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실험 도시, 우븐시티가 그리는 ‘협업 기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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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모빌리티의 혁신적 융합, 우븐시티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토요타 자동차의 아키오 토요다 회장은 일본 후지산 기슭에 약 175에이커(약 70만㎡) 규모의 실험 도시인 ‘우븐시티(Woven City)’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토요다 회장은 이 도시가 자율주행차와 로봇, 스마트홈,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하는 이른바 ‘살아있는 실험실(Living Laboratory)’의 역할을 수행하며 여러 기업과 연구자, 실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협업의 장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토요타 우븐시티 toyota woven city, GS칼텍스
토요타 우븐시티 조감도(출처: 토요타)

이후 2021년 착공을 시작한 우븐시티는 토요타가 추구하는 ‘모빌리티 컴퍼니’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대표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했다. 토요타는 이 도시를 통해 단순한 자동차를 넘어 인간의 삶과 이동 전반에 가치를 제공하는 미래 도시 비전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우븐시티(Woven City)’는 ‘짜여진(Woven)’ 도시라는 이름처럼 도로와 건물, 사람,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형태의 도시를 지향하며, 이는 토요타의 비즈니스 원류인 자동 베틀(automatic loom)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여러 실이 엮여 하나의 천을 짜는 것처럼 도시의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교차하고 통합된다는 철학을 반영한다.

CES 2025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우븐시티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아키오 토요다 회장, toyota woven city, GS칼텍스
CES 2025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우븐시티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아키오 토요다 회장(출처=토요타)

다양한 파트너가 함께하는 협업 생태계

토요타 그룹의 아키오 토요다 회장은 우븐시티 발표에서 “미래 기술을 단순히 개발하는 것을 넘어, 기술이 실제로 인류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이 도시는 비단 토요타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며 전 세계의 파트너와 연구자, 그리고 산업 전반의 협력을 환영한다”고 밝히며 열린 협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토요타는 우븐시티 프로젝트를 위해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를 도시 설계에 참여시켰고, 소프트뱅크, NTT(일본전신전화), 파나소닉 등 주요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는 토요타가 자사의 기술과 비전만으로는 미래 도시가 직면한 복합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 아래,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사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추구한 결과다.

우븐시티에는 토요타 직원 뿐만 아니라 연구원, 과학자, 엔지니어, 일반 가정을 포함해 약 2,000여명의 주민이 실제로 거주하며 자율주행 시스템 및 스마트홈 기술, AI기반 서비스 등을 일상에서 직접 체험하고 평가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공존하는 생태계는 기술의 실효성과 활용 가능성을 실생활 속에서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곧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협업 문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기술과 자연이 조화된 ‘웹’ 구조 설계

우븐시티의 세 가지 도로 유형을 보여주는 웹 구조 다이어그램, toyota woven city, GS칼텍스
우븐시티의 세 가지 도로 유형을 보여주는 웹 구조 다이어그램(출처: Japan Creative Enterprise (JCE))

우븐시티의 가장 큰 특징은 세 가지 유형의 도로가 교차하며 구성된 독특한 ‘웹(Web)’ 구조의 설계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격자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도로는 용도에 따라 설계되어 세가지 유형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첫 번째 유형의 도로는 자율주행 차량 전용의 간선 도로로, 빠른 이동을 위한 통로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 차량과 e-팔레트(e-Palette)와 같은 자율 셔틀이 승객과 물류를 빠르게 이동시키며, 시속 30-40km의 속도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행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두 번째 유형은 중간 속도의 이동 수단과 보행자가 함께 이용하는 혼합 도로다. 전동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소형 모빌리티 기기 등 개인형 이동 수단과 보행자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시속 15km 이하의 제한 속도를 적용해 안전한 이동 환경을 조성한다.

세 번째 유형은 보행자 전용 녹지 산책로이며, 마치 선형 공원과 같이 조성된다. 이 공간에는 다양한 식물과 휴식 공간이 배치되어 주민들이 자연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편안한 보행 환경에서 이웃과 교류할 수 있도록 자연과 함께하는 도시의 면모를 고스란히 담아낸 공간이다.

이처럼 세 가지 도로 유형이 격자 형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는 물리적 이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첨단 기술과 인간,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토요타의 미래 도시 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도시 전체가 다양한 ‘실(thread)’들이 정교하게 엮여 하나의 직물을 이루듯 설계된 이 구조는 ‘우븐(Woven)’의 개념을 구현하며, 이는 분절된 공간이 아닌 유기적으로 호흡하는 살아있는 도시 생태계를 지향한다.

현실 속 실험, 지속적 개선의 철학

토요타는 우븐시티를 ‘살아있는 실험실(Living Laboratory)’로 정의하며, 실제 환경에서 기술을 지속적으로 테스트하고 개선하는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는 발전을 추구하는 토요타의 오랜 기업 철학인 ‘카이젠(改善, 지속적 개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토요타 e-팔레트 모빌리티 플랫폼 및 우븐시티 전경, GS칼텍스
e-팔레트 모빌리티 플랫폼 (출처: 토요타)

대표적인 예로 토요타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인 ‘e-팔레트(e-Palette)’는 우븐시티에서 실제 주민들의 주요 이동 수단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차량은 승객 운송, 물류 배송, 이동식 상점 등 다양한 용도에 맞게 변형 가능한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설계되었으며, 실제 운행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와 주민들의 피드백은 기술 고도화와 신규 서비스 개발의 귀중한 자산으로 활용된다. 이를 통해 우븐시티는 이론이 아닌 현실에 기반한 혁신을 가속화하는 플랫폼의 기능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수소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청정 에너지 시스템과 가정 내 로봇, 센서 기반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되어 테스트될 예정이다. 이러한 실험적 접근은 개별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토요타가 다양한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미래 모빌리티와 스마트시티 분야의 혁신을 선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산업 경계를 넘는 융합

토요타는 우븐시티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한계를 넘어 IT, 에너지, 건설,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의 결합 및 수소 연료전지 기반 에너지 시스템의 건축물 통합, 첨단 센서 기술과 의료 모니터링의 접목 등은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단순한 산업 간 협력을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 접근 방식으로 평가된다. 토요타는 이러한 시도를 통해 미래 산업이 나아갈 융합적 발전의 방향을 선도하고 있다.

토요타의 CASE 전략 및 Mobility for All 비전, 토요타 우븐시티, GS칼텍스
토요타의 CASE 전략 및 Mobility for All 비전(출처: 토요타)

향후 우븐시티에서는 토요타가 2018년부터 추진해온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ed, Electric)’ 전략과 ‘Mobility for All’ 비전이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될 전망이다. 자율주행과 연결성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서비스, 로봇을 활용한 생활 지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도시 관리 시스템 등이 통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토요타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더 나아가 일상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토탈 기술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략적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융합이 가속화되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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