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긍정 조직학과 조직문화
2. 문화는 “가치”이다(culture as values)! 에드거 샤인의 가치 중심 이론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널리 알려진 관점은, 문화를 가치 체계로 이해하는 것이다. 즉, 문화란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거나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한국 사람은 집단의 성공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집단주의 문화이고, 서구권의 사람들은 개성과 개인의 성공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개인주의 문화이다”라고 보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가까운 조직의 예를 보자. 조직의 가치 체계는 주로 “핵심 가치”로 표현된다. 쿠팡은 빠른 실패(fast failure), 토스는 상호 존중(respect), 삼성은 인재 제일, SK는 행복(happiness) 등을 지향하며, 이를 바탕으로 하는 조직문화를 추구한다. GS칼텍스의 핵심 가치인 신뢰-유연-도전-탁월은 이러한 가치 중심 관점에서, GS칼텍스 조직문화의 기반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 더 나아가 조직의 전략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Pixar)의 경우 1986년 창업 당시부터 집단 창의성(collective creativity)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매일 미완성된 작업을 공유 및 토론하는 등의 노력으로 1995년 토이 스토리의 성공을 만들어냈다. 부정적인 예도 있다. 영국의 석유 회사 BP는 탁월(excellence)과 용기(courage)가 중요한 가치였는데, 이는 성과주의와 위험 감수(risk-taking)의 문화로 변질되어 2010년 미국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되는 원유 유출 사고로 이어졌다.
그러나 조직문화를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 체계로 보는 이 관점은 최근 경영학계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가치의 차이가 조직과 구성원 행동의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뤄낸 마이크로소프트, 21세기 초 학습조직의 모범이 된 3M, 그리고 분식 회계의 대표 사례가 된 엔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놀랍게도 이 세 조직 모두가 진실성(integrity)을 자신의 핵심가치로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주 5일 야근을 해야 하는 회사에서도, 과도한 경쟁과 실적주의가 만연한 회사에서도 직원의 행복은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 상명하복의 군대식, 위계적 조직에서도 구성원 모두가 유연함과 창의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중요하고 가치 있다는 믿음이 항상 그 믿음의 체감과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3. 문화는 “스토리”이다(culture as stories)! 상징으로서의 조직문화
4. 문화는 “도구”이다(culture as toolkits)! 구성원 실천의 중요성
문화를 바라보는 마지막 관점은 문화를 활용하는 사람 – 조직 구성원 –의 행동과 실천을 강조하는 문화-도구상자 관점이다. 문화를 가치 체계나 스토리텔링이 아닌, 사람들이 일상 행동에 사용하는 행동 도구의 모음(toolbox)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는 조직 내 사람들의 습관, 기술, 언어, 행동 양식, 공유된 지식, 상징, 관습, 예절 등을 모두 포함한다. 예를 들어, 가치 중심의 관점은 동양과 서양이 각각 집단의 성공과 개인의 성공이라는 상이한 가치를 추구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도구상자 관점은 동양과 서양이 모두 개인의 성공이라는 동일한 가치를 갖고 있지만, 그것을 추구하는 방법 혹은 행동의 도구가 상이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조직의 예를 보자. 많은 회사들이 탁월성과 성과를 핵심 가치로 추구하고, 그것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진행한다. 그러나 가치 달성을 위해 제공하는 도구는 회사마다 다르다. 탁월한 성과를 위해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은 주 32시간 4일제를 제공하고, 토스는 스트라이크 제도를 운용했다(3번의 팀 경고를 받으면 퇴사 권고를 받는 제도 – 현재 폐지). GS칼텍스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경력개발 프로그램(career development program, CDP)과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탁월성이라는 조직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워라밸(work-life balance), 선별적 직원 유지(selective employee retention), 그리고 교육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아무리 효과적이고 창의적인 문화 도구를 제공한다고 해도, 구성원이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용할 문화적 도구를 선택하고 조합하여 자신만의 행동전략(strategies of action)을 구성하는 것은 개인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셀프 관리 도구가 트렁크 한가득 차 있어도, 최신식 조리 도구가 부엌 찬장에 꽉 차 있어도, 활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원이 경력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거나, 팀장이 저성과자에게도 스트라이크를 주지 않을 수 있다. 주 4일제는 투잡(two-job 직업을 하나 이상 가지는 것)으로 워라밸을 오히려 해치게 될 수도 있다. 적절하고 일관된 문화 도구를 제공하는 조직과, 그 도구를 조직의 목표와 조화롭게 활용하는 구성원이 함께 할 때 안정적인 조직문화는 정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