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1년 상반기 유가 동향
석유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유가는 2018년 말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연초 예상과 달리 빠른 속도로 상승 회복세를 보이며 6월 이후 배럴당 70달러대에 진입하여 7월 초에는 2018년말 이후 최고치(7.6일, 두바이유, $75.88/bbl)를 기록하였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한 백신 접종률 증가에 따른 운송용 석유 수요 증가 전망, 주요국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 등이 확산하며 유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이다. OPEC+ 산유국들이 예정된 감산 완화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에 따른 미국의 석유 시추리그 수 증가 등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도 증가하고는 있으나 그 증가 폭이 크지 않다는 점, 그리고 미국과 이란 간의 핵 협상 지연으로 이란산 원유의 국제시장 유입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는 점도 유가상승을 견인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7월 초 OPEC+ 산유국들의 감산 완화 합의가 결렬되며 2주간 석유공급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7월 중순까지도 70달러대를 지속하던 유가는 지난 18일 OPEC+ 산유국들이 8월부터 매달 40만 b/d 추가적인 감산 완화에 합의하면서 7월 19일 배럴당 70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하였다.
2021년 상반기 유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증가 등에 따라 원유 수요 회복 기대감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인도, 한국 등 아시아 등지에서는 여전히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 수요회복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또한 OPEC+의 충분한 잉여공급능력, 이란산 원유의 유입 가능성, 미국의 생산확대 등과 같은 공급 요인들로 인해 향후 추가적인 유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2021년 하반기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급 펀더멘탈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2. 2021년 하반기 석유시장 전망
가. 수요
미국,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접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경제·산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며, 2021년 세계 경제 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지난 4월 세계 경제 성장률을 6.0%로 제시하며, 1월 예상치인 5.5% 대비 0.5%p 상향 조정한 데 이어, 미 연준은 지난 6월 2021년 GDP 성장률 추정치를 4월 추정치 6.5% 대비 0.5%p 상향 조정한 7.0%로 발표하였다. 한편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들의 경기부양책이 지속하며, 경기회복 기대감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 확대 기조가 유지되고 있으며, 유럽은 봉쇄완화 이후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투자 및 소비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으로 경제 성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의 원활한 보급과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2020년 급감했던 운송용 석유(휘발유 및 항공유) 수요도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 속도가 빨라지며 자가용을 통한 이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여름철 성수기 시즌 도래와 함께 하반기 운송용 석유 수요의 회복이 크게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6월 말 기준으로 항공용 석유 수요는 여전히 저조한 상황으로 상업용 운항 항공편 수가 2019년 대비 30%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백신 수송을 위한 항공 물류 수송의 증가에 힘입어 전체 운항 수는 2019년 대비 7% 낮은 수준을 기록하였다. 미국, 영국 등 유럽에서 백신 접종률이 40%를 넘어서며 국가 간 이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하여, 하반기에는 백신여권을 기반으로 한 장거리 항공 수요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백신 접종률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어 석유 수요 회복세는 지역별 편차가 클 전망이다. 세계 3위의 석유 소비국인 인도는 4월 선거 유세, 힌두교 축제 등에서 방역 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지속하는 한편, 최근에는 남미 페루발 람다 변이 바이러스가 30여 개국으로 확산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구 100명당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5월 말 기준으로 이스라엘이 60명으로 가장 높고, 그 뒤를 이어 미국(40명), 영국(37명), 이탈리아(19명), 독일(17명) 및 프랑스(16명) 등 유럽국가가 차지하고 있어, 석유 수요 회복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반면 인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아국가의 접종률은 인구 100명당 2~4명 수준에 그치는 등 세계 평균인 5.4명보다 낮다. 하반기 아시아 국가들의 접종률이 증가하면 선진국에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도 석유 수요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근 한국 등에서는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세를 보이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수요 둔화 우려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나. 공급
선진국을 중심으로 석유 수요 회복이 기대됨에 따라 공급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현재 OPEC+는 2018년 10월 생산량을 기준으로 인위적인 감산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2020년 1~3월에 이미 170만 b/d 규모의 감산을 실행 중이던 OPEC+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석유 수요가 급감하자 5~6월 세계 공급의 약 10%인 970만 b/d 상당의 대규모 감산을 단행하고, 2021년 4월까지 점진적인 증산을 계획하였다. 2020년 7월에도 970만 b/d 감산을 연장한 데 이어 8~12월에는 감산 폭을 770만 b/d로 완화하였다. 그리고 올해 1~4월에 200만 b/d 규모를 증산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수요회복세 둔화 우려로 증산 규모를 50만 b/d로 대폭 축소하여 1월 감산 규모를 720만 b/d로 결정하였으며, 추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2~3월 간 100만 b/d의 자발적 감산을 이행하였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에 진입한 이후에도 3월 OPEC+ 회의에서는 기존의 감산 규모를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100만 b/d 추가 감산을 4월까지 연장하였다.
이처럼 OPEC+ 산유국은 석유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매월 회의를 개최하여 익월 생산량을 결정하며 증산을 점진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7월 초 OPEC+ 감산 회의에서는 더 많은 증산을 원하는 UAE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지난 7월 18일, 8월 이후 40만 b/d의 감산 완화 합의에 도달하였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수요회복 불확실성과 함께 공급확대 우려로 유가가 하락하여 배럴당 70달러 선이 붕괴하기도 하였다. OPEC+의 감산 완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아직 잉여 생산능력은 세계 석유 소비의 약 8% 수준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집권 이후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에 따른 이란산 원유의 국제시장 유입이 예상되었으나 미국-이란의 핵 협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이란 강경파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을 더욱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이란산 원유의 국제시장 유입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 잠재적인 공급확대 요인으로서 큰 폭의 유가 상승을 제한할 전망이다.
한편 미국은 셰일혁명 이후 세계 1위의 원유생산국으로 부상했지만, 2020년 유가 급락으로 인해 손익분기 유가 수준이 높은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감하고,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 붐과 함께 화석연료 투자가 더욱 둔화함에 따라 국제 석유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다소 약화하였다. 유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7월 초 미국의 석유 시추리그 수는 2020년 초 약 680개 대비 약 45% 낮은 370개 수준에 그치고 있다. 2분기 미국 원유 생산량은 1,120만 b/d로 추정되어,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20년 초 약 1,300만 b/d보다 약 15%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반기에는 원유생산 설비가 밀집된 멕시코만의 허리케인 시즌의 도래로 원유생산 차질 가능성도 존재하여 단기적으로는 유가 강세 요인이 될 수 있으나 미국의 석유 수요 회복세와 상반기 시추리그 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생산량이 상반기보다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 재고
OPEC+의 감산 지속과 백신 접종률 증가, 주요국 경기부양책 전개 등에 따른 석유수요 회복에 힘입어 세계 원유재고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OECD 원유재고는 코로나19 이전 29억 배럴에서 2020년 2분기 32억 배럴로 급등했지만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며, 지난 4월 OECD 원유재고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9억 배럴까지 감소하였고, 미국의 상업용 원유재고 수준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인도, 한국 등 아시아국가의 코로나19 재확산, 이란산 원유의 시장 유입 가능성 등으로 향후 원유재고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중심의 빠른 석유 수요 회복과 함께 아시아 지역에서도 백신 접종률 증가에 따라 석유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재고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3. 2021년 하반기 유가전망
2021년 상반기 유가는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여전히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률의 빠른 증가 등에 따른 석유 수요 회복 기대감으로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여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약 64달러 수준을 기록하였다.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등의 변수에 따라 유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진국 중심의 석유 수요 회복 기대감과 OPEC+의 감산 지속, 그리고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란산 원유의 시장 유입 지연 등의 공급제약 요인 등으로 배럴당 70달러 전후의 유가 강세가 예상된다. 다만 지나친 유가 상승 시 소비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바 OPEC+의 잉여 생산능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OPEC+가 감산 완화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즉 석유 수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더라도 OPEC+ 등이 증산을 통해 수요증가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큰 폭의 유가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한다.
성동원 선임연구원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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