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자원 빈국 닮은 꼴 韓·日, 정제 능력 우위는 누가?

GS칼텍스 -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석유 자원 빈국이고 소비지 정제 주의를 지향한다는 측면이 우리와 닮았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그렇다. 하지만 정제설비 구축과 관련한 지리적 환경이나 정제 설비 능력 추이 등은 다른 모습이다.

경제력 격차만큼 일본 석유 소비량은 우리나라보다 많지만, 정제 설비 능력 면에서는 우리가 일본을 앞질렀다. 한국 정유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데 이어 고도화설비 등에 꾸준히 투자했고 그 결과 양국간 석유 무역 수지는 한국이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닮은 듯 다른 한국과 일본 정제 산업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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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대부분 수입, 중동 의존도 절대적

일본은 원유 소비 거의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 중이다. 2018년 기준 일본 정제업체의 원유 처리량 중 자국 내에서 생산된 원유는 0.3%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도 소비 원유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예외라면 동해 가스전 부산물, 해외 개발 원유를 직도입하는 정도인데 그 물량이 많지는 않다. 동해가스전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초경질원유인 컨덴세이트는 인근에 위치한 S-OIL에 공급되고 있다. 석유공사와 GS에너지는 아랍에미레이트 할리바 유전에 지분 투자하고 생산 중인 원유를 국내에 직도입 중이다. 하지만 비중이 크지는 않으니 우리나라나 일본 모두 석유 자원 빈국이 틀림없다. 수입 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점도 비슷하다. 일본 석유연맹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 내 원유 수입량 중 88.3%가 중동산 원유로 채워졌다.

특히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의존도가 높았는데 이곳에서 수입된 원유가 38.2%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한때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87%를 넘을 정도로 절대적이었고 일본보다는 낮지만 2018년에 73.5%를 차지했다. 당시 한국 수입 원유 중 사우디 의존도 역시 28.9%로 일본처럼 절대적인 비중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도입 원유 중 중동 의존도가 높은 배경은 이곳이 세계 최대원유 수출 산지이고 수송 거리가 가까운 이점 등이 작용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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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지 정제주의 지향하는 점도 닯은 꼴

석유 소비가 감소 중이라는 점도 닮은 꼴이다.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 기업인 BP가 매년 발간하는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0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석유 소비는 381만 B/D를 기록했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3.9%에 해당하는 물량인데 감소 추세이다. 일본 석유 소비는 2012년 하루 469만 배럴의 소비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2019년에는 381만 배럴에 그치면서 18.8%가 줄었다. 일본보다는 덜 하지만 우리나라도 추세 면에서는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BP 리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루 석유 소비는 2017년 하루 281만 배럴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며 2019년에는 276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세계 석유 소비 규모로는 2.8% 수준이다. 소비지 정제 주의를 표방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소비지 정제주의(消費地 精製主義)’는 산유국에서 수입한 원유를 자국에서 필요로 하는 석유제품으로 정제, 생산해 소비하는 정책을 말한다.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자원 빈국은 석유 완제품을 수입해서 소비하는 대신 정제 설비를 구축해 직접 석유제품을 만들고 사용하며 석유 안보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소비지 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자국 내 석유 수요 구조에 맞춰 석유 제품별 생산 비율을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지 정제주의의 또 다른 장점이다. 석유 자원 빈국이면서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산업 규모와 에너지 소비가 큰 나라에서 소비지 정제주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 Have Item)이 되는 셈이다.

단일 공장 정제 능력 톱 5 중 한국 3곳, 일본은 없어

정제기업 수나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차별화된다. 우리나라 정유시장은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개사가 활동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을 포함해도 5곳에 그친다.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월등하게 많은 정제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소규모 시설 등을 포함해 한때는 32곳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진 등 자연재해가 많은 탓에 해안가를 따라 작은 규모의 정제시설들이 많이 들어선 것도 우리와 다르다.

이 때문에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한국 정유사 경쟁력이 절대 우위에 있다. ‘2020 Worldwide Refining Survey’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단일 공장 정제 능력으로 한국 정유사 3곳이 톱(TOP) 5 안에 포함됐다. 단일 공장의 정제 설비 능력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석유 생산 원가 경쟁력 등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일본 정제사들은 한 곳도 톱 순위권 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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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후 한국 정제 능력, 일본 앞질러

일본은 외국계 석유 자본이 민족계 기업에 흡수 합병되는 등의 정제 산업 구조조정과 노후 정제설비 폐쇄 영향으로 매년 정제 능력이 줄고 있다. 글로벌 메이저인 BP는 매년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를 발간하는데 2020년 판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정제 설비 능력(Oil Refining Capacity)’은 하루 334만 배럴로 평가됐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일본 정제 설비는 일산 463만 배럴의 능력을 보유했다. 하지만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며 매년 줄었고 2017년 이후 334만 B/D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정제 설비 능력은 오히려 증가했다. 2009년 274만 B/D였던 것이 2019년에는 339만 B/D까지 상승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 기간 동안 한국 정제 설비 능력은 거의 매년 늘어났다는 점이다. 고도화설비 등을 비롯한 정제 능력 강화에 정유사들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으로 그 결과 2018년 이후 한국 정제 설비 능력이 일본을 앞질렀다. 2019년 기준 일본 석유 소비량은 하루 381만 배럴로 우리나라의 276만 배럴보다 38%가 많았다. 두 나라 모두 소비지 정제 주의를 지향하고 있지만 석유 소비 규모 대비 정제 설비 능력에서 차이가 발생하면서 양국 간 석유 수출입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 정유사들은 규모의 경제 등을 앞세워 석유를 수출 전략 품목으로 자리매김 중인데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41억 불을 수출하며 금액 기준으로 반도체, 일반 기계,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에 이어 6위의 기여도를 보였다. 특히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도 상당하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지난해 1~11월 사이 총 4억3272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했고 이 중 11.7%에 해당되는 5,058만 배럴이 일본으로 향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정유사들이 우리나라에 수출한 석유는 78만 배럴에 불과했다. 한국 정유사들의 경쟁력 우위는 석유 무역 수지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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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 에너지플랫폼뉴스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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