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소차 같은 그린모빌리티가 주목받는 이유는 친환경성 때문이다. 자동차 구동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기나 수소 생산 과정까지 포함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친환경차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원료 채굴부터 생산, 소비 등의 모든 과정을 담은 전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근 확정한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에서 자동차 온실가스 기준에 전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전기차 구동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더라도 발전 과정에서 다양한 유해 배기가스가 발생한다면 환경친화적으로 평가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내연기관에 적용되는 친환경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바이오디젤 같은 바이오에너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합성연료인 e-fuel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e-fuel에 대한 관심이 이미 높다. 우리나라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송용 탄소중립연료(e-fuel) 연구회’를 발족하고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탄소중립 바이오에너지, 내연기관을 친환경차로!
배터리 배출량은 공정효율에 따라 상이, 전력생산 배출량은 ‘18년 전세계 평균 발전원별 발전량 기준, 수소 연료는 개질 기준 (‘18년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 : (세계) 석탄 38% 석유 2.9% 가스 23.0% (한국) 석탄 43%, 석유 2.2%, 가스 26.4%)
전기차는 주행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없지만 연료 생산 과정에서는 내연기관차 보다 월등하게 높은 유해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우리나라 정유사가 생산, 보급하는 경유에는 3%의 바이오디젤이 의무 혼합된다. 7월 부터는 혼합비율이 3.5%로 상향되고 2030년에는 5%까지 확대된다. 바이오디젤은 팜유 같은 식물 자원이나 돼지기름·폐식용유 같은 폐유지로 생산되기 때문에 탄소중립연료로 인정받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폐유지 등으로 제조된 바이오디젤을 수송연료로 적극 장려하고 있다. EU는 ‘지속가능성 기준’, 미국은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감축 최저 기준’ 등을 마련해 이 기준을 충족한 바이오에너지를 친환경적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많게는 9%까지 바이오디젤을 경유에 혼합 사용하고 있다. 미국, 브라질 등에서는 옥수수, 사탕수수 같은 식물 자원과 해조류, 폐유지 등에서 제조된 바이오에탄올을 휘발유 대체 연료로 보급중이다.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같은 바이오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은 탄소중립적인 친환경에너지이면서 내연기관자동차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연기관자동차도 환경성능이 강화된 연료가 투입되면 친환경차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e-fuel도 내연기관자동차에 적용되는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라는 점에서 바이오에너지와 닮아 있다.
수전해로 블루 수소 생산하는 P2G 실증 중
‘Power-to-X’는 P2X, PtX 등의 약어로도 표현되는데 여기서 ‘POWER’는 전력을 말한다. ‘X’는 미지수를 의미한다. ‘POWER’ 즉 전기를 활용해 ‘X’ 즉 다른 에너지를 생산하는 개념이 ‘Power-to-X’이다. 그런데 ‘POWER’는 일반적인 전기가 아니다. 태양이나 바람 등 자연에너지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말한다. 재생에너지는 환경친화적이지만 간헐성(intermittent power generation)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 변동폭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태양이 왕성한 한 낮에는 발전량이 많지만 심야 시간에는 작동이 멈춘다. 자연 바람의 세기는 인간이 조절할 수 없어 풍력 발전의 변동성도 크다. 재생에너지 발전 보고인 제주도는 풍력발전의 간헐성 때문에 출력제한 같은 비상 조치가 빈번하다.
그래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ESS라는 에너지저장장치에 보관했다가 해가 떨어진 심야 시간대에 사용하기도 하는데 ‘Power-to-X’는 잉여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하는 또 다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기로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를 생산하는 개념인데 대표적인 것이 제주도에서 실증 사업 중인 ‘P2G(Power to Gas)’이다. 화석연료인 메탄 기반의 개질 수소는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등의 환경 오염을 유발하면서 ‘그레이(Gray) 수소’로 불린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수전해 즉 물(H₂0)을 전기 분해해 ‘블루(Blue)수소’를 만들어 내는 것이 P2G이다.
‘Power-to-X’ 중 하나가 e-fuel
최근 주목받고 있는 ‘e-fuel(electro fuel)’도 일종의 ‘Power-to-X’이다. 최종 산물인 ‘X’가 내연기관에 사용되는 합성연료인 것이 e-fuel이다. 생산 과정을 화학식으로 풀면 대충 이런 모습이다.
-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친환경 전력을 생산한다.
- 바람과 태양이 왕성할 때 생산된 잉여 전력 등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H)를 만들어 낸다.
- 블루 수소(H)에 이산화탄소(CO₂), 질소(N) 등을 투입해 E-diesel, E-jet fuel 같은 탄소중립 수송 연료를 생산한다.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만들었고 탄화수소에 기반하지 않은 청정 수소를 사용했으며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원료로 투입했으니 탄소까지 저감하는 환경친화연료이다. 용도는 휘발유나 경유, 항공유 등 기존의 석유제품과 같아 내연기관이나 항공기, 보일러 기기 등에 사용할 수 있지만 연료의 물성은 청정하다.
e-fuel이 보급되면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로의 전환 속도가 조금 더디더라도 현재의 내연기관 엔진을 유지하면서도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이나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e-fuel 기술 개발과 대규모 생산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아우디, 도요타, 혼다 같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도 e-fuel 기술개발과 적용 가능한 엔진 실험을 진행중이다. 아우디는 2018년에 이미 e-가솔린(gasoline)과 e-디젤(diesel) 생산을 통한 엔진 실험에 착수했다. 도요타와 닛산, 혼다 같은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지난 해부터 탄소중립엔진을 전제로 하는 e-fuel 적용 연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fuel, 붕괴 내몰린 내연기관차 산업 구원투수 될 수도
e-fuel은 내연기관 산업의 붕괴 속도도 늦출 수 있다. 전기차는 바퀴와 조향장치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분명 ‘자동차’이다. 하지만 엔진 대신 배터리가 배치돼 그 안에 축적된 전기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동하고 온라인을 연결해 세상과 소통하며 다양한 기기들의 전기 충전을 돕는다는 점에서 차라리 전자제품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문제는 엔진룸 등을 구성하는 내연기관의 수많은 부품이 전기차에서 배터리로 대체되면서 관련 산업이 붕괴되고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투입되는 부품 수가 40% 정도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연기관차 관련 산업의 상당 수가 사라질 운명에 처한 셈이다. 내연기관 정비업소나 주유소 같은 연관 산업도 몰락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는 2030년까지 도내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하는 ‘2030년 탄소제로섬(Carbon Free Island’ 프로젝트가 시행중인데 이 경우 대부분의 주유소와 LPG충전소가 사라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른 기존산업과 상생협력 실행방안 연구’에 따르면 ‘탄소제로섬 제주’가 이행되면 2030년에는 도내 193개 주유소 중 13곳만 삼아 남고 LPG충전소는 38곳 모두 존립이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차 확대 보급은 비단 제주도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전역 그리고 세계 주요 국가들의 에너지 공급 채널에서 주유소와 LPG 충전소가 사라지고 전기 콘센트나 수소 충전소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전기차 수리를 위해 내연기관 정비업소 대신 전자제품 매장을 찾을 날도 멀지 않았다. 그런데 e-fuel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경제성을 확보하게 되면 내연기관과 주변 산업의 경쟁력과 고용에 더해 수송 분야의 탄소중립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가 ‘수송용 탄소중립연료(e-fuel) 연구회’를 발족한 것도 e-fuel의 장점을 인정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료와 수송 산업 관계·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회를 만들어 수송·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탄소중립 실현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e-fuel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e-fuel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연료 경제성 확보와 자동차 연료로의 사용 같은 중장기 기술 로드맵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내연기관과의 공존 가능케 하는 e-fuel
탄소중립적인 수송 에너지이고 붕괴에 직면한 내연기관 산업을 지탱할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하지만 e-fuel이 상용화되기 위한 전제조건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e-fuel 생산 과정에서의 에너지 변환 효율이 낮고 제조 공정이 복잡한 것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 또는 수전해해서 생산한 수소 자체를 수송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e-fuel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합성 연료로 변환되는 추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생산 설비 구축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돼야 하고 제조 원가도 높다.
독일의 민간 싱크탱크인 Agora Verkehrswende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100km 주행에 필요한 연료 제조에 순수 전기차는 15kWh, 수소차는 31kWh의 전력이 소비되지만 e-fuel은 103kWh가 요구된다. 동일한 주행 거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e-fuel에 투입되는 전력량이 크게 높다는 점은 그만큼 높은 제조 비용이 필요하다는 의미와 같다. 하지만 이 역시 기술 진화로 극복 가능한 영역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Carbon neutral) 실현 과제 중 하나로 휘발유 가격 보다 낮은 수준으로 e-fuel을 제조하는 기술 개발 전략을 포함시켰다.
우리나라 정부도 최근 확정한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2021~2025)’에서 ‘CO₂-Recycling 프로젝트’를 통한 e-fuel 기술 개발 사업을 명시했다. ‘탄소 중립 +(플러스) 프로젝트’라는 명칭의 사업 속에는 CO₂와 H₂를 원료로 메탄과 에탄올을 생산해 자동차나 항공 연료로 활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인 일정도 소개되어 있는데 현재의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는 ‘그린에탄올’ 생산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오는 2022년부터 차량용 그린 에탄올 제조공정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착수하고 그린 에탄올을 사용한 내연기관 엔진 최적화 기술 개발과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 후속 수순으로 정부는 ‘수송용 탄소중립연료 연구회’도 발족해 e-fuel의 경제성 확보와 내연기관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등 중장기 로드맵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전기·수소차로 대별되는 그린카가 내연기관차 시대를 금방이라도 종식할 것 같았지만 탄소 중립 수송 연료인 e-fuel의 기술 진보로 내연기관 시스템과의 공존은 이렇게 모색되고 있다.
김신 - 에너지플랫폼뉴스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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