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런던에서 국제해사기구(IMO)가 채택한 ‘2023 IMO 온실가스 감축 전략’은 2050년 국제해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선박 연료의 친환경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략의 중간목표로서 2030년까지 국제해운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최소 5%를 Zero 또는 Zero에 가까운 배출 기술 및 대체 연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해운 업계에서 바이오선박유는 중단기적 탄소저감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 바이오선박유 공급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싱가포르항은 2025년에는 공급량이 현재의 두 배인 10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해양 산업의 지속 가능 미래, 왜 바이오선박유인가?
바이오선박유는 바이오연료와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선박유를 혼합하여 선박유 국제품질 기준에 맞게 생산되는 탄소 저감 연료로서 ‘2023 IMO 온실가스 전략’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폐식용유 등 재생 가능한 원료로 생산되는 선박용 바이오디젤은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80% 이상 줄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 기존 선박 엔진의 개조 없이 즉각적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성과 실효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현재 운항하는 국제항행 선박에도 바이오선박유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IMO가 매년 공개하는 총 톤수 5,000t 이상 국제항행 선박의 연료 사용량 중, 전통적인 화석연료인 FO(Fuel Oil)와 DO(Diesel Oil)를 제외한 기타연료의 현황을 나타낸다. 특히, 바이오선박유의 사용량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이오선박유는 기존 선박에 별도 개조 없이 즉시 적용 가능하다는 강력한 이점 외에도, 다른 대체연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지닌다. 예를 들어, 메탄올은 선박 엔진 개발 상용화 수준이 높으나, 에너지 밀도가 기존의 FO나 바이오선박유에 비해 낮다. 이에 따라 동일한 에너지를 내려면 연료 탱크 용량이 2배 이상 커져야 하며, 이는 선박 설계와 화물 적재 효율성에 제약을 가한다. 암모니아는 높은 독성과 부식성으로 인해 안전 문제가 있으며, 기술 개발 단계가 초기 수준에 머물러 상용화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바이오선박유는 기존 연료 인프라와 높은 호환성을 바탕으로 항만과 터미널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 부담이 적어 신속한 도입이 가능하다.
글로벌 규제와 주요 국가의 정책적 지원은 바이오선박유 중요성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FuelEU Maritime’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저탄소 연료 사용을 촉진하며, 바이오선박유 상용화를 가속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EU의 재생에너지 지침(RED)은 운송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확대하고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를 낮추는 목표로 설정해, 바이오선박유 등과 같은 친환경 연료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친환경 기술 혁신을 견인하는 동시에 바이오선박유 시장 확대를 촉진하며, 지속 가능한 해운산업으로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현시점에서 바이오선박유는 국제항행 선박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술 성숙도, 기존 연료 인프라와의 호환성, 그리고 경제성을 바탕으로, 바이오선박유는 IMO와 EU의 환경 규제 충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오선박유 도입에 관한 IMO 규제 동향 및 2024년 주요 논의
2022년 6월 개최된 IMO 제78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이하 MEPC) 회의에서는 바이오연료 함유량이 30% 미만인 바이오선박유를 선박에서 사용할 경우, 추가적인 질소산화물(NOx) 검증 절차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통일해석(MEPC.1/Circ.795/Rev.6)이 승인되었다. 이는 기존의 NOx 배출 규제 하에서 바이오연료의 사용을 유연하게 허용하는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어 2023년 7월 개최된 IMO 제80차 MEPC 회의에서는 MARPOL 협약 부속서 VI 규정 26(선박 에너지 효율 관리 계획서), 27(연료유 소모량 수집) 및 28(선박 운항 탄소 집약도) 규칙의 이행과 관련해 바이오연료 사용 가능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 잠정 지침(MEPC.1/Circ.905)이 채택되었다. 해당 지침은 바이오선박유 사용 시 충족해야 할 주요 요건으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온실가스 배출 감축률이다.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인 MGO의 전 과정(Well-to-Wake) 온실가스 배출량인 94 gCO₂eq/MJ 대비 최소 65% 이상 감축되어야 한다. 이는 바이오연료의 배출 집약도가 33 gCO₂eq/MJ를 초과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둘째, 지속가능성 인증이다. 바이오연료는 국제적 인증기관(ISCC, RSB)이 발행한 지속가능성 증명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인증은 바이오연료가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부터 생산되었는지와 생산 과정이 환경적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검증을 제공한다.
이러한 IMO 규제와 지침은 해운업계의 친환경 연료 전환을 가속하며, 바이오선박유의 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이오연료의 선박 적용에는 몇 가지 실질적 과제가 따른다. 바이오연료는 산화 안정성이 낮아 장기 보관 시 품질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저장 탱크 내부에서 수분 함량이 높아질 경우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어 정기적인 점검과 청소가 필요하다.
2024년 IMO 회의에서 논의된 바이오선박유 관련 현안은 크게 2가지이다. 첫째는 2024년 8월 개최된 IMO 제82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대한민국이 제안한 GISIS 모듈 개정(안) 승인이다. 참고로, GISIS(Global Integrated Shipping Information System)는 IMO가 운영하는 공식 플랫폼으로, 회원국 간 해운 관련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선박 및 항만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개정의 주요 내용은 항만별 바이오선박유 이용 가능성 정보를 GISIS 모듈에 추가하는 것이다. 그간 IMO는 GISIS 웹페이지를 통해 국가별·항만별 선박 연료유별 이용가능성 여부에 관한 정보를 간략히 제공하고 있었다. 이 연료유 항목에 바이오선박유를 추가하기로 하였다. 이를 통해 선사는 IMO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항만별 바이오선박유 공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일반 급유선을 통해 바이오연료 30%가 혼합된 바이오선박유의 운송을 허용하는 요건이다. 2018년 승인된 MEPC.1/Circ.879 지침에 따르면 바이오연료 25% 이상의 혼합유는 화학물질로 간주되어 케미컬 탱커와 같은 특수 선박으로만 운송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현재 국제해운에서 통용되는 바이오연료 30%가 혼합된 바이오선박유(B30)는 이 지침에 따라 일반 급유선이 아닌 케미컬 탱커를 사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앞서 언급한 질소산화물(NOx) 검증에 관한 통일해석(MEPC.1/Circ.795/Rev.6)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B30 연료가 유통되는 현실을 반영하여, 일반 급유선을 통해 운송 가능한 바이오연료 혼합비 상한선을 30%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2024년 10월에 개최된 IMO PPR(해양오염 방지 및 대응) 전문위원회 산하의 화학물질 안전 및 오염 위험 평가 기술그룹(ESPH) 회의에서는 이 상향 조정안에 대해 잠정 합의가 이루어졌다. 2025년 4월로 예정된 IMO MEPC 제83차 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이 최종 승인될 경우, 국내 벙커링 업계는 기존 급유선을 활용하여 바이오연료가 30% 혼합된 바이오선박유를 운송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기존 설비를 활용한 운영의 유연성을 강화한다.
바이오선박유 글로벌 공급 인프라 현황
글로벌 주요 벙커링 허브 항만을 중심으로 바이오선박유 공급이 확산되는 가운데, 상용화 수준에서 가장 활발히 공급이 이루어지는 항만으로는 아시아의 싱가포르항과 유럽의 로테르담항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선박유 허브로서 바이오선박유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2021년 본격적으로 공급을 시작한 이후, Alpha Biofuels, BP, Chevron, GoodFuels, TotalEnergies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공급을 확대해 왔다. 이들은 첨단 기술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공급망을 강화하며, 싱가포르를 글로벌 대체연료 공급 중심지로 확고히 자리매김시켰다. 2024년 3분기, 싱가포르는 바이오선박유 판매량에서 처음으로 로테르담을 앞서며 세계 최대의 바이오선박유 공급 허브로 등극했다. 싱가포르의 3분기 판매량은 22만 7,000톤으로, 로테르담의 13만 9,000톤을 크게 상회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경쟁력 있는 연료 가격이 꼽힌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에서 판매된 B24* 연료의 평균 가격은 톤당 716달러로, 2023년 동일 기간의 834달러에서 하락하며 가격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는 로테르담과의 가격 격차를 축소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로테르담은 네덜란드의 재생가능 연료 인증제도(HBE, Hernieuwbare Brandstofeenheden)를 기반으로 바이오선박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왔으나, 최근 보조금 관련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선박 부문 바이오연료 공급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B24 바이오연료: 24%의 사용된 식용유 메틸에스터(UCOME)와 76%의 초저유황 연료유(VLSFO)로 구성된 지속 가능한 해양 연료 혼합물
마무리
국제해운의 탈탄소화 전환의 과도기적 시점에서 바이오선박유는 가장 현실적인 대체연료로 부상하며, 당분간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바이오선박유는 기존 연료 인프라와의 높은 호환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바탕으로 국제 해운의 탈탄소화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해운 시장의 변화와 규제 동향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대체 연료 공급 인프라를 확대하고 관련 기술과 산업 생태계 지원을 위해 이해관계자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