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
유니클로 창업자이자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의 저자인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철학은 끊임없는 도전과 실행만이 기업을 성장시킨다는 냉철한 메시지입니다. 이 철학은 불황 속에서도 조직문화가 어떻게 위기를 성장의 동력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실제로 유니클로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일본 의류 시장 침체와 해외 진출 초기 실패를 극복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이 메시지는 오늘날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석유화학 산업에도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불황은 기업이라면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시장 침체, 규제 강화, 글로벌 위기 등 외부 환경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이를 극복하는 힘은 결국 조직 내부에서 나옵니다. 일본 패션 산업이 장기 침체에 빠져 있을 때, 유니클로는 ‘조직문화’라는 내적 동력을 통해 세계적 SPA 브랜드로 도약했습니다. 특히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강조한 “불황은 오히려 기회”라는 인식이,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유니클로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샐러리맨 문화를 넘어선 ‘전원 경영’
일본의 전형적인 샐러리맨 문화는 상명하복 구조와 위험 회피 성향으로 인해 위기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웠습니다. 불황기에 이러한 문화는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할 말을 하지 못하는 문화’가 창의적 제안을 억눌렀습니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문제를 지적하고 새로운 시도를 제안할 수 있는 분위기 없이는 일본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이에 유니클로는 ‘전원 경영(全員経営)’ 문화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모든 직원이 경영자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개념으로, 매장 직원이 고객 피드백을 직접 수집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작은 개선안이라도 상품 기획과 서비스 전반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유니클로는 수동적 집합체에서 능동적 학습조직으로 진화했고, 불황 속에서도 차별적인 경쟁우위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위기 국면에서 발휘된 ‘자율적 실행’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일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원칙은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조직의 생존 전략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시장 진출 초기입니다. 사이즈 표기 혼란과 현지 소비자 취향 차이 같은 문제는 본사의 지시가 아니라 현지 점장의 자율적 판단과 실행으로 해결되었습니다. 이렇게 현장에서 바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다른 매장으로 확산되면서, 유니클로는 현지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본사 중심의 의사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고, 현장 중심의 ‘자율적 실행’이 위기 극복의 핵심 전략임을 입증했습니다.
성공을 반복하지 않고 쇄신하는 힘

불황이 가혹한 이유는 과거의 성공 모델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니클로는 이를 일찍이 깨닫고,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는 원칙을 실천했습니다.
플리스(Fleece)의 폭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재생산에 머물지 않고, 히트텍(Heattech), 에어리즘(AIRism) 등 새로운 기능성 소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제품군을 확장했습니다. 또한, 2001년 영국 시장에서의 실패 이후에는 일본 내수에서 통했던 성공 공식을 과감히 버리고, 글로벌 표준에 맞춘 시스템을 새롭게 정립했습니다.
그 결과,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이 안착하며 2022년에는 연간 흑자로 전환했고, 해외 사업의 영업이익이 일본 내수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유니클로의 해외 매출은 일본 내수의 두 배에 달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니클로는 불황을 단순한 ‘위기’가 아닌, 혁신을 촉발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외부 환경의 제약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내며,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전 세계적 불황기에도 성장의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어제의 성공’을 잊는 용기, 석유화학 산업의 새로운 해답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 메시지는 의류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늘날 석유화학 산업 역시 근본적인 구조적 전환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규제는 강화되고, 전기차 확산으로 석유 수요는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생산능력 과잉까지 겹치면서, 기존의 가격 경쟁 전략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과거의 성공 공식, 즉 대량 생산과 원가 경쟁력 중심의 성장 전략에 의존하는 것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황 속에서도 조직문화를 끊임없이 진화시켜온 유니클로처럼, 석유화학 산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전원 경영적 사고가 중요합니다. 현장의 엔지니어, 연구원, 영업까지 모두가 경영자적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러한 ‘스스로 찾아내는 실행 문화’가 뿌리내릴 때, 변화에 대한 대응력은 곧 조직의 경쟁력이 됩니다.
또한, 규제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아이디어는 전략부서가 아닌, 현장과 고객 접점에서 체감한 문제의식에서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공을 하루 만에 잊고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 ‘쇄신’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주력 사업이었던 대규모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머무르지 말고, 친환경 소재 개발, 순환경제 체계 도입, 신사업 영역 진출을 통해 산업 전환을 선도해야 합니다.
실제로 GS칼텍스 역시 바이오 원료 기반 제품 개발, 폐플라스틱 재활용 및 업사이클링, 수소·전기 등 미래 에너지 분야로의 도전을 추진하며 이러한 변화를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산업, 다음 시대의 승자가 되려면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저서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는 “도전, 실행, 쇄신”이라는 세 가지 원칙이 기업의 지속 성장을 이끄는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유니클로가 조직문화를 통해 이를 증명했듯, 석유화학 산업 역시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혁신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오늘의 성과가 내일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의 성공을 하루 만에 잊고 미래를 향한 혁신을 실행하는 기업만이 불황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고, 다음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석유화학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고 있는 GS칼텍스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