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쓰는 조직은 늘고 있지만, 성과의 격차는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AX 조직으로의 전환은 무엇이 다를까요? 차이는 기술 그 자체보다 검증 구조, 협업 방식, 역할의 경계, 흔들리지 않는 기준 같은 ‘운영 설계’에서 만들어집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제시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AX 조직이 점검해야 할 네 가지 조건을 살펴봅니다.
매년 발간될 때마다 큰 관심을 모으는 「트렌드 코리아 2026」. 이번 책이 제시하는 AI 관련 인사이트는 단순히 “AI 툴이 더 좋아졌다”는 기술적 진보에 머물지 않습니다.
2026년의 변화는 ‘툴이 하나 더 생겼다’는 차원을 넘어, 일하는 방식과 조직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흐름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문서 초안 작성, 자료 조사, 아이디어 확장처럼 작업 단위의 변화는 이미 시작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제는 의사결정의 속도, 검증 체계, 협업 방식, 역할의 경계까지 AI를 매개로 재편되는 장면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AX(AI Transformation) 논의의 무게중심도 ‘도입 여부’에서 ‘운영 방식과 사람의 역할 재정의’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2026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네 가지 키워드를 살펴보겠습니다.

키워드 1) 켄타우로스(Centaur)형 인재: AI의 파워, 인간의 방향감
「트렌드 코리아 2026」의 주요 주제는 ‘HORSE POWER,’ 즉 켄타우로스형 인재입니다. AI를 ‘말의 하체’처럼 강력한 추진력으로 활용하되, 인간의 지혜로 방향을 잃지 않는다는 비유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AI를 잘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속도 위에서도 판단력을 유지하는 능력입니다. AI는 다양한 옵션을 빠르게 제시하고, 자료를 정리하며, 초안을 생성하는 데 강점을 보입니다. 반면, 최종 의사결정에는 맥락 이해, 우선순위 판단, 리스크 감지, 책임과 윤리 기준 같은 인간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합니다.
켄타우로스형 인재는 AI의 추진력을 ‘정답 생성’이 아니라 ‘탐색과 확장’에 활용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분별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판단력을 더합니다. 결국 AX 시대의 경쟁력은 AI 활용 능력 그 자체보다, AI 위에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키워드 2) Human-in-the-loop: ‘검증 가능한 사람’이 신뢰를 만든다
두 번째 키워드는 ‘Human-in-the-loop,’ 사람이 개입하는 검증 루프를 말합니다. AI에 전권을 맡기면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오류나 편향, 과도한 확신과 같은 부작용도 함께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 한 번 이상의 검증 과정은 조직의 신뢰를 지키는 핵심 장치가 됩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업무 숙련도와의 관계입니다. 숙련도가 낮을수록 AI가 생성한 결과를 그대로 제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숙련도가 높을수록 결과를 선별·보정·재구성하면서 효율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같은 AI를 사용하더라도 결과의 완성도가 달라지는 이유는 ‘사용 여부’보다 ‘검증과 편집의 역량’에 더 가깝습니다.
이때 ‘검증 가능한 사람’은 단순한 최종 승인자가 아닙니다. AI의 결과를 하나의 초안으로 보고, 근거를 점검하고, 맥락을 보완하며, 필요하다면 과감히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AX 조직에서 신뢰는 기술이 아니라 이러한 검증 구조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키워드 3) AX 조직: 경계가 흐려지는 협업과 속도
세 번째 키워드는 ‘AX 조직’에 있어 역할과 부서의 경계가 흐려지는 협업, 그리고 속도입니다. AI가 기획·제작·분석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마케팅 조직이 간단한 코드를 작성하고, 개발 조직이 기획안을 정리하는 모습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팀 구성은 보다 유연해지고, 의사결정과 실행의 속도는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함은 분위기나 구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업무를 잘게 나누고 빠르게 연결하는 프로세스, 권한과 책임의 명확한 배치, 협업 도구와 데이터 접근성, 결과물 공유에 대한 공통 규칙이 함께 작동해야 실제 속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GS칼텍스의 해커톤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난해 4회를 맞이한 GS그룹 해커톤에서는 전년도 35명 대비 참가자 수가 세 배 이상 증가하며 현장의 열기를 더했습니다. 본부·팀별로 구성된 참가 그룹은 AI를 활용해 실제 현장에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생산본부는 전기설비 운영·관리 업무를 지원하는 ‘전기설비 스마트 어시스턴트’를 제안했고, C&L본부는 마켓 데이터 보고 자료를 더 빠르고 명확하게 제작하기 위한 보고 장표 시각화 과제를 다뤘습니다. 서로 다른 업무 영역이지만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문서를 더 잘 쓰는 AI’가 아니라, 업무를 더 빠르게 연결하고 실행 단위로 전환하는 AI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입니다.
키워드 4) Rootism(근본이즘): 변하는 것 속에서 지켜야 할 것
마지막 키워드는 ‘근본이즘(Rootism)’입니다. 변화의 폭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AI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구성원들은 조직의 정체성과 원칙, 즉 변하지 않는 기준을 더욱 자주 확인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근본이즘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일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기준의 언어에 가깝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준이 불명확한 조직은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AX 시대의 조직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지켜야 할 가치와 원칙을 더욱 분명히 정리해야 합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의 성능에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켄타우로스형 인재의 판단력, Human-in-the-loop라는 검증 구조,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 방식,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기준. 이 네 가지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조직은 비로소 AX를 ‘도입’이 아니라 ‘체화’하게 됩니다.
2026년은 AI를 더 많이 사용하는 해라기보다,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이 조직의 수준을 가르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누군가는 효율을 높이고 누군가는 혼란을 키웁니다.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운영의 설계에서 발생합니다.
결국 질문은 단순합니다. 우리는 AI를 쓰고 있는가가 아니라, AI 시대에 맞는 일의 기준과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있는가입니다. AX는 시스템 교체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재정의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