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유럽 관세장벽 못 넘고, 한국 시장 넘보는 중국산 바이오연료

GS칼텍스 -

유럽 에너지 기업들이 바이오연료 공장을 폐쇄하거나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값싼 중국산 바이오연료에 밀리면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연합(EU) 당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바이오연료 수입품에 최대 36.4%의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유럽의 관세 장벽에 직면한 중국 기업들은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최근 국내 항공업계에 바이오연료 등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의무화 정책을 발표했다. 바이오연료 생산 시설에 대한 지원책보다는 급유 인프라부터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산 태양광 침공 2차전

바이오연료는 사용한 기름, 음식물 쓰레기, 옥수수 등과 같이 쉽게 보충할 수 있는 생물체 기반 자원으로 만든 액체 연료다. 대표적으로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바이오가스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화석연료보다 더 깨끗하게 연소하고 탄소 배출량도 80% 이상 적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항공, 해운 등에서 바이오연료 같은 친환경 연료로의 대체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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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친환경 연료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는 아직 공급량이 부족하다. 이처럼 향후 수요 폭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달 새 에너지 회사들은 유럽에서 관련 공장을 폐쇄하고 근로자를 해고하고 있다. 미국 쉐브론은 7월에 독일 바이오연료 공장의 근로자들에 휴직 조치를 내렸다. 쉐브론은 “인증되지 않은 재료로 만든 사기성 바이오연료 수입과 덤핑된 중국산 바이오 디젤이 시장에 범람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시기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 셸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주요 바이오연료 공장 건설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올해 3월에는 영국 아전트에너지가 스코틀랜드에 있는 바이오디젤 공장의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바이오디젤위원회(EBB)에 따르면 유럽 최대 바이오연료 시장 중 하나인 독일에서는 지난 1년 사이에 제품 가격이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 주요 바이오디젤 유형 중 하나인 HVO 가격은 지난해 평균보다 절반으로 줄어 현재 톤당 1200~1300달러에 형성돼 있다. 2022년 최고가 3000달러에서 대폭 꺾였다.

EBB는 올해 상반기 EU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 바이오디젤 산업은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전적으로 EU 시장을 목표로 발전해 왔다”며 반덤핑 조치를 요구했다. EBB는 “중국산 바이오디젤 수출의 90% 이상을 유럽이 소화하고 있다”며 “EU는 너무 늦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는 2023년에 중국산 바이오디젤의 최대 수입국이었고, 벨기에와 스페인이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업계 요구에 지난달 중순 최대 36.4%의 관세가 잠정 부과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EU 당국은 SAF에 대해선 관세 대상 품목에서 제외했다. 항공업계의 탈탄소화를 늦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바이오연료는 아니지만, 탈탄소화 목적으로 개발 중인 ‘이퓨얼(e-fuel)’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퓨얼은 전기와 이산화탄소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친환경 연료의 일종이다. 최근 덴마크 오스테드는 이퓨얼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했다.

중국의 다음 사냥감은 한국?

중국은 새 판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중국 연료 생산업체들이 EU의 관세 조치로 유럽 시장에 대한 공급이 줄어들면서 아시아에서 새로운 수출처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저장 지아오, 허난 쥔헝, 롱얀 주오위 등 중국의 40개 이상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들은 지난해 수출로만 총 23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EU로의 수출은 2023년 중반부터 급격히 감소했다. 중국산 수입에 대한 유럽 지역의 반발세 탓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대(對)유럽 수출량은 전년 대비 51% 감소한 56만7440톤으로 나타났으며, 6월 선적량은 2019년 중반 이후 최저치인 5만 톤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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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 EU 당국이 관세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더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유럽의 관세를 예상한 중개업체들이 폐식용유(UCO)를 사재기해 바이오연료의 원료 가격을 올린 것도 중국 기업들에 부담이 됐다. 중국 컨설팅 업체인 서브블라임 차이나 인포메이션과 JLC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디젤 공장 가동률은 2023년 초 최고치인 50%에서 올해 7월 평균 20% 미만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장 지아오 등 중국 대기업들은 해양 연료 허브를 포함한 새로운 수출처를 탐색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와 같은 주요 해양 연료 허브에서는 친환경 선박 연료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다. 또한 EU 외부의 새로운 바이오디젤 고객들로 호주와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 등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들에는 대체 연료 사용에 대한 지역적 의무 사항이 마련돼 있어 수요 기반이 탄탄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또한 SAF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EU가 SAF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도 올해가 끝나기 전에 SAF 의무화 정책을 발표해 업계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조금 정책 없는 한국

한국에서는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 투자에 대한 보조금이나 세액 공제 같은 지원책이 아직 없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에 323개나 있는 SAF 생산시설이 한국엔 하나도 없는 이유다. 항공사 등 친환경 연료 소비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도 없다. 대신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말 항공업계 등에 친환경 연료 사용 의무화 방침을 내렸다. 오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의 모든 항공편에 1% 내외의 SAF 혼합 급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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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중국 바이오디젤 기업들이 최근 급성장한 배경에는 EU의 친환경 연료 사용 의무화 정책이 있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는 “중국 기업들은 렙솔, 네스테 등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해 온 EU의 친환경 정책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려왔다”고 전했다. 비체계적인 보조금 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 – 김리안 한국경제 기자

※ 본 콘텐츠는 한국경제 김리안 기자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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