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조직학과 조직문화

GS칼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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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긍정 조직학과 조직문화

긍정 조직학이란 “조직과 그 구성원의 긍정적인 결과, 과정 및 속성에 대한 연구*[efn_note]Cameron, K. S., Dutton, J. E., Quinn, R. E., & Wrzesniewski, A. (2003). Developing a discipline of positive organizational scholarship. Positive organizational scholarship: Foundations of a new discipline, 361-370.[/efn_note]“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문제 투성이처럼 보이는 조직 생활에서, 조직 내 긍정적인 요소만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것이다. 긍정 조직학은 자기 존중감, 긍정 정서, 회복 탄력성, 일의 의미와 목적, 긍정적 관계, 긍정 리더십 등 다양한 조직 내 현상들 중 긍정적인 면을 다룬다. 이 중 현업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주제는 단연 긍정 조직문화*[efn_note]긍정 조직문화 연구 목록: https://positiveorgs.bus.umich.edu/topics/positive-culture/[/efn_note] 일 것이다. 기존의 조직문화를 긍정 조직문화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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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화는 “가치”이다(culture as values)! 에드거 샤인의 가치 중심 이론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널리 알려진 관점은, 문화를 가치 체계로 이해하는 것이다. 즉, 문화란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거나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한국 사람은 집단의 성공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집단주의 문화이고, 서구권의 사람들은 개성과 개인의 성공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개인주의 문화이다”라고 보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가까운 조직의 예를 보자. 조직의 가치 체계는 주로 “핵심 가치”로 표현된다. 쿠팡은 빠른 실패(fast failure), 토스는 상호 존중(respect), 삼성은 인재 제일, SK는 행복(happiness) 등을 지향하며, 이를 바탕으로 하는 조직문화를 추구한다. GS칼텍스의 핵심 가치인 신뢰-유연-도전-탁월은 이러한 가치 중심 관점에서, GS칼텍스 조직문화의 기반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 더 나아가 조직의 전략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Pixar)의 경우 1986년 창업 당시부터 집단 창의성(collective creativity)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매일 미완성된 작업을 공유 및 토론하는 등의 노력으로 1995년 토이 스토리의 성공을 만들어냈다. 부정적인 예도 있다. 영국의 석유 회사 BP는 탁월(excellence)과 용기(courage)가 중요한 가치였는데, 이는 성과주의와 위험 감수(risk-taking)의 문화로 변질되어 2010년 미국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되는 원유 유출 사고로 이어졌다.

그러나 조직문화를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 체계로 보는 이 관점은 최근 경영학계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가치의 차이가 조직과 구성원 행동의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뤄낸 마이크로소프트, 21세기 초 학습조직의 모범이 된 3M, 그리고 분식 회계의 대표 사례가 된 엔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놀랍게도 이 세 조직 모두가 진실성(integrity)을 자신의 핵심가치로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주 5일 야근을 해야 하는 회사에서도, 과도한 경쟁과 실적주의가 만연한 회사에서도 직원의 행복은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 상명하복의 군대식, 위계적 조직에서도 구성원 모두가 유연함과 창의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중요하고 가치 있다는 믿음이 항상 그 믿음의 체감과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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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화는 “스토리”이다(culture as stories)! 상징으로서의 조직문화

문화는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이야기 혹은 스토리텔링으로 이해될 수 있다. 꼭 중요하거나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내용, 즉 가치 체계가 아니더라도, 구성원 다수에 의해 회자되는 이야기(story)는 해당 집단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주며, 이것이 문화라는 것이다. 고대 부족의 문화는 전설이나 신화의 형태로 전승되었고, 우리가 어린 시절 자주 접한 전래동화 역시 문화를 유지시키는 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조직 맥락에서도, 조직문화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으로 이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의성을 단순히 회사 홈페이지에만 크게 명시해 둔 회사보다는, 조직의 설립자나 한 직원의 창의성 빛나는 스토리가 영웅담처럼 회자되는 회사에서, 창의성이 조직문화로 자리 잡았을 확률이 더 높다. 스스로를 회의주의자(툭하면 회의하자고 하는 사람을 칭하는 온라인 신조어)라고 부르며 농담을 주고받는 회사에서는 – 회사 공식 문서 어디에서 강조하지 않더라도 – 수평주의와 토론이라는 조직문화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의 스토리텔링은 전략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조직문화 혁신을 꾀할 때, 회사는 의도적으로 조직문화 이슈를 만들었다. 내부 구성원 뿐만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의 입에도 문화가 계속해서 오르내리게 만든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컬처핏 인터뷰(cultural fit interview – 조직문화 적합성 면접), 컬처 덱(culture deck – 조직문화를 설명하는 두꺼운 책), 컬처 서베이(culture deck – 조직문화 만족도를 조사하는 정기 설문)와 같은 활동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에서 구성원들은, 회사가 만든 문화의 스토리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문화 스토리를 만들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조직의 문화 스토리텔링을 위한, 상징 경영*[efn_note]조직이 은유, 행동, 이야기(스토리텔링), 이미지 등의 방법을 통하여 조직 구성원들과 가치와 의미 체계를 소통하고 유지하는 과정.[/efn_note](symbolic management)를 위한, 전략적인 노력인 것이다.

또한 21세기 문화의 스토리텔링은 더 이상 텍스트나 구어에 한정되지 않는다. 스토리텔링으로서의 문화는 영화, 드라마, 예능 영상물이나 음악과 같은 콘텐츠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한류나 BTS의 열성 외국인 팬들은 “한국 문화의 가치 체계는 이러이러하다”라는 명확한 인식이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류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한국 문화를 깊게 이해하고 사랑하며 또 실천한다. 마찬가지로 회사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조직의 문화를 내외부적으로 강조할 수 있다. 최근 많은 회사들이 홍보 영상, 사옥 인테리어, 캠페인, 로고 디자인, 굿즈 등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파타고니아(Patagonia)나 로레알(L’Oréal)이 시도한 것처럼, 여러 조직들도 구성원들을 조직문화의 팬, 혹은 조직문화의 홍보대사(ambassador)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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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화는 “도구”이다(culture as toolkits)! 구성원 실천의 중요성

문화를 바라보는 마지막 관점은 문화를 활용하는 사람 – 조직 구성원 –의 행동과 실천을 강조하는 문화-도구상자 관점이다. 문화를 가치 체계나 스토리텔링이 아닌, 사람들이 일상 행동에 사용하는 행동 도구의 모음(toolbox)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는 조직 내 사람들의 습관, 기술, 언어, 행동 양식, 공유된 지식, 상징, 관습, 예절 등을 모두 포함한다. 예를 들어, 가치 중심의 관점은 동양과 서양이 각각 집단의 성공과 개인의 성공이라는 상이한 가치를 추구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도구상자 관점은 동양과 서양이 모두 개인의 성공이라는 동일한 가치를 갖고 있지만, 그것을 추구하는 방법 혹은 행동의 도구가 상이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조직의 예를 보자. 많은 회사들이 탁월성과 성과를 핵심 가치로 추구하고, 그것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진행한다. 그러나 가치 달성을 위해 제공하는 도구는 회사마다 다르다. 탁월한 성과를 위해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은 주 32시간 4일제를 제공하고, 토스는 스트라이크 제도를 운용했다(3번의 팀 경고를 받으면 퇴사 권고를 받는 제도 – 현재 폐지). GS칼텍스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경력개발 프로그램(career development program, CDP)과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탁월성이라는 조직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워라밸(work-life balance), 선별적 직원 유지(selective employee retention), 그리고 교육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아무리 효과적이고 창의적인 문화 도구를 제공한다고 해도, 구성원이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용할 문화적 도구를 선택하고 조합하여 자신만의 행동전략(strategies of action)을 구성하는 것은 개인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셀프 관리 도구가 트렁크 한가득 차 있어도, 최신식 조리 도구가 부엌 찬장에 꽉 차 있어도, 활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원이 경력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거나, 팀장이 저성과자에게도 스트라이크를 주지 않을 수 있다. 주 4일제는 투잡(two-job 직업을 하나 이상 가지는 것)으로 워라밸을 오히려 해치게 될 수도 있다. 적절하고 일관된 문화 도구를 제공하는 조직과, 그 도구를 조직의 목표와 조화롭게 활용하는 구성원이 함께 할 때 안정적인 조직문화는 정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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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긍정 조직문화로 가는 길

“그 회사 분위기나 조직문화 어때요?”

블라인드(Blind), 리멤버(Remember)와 같은 직장인 플랫폼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글이다.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는 구직자부터, 신입사원, 중간관리자, 그리고 최고 경영진까지. 조직문화만큼이나 조직 구성원 모두가 그 중요성에 공감하는 주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리더가 바뀌지 않아서” 또 “직원들이 바뀌지 않아서” 긍정 조직문화는 종종 요원한 희망 사항 정도로 치부된다.

긍정 조직문화를 위한 스토리텔링 또는 문화적 도구는 무엇일까? 최고 경영진과 인사실의 고민이 되어야 한다. 긍정 조직문화를 위한 실천은 무엇일까? 주어진 문화적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조직 구성원들의 고민이 되어야 한다. GS칼텍스만의 “에너지 플러스 컬처” 스토리텔링과 도구 그리고 실천을 기대해 본다.*[efn_note]본 원고는 Academy of Management Annals에 2015년에 실린 The many faces of culture: Making sense of 30 years of research on culture in organization studies (Giorgi, S., Lockwood, C., & Glynn, M. A 저) 논문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습니다.[/efn_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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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람

도보람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건설 및 환경공학 학사를, Boston College에서 경영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매니지먼트 분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관심분야는 조직 내 정서경험, 조직변화 관리 및 긍정조직학 등이다. 지금까지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Organization Science, Organizational Studies 등 주요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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