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핵 합의 복원을 둘러싼 이란 보수 지배 연합과 미국 민주당 정부의 탐색전
가. 이란 보수 지배 연합과 고강도 제재 위기 극복
2018년 트럼프 정부가 2015년 이란 핵 합의를 독단적으로 파기하고 고강도 제재를 부활하자 1년 뒤 이란도 이에 맞서 핵 합의 이행 파기를 선언했다. 2020년 12월 강경파가 장악한 의회는 20% 우라늄 농축 재개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2021년 1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이란 핵 합의 복원이 중동지역 안정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란 핵 합의 복귀 가능성은 2020년 8월 민주당 정강위원회의 공약 발표 이후 급부상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란이 핵 합의 의무를 이행한다는 전제 하에 미국이 합의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외교안보 라인을 2015년 이란 핵 합의 주역들로 꾸렸고 이 중 한 명인 블링컨(Antony Blinken) 국무장관은 외교의 힘을 통한 핵 합의 복원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복원하려는 2015년 이란 핵 합의는 2003년 IAEA가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을 제기한 지 12년 만에, 2011년 미국의 주도로 국제사회가 고강도로 제재를 한 지 5년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2015년 12월 IAEA가 이란 핵 개발 의혹을 해소하는 결의안을 채택함에 따라 2016년 1월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가 공식적으로 해제되었다. 이란은 원심분리기 수를 3분의 2로 감축하고, 15년간 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을 건설하지 않고 잔여 시설 역시 IAEA의 감시하에 두며, IAEA가 포르도와 나탄즈 핵 시설을 상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이로써 이란이 핵무기 1기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브레이크아웃 기간을 최소 10년간 1년 이상으로 제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2015년 핵 합의 타결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3차례 실험 발사하면서 정국 경색을 지속해서 시도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역시 강경한 반미 구호를 공식 석상에서 연일 외쳤다. 무엇보다 핵 합의 이후 추진된 민영화와 시장개방 정책은 이들 강경파 보수 지배 연합의 이해관계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이들 보수 지배 연합은 제재 완화 이후 개방과 외자 유치보다는 내수 위주의 저항경제를 주장하고 있다.
종교재단인 본야드와 혁명수비대 산하 회사는 민관 플랜트 프로젝트의 대부분을 독식하며 세금면제 혜택까지 받아왔다.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회사는 원유 분야에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지만, 부동산, 통신과 미디어, 자동차, 건설, 금융, 농업 분야 전반에 걸쳐 골고루 퍼져 있기도 하다. 혁명수비대는 국가 전체 자산의 40%가 넘는 부를 소유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암시장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진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 경제가 충격을 받고 있지만, 보수 지배 연합의 경제체제는 여전히 견고하다. 본야드가 대표적이다. 혁명 이전부터 존재하였지만, 혁명 이후 확장되어 자선에 기반을 둔 복지증진 사업을 넘어 본야드의 손길은 이란 경제 곳곳에 퍼져 있다. 본야드는 정부 보조금과 면세 혜택을 받는다. 국가의 업무인 재화 재분배를 책임지고 있기에 공적인 영역에 속한 기구이지만, 행정부나 입법부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혁명수비대 역시‘하타몰 안비야(Khatamol Anbiya)’라는 본야드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지만, 이란 내 전체 본야드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하타몰 안비야’가 다른 본야드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역시 파악하기는 어렵다. 미 재무부는 본야드가 이란 경제를 좌지우지할 뿐 아니라 해외 테러조직도 지원한다고 보고 본야드를 직접 제재하고 있다.
2015년 이란 핵 합의 타결 성공에는 이란 온건 개혁파 엘리트의 부상과 도시 중산층·청년층의 전폭적 지지, 미국 중동 정책의 변화, 극단주의 테러조직 ISIS의 부상, 유럽의 제재와 관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동하였다. 2011년 본격화된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라 국내 여론의 압박을 받자 최고지도자는 2013년 대선에서 극적으로 당선된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과 측근 자리프 외무장관의 핵 협상 추진을 허락했다. 2013년 9월 이란의 핵 협상 창구가 최고지도자의 직속 기관 국가안보최고회의에서 대통령 산하 외교부로 바뀌면서 협상은 활기를 띄었다.
그러나 2015년 핵 합의 타결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3차례 실험 발사하면서 정국 경색을 지속해서 시도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역시 강경한 반미 구호를 공식 석상에서 연일 외쳤다. 무엇보다 핵 합의 이후 추진된 민영화와 시장개방 정책은 이들 강경파 보수 지배 연합의 이해관계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이들 보수 지배 연합은 제재 완화 이후 개방과 외자 유치보다는 내수 위주의 저항경제를 주장하고 있다.
종교재단인 본야드와 혁명수비대 산하 회사는 민관 플랜트 프로젝트의 대부분을 독식하며 세금면제 혜택까지 받아왔다.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회사는 원유 분야에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지만, 부동산, 통신과 미디어, 자동차, 건설, 금융, 농업 분야 전반에 걸쳐 골고루 퍼져 있기도 하다. 혁명수비대는 국가 전체 자산의 40%가 넘는 부를 소유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암시장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진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 경제가 충격을 받고 있지만, 보수 지배 연합의 경제체제는 여전히 견고하다. 본야드가 대표적이다. 혁명 이전부터 존재하였지만, 혁명 이후 확장되어 자선에 기반을 둔 복지증진 사업을 넘어 본야드의 손길은 이란 경제 곳곳에 퍼져 있다. 본야드는 정부 보조금과 면세 혜택을 받는다. 국가의 업무인 재화 재분배를 책임지고 있기에 공적인 영역에 속한 기구이지만, 행정부나 입법부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혁명수비대 역시‘하타몰 안비야(Khatamol Anbiya)’라는 본야드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지만, 이란 내 전체 본야드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하타몰 안비야’가 다른 본야드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역시 파악하기는 어렵다. 미 재무부는 본야드가 이란 경제를 좌지우지할 뿐 아니라 해외 테러조직도 지원한다고 보고 본야드를 직접 제재하고 있다.
2015년 이란 핵 합의 타결 성공에는 이란 온건 개혁파 엘리트의 부상과 도시 중산층·청년층의 전폭적 지지, 미국 중동 정책의 변화, 극단주의 테러조직 ISIS의 부상, 유럽의 제재와 관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동하였다. 2011년 본격화된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라 국내 여론의 압박을 받자 최고지도자는 2013년 대선에서 극적으로 당선된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과 측근 자리프 외무장관의 핵 협상 추진을 허락했다. 2013년 9월 이란의 핵 협상 창구가 최고지도자의 직속 기관 국가안보최고회의에서 대통령 산하 외교부로 바뀌면서 협상은 활기를 띄었다.
나. 바이든 미 정부의 ‘중동 단계적 떠나기’
한편 오바마 미정부는 셰일 에너지 혁명에 따른 중동 에너지 의존도 감소,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참전 피로감과 여론 악화 때문에 단계적 중동 철군 및 역외에서 세력균형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중동 정책 변화를 추진했다.
중동 내 세력균형을 위해서는 역사적 핵 합의 타결로 이란 온건파에 힘을 실어주어 강경파의 역내 팽창주의 행보를 견제해야 했다. 더욱이 2014년 8월부터 미국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65여 동맹국과 ISIS 격퇴전을 주도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ISIS가 주적으로 삼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했다. 핵 협상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 사이에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두 나라는 공동의 적 ISIS에 맞서 함께 싸웠다. 특히 ISIS의 부상은 예상치 못했던 우발적 국제정세 요소로 작동하면서, 상당히 고착된 것으로 보였던 관련 행위자의 셈법을 흔들어 놓았다. 마지막으로 2011년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가 시작되면서 독일은 유연한 관여와 대화, 프랑스는 강경한 원칙을 강조해왔는데, 핵 협상에서도 양국은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구사해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이바지하였다.
2021년 1월 바이든 정부가 이란 핵 합의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후 4월 빈에서 2015년 핵 합의 체결 당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유럽연합, 이란이 모여 핵 합의 복원 논의를 시작했다. 트럼프 정부 시기 핵협정에서 탈퇴한 미국은 간접적 방식으로 협상에 참여했다. 미국은 이란에 핵 합의 우선 복귀를, 이란은 미국에 제재 우선 해제를 요구하며 대립했다. 빈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공식 석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적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2021년 4월부터 6차례 진행되어 온 빈 핵 합의 복원 협상은 더욱 생산적인 7차 협상을 위해 6월 20일 휴식기를 선언했다. 이란 대선에서 강경파 후보 라이시의 당선을 공식 발표한 다음 날 내려진 결정이다. 핵 합의 복원 협상단의 러시아 대표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거의 소진됐고 이제는 정치적 결단만이 남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대표도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진전을 이뤘고 최종 타결을 위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6차례의 핵 합의 복원 협상 기간 동안 이란은 최대 규모의 제재 해제를, 미국은 최소한의 형식적 복귀만을 강조하면서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란은 미국에 복원되는 핵 합의를 조약(treaty)으로 바꾸고 향후에 다시는 파기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공식 문서로 남기라고 요구했다. 미국이 복원하려는 이란 핵합의는 대통령의 행정 협약(executive agreement)으로,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아 행정부의 의지만으로 체결이 가능하다. 즉, 미국과 이란의 대통령이 합의서에 서명만 하면 효력을 지니는 것이다. 하지만 이란 측의 요구대로 조약으로 할 경우 미 공화당 의원과 친 이스라엘계 민주당 의원의 반대로 미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미 행정부는 역사적으로 조약 대신 행정 협약을 선호해 왔다. 행정 협약에는 여러 법적 제약이 따를 수 있지만, 의회 승인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의지를 밀어붙이기에는 효과적이다. 미국 주도 국제협상의 90% 이상이 행정 협약의 형식을 취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보수 지배 연합 내 강경파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따른 극심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 핵 합의 복원안을 받아들이고 제재 완화를 노릴 것으로 보였으나, 협상이 중단된 현재 기존 협상 틀을 깨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동 내 세력균형을 위해서는 역사적 핵 합의 타결로 이란 온건파에 힘을 실어주어 강경파의 역내 팽창주의 행보를 견제해야 했다. 더욱이 2014년 8월부터 미국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65여 동맹국과 ISIS 격퇴전을 주도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ISIS가 주적으로 삼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했다. 핵 협상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 사이에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두 나라는 공동의 적 ISIS에 맞서 함께 싸웠다. 특히 ISIS의 부상은 예상치 못했던 우발적 국제정세 요소로 작동하면서, 상당히 고착된 것으로 보였던 관련 행위자의 셈법을 흔들어 놓았다. 마지막으로 2011년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가 시작되면서 독일은 유연한 관여와 대화, 프랑스는 강경한 원칙을 강조해왔는데, 핵 협상에서도 양국은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구사해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이바지하였다.
2021년 1월 바이든 정부가 이란 핵 합의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후 4월 빈에서 2015년 핵 합의 체결 당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유럽연합, 이란이 모여 핵 합의 복원 논의를 시작했다. 트럼프 정부 시기 핵협정에서 탈퇴한 미국은 간접적 방식으로 협상에 참여했다. 미국은 이란에 핵 합의 우선 복귀를, 이란은 미국에 제재 우선 해제를 요구하며 대립했다. 빈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공식 석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적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2021년 4월부터 6차례 진행되어 온 빈 핵 합의 복원 협상은 더욱 생산적인 7차 협상을 위해 6월 20일 휴식기를 선언했다. 이란 대선에서 강경파 후보 라이시의 당선을 공식 발표한 다음 날 내려진 결정이다. 핵 합의 복원 협상단의 러시아 대표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거의 소진됐고 이제는 정치적 결단만이 남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대표도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진전을 이뤘고 최종 타결을 위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6차례의 핵 합의 복원 협상 기간 동안 이란은 최대 규모의 제재 해제를, 미국은 최소한의 형식적 복귀만을 강조하면서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란은 미국에 복원되는 핵 합의를 조약(treaty)으로 바꾸고 향후에 다시는 파기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공식 문서로 남기라고 요구했다. 미국이 복원하려는 이란 핵합의는 대통령의 행정 협약(executive agreement)으로,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아 행정부의 의지만으로 체결이 가능하다. 즉, 미국과 이란의 대통령이 합의서에 서명만 하면 효력을 지니는 것이다. 하지만 이란 측의 요구대로 조약으로 할 경우 미 공화당 의원과 친 이스라엘계 민주당 의원의 반대로 미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미 행정부는 역사적으로 조약 대신 행정 협약을 선호해 왔다. 행정 협약에는 여러 법적 제약이 따를 수 있지만, 의회 승인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의지를 밀어붙이기에는 효과적이다. 미국 주도 국제협상의 90% 이상이 행정 협약의 형식을 취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보수 지배 연합 내 강경파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따른 극심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 핵 합의 복원안을 받아들이고 제재 완화를 노릴 것으로 보였으나, 협상이 중단된 현재 기존 협상 틀을 깨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시기까지 맞물린 현재 이란의 경제 파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2018년 8월 미국발 1단계 제재가 시작되면서 리알화의 가치는 80%까지 급락하였고, 기본 식료품 가격은 50% 이상 올랐다. 이어진 유가보조금 삭감으로 휘발유 가격이 50%나 급등하면서 2019년 11월 항의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다. 3년째로 접어든 제재와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이란의 경제 지표는 참담한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은 48%(세계은행)를 넘었고, 주택가격은 작년 대비 80%(테헤란), 월세는 40% 올랐으며, 국민 과반수가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다.
민생고에 대한 불만은 중산층뿐 아니라 보수층의 지지 세력인 저소득층에도 확산되어 있기 때문에 울라마-혁명수비대 보수 지배 연합의 부담도 매우 높아졌다. 이번 대선의 저조한 투표율 역시 보수 지배 연합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권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당분간 강경한 대외정책보다는 제재를 완화하여 공익을 확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라이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승리 직후 핵 합의 복원을 지지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나 역내 민병대 지원 문제에 대해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비엔나 핵 합의 복원 협상에서 우선 2015년도 핵 합의를 복원한 뒤 탄도미사일 개발이나 역내 친이란 프록시 조직 지원, 10년 뒤 이란 핵 개발 억지 문제는 추후 포괄적 협상을 통해 논의할 것을 요구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가 파기한 핵 합의를 형식적이나마 빨리 복원한 후 중국 견제와 쿼드 활성화, 인도-태평양 전략, 기후변화 정책에 집중하려 한다. 새 정부의 중동정책 핵심은 오바마 정부 시기와 마찬가지로 중동 내 미국의 역할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고려했을 때도 이란 핵 합의 복원은 핵심 이슈가 아니고, 중동에 얽매인 모습 또한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바이든 정부는 이란의 동결자산 일부 해제, 제한적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선에서 핵합의 복원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란 강경파가 미국이 제재 해제의 범위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라늄 농축 90%까지 언급하며 강수를 두고 있다. 이미 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자주 느슨하게 완화한 바이든 정부가 이러한 이란 강경파의 요구를 얼마나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민생고에 대한 불만은 중산층뿐 아니라 보수층의 지지 세력인 저소득층에도 확산되어 있기 때문에 울라마-혁명수비대 보수 지배 연합의 부담도 매우 높아졌다. 이번 대선의 저조한 투표율 역시 보수 지배 연합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권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당분간 강경한 대외정책보다는 제재를 완화하여 공익을 확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라이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승리 직후 핵 합의 복원을 지지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나 역내 민병대 지원 문제에 대해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비엔나 핵 합의 복원 협상에서 우선 2015년도 핵 합의를 복원한 뒤 탄도미사일 개발이나 역내 친이란 프록시 조직 지원, 10년 뒤 이란 핵 개발 억지 문제는 추후 포괄적 협상을 통해 논의할 것을 요구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가 파기한 핵 합의를 형식적이나마 빨리 복원한 후 중국 견제와 쿼드 활성화, 인도-태평양 전략, 기후변화 정책에 집중하려 한다. 새 정부의 중동정책 핵심은 오바마 정부 시기와 마찬가지로 중동 내 미국의 역할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고려했을 때도 이란 핵 합의 복원은 핵심 이슈가 아니고, 중동에 얽매인 모습 또한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바이든 정부는 이란의 동결자산 일부 해제, 제한적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선에서 핵합의 복원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란 강경파가 미국이 제재 해제의 범위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라늄 농축 90%까지 언급하며 강수를 두고 있다. 이미 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자주 느슨하게 완화한 바이든 정부가 이러한 이란 강경파의 요구를 얼마나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 이란 핵 합의 복원을 둘러싼 중동 주요국의 각축전
2021년 6월 14일 새로 들어선 이스라엘의 연립정부는 과거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정부와 달리 미 민주당 정부와 관계를 복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바이든 정부 역시 이란 핵 합의 복원 과정에서 우방국 이스라엘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5년 오바마 정부 주도의 핵 합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던 미국의 우방·동맹국 이스라엘과 UAE·사우디는 이번 핵 합의 복원 과정에서 협상 참여를 요구하였으나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란에 강한 불신을 표출하며 기존 이란 핵합의가 이란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이들 우방·동맹국을 바이든 정부는 달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란 핵 합의 복원에 큰 우려를 표하며 핵 합의가 이란 강경파의 역내 헤게모니 추구 행보를 더욱더 빠르게 부추길 것이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현재 이란의 국내 정치 구도가 2015년과 매우 달라졌기 때문에 핵 합의 복원에 따른 경제 이익이 온건파와 일반 시민이 아니라 강경파에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19년 이란이 핵 합의 이행 파기를 선언한 이래 핵시설 공격, 핵 과학자 암살 작전을 벌였고,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할 경우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진 않겠다는 메시지를 이란과 국제사회에 지속해서 보내고 있다. 이란이 핵무장을 할 것으로 확신하는 이스라엘은 2019년 7월 나탄즈 핵시설 화재, 2020년 11월 이란 핵 개발의 대부 파흐리자데(Mohsen Fakhrizadeh) 살해, 2021년 4월 나탄즈 핵시설 대형 폭발 작전을 수행했다. 빈 핵 합의 복원 협상이 시작되기 전 이뤄진 이들 비밀작전은 협상 전 이란 강경파를 자극해 군사행동을 도발하면서 미국 바이든 정부와 이란 간 협상을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도발은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가자지구 등에서 친이란 프록시 조직을 육성한 이란이 정작 자국 내 정보국 내부 단속에는 실패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향후 이스라엘은 이란 핵 합의 복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되, 복원 이후 이란 강경파와 이들이 후원하는 역내 프록시 조직을 봉쇄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과 프록시 조직의 군사시설을 계속 공격할 것이다. 핵 합의 복원에 따른 이란 강경파의 역내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2020년 10월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을 계기로 수니파 걸프국-이스라엘 간 전략적 연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이란의 역내 팽창주의 행보에 맞서 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의 대이란 비밀작전과 이스라엘-UAE-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 협력을 지지할 것이다. 중동에서 자국의 역할을 줄이려는 바이든 정부에 우방·동맹국들이 폐쇄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전략적 연합을 구축한 일은 반가운 소식이다.
2021년에 들어서도 역내 친이란 프록시 조직은 미군 시설과 사우디를 계속 공격하였다. 2월에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 본토를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고, 3월에는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가 미군 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했다. 이에 미군은 6월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민병대의 기지와 무기고를 공습했다. 2월 바이든 정부가 미국이 예멘 내전에서 정부군을 돕는 사우디 주도 아랍 연합전선을 더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삭제하였지만, 이란의 프록시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이란 핵 합의 복원을 핵심으로 삼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중동 정책이 중동을 벗어나 역외에서 지역 안정화를 돕는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바이든 정부의 발목을 잡는 외교정책의 실패 사례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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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선임연구위원 | 아산정책연구원
박현도 연구 교수 |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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