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급등 진화 위해 유류세 20% 내린 정부, 국제유가 안정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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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다. 11월 12일부터 6개월 동안 휘발유, 경유, LPG 부탄에 부과되는 유류세 20%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국세 2조1천억 원을 포함해 2조5천억 원 규모의 세수 감소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 규모가 연간 20조 원 규모로 국가 재정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과감하게 유류세 인하 조치에 나선 것은 현재의 유가 수준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 그리고 향후 변수 등을 분석해봤다.

1. 두바이유 지난해 4월 대비 4배 넘게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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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동산 원유 가격 지표가 되는 두바이유는 3년 만에 최고 가격을 경신 중이다. 10월 들어 배럴당 80불대를 유지 중이고 25일에는 84.37불에 거래되기도 했다. 월간 평균 가격은 81.5불을 기록하며 2014년 10월의 86.82불을 기록한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석유 수요가 급감하며 유가가 바닥을 쳤던 지난해 4월의 20.39불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올랐다. 최근 수개월 사이의 유가 인상 폭도 가파르다. 8월 평균 두바이유는 배럴당 69.50불에 거래됐는데 9월에는 3.13불이 오른 72.63불을 기록했고 10월에는 8.81불이 상승한 81.44불로 집계되고 있다. 국제유가에 연동되는 석유 소비자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다행히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해 기름값 안정을 도모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20%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하 기간은 11월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약 6개월 적용된다.

2. 휘발유 유류세 20% 내리면 164원/ℓ 인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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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가 20% 인하되면 휘발유와 경유는 리터당 100원 넘는 가격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 휘발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리터당 529원, 교육세 79.35원, 지방주행세 137.54원 등 745.89원의 유류세가 부과되고 있다. 유류세 몫의 부가가치세 10%까지 합산하면 820.39원이 징수된다. 정부는 여기까지의 세금 중 20%를 인하하기로 했으니 리터당 약 164원의 휘발유 소비자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한다. 휘발유보다 유류세 부과액이 낮은 경유와 LPG 부탄은 소비자 가격 하락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 경유는 교통・에너지・환경세 375원, 교육세 56.25원, 지방주행세 97.5원 등 528.75원의 유류세가 부과 중이고 부가가치세까지 합산하면 581.55원을 적용받고 있다. LPG 부탄은 개별소비세가 160.6원, 교육세 24.09원, 부가세 18.4원 등 203.09원이 부과되고 있다. 이들 세금이 20% 인하되면 경유는 리터당 116.3원, LPG부탄은 40.6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3. 휘발유·경유, 국가 재정 기여도 매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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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는 정부 재정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3조9천억 원이 걷혔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와 경유 두 가지 석유제품에서 징수되는데 지난 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비가 급감했음에도 상당한 징수 실적을 기록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전체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를 기록했다.

휘발유와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부과액의 15%에 해당되는 교육세도 징수된다. 지난해 걷힌 교육세는 총 4조7천억 원 규모인데 이중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연동된 비중은 44% 수준, 금액 기준으로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는 지방주행세도 부담하고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액을 기준으로 26%가 징수되는데 단순 계산으로 지난해 3조6천억 원 넘게 걷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가가치세를 제외하더라도 휘발유와 경유 소비 과정에서 걷히는 이들 3가지 세금으로 지난해 정부는 19조6천억 원에 가까운 세입을 확보했다. 휘발유와 경유에서 비롯되는 유류세가 국가 재정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 인하 카드를 꺼내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실제로도 2000년대 들어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총 4차례에 불과하다.

4. 2000년대 들어 네 번째 유류세 인하, 폭은 가장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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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00년 3월 이후 2개월간 휘발유 5%, 경유는 12%의 세금 인하 조치를 했다. 외환위기 때인 2008년에는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유류세 10%를 내렸다. 가장 최근인 2018년 11월에도 한시적으로 유류세 15%를 인하했다. 당시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0불에 육박하며 내수 석유 물가 인상 압박이 커지자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통한 소비자 가격 안정에 나섰다.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는 4번째이다. 그런데 그동안의 조치에 비해 가장 높은 20%를 내린다.

그만큼 물가 상승 압박이 크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은 유가 상승세, 석유 공급 차질 등의 영향으로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을 보인다. 유로존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독일 물가가 29년 만에 처음으로 4% 상회했다. 영국도 8월 물가가 3.2% 상승하며 2012년 3월 이후 최고 수준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부의 수급 안정 노력 등으로 농축산물 오름폭이 축소되고 있지만 석유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개인 서비스 상승 폭이 확대되며 4월 이후 2% 중반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 지수도 올해 들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기업이나 가계 같은 경제 주체들이 현재 인지하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한 미래 물가상승률을 말하는데 올해 1월 1.8%이던 것이 매월 상승하며 9월에는 2.4%까지 올랐다.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압박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인데 다행히도 정부는 파격적인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며 물가 안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5. 국제 석유 가격 인상세, 유류세 인하 효과 일부 희석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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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류세 인하로 소비자들의 기름값 지출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수 가격 산정 기준이 되는 국제 석유 가격이 상당 기간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 가격인 몹스(Mops, Mean of Platt’s Singapore)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내수 가격 산정 기준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몹스 가격은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내수 시장에 반영되는데 최근 들어 꾸준히 그리고 상당 수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옥탄가 92 휘발유 국제 가격은 지난 8월 셋째 주 배럴당 76.58불을 기록한 이후 10월 넷째 주까지 10주 연속 상승 중이다.

최근에는 100불대로 넘어서며 26일 기준 103.64불에 거래됐다. 그 사이의 국제 휘발유값 상승률은 35.3%에 달한다. 최근 들어 인상 폭도 커지고 있다. 9월 다섯째 주 국제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86.19불을 기록했는데 이후 10월 넷째 주까지 매주 3.98불, 5.22불, 2.88불, 5.09불씩 상승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내수 휘발유 가격은 앞으로도 최소 2~3주 연속 인상 여력이 있다. 상승 폭도 최근 환율을 기준으로 매주 리터당 20~40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는 국제 석유 가격 상승 요인으로 상당 부분 희석될 수 있다.

6. 원유 공급 확대로 유가 안정화되기 기대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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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의 유가 상승 기조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탈출하며 세계 경기 회복에 속도가 나면서 석유 수요가 확대되는 영향이 크다. 그런데 유가를 끌어올리는 돌발 변수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의 가장 큰 변수는 기상 이변 등의 영향으로 세계 주요 국가들이 전력난에 봉착한 사건이다.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은 풍력 발전량이 줄고 있고 수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도 재생에너지 발전이 부진해 전력난을 겪고 있다. 중국은 석탄발전 축소 등의 영향으로 일부 도시에서 전력 공급을 제한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나 석탄발전이 줄면서 석유로 대체 수요가 몰려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 영향으로 석유 생산과 정제 설비 가동이 중단되는 피해를 보는 것도 유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산유국 카르텔인 OPEC+는 현재의 감산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견해를 천명하고 있어 공급난이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일부 기관들은 올겨울 한파가 평년보다 심각할 경우 계절적 수요 증가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불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가 올해 4분기 정점을 찍고 미국 셰일오일, OPEC+ 등의 공급 확대 영향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일부 기관들의 전망이 위안이 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내수 석유 가격은 외생 변수 영향이 크다. 휘발유의 경우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세금 비중이 소비자 가격 중 절반이 넘는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국내 휘발유 가격 중 세금 비중은 54.26%를 차지했다. 생산 원가 개념인 국제 가격 비중도 38.9%로 집계됐다. 나머지 7% 정도가 정유사와 주유소 유통 비용과 이윤이다. 결국 유류세와 국제 가격이 휘발유 소비자 가격 중 93%를 차지하는데 이번에 정부가 유류세 일부를 대상으로 20% 인하하는 조치를 했다. 이제는 세계적인 경기 회복 속도에 맞춰 석유 공급이 확대되면서 외생 변수인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는 것을 기대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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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발행인 - 에너지플랫폼뉴스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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