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전력을 기반에 둔 에너지가 세상을 움직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도로 위 자동차의 대다수는 전기나 연료전지로 작동될 것으로 예측했다.
IEA의 전망대로라면 지구는 온실가스의 재앙 ‘지구온난화’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태양, 바람, 물 등의 자연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로 자동차와 공장을 움직이고, 건물의 전등을 밝히며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EA는 당장의 탄소중립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의 보급보다 전력 청정화에 대한 관심 촉구가 우선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기차,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에너지로 움직인다
최근 개최된 시민단체 녹색교통운동의 ‘윤석열 정부 교통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수송용 전기의 친환경 에너지로서 태생적 한계가 거론되었다. 녹색교통운동은 현 수송연료 소비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송부문 에너지는 휘발유·경유·LPG 등 화석연료가 95%로 절대적이며 도로 부문에서만 80%가 소비된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장려하는 친환경차역시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녹색교통운동은 친환경차로 전환되더라도 화석연료가 전기에너지로 바뀔 뿐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지는 못할뿐더러, 전 과정평가(LCA · Life Cycle Assesment) 관점에서도 전기에너지가 친환경적으로 생산되지 않을 경우 온실가스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전 과정평가(또는 전주기 평가)’는 에너지의 원료 채굴부터 생산, 소비까지의 모든 과정을 포함한 평가를 말한다. 발전 연료로 화석 에너지가 사용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전 과정평가를 대입했을 때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외 다양한 기관들의 연구나 평가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Well-to-Wheel’ 전 과정에 발생되는 전기차 미세먼지는 휘발유 차의 93%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장려하는 친환경차역시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녹색교통운동은 친환경차로 전환되더라도 화석연료가 전기에너지로 바뀔 뿐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지는 못할뿐더러, 전 과정평가(LCA · Life Cycle Assesment) 관점에서도 전기에너지가 친환경적으로 생산되지 않을 경우 온실가스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전 과정평가(또는 전주기 평가)’는 에너지의 원료 채굴부터 생산, 소비까지의 모든 과정을 포함한 평가를 말한다. 발전 연료로 화석 에너지가 사용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전 과정평가를 대입했을 때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외 다양한 기관들의 연구나 평가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Well-to-Wheel’ 전 과정에 발생되는 전기차 미세먼지는 휘발유 차의 93%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원유 추출(Well)에서 차량 운행(Wheel)까지의 과정을 통틀어 말하는 ‘Well-to-Wheel’ 기준을 적용하면 1km를 주행할 때 발생되는 전기차 온실가스(CO₂-eq)는 휘발유 차의 53%, 미세먼지(PM10)는 92.7% 수준에 달한다.
이는 연료인 전기의 생산 과정 때문이다. 연구에 적용된 시점의 국내 발전원 중 유연탄 비중은 40%를 넘었고 LNG도 23%를 차지하는 등 화석연료 발전이 65%를 웃돌았다. 결국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을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지 화석연료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지의 차이일 뿐, 전기차나 내연기관차 모두 온실가스를 포함한 배기가스가 배출되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를 선도하는 한국자동차업계도 ‘전기차 = 친환경’ 인식 우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이 해외에 수출한 전기차는 총 15만 4,071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가 9만 6,666대인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주력 수출 상품이 되고 있다.
같은 기간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가 9만 6,666대인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주력 수출 상품이 되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의 친환경성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사업자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과 관련해 ‘탄소배출량 제로 방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수송부문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되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기반인 내연기관차의 친환경화 가능성이 원천 차단될 것이라 주장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중국에 의해 좌우될 우려가 있으며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의견이다.
“전기차만 친환경 차이고 내연기관차는 ‘공해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독일 경제연구소의 2019년 4월 검증 결과도 소개했다. 독일 경제연구소가 테슬라 모델3을 기준으로 독일 전원 구조를 감안한 LCA를 분석한 결과 1km 주행시 156∼181g의 온실가스를 배출시켜 경유차 모델인 벤츠 C220d의 141g 보다 높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40.4%에 달할 만큼 친환경 전원 역할이 큰 독일조차 LCA 기준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경유차 보다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는 점을 국내 완성차 사업자단체가 정부 건의문에 담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산업협회는 “전기동력차 보급은 탈원전정책에 따른 장기적인 전력수급계획, 전력가격 등과 연계해 종합적인 검토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고 “전 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석탄 발전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돼 전기차 보급으로 인한 환경 개선 한계가 예상된다.”라고 우려했다.
발전이 친환경적이지 못한 상황에서의 전기차 보급 확대 그리고 내연기관차 퇴출은 정부가 지향하는 탄소중립 실현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독일 경제 연구소 분석을 내세워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사업자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과 관련해 ‘탄소배출량 제로 방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수송부문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되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기반인 내연기관차의 친환경화 가능성이 원천 차단될 것이라 주장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중국에 의해 좌우될 우려가 있으며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의견이다.
“전기차만 친환경 차이고 내연기관차는 ‘공해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독일 경제연구소의 2019년 4월 검증 결과도 소개했다. 독일 경제연구소가 테슬라 모델3을 기준으로 독일 전원 구조를 감안한 LCA를 분석한 결과 1km 주행시 156∼181g의 온실가스를 배출시켜 경유차 모델인 벤츠 C220d의 141g 보다 높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40.4%에 달할 만큼 친환경 전원 역할이 큰 독일조차 LCA 기준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경유차 보다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는 점을 국내 완성차 사업자단체가 정부 건의문에 담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산업협회는 “전기동력차 보급은 탈원전정책에 따른 장기적인 전력수급계획, 전력가격 등과 연계해 종합적인 검토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고 “전 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석탄 발전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돼 전기차 보급으로 인한 환경 개선 한계가 예상된다.”라고 우려했다.
발전이 친환경적이지 못한 상황에서의 전기차 보급 확대 그리고 내연기관차 퇴출은 정부가 지향하는 탄소중립 실현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독일 경제 연구소 분석을 내세워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전기차 보다 전력 청정화 우선되어야
전기에너지의 청정성이 확보된다면 ‘전주기적으로 전기차는 배기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무공해차’라는 공식이 완성된다. 문제는 아직까지는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무공해차라는 등식에는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수송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전기차 환경 성능이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송부문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현실적인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IEA가 제시하는 탄소중립 전략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전달한다. 국내에너지 경제 오피니언 리더의 연구모임 ‘포럼 Energy 4.0’는 지난 4월 수송부문 탄소중립 전략의 정책 우선순위를 제언한 에너지 정책 방향 건의문을 새 정부 인수위 측에 전달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가 탄소중립 이행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 정부도 같은 정책 경로를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IEA는 지난해 5월 발표한 NZE(Net zero by 2050) 시나리오에서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먼저 줄이고 산업, 수송 부문을 전기화시키는 경로를 제시했다.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 단계 청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를 연료로 소비하는 수송수단이 확대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IEA는 구체적인 이행 수단으로 2030년 발전 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을 56.9%, 수송부문은 20.0%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수송부문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현실적인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IEA가 제시하는 탄소중립 전략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전달한다. 국내에너지 경제 오피니언 리더의 연구모임 ‘포럼 Energy 4.0’는 지난 4월 수송부문 탄소중립 전략의 정책 우선순위를 제언한 에너지 정책 방향 건의문을 새 정부 인수위 측에 전달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가 탄소중립 이행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 정부도 같은 정책 경로를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IEA는 지난해 5월 발표한 NZE(Net zero by 2050) 시나리오에서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먼저 줄이고 산업, 수송 부문을 전기화시키는 경로를 제시했다.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 단계 청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를 연료로 소비하는 수송수단이 확대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IEA는 구체적인 이행 수단으로 2030년 발전 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을 56.9%, 수송부문은 20.0%로 제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기차 확대 보급에 상대적인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모양새이다.
우리 정부는 같은 기간 수송부문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37.8%로 설정했고 발전 부문은 44.4%의 감축에 그치며 청정한 전기 생산 보다 전기 사용 주체인 전기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럼 Energy 4.0’ 회원인 서울과기대 유승훈 교수는 지난 4월 열린 포럼 발제에서 “탄소 저감이나 중립을 이루는 수단으로 수송부문 등에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부여하기 보다 전력의 청정화를 위해 전환 부문에 대한 감축 목표를 상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유승훈 교수는 또 ‘수송 부문에 부여된 과도한 감축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무공해차 보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수입 확대, 국내 자동차산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도 우려했다. 그렇다고 정부 그리고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보급이나 기술 개발에 소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전기차가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송 수단으로 주목받는 근본 취지에 충실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전기차를 대상으로 차량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충전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며 보급을 장려하는 대신, 친환경 전력 생산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전기에너지의 청정화를 앞당기는 것이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
새 정부의 수송부문 탄소중립 정책 기조는 ‘선(先) 청정 발전 후(後) 무공해차 보급 장려’에 맞춰져야 한다. 국가 재정의 효율적인 투입, 탄소중립의 현실적인 저감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정책 방향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귀담아듣기를 기대한다.
우리 정부는 같은 기간 수송부문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37.8%로 설정했고 발전 부문은 44.4%의 감축에 그치며 청정한 전기 생산 보다 전기 사용 주체인 전기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럼 Energy 4.0’ 회원인 서울과기대 유승훈 교수는 지난 4월 열린 포럼 발제에서 “탄소 저감이나 중립을 이루는 수단으로 수송부문 등에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부여하기 보다 전력의 청정화를 위해 전환 부문에 대한 감축 목표를 상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유승훈 교수는 또 ‘수송 부문에 부여된 과도한 감축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무공해차 보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수입 확대, 국내 자동차산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도 우려했다. 그렇다고 정부 그리고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보급이나 기술 개발에 소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전기차가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송 수단으로 주목받는 근본 취지에 충실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전기차를 대상으로 차량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충전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며 보급을 장려하는 대신, 친환경 전력 생산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전기에너지의 청정화를 앞당기는 것이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
새 정부의 수송부문 탄소중립 정책 기조는 ‘선(先) 청정 발전 후(後) 무공해차 보급 장려’에 맞춰져야 한다. 국가 재정의 효율적인 투입, 탄소중립의 현실적인 저감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정책 방향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귀담아듣기를 기대한다.
김신 - 에너지플랫폼뉴스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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