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동 산유국 전체 정제설비 능력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1,105만 배럴을 기록하며 세계 전체 증가율인 0.5%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2021년 하루 80만 배럴이던 쿠웨이트 정제설비 능력은 지난해 111만 8,000배럴로 39.8% 상승했고, 사우디는 297만 7,000배럴에서 331만 2,000배럴로 11.3% 증가했으며, 이란도 2.3% 늘어난 267만 배럴로 평가됐다.
한편 우리나라는 정유사들의 적극적인 설비 신증설 투자에 힘입어 2012년 287만 8,000배럴에서 지난해 336만 3,000배럴로 17% 늘었고 수출 전략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세계 석유 수급의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세계 5위 규모의 정제설비 능력을 유지하던 일본을 처음 추월했고 현재 전 세계 정제설비 능력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천연가스(Natural gas) 생산은 중동이나 러시아가 아닌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2022년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은 9,786억 ㎥(cubic meter)로 같은 기간 전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24.2%를 차지했다.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약 1/4이 미국산이며 증가율도 높다. 2012년 6,491억 ㎥에서 2022년 9,786억 ㎥로 50.7% 증가하며 연간 성장률(Growth rate per annum)이 4.2%에 달했다.
같은 기준으로 호주(10.1%), 아제르바이잔(7.3%), 중국(7.1%), 이란(5.2%)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의 천연가스 절대 생산량이 월등하게 높아 물량 기준 증가폭은 단연 최고다.
유럽 천연가스 수출을 장악 중인 러시아도 미국에는 미치지 못한다. 러시아 천연가스 생산량은 2021년 7,021억 ㎥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미국 생산량에 비해서는 74.4%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세계 경제 제재 등의 영향으로 11.9% 감소한 6,184억 ㎥로 떨어졌다.
세계 원유 수급을 좌지우지하는 OPEC 카르텔의 중심인 중동 산유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을 모두 합해도 미국에 미치지 못했다. 이란(2,594억 ㎥), 카타르(1,784억 ㎥), 사우디(1,204억 ㎥) 등 중동 전체 천연가스 생산량은 7,213억 ㎥로 지난해 세계 생산량의 17.8%를 차지했는데 세계 시장 점유율은 미국보다 6.4%p 낮았다. 미국이 세계 천연가스 생산 증가를 주도하는 배경은 페르미안(Permian), 애팔래치아(Appalachia), 헤인즈빌(Haynesville) 등의 셰일가스 분지에서 경제성 있는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수압파쇄·수평시추 기법이 적용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미국의 영향력은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지난해에 특히 빛이 났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세계가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을 제한했고, 이에 반발한 러시아가 오히려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줄이는 자원무기화에 나서면서 지난해 천연가스 국제 가격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TTF는 지난해 MMBtu(백만 BTU) 당 37.48불을 기록했다. 2020년 평균 3.07불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유럽 주요 천연가스 소비국들은 2년 사이 12배가 오른 가격에 천연가스를 구매했다.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한국과 일본 역시 천연가스 구입에 막대한 추가 비용을 부담했다. 동아시아 천연가스 현물가격 지표인 ‘JKM(Japan Korea Marker)’은 2020년 MMBTU 당 4.39불에서 2022년에는 7.7배 오른 33.98불에 거래됐다. 자원 빈국인 한국과 일본은 똑같은 LNG를 수입하면서도 2년 사이 8배 가까운 비용을 더 지불 한 셈이다. 같은 기간 미국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헨리 허브(Henry Hub)’도 상승했지만, 절대 가격 측면에서는 TTF나 JKM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
2020년 헨리허브에서 거래된 천연가스 가격은 MMBTU 당 1.99불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4.5배 올라 6.45불에 거래됐다. 2년 사이 4배가 올랐으니 미국 소비자 비용 부담 역시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시아나 유럽 가격보다는 6배 정도 낮았다. 미국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유럽에 대한 수출을 전략적으로 늘리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급 안정의 구원투수 역할도 자처했는데,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동시에 자원 부국인 미국의 위상이 부각되는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매년 2%가 넘는 전기 생산 즉 발전량이 증가하고 있다. BP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전 세계 발전량은 2만 2,832 TWH(Terawatt-hours)를 기록했는데 2022년에는 2만 9,165 TWH로 집계되며 연평균 2.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석유 소비가 0.9%, 천연가스가 1.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전력소비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전 세계적으로 ‘전기에너지로의 전환(electrification)’이 빨라지고 있는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발전량 증가세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기간 연평균 발전량 증가율이 4.6%를 기록하며 세계 평균의 2배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는데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빠른 경제 성장 영향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12년 이후 2022년까지 연평균 5.9%의 발전량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한 2022년 기준 전 세계 발전량의 30.3%를 중국이 차지했다.
인도도 최근 11년 사이 연평균 5.5%의 발전량 증가세를 기록했고 특히 2022년에는 전년 대비 8.4%가 늘었다.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베트남도 2012년 이후 2022년 사이 연평균 8.5%의 발전량 증가율을 보였다. 중동 지역 발전량 증가율은 3.4%로 세계 평균 보다 높았고 특히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현재까지도 국가 재건이 진행 중인 이라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평균 9.4%의 발전량 증가율을 보였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활용해 세계 관광·문화·물류 허브를 꿈꾸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각각 3.6%와 3.8%의 전력 생산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북미 발전량은 0.6% 늘어나는데 그쳤고, 유럽은 오히려 0.4%가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유럽 발전량은 3,900 TWH에 머물며 전년 대비 3.5%나 줄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등으로 야기된 천연가스 수급 불안과 가격 폭등이 전력 생산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 2022년까지 연평균 1.6%의 발전량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3.0% 늘어 세계 평균인 2.3%보다 0.7%p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세계적으로 ‘발전원(Generation by fuel)’ 중 석탄(Coal) 기여도가 여전히 절대적으로 높았고, 천연가스(Natural gas), 수력발전(Hydro electricity, 水力發電)이 뒤를 이었다. 원전(Nuclear energy)은 줄었고, 재생에너지(Renewable) 증가세는 두드러졌다. 지난해 세계 총 발전량 중 석탄발전 비중은 35.4%에 해당되는 1만 317 TWH를 기록하며 발전용 연료의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했다. 다만 2021년 비중인 35.8%에 비해 0.4%p 하락한 것은 환경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천연가스 발전은 지난해 22.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안정세를 유지했다. 수력발전은 전 세계 발전량의 14.9%에 해당되는 4,334 TWH를 점유했는데, 이중 중국이 30.1%에 해당되는 1,303 TWH를 생산했다. 브라질과 캐나다도 각각 427 TWH와 398 TWH의 발전량을 기록하며 수력 부국(富國)에 속했다. 반면 사막 국가인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는 수력 발전량이 제로였다.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204 TWH를 기록하며 14.4%의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전년 대비 14.7%가 늘었는데 전체 발전량 증가율이 2.3%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전력 생산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전은 지난해 2,679 TWH가 생산되며 전년 발전량에 비해 4.4%가 줄었다. 원전은 전체 발전량 비중에서도 9.2%에 그쳤다.
세계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탄을 이용한 발전이 세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동시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도 주도했다. 지난해 전 세계 석탄발전 중 52.3%에 해당되는 5,397 TWH가 중국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수력과 재생에너지 발전도 중국이 최대 생산국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수력 발전은 1,303 TWH로 세계 전체 수력 발전의 30.1%를 차지했다. 재생에너지는 1,367 TWH를 발전하며 세계 전체의 32.5%를 점유했는데, 성장세도 높았다.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과 풍력 설비 용량은 266 GW가 늘어나며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고, 특히 태양광 용량이 72%에 해당되는 192 GW가 증가했다. 그런데 늘어난 태양광과 풍력 설비 용량 중 중국이 각각 약 37%와 41%를 차지했으니,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증가를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표현해도 딱히 틀리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Inflation Reduction Act)’이라는 이름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미국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인 719 TWH과 비교해도 절대량 측면에서 중국의 친환경 전력 생산이 우월하다. 다만 전체 발전원 비중 측면에서는 여전히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전체 발전량은 8,848 TWH, 이중 석탄이 무려 60.9%를 차지했다. 반면 화석에너지 중 친환경 연료로 꼽히는 천연가스 발전 비중은 3.3%에 불과했고, 무탄소 전원인 원전은 4.7%에 그쳤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5.5%로 집계됐다. 반면 미국은 총 발전량 4,547 TWH 중 천연가스 비중이 39.9%로 가장 높았고, 재생에너지 발전은 15.8%로 중국과 비슷한 점유율을 보였다. 다만 석탄 발전 비중은 19.8%를 보이며 중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요약하면 세계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전체 발전 수요가 많아 재생에너지 발전 절대량이 높지만, 환경에 유해한 석탄화력도 최대 생산량을 기록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편 우리나라의 지난해 발전량은 620 TWH로 전 세계 발전량의 2.1%를 점유했다. 전년 대비 발전량 증가율은 3.2%를 기록하며 세계 평균 보다 높았다. 발전원별로는 석탄화력 비중이 33.5%를 차지했고, 이어 원전 발전량이 176TWH로 28.4%, 천연가스 발전이 173 TWH로 27.9%를 점유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7 TWH로 7.7%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세가 높다는 점으로 2021년 대비 19.8% 늘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율은 14.7%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