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했던 천연가스 가격, 2023년은 우호적 환경 기대!

GS칼텍스 -

동절기 가스 난방비가 크게 오르면서 사용자 부담이 커지고 있고, 정부는 사회적 약자 등을 고려해 에너지 바우처 지원 등을 확대 중이다. 천연가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국제가격 상승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방법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면서 10배 이상 급등했다. 가스공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가스 최저와 최고 가격간 차이는 80배를 넘겼다.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글로벌 가스 수급 여건이나 가격 결정 환경이 지난해보다는 우호적일 것이라는 점인데 왜 그렇게 전망되는지 알아본다.

1. LNG 수입 1% 늘었는데 지출액은 97% 증가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LNG, 즉 액화천연가스는 4,652만 톤으로 전년 대비 1.3% 늘었다. 그런데 지출한 LNG 수입 비용은 501억 불로 97% 증가했다. 팬데믹에서 벗어나며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한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은 제한되며 에너지 수급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은 결과였다. 천연가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비슷한 물량을 도입하고도 두 배의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도시가스 요금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다른 가스 수입국들 역시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욱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다. 가스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동북아 가스 가격 지표인 JKM(Japan Korea Marker)은 최근 5년 중 2020년 4월 어느 날 MMBtu(100만 영국열량단위) 당 1.8불을 기록하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어느 날에는 84.8불에 거래됐다.

급등했던 천연가스 가격, 2023년은 우호적 환경 기대!

최고와 최저 가격 기준으로 2년 사이 우리나라와 일본 천연가스 수입 가격은 80배 넘게 올랐다.  유럽 가스 가격 지표인 TTF(Title Transfer Facility) 상승 추세는 더욱 가팔랐다. 2020년 5월 MMBtu 당 1.1불에 거래됐던 것이 지난해 8월에는 93.8불로 85배 상승했다.

이와 대비되는 흥미로운 통계도 있었는데, 북미 지역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헨리 허브(Henry Hub, HH) 가격은 역시 상승했지만 상대적으로 기세는 매우 약했다. 비슷한 기간, HH 가격 최저점은 1.5불, 최고점은 9.7불로 6배 오르는데 그쳤다. 이러한 차이의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들은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았다. 유럽 역시 가스 소비의 90%를 수입해왔고 이중 러시아산이 45% 수준에 달했다. 그러나 북미 지역은 달랐다.

2. 천연가스 지닌 북미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

미국, 캐나다는 셰일가스 자원 부국으로 글로벌 수급 불안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유럽 천연가스 수급 불안이 확산되면서 미국은 자국 천연가스 수출을 늘리며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있다.

산유국과 수입 의존국의 태생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흥미로운 장면이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텍사스주 소재 프리포트(Free Port) LNG 수출시설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유럽, 아시아로 향하는 천연가스 수출에 차질이 발생했다. 연간 1,500만톤 규모의 LNG 수출 능력을 갖추며 미국 내 두 번째로 큰 프리포트 기지의 화재는 유럽 가스 수급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 PNG 공급이 줄어든 데다가 가스 재고 확보를 위한 수요까지 겹치면서 미국산 가스 의존도가 커지던 상황에 프리포트 기지 화재로 수입이 제한되면서 TTF와 JKM 7월 가격은 상당 수준 올랐다. 그런데 미국 가스 가격 지표인 HH는 오히려 떨어졌다. 유럽 등으로 향해야 하는 가스 수출이 프리포트 화재로 중단되면서 내수 재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산유국과 소비국이라는 입장 차이는 정반대의 환경을 연출했다.

 

3. 러시아와의 이별 준비중인 EU

지난해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줄면서 심각한 수급 위기와 글로벌 가격 폭등을 초래했던 유럽은 에너지 공급 위기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U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Gertrud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2월 IEA(국제에너지기구)의 페이스 비롤(Fatih Birol) 사무총장과 ‘2023년 EU 가스 공급 전망 기자 회견(press conference about the outlook on EU gas supply in 2023)’을 열고 나름의 에너지 안보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러시아산 PNG를 대체할 수 있는 LNG 구매를 늘리기로 했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PNG(Pipe-line Natural Gas)’에 비해 액화천연가스 ‘LNG(Liquefied Natural Gas)’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감수한 결정이었다. LNG는 천연가스 성분인 메탄올을 영하 162℃의 초저온으로 냉각해 액화 상태로 전용 선박에 저장, 수송한 이후 소비 단계에서 다시 기화 과정을 거쳐야 해서 기체 상태로 전달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PNG 보다 수송 등의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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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EU가 LNG 비중 확대를 공식화하고 있는 데는 PNG 대비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 보다 수급 안보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의 움직임이 빠르다. 독일 로베르트 하베크(Robert Habeck) 경제부 장관은 지속적인 LNG 수입 설비 확대 입장을 공식화하고 있는데 2024년까지 LNG 수입설비 규모를 연간 37Bcm로 늘리고 2028년에는 그 두 배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독일이지만 자국 내 천연가스 수요 중 55% 수준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LNG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계산이다.

유럽 국가들은 가스 공동 구매도 추진한다. 오는 3월까지 역내 회원국 가스 수요를 집계할 기업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역내외 가스 공급이 가능한 국가,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속도도 높인다. 지난해 EU 집행위는 ‘REPowerEU’ 계획을 발표했는데 국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EU가 러시아에 보내는 이별 편지’라고 표현할 정도로 러시아와 선을 긋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실제로 EU는 REPowerEU 프로젝트를 통해 40%에 달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2030년까지 ‘0’ 수준으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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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현재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4개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은 좌초자산이 된다. 2030년까지 석유, 석탄 등 기타 화석연료 소비에서도 러시아 비중을 큰 폭으로 낮추고 그 자리를 재생에너지로 채운다. 문제는 REPowerEU가 중장기 프로젝트이며 LNG로의 전환 역시 당장 러시아 PNG를 전량 대체할 수 없어 올해 역시 가스 수급이나 가격 변동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4. 러시아 가스가격 상한제 시행, 수급 위협 희박

지난해 하반기 이후 천연가스 국제가격은 하락 중이다. 2022년 9월 MMBtu 당 69.3불을 기록했던 TTF 가격은 12월에는 35.6불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다가 최근(1월 마지막 주 기준)에는 17불 선까지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인 2021년 3월의 6.1불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우상향의 공포에서 벗어난 것은 일단 위안이 되고 있다. 다만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서방 세계의 제재 강도가 강해진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소다.

EU는 2월 15일 이후 1년 동안 TTF 기준으로 180유로/MWh(시간당 전력사용량이 1백만W)의 가스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다. 가격 상한제는 TTF 가격이 180 유로 이상이면서 글로벌 LNG 가격보다 35 유로 이상 비싼 상황이 3일 연속 지속되면 발동된다. 아시아 지역 가스 가격(JKM)과 미주지역 가스 가격 (HH)에 비해 변동성이 크고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형성되고 있는 TTF를 대체할 벤치마크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 통보한 가스 가격 상한제가 유럽 가스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2015년 이후 2019년 사이의 유럽 가스 평균 가격이 MWh당 17.6 유로였던 것을 감안하면 러시아산 가스 가격을 억제하겠다고 EU가 설정한 180 유로는 10배가 넘는다. 원유 가격으로 환산해도 배럴당 345불에 달하는 수준으로 구매 가격 상한선인 캡(cap) 자체가 매우 높다. 그리고 올해 들어 유럽 가스 가격이 완연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가스가격 상한제의 무게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1월 기준 유럽 TTF 가격은 지난해 최고점에 비해 20% 수준으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가스가격 상한제 캡을 넘어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EU가 가격 가격 상한을 높게 설정한 것은 만에 하나 러시아 가스 공급이 차단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일종의 공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5. 유럽 LNG 구매 열기 식을 수도

한편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과 더불어 유럽 가스 구매 열기가 식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IA(미국 에너지정보청)는 1월 제시한 단기 에너지 전망(Short-Term Energy Outlook, STEO)에서 미국 벤치마크인 Henry Hub의 올해 천연가스 현물 가격을 MMBtu당 평균 4.90불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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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평균값 보다 1.50불 이상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 배경으로 자국 내 천연가스 생산 증가를 꼽았다. EIA는 올해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약 2% 늘어난 연간 평균 100~101 Bcf/d(10억 입방피트, 천연가스단위)로 전망했고 자국 내 수요는 물론이고 수출 물량 까지도 충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 결과 2024년에도 올해와 거의 동일한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 증가를 예상한 점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6월 화재로 폐쇄된 사우스 텍사스의 프리포트(Freeport) LNG 수출시설이 올해 1분기에 운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러시아 루트가 제한된 유럽의 천연가스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의 월 평균 LNG 수출량은 2024년 말까지 13 Bcf/d를 넘어서게 되며 새로운 수출 시설 프로젝트로 전체 미국 LNG 수출 용량은 2025년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에서는 EU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산 PNG 대체 용도인 LNG 구매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석유공사는 우드맥킨지 분석가들의 전망을 인용해 올해 에너지 주요 이슈를 소개했는데 그중 하나로 ‘LNG 구매 계약 감소’를 꼽았다. 우드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약 8천만톤에 달하는 LNG 구매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붐을 이뤘고 올해도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 중 한 곳인 중국 기업들의 LNG 구매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다만 러시아산 가스 구매 제한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 기업들은 오히려 LNG 구매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주요국들이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게 되면 비중이 낮은 석탄발전 대신 가스 발전을 대체해 장기적으로 LNG 수요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 수년 동안의 LNG 가격이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고 특히 지난해에 급등한 만큼 반대로 급격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유럽 국가들이 가스 구매 계약 체결을 주저하게 되는 배경으로 꼽았다.

지난해 유럽에서 비롯된 천연가스 수급난이 전 세계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진정 국면을 기대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 변화는 반가운 일이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유럽 가스 수급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하다. 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한원희 책임 연구원은 ‘2023년 국제 LNG 시장 전망’을 통해 올해 세계 LNG 공급 능력 증설이 둔화되면서 유럽과 아시아 지역 간 LNG 구매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올해 역시 유럽의 가스 수급 불안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제 LNG 현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다만 국내외 다양한 전망을 종합할 때 지난해처럼 세계 가스 수급이나 가격 결정 환경이 극단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에 처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또 다른 돌발 변수가 등장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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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 에너지 플랫폼 뉴스 발행인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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