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기후위기 대응을 이끄는 클린테크, 그린철강과 DAC

GS칼텍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나는 기후위기를 생각할 때 일자리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 담론을 일반 대중에게 설득하기 위해 ‘일자리’라는 단어로 치환한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클린테크 제조역량을 늘리면 이는 양질의 일자리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2주 동안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의 클린테크 최전선을 취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서다. 북유럽 국가는 클린테크를 선점해 자국의 먹거리를 다변화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탄소중립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철강의 모범 답안, 수소환원제철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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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는 그린철강 제조 역량이 가속화돼 있었다. 스웨덴 철강사 SSAB과 국영 전력기업 바텐폴, 철광석 기업 LKAB가 2016년 합작 설립한 하이브리트의 수소환원제철공법(MIDREX) 덕분이다. 하이브리트는 2021년 세계 최초로 화석연료 없이 만든 철강(SSAB Fossil-free)을 선보였다.

일반 철강의 1㎏당 탄소배출량이 2㎏에 달하는 데 반해 SSAB의 철강은 배출량이 없다. 탄소중립 시대 신(新)무기가 된 SSAB의 수소환원제철공법은 2026년 본격 시행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날개를 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연합(EU) 외의 철강 제품이 유럽 국경을 넘으려면 탄소 배출 비용의 차이만큼 탄소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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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넷제로 철강

스톡홀름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위치한 SSAB 사무실에는 ‘세계 최초의 무(無)화석연료 철강’이 전시돼 있었다. 마틴 페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인터뷰에서 “현대사회에서 철강은 자동차와 선박, 가전제품 등 어디서든지 필요하다”며 “만약 우리가 배출량 없이 조강을 할 수 있으면 산업을 위한 솔루션이 될 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친환경 철강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정한 SSAB은 이듬해 합작사 하이브리트를 세웠다. 4년 전엔 북부 도시 룰레오에 있는 SSAB의 고로 설비 옆에 시범 플랜트를 설치했다. 샤프트 환원로 방식의 직접환원철(DRI) 생산 설비다. 펠릿을 샤프트 환원로에 투입해 수소와 반응시켜 산소를 제거하고 DRI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수증기는 응집시켜서 물로 만든다. 이 물을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가능 전력으로 전기분해해 다시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고, 재생산된 수소는 샤프트 환원로에 다시 투입될 수 있다. 수소의 ‘무한 리사이클’이 가능해졌으며, 재생가능 전력의 간헐성을 고려해 250바로 압축한 수소 저장소 운영도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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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릿에 대해 설명하는 SSAB 최고기술책임자 마틴 페이 CTO

페이 CTO는 “펠릿을 만들 때도 화석연료 대신 제지 산업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바이오연료를 써보는 테스트를 1년 간 진행했고, 결과가 매우 좋았다”며 “LKAB가 바이오연료 기반 펠릿 제조를 상용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룰레오의 하이브리트 실증 프로젝트는 8월 말 끝났다. 룰레오 공장 등이 완공되면 SSAB은 2026년부터 연간 250만 톤의 친환경 철강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된다.

그는 “시범 플랜트에서 만든 소량의 탄소 제로 철강을 볼보 그룹의 트랙터와 스웨덴 건물을 만드는 데 써봤고, 모두 성공적이었다”며 “현재까지 60개 이상의 파트너들을 확보했는데, 이들 모두 SSAB에 투자해서 우리의 설비를 스케일업하는 데 동참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이어 “SSAB의 자체 자본력과 고객사의 수요 증가, 기후위기 대응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를 클린업하다, DAC의 가능성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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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매머드 직접탄소포집 공장 내부

“인류가 그간 방출한 탄소는 대기에 담요처럼 겹겹이 쌓여있습니다. 이걸 빨아들여 ‘탄소 담요’를 얇게 한다는 점에서 우리 기술은 역사의 오점을 해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인근 헬리셰이디에서는 스위스의 클린테크 스타트업 클라임웍스가 운영하는 직접공기포집(DAC) 공장을 방문했다. 막심 윌리엄스 DAC 플랜트 수석매니저는 “DAC는 역사를 클린업하는 기술”이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별도 시설에 저장하는 DAC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신무기로 낙점한 기술이다.

클라임웍스가 아이슬란드에서 운영 중인 매머드 프로젝트는 DAC 시설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연간 최대 3만6000t의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약 8600대의 내연기관차를 없애는 것과 같은 효과로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오르카 프로젝트보다 아홉 배 더 많다.

DAC는 발전소, 공장 등 배출원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탄소포집저장(CCS)과 달리 공기 중에서 탄소를 뽑아내 격리하는 기술이다. 아이슬란드의 값싸고 풍부한 지열에너지를 통해서다. 매머드 공장에서는 대형 팬 864대가 공기를 빨아들인 후 내부 필터를 통해 탄소만 모으고 있었다. 윌리엄스 매니저는 “필터에 탄소가 가득 차면 100도로 가열한 뒤 물을 주입해 탄산수 형태로 만들고, 이를 지하 저장장치로 옮긴다”고 설명했다.

DAC산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고(高)비용이다. 클라임웍스가 매머드 설비에서 1t의 탄소를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0달러로 추산된다. 회사 측은 이 비용이 향후 15년 안에 t당 200~3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윌리엄스 매니저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값싼 원자력 발전을 DAC와 결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김리안 한국경제 기자

※ 본 콘텐츠는 한국경제 김리안 기자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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