉장히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회에서 좋은 성취와 성공을 거두고 싶을 것입니다. 또한 내 자녀가 사회 안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길 바랄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사회적 성취와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요인에 주목하는데요. 초반에는 인간의 지적 능력 즉 IQ가 사회적 성공을 예측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언어 능력, 수리 능력, 공간지각 능력 등으로 대표되는 지능이 높더라도 학업, 직업, 대인관계 등의 사회적 영역에서 제대로 성취를 거두지 못하는 등 IQ가 성공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무수히 보고되었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서지능 또는 감성지능이라고 하는 정서적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특히 최근 AI를 앞장세운 디지털화와 다양한 문화적 배경 및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글로벌화가 빠르게 보편화되면서, 공통된 의사전달 수단인 감정을 이해하고 그 정보를 파악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사람만의 고유한 능력, 감성지능이란?
감성지능은 한 마디로 정서적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어떤 자극이나 대상이 자신의 관심사나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고 평가할 때 발생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킨다고 생각할 때 유쾌한 감정을, 방해한다고 생각할 때 불쾌한 감정을 느낍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감정을 통해 자극이나 대상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무엇을 원하는지 등 정보를 얻습니다. 특히 생존과 적응이라는 인간의 공통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감성지능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다양한데요. 감성지능을 대중화시킨 Goleman(1995)은 이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였습니다.
첫째, 정서인식 즉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자신과 타인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차리고, 그 감정이 분노, 불안, 슬픔 등 무엇인지 파악하고 구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둘째, 정서조절은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잘 조절하는 능력입니다. 지금 느끼는 불안, 분노, 우울 등의 불쾌한 감정을 감소시키고 처한 상황에 적절하게 조절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회복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셋째, 스스로 동기를 유발하는 능력으로 계획한 것을 실행하기 위해 동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양한 상황에 적합한 정서 상태를 스스로 끌어내며 문제해결을 위해 정서적 내용을 이용하는 능력으로, 적절히 동기화해서 집중력, 생산성, 효율성을 높이는 등 사회적 성취를 높입니다.
넷째, 공감 능력으로 다른 사람의 정서 상태를 정확하게 읽고, 무엇인지 구별하여 이해하고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타인과의 공감과 교류를 통해 친밀감, 유대감,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이는 사회적 활동과 성취에 근간으로 작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간관계 관리능력으로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잘 다루고 타인과 적절히 상호작용하는 능력으로 사회적 성취와 리더십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잘 다룬 감정, 우리에게 왜 필요하고 중요할까?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한 마디로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안내해 주는 안내자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 즈음해보았을 것입니다. 이때 정서가 삶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나침반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정서를 통해 의사결정이나 의사소통 등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매 순간 정서가 주는 정보와 의미의 파악은 처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감성지능은 감정이 주는 정보를 읽어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이 어떻게 평가되는지 판단하여 적절하게 대처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해줍니다. 또한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좋아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므로, 생존과 적응에 유리합니다. 이는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을 형성함으로써,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안정감과 안전감을 제공합니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대학 입학이나 취직 면접 상황에서, 직장 내 고용과 승진 등에서 감성지능이 우수한 사람을 선호합니다. 여러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협동과 협력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이루고 높은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AI와 협업해야만 하는 환경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만큼, 감성지능은 AI의 한계를 보완하고 인간 중심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감성지능이라는 인간답게 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효과적인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내 AI를 주도하고 활용하며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열쇠입니다.
누구나 노력하면 키울 수 있는 감성지능
감성지능이 타고나길 다른 사람들에 비해 뛰어난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감성지능 자체는 학습을 통해서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누구나 방법을 알고 노력하면 높일 수 있습니다.
첫째, 지금부터 감정을 명명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감정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 그것이 무슨 감정인지 명명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쉽게 되지 않을 경우 감정 단어 목록을 보면서 불안, 분노, 슬픔, 좌절 등이 무엇인지 감정 단어를 명명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감정을 느낀 경험을 구체적으로 적어봄으로써 감정이 느껴지고 변화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이해하는 작업이 감성지능을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를 습관화하기 위해서는 감정 일기를 매일 써볼 것을 권합니다. 이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자극에 대해 어떤 평가를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써보세요. 감정은 자극에 대한 평가로 발생하는데, 생각이 감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주의(attention)를 주는 대상에 반응하여 느껴지는 일시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 순간 어디에 주의를 주느냐에 따라 감정은 변하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자신의 주의의 대상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발생한 감정과 관련된 자신이나 타인의 욕구를 찾아보세요. 감정은 자극이나 대상에 대해 자신의 관심과 욕구가 관련되어 있을 때 발생합니다. 감정을 느꼈다면, 그 자극이나 대상과 관련해 원하는 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존중해 주길 바랬어.”,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랬어.” 등과 같이 무엇을 원했는지 알아차려 보세요.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이 그 상황에서 무엇을 원했는지를 들여다보세요. 타인의 감정 인식은 물론,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셋째,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인물의 욕구와 감정을 알아차려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감성지능을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각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자극이나 대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서 감정을 느끼는지 읽어보는 것입니다. 또한 관련해서 각 인물이 무엇을 원하는 지 욕구를 파악하여 이해합니다.
넷째, 감성지능의 핵심은 감정 조절 능력입니다. 감정의 변화를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과 발생한 감정을 다루고 조절하는 능력을 기릅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에는 크게 주의를 분산시키는 방법과 감정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구분됩니다. 감정을 마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호흡에 주의를 기울여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방법,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방법, “괜찮아.”라고 계속 반복해서 되뇌는 방법,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산이나 바다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방법 등을 통해 안전감을 확보합니다. 더불어 감정을 안전하게 해소하는 연습도 해보기를 바랍니다. 한번 발생한 감정은 느끼고 표현되어 해소되기를 요구합니다. 감정해소의 사전조건인 안전한 상황을 확보하고, 필수조건인 감정에 주의를 집중하여 느끼고 감정단어를 명명하면서 말, 글, 몸으로 표현하며 따라가 본다면, 감정을 안전하게 느끼고 표현하며 해소되는 변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감성지능은 후천적으로 키워갈 수 있는 능력인 만큼 감정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삶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안내하는 나침반이자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힘(power)을 손에 넣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본 콘텐츠는 이지영 교수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