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본격화된 글로벌 CCS 시장…“한국, 정부 지원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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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포집저장(CCS) 시장이 개화하고 있다. CCS는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한 뒤 폐(廢)유·가스전을 저장소로 활용해 영구적으로 매립하는 사업이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을 위해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탄소중립을 달성해 나갈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본격 개화한 글로벌 CCS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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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9년 국제해사기구(IMO)가 탄소의 국경 간 이동 및 해외 저장을 허용한 뒤 CCS 밸류체인은 글로벌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가 2050년까지 연간 최소 6기가 톤(Gt)의 탄소를 포집 및 저장해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선박 중개업체 클락슨은 이 중 20%가량이 해상 운송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탄소 운반선이 글로벌 CCS 시대의 운명을 쥔 핵심 밸류체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 배출국과 탄소 저장국 간 미스매치 때문이다. 아태 지역을 예로 들면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탄소 배출량에 비해 저장소가 충분하지 않다. 반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호주 등은 유·가스전이 많아 탄소 저장소 후보지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운반선은 작년 9월 기준 4척에 불과했다.

IEA 분석에 따르면 2050년까지 최대 2,500척가량의 탄소 운반선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탄소 운반선뿐 아니다. 세계 각국은 CCS 밸류체인 전반을 선점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CCS는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을 위해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탄소중립을 달성해 나갈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다. 탄소 운반선 건조를 비롯해 포집 시설과 수출 터미널, 저장소 건설 등도 CCS 관련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후 기술 지원을 위해 조성한 30억 유로 규모의 이노베이션 펀드 중 3분의 1을 CCS 프로젝트에 배정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자국 시멘트 기업의 탄소 포집 시설 건설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 4억 유로의 85%를 대주기도 했다. 미국은 CCS 밸류체인 사업자들에게 탄소 1t당 85달러에 달하는 세액공제 지원을 해주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MMR에 따르면 2023년 125억 7,000만 달러이던 전 세계 CCS 시장 규모는 2030년 542억 7,000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높아지는 탄소세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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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CCS에다 탄소를 활용(utilization)하는 기술까지 더한 CCUS법이 2025년 2월 7일 발효됐다.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비하려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CBAM은 유럽으로 수입된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철강, 알루미늄 등이 1차 대상 품목이지만, 조만간 석유화학 등이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CCS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CCS 관련 법안 제정뿐만 아니라 갖가지 노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 최초의 탄소 저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 동해 가스전(탄소 저장 용량 120만t) 실증사업은 지난해 초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선정된 뒤 1차 사전점검 회의를 앞두고 있다. 연안에서 탄소를 묻을 수 있는 대염수층을 탐사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형상 적합한 저장소를 찾아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해외로 탄소를 수출하는 인프라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부는 국내 3대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있는 울산, 여수, 서산 등을 탄소 수출 허브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의 CCS 아태 총괄인 자린 자파렐 모하마드는 “한국 정부가 탄소 수출 터미널을 지정하고 오픈 액세스를 허용할지 등 다음 단계의 정책 결정을 빨리 내려줘야 유럽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한시름 놓을 것”이라고 했다.

세액 공제율 상향 등 인센티브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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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관세 정책의 하나로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CCS는 탄소중립에 회의적인 트럼프 시대에도 더욱 성장할 기술로 분류되고 있다. 그가 화석연료 생산 확대 정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폐기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중에서도 탄소 포집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탄소 감축량 1t당 85달러 세액 공제 혜택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살아남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탄소세 장벽’ 우려에도 불구하고 CCS 생태계에 본격 참여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과 그로 인한 사업 리스크 때문이다. 이호섭 한국CCUS추진단장은 “기업들이 CCS 생태계에 선제적으로 참여해야 나중에 부담하게 될 CCS 비용(탄소 수출 비용)을 낮출 수 있고 CCS 밸류체인의 트랙 레코드(실적)도 쌓을 수 있다”며 “정부도 지원 방안을 통해 기업들이 CCS 사업에 투자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통합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통해 CCUS를 신성장 기술로 분류하고, 기업 규모별로 3~12%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이 IRA를 통해 탄소 감축량 1t당 85달러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것처럼 감축량을 기준으로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방식이 기업 입장에서 더 직접적인 혜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혹은 CCUS를 전략기술로 재분류해 공제율을 최대 25%로 높이거나 기후산업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별도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글 – 김리안 한국경제 기자

※ 본 콘텐츠는 한국경제 김리안 기자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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