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지붕, 왜 중요할까?
이와 같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도 존재하는데요.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무게’입니다. 차체를 덮는 강화유리의 무게와 함께 이를 지지하는 선루프 프레임이 차량 전체의 무게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특히, 선루프 프레임은 자동차 대형 부품 중 하나입니다.
차량의 무게 증가는 연비 저하를 야기하게 되며, 지붕 위로 무게가 쏠리면서 사고 시 전복의 위험성도 갖게 됩니다. 이 밖에도 사용 연식이 오래되면 프레임에 변형이나 손상이 발생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죠.
‘더 가볍고, 더 강하고, 더 저렴한’ 꿈의 자동차 지붕을 찾아서
저렴한 강철을 소재로 활용한 기존 1세대 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은 비용과 강도 측면으로 인하여 강철소재를 적용해오고 있었지만 너무 무겁다는 단점을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2세대 프레임에서는 탄소섬유 기반의 소재를 활용해 강철 수준의 물성을 유지하면서도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었는데요. 다만 탄소섬유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고, 국내 수급이 어려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옥의 티였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GS칼텍스 연구진은 그 동안 ‘복합수지’ 연구로 만들어낸 성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3세대 프레임 개발에 매진해 왔습니다.
여기서 잠깐, 복합수지에 대해 알아볼까요?
복합수지는 한마디로 여러 원재료의 특성을 잘 섞어 만드는 ‘비빔밥’과 같습니다. 수지(비빔밥 베이스)와 충전제(고명), 첨가제(비빔장), 가공기술(조리방법)을 다채롭게 조합해 최적의 물성을 지닌 비빔밥(복합수지)을 만드는 거죠. 탄소섬유 복합수지로 만든 2세대 선루프 프레임도 바로 이러한 성과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GS칼텍스 연구진은 이 탄소섬유를 좀 더 경제적이고, 국내 수급이 용이한 ‘유리섬유’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 결국 2세대 프레임과 비슷한 무게와 물성을 지녔으면서도 경제성은 높은 ‘3세대 선루프 프레임’ 개발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는데요. 이러한 기술혁신 성과를 인정받아 국내 최고의 산업기술상인 제96차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IR52 장영실상은?
1991년 1월부터 매주 신기술제품 개발, 혁신에 앞장선 국내 업체와 연구소 기술개발 담당자를 선정하여 ‘IR52 장영실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장영실상 앞에 붙은 IR은 산업 연구(Industrial Research)의 약자이며, 52는 1년에 52주 동안 매주 시상한다는 뜻이에요. 세종 때, 측우기를 비롯해 다양한 과학 기구를 만든 과학자 장영실의 과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장영실상은 신제품 개발 등에 공헌한 기업, 연구기관의 기술 개발 촉진 및 담당 개발자들의 사기를 고취시켜 과학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칼국수 이어폰에서 유레카를 외치다
유리섬유 복합소재도 바로 유선 이어폰과 같은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둥그렇고 기다란 선과 같은 구조를 가진 유리섬유가 기계적 강도보강 효과는 있지만 변형에 취약했던 것이죠. GS칼텍스 연구진은 유선 이어폰의 꼬임 문제 해결에 실제로 ‘칼국수 이어폰(플랫코드 이어폰)’에서 큰 영감을 얻었는데요. 칼국수 면처럼 넓적한 선으로 이루어진 특수한 유리섬유를 적용하여 3세대 복합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제품이 뒤틀어지는 기존의 변형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 키는 유리섬유의 ‘길이’에서 찾았습니다. 섬유 강화 플라스틱의 특징 중 하나가 섬유가 길어질수록 물성이 극대화된다는 것인데요. 이는 건물을 단단하게 짓기 위해 기초 재료가 되는 시멘트에 자갈돌을 섞는 것보다 길이가 긴 철근을 넣는 것이 시멘트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원리와 같습니다. GS칼텍스 연구진은 이 특성을 활용해, 기존보다 6배 이상 긴 유리섬유를 만들어 물성을 향상시켰습니다. 자, 이제 폴리아미드6(비빔밥 베이스) + 유리섬유(고명) + 첨가제(비빔장)의 조합을 잘 버무려 무게, 물성, 가격,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3세대 선루프 프레임’이 완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