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전기자동차 내수 판매 첫 마이너스 성장, 숨 고르기인가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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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누적 등록 대수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구매보조금 지원, 세제 감면 같은 정부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등에 업은 전기·수소차, 이른바 무공해차 보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지난해 전기차 내수 판매가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했고, 정부가 구매보조금 지원액을 상향하는 긴급 조치에 나선 것을 두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캐즘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고, 다른 측에서는 전기차의 성장 한계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혼합한 하이브리드는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의 자동차 내수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

화석연료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 첫 감소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전체 자동차는 2,594만 9,201대로 집계됐다. 인구 1.98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한 셈인데 지역별로는 제주도가 0.96명당 1대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내륙에 비해 대중교통 연계망이 부족하고 관광 도시 특성상 렌터카 등록 등이 많은 영향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남도 인구 1.44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했고, 경북과 경남이 1.67명당 1대로 뒤를 이었다. 오히려 대도시의 인구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낮았다. 서울은 2.94명당 1대가 등록돼 전국에서 가장 낮은 보유 비중을 기록했고, 부산 2.16명, 대전 1.99명, 광주 1.96명, 대구 1.89명, 울산 1.84명, 인천 1.73명 등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 교통망이 잘 구축된 광역 시도에서 상대적으로 인구 대비 자동차 등록 대수가 적었다.

연료별로는 휘발유차가 전체 등록 차량의 47.5%에 달하는 1,231만 4,186대로 가장 많았고, 경유차가 36.6%에 해당되는 950만 164대로 뒤를 이었다. LPG 차는 7.1%에 해당되는 1,83만 2,535대가 등록됐고, 하이브리드가 5.9%인 154만 2,132대를 기록했다. 무공해차를 대표하는 전기차 비중은 역대 최초로 2%를 넘었다.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기차 등록대수는 전체 자동차의 2.1%인 54만 3,900대로 집계됐다. 다만 수소차는 0.1%인 3만 4,258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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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별 자동차 등록 현황에서는 수송에너지 전환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누적 등록대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023년 화석연료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사상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가 줄었다. 다만 화석연료 자동차 사이에서도 휘발유차는 증가세를 유지한 반면, 경유차는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양극화를 보였다. 실제로 휘발유차는 전년 대비 2.0%가 늘어 1,231만 4,186대를 차지했는데 경유차는 2.6% 감소해 950만 164대에 그쳤다.

정부의 클린 디젤 장려 정책 등에 힘입어 경유승용차 보급이 확대됐고, 휘발유 대비 낮은 연료 가격 등의 영향으로 2020년 경유차는 999만 2,124대가 누적 등록되며 1,000만대에 근접했다. 하지만 배기가스 이슈 부각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해 경유차 수요가 위축되면서 2021년 이후 3년 연속 누적 등록 대수가 줄고 있다. LPG차 감소 추세도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는 3.8%가 줄어 누적 등록대수는 183만 2,535대에 그쳤다.

그렇다고 전기차로의 성공적인 전환 낙관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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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기·수소차를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며 무공해차(zero emission vehicle)로 지정하고 구매보조금, 세제 감면 등의 정책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중대형 전기승용차에 대당 최대 680만원, 전기버스 7,000만원, 전기화물차는 1,200만원에 달하는 구매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 판촉을 지원했다. 그 결과 전기차는 내수 판매와 등록 대수 모두 빠르게 증가했고, 이정표적인 다양한 통계가 양산되고 있다. 2017년 등록대수가 5만 5,756대에 불과했던 전기차는 지난해 54만 3,900대를 기록하며 10배가 늘었다. 그 사이 연간 증가율은 2018년 61.3%, 2019년 50.1%, 2021년 71.5%, 2022년 68.4%, 2023년 39.5% 등 파격적인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지난해 내수 판매된 전기차도 15만 7,823대로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인 173만 9,253대의 9.1%를 차지했다. 이 지표는 자동차 10대 중 1대 꼴로 전기차가 팔릴 만큼 높은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기차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그널도 목격됐다. 처음으로 전기차 내수 판매가 마이너스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내수 판매 위축을 우려한 정부가 구매보조금을 상향 조정했음에도 전년 보다 적게 판매가 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월 공개하는 자동차 판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기차 내수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 7 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8%가 감소했고, 8월에는 34.1%가 줄어든 9,553대가 팔리는데 그쳤으며, 9월과 10월에도 각각 34.3%와 17.8%가 감소했다. 정부의 구매보조금 확대 등에 힘입어 11월 이후 증가세로 전환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연간 전체 판매량은 2022년에 비해 0.1%인 559대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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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0~70%씩 성장하던 전기차 내수 판매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하자 수송에너지 전환을 통한 국가 탄소 저감 목표 달성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구매보조금을 한시적으로 상향하는 긴급 처방을 내놓았다. 지난해 9월 환경부는 전기승용차 구매보조금을 연말까지 대당 최대 100만원 한시적으로 확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 이후 8월까지의 전기승용차 판매대수는 6만 7,654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7%가 감소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전기차 내수 판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승용차 보급이 정체상황을 보이면서 보급 촉진을 위해 구매보조금 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며, 인센티브를 늘려서라도 전기차 내수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후에도 전기차 판매 감소 현상이 지속된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보조금 확대도 소비자 선택을 뒤집지는 못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기차 붐을 주도하는 전기승용차 인기가 식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에 쏠리는 관심

지난해 우리나라 친환경차 판매량은 늘었다. 정부는 전기 수소차와 더불어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차로 규정하고 있는데, 지난해 총 54만 8,303대가 팔리며 2022년 보다 24.5%가 증가했다. 그런데 친환경차 중 무공해차 판매는 감소했다. 전년 대비 전기차 판매량은 0.1%가 줄었고 수소차는 55.4%나 감소한 4,608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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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공해차를 대표하는 전기차 성장이 멈춘 이유로 다양한 소비자 불편과 경제성 하락 등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전기차는 충전 기반이 여전히 부족하고 정부의 특례요금제 폐지와 발전 원가 상승 영향으로 충전 전기 요금이 오르면서 연료비 경제성이 하락하고 있다. 동절기 저온에 취약해 방전 등으로 배터리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주행거리가 감소하는 등의 불편함도 전기차 사용층에서 심각한 불만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전기차의 감가상각. 즉 구매비용 대비 중고차 매각대금 차이가 크다는 점도 인기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중고차 전문 채널에 따르면 신차 출고 이후 5년 이후의 평균 감가상각은 전기차가 49.1%로 전체 중고차 평균인 38.8%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에서는 전기차를 대신해 하이브리드차로 자동차 구매자들의 시선이 옮겨 가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병행하는 시스템으로 자동차 감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배터리에 저장하고, 저속 주행 시 전기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결합돼 주행거리가 길고 배기가스는 감소해 정부가 친환경 자동차로 분류하고 있는데, 전기차가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도출된 다양한 단점을 보완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최근 들어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일단 충전 불편이 심각한 전기차와 달리 하이브리드차는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사용해 주유 편의성이 높아 에너지 충전 과정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된다는 점이 돋보인다. 전기차 충전 요금의 경제성이 줄고 있고 충전용 전기에 에너지 관련 세제가 부과될 경우 화석연료 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불안도 하이브리드차를 선호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적용 차종을 늘리면서 구매 선택폭이 넓어지고 있고 주행 연비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토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복합주행연비가 리터 당 20km을 넘을 정도로 탁월한 주행 효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기차 성장 ‘숨 고르기’인가, ‘한계’인가

그 결과 전기차 대세론에도 내연기관 기반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인기는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누적 등록대수 현황에 따르면 2017년 31만 3,856대에 그쳤던 하이브리드차는 2023년 12월에는 154만 2,132대로 집계되며 5년 사이 5배가 늘었다. 증가율도 매년 20~30%씩 꾸준히 성장했고 지난해에도 3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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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판매 측면에서도 전기차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 117%, 2022년에는 63%를 기록하는 등 고속 성장하며 하이브리드를 크게 앞섰는데 지난해에는 역전됐다. 지난해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대비 44.8% 증가한 37만 5,076대가 팔렸는데, 전기차는 0.1%가 줄어든 15만 7,823대에 그쳤다.

주목할 대목은 화물 버스 등 다양한 라인업이 구축되어 있는 전기차와 달리 하이브리드는 승용차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등록 하이브리드차 중 승용차는 99.99%에 해당되는 154만 1,747대를 기록했다. 전기 승용차 판매가 마이너스 성장하자 정부가 구매보조금을 상향 조정하는 긴급 구제에 나섰지만 승용차 용도에 집중된 하이브리드차는 자생적으로 30% 넘게 성장했다. 승용차 시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놓고 고민하던 소비자들이 정부의 구매보조금 상향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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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상황을 전기차 업계는 ‘캐즘(Chasm· 깊게 갈라진 틈)’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캐즘’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시장 초기에는 얼리어답터가 적극적으로 구매를 선도하다 대중화되기 이전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현상을 이르는 경제 용어다.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주도하기 이전의 일종의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인데 갈라진 틈을 뛰어 넘어 본격적인 도약에 나서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배터리 효율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고 정부의 구매보조금 지원을 배제하면 차량 가격이 높다. 발전요금 상승과 에너지 세제 부과 이슈 등 전기 충전 요금 인상 요인이 예고되어 있는 점들도 소비자 시선이 다시 전기차로 옮겨가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는 올해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체계에서도 확인된다. 환경부는 2024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원 체계를 전기차 성능과 안전·환경성 제고, 전기차 이용 편의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춰 설계했다고 밝혔다. 우선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길고 충전속도가 빠를 수록 구매보조금을 더 많이 지원한다. 또, 고속도로 등에 급속 충전설비를 확장하는 완성차 업체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카드를 제시하며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완성차 업체가 선도적으로 해결하도록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연한 수순으로 점쳐지던 전기차의 일방적인 확대와 내연기관의 위축은 하이브리드의 호조 속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며 전기차 판촉을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결국 소비자가 결정한다는 점에서 경제성과 효율, 친환경성을 고루 갖춘 내연기관 기반의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가 향후 수송에너지 전환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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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 에너지플랫폼뉴스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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