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위기 뛰어넘은 석유수요, 이제는 수급 균형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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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첫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확인됐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지구촌 곳곳은 2년 넘게 이동이나 산업 활동을 제약하고 빗장을 걸어 잠그는 등 팬데믹 확산 방지에 주력해왔다. 다행스럽게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행의 끝을 지나 미국 등 해외의 경우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정점을 찍은 이후의 일상으로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주력 에너지인 석유의 소비·생산은 이미 팬데믹을 극복하며 한 발짝 앞서 가는 모습이다. 내수는 물론이고 세계 석유 수요도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거나 머지 않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덩달아 수출 전략 산업인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정제가동률도 상향 중이다. 팬데믹을 벗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석유 산업 현 상황을 통계로 알아보고 이후의 과제도 살펴본다.

정유사가 원유 도입 늘리는 이유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한 2020년 3월, 정유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석유 소비는 급감하고 정제마진은 추락하면서 긴급하게 정제 가동률 축소를 모색했다. 하지만 산유국들과 맺은 장기 구매 계약 때문에 원유 도입 물량을 줄이지 못했고 수입 원유나 석유제품을 보관할 저장시설이 부족한 상황에 내몰렸다. 내륙 저장 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원유를 싣고 온 유조선을 해안에 정박해 대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정제 처리와 고도화설비 능력을 갖췄지만 팬데믹 영향으로 세계 석유 소비가 급감하며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평균 정제 가동률은 2020년 평균 83.83%에 그쳤다. 2014년 이후 가장 낮았고 2017년 기록했던 98.59%와 비교하면 14.76%P 줄었다. 2020년 1월 1억745만 배럴에 달했던 정유사 생산량은 2021년 2월 8,774만 배럴로 18.3% 감소했다.

그런데 최근 수개월 사이 극적인 반전 중이다. 지난 해 12월 1억455만 배럴, 올해 1월 1억694 배럴 등 정유사 월 석유 생산량은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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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6,953만 배럴까지 추락했던 원유 수입량은 올해 1월 9,479만 배럴로 36.3% 증가하며 팬데믹 직전 수준을 뛰어 넘었다. 정유사들이 원유 도입 물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국내외 석유 수요의 완연한 회복을 예측하고 있다는 정황으로 이해되고 있다.

항공유 소비 회복이 의미하는 메시지는…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석유정보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19 첫 확진자가 나오기 직전인 2019년 12월의 석유 소비는 8,542만 배럴이었고 이후 급감했던 것이 지난 해 12월 8,850만 배럴까지 회복했다. 올해 1월 내수 석유 소비량도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15.4%가 늘어난 8,743만 배럴을 기록했다.

최근 2개월 연속 팬데믹 이전의 석유 수요를 뛰어넘고 있고 유종 별로도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월 휘발유 소비량은 737만 배럴로 집계되며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첫 확인된 2020년 1월의 615만 배럴 보다 19.8%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유 소비도 23.9%가 늘어난 1,462만 배럴을 기록했다. 납사는 2.6%가 증가해 4,056만배럴이 소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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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잇는 하늘길이 팬데믹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인 항공유 소비 회복도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세계 주요 국들은 해외 입국을 차단하며 항공유 소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본격 확산되기 직전인 2019년 12월 우리나라 항공유 수요는 369만 배럴에 달했는데 2020년 4월에는 73만 배럴까지 추락하며 1/5 토막이 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월간 200만 배럴을 넘어서며 1월 기준 220만 배럴이 소비됐다. 2019년 12월 수요와 비교하면 여전히 59.6%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해 1월과 비교하면 33.5%가 늘었다. 항공유 수요 증가의 배경은 국토교통부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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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항공 여객·화물 수송 실적이 지난 해 3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중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진정되며 일상 회복에 나서고 있어 항공유 수요도 머지 않아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외 석유 수요 회복, 정유사 가동률에도 영향

석유수출국기구인 OPEC이 가장 최근인 2월 발표한 전망에 따르면 세계 경제와 여행 수요의 견고한 회복으로 올해 석유 소비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뛰어 넘는 것이 확실시된다. 2월 발표한 월간석유시장보고서(Monthly Oil Market Report)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석유 소비는 지난 해 보다 하루 평균 42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 결과 올해 평균 석유 수요는 하루 1억80만 배럴에 달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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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수요가 팽창하는 배경으로 OPEC은 세계 주요국들이 팬데믹에서 벗어나며 봉쇄 등의 조치를 완화하거나 해제하고 있고 대부분의 영역에서 세계 경제가 더 강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의 1등 공신은 휘발유와 경유가 될 것이며, 이들 석유제품이 늘어나는 석유 수요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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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중국, 중동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항공 여행이 지속적으로 활기를 띄면서 항공유 수요의 회복세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요약하면 팬데믹에 억눌려 이동 제한이나 봉쇄 등에 지쳤던 수송 분야의 석유 수요가 리바운딩 하면서 전체 석유 수요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게 OPEC의 분석이다.

OPEC은 지역별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석유 수요 증가에 주목했는데 특히 석유화학 수요로 나프타 소비가 늘어나고 경질유 소비 증가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했다. OPEC 분석처럼 우리나라 내수는 물론이고 경기 회복에 힘입은 세계적인 석유 수요 회복으로 정유사들의 수출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2월 석유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6.2%가 증가한 39억7천만불을 기록하며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해 4월 이후 11개월 평균 97.6%의 수출액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2월 기준으로 석유 수출 기여도는 자동차도 앞질렀다. 103억불을 수출한 반도체가 1위, 47억9,000만불을 달성한 석유화학이 2위, 39억7,200만불을 기록한 석유제품이 3위를 차지했고 자동차는 38억불을 유지하며 5위에 랭크됐는데, 세계 석유 경기가 회복되면서 석유 수요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수출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덩달아 우리나라 정유사 가동률도 상향되고 있다. 지난 해 6월과 9월 평균 가동률이 각각 81.6%, 80.3%에 머물렀던 것이 12월에는 86.6%, 올해 1월에는 89.0%까지 올랐다.

자원 개발 위축이 가져올 또 다른 팬데믹 대비해야

그런데 유가 고공 행진이 멈추지 않으면서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브렌트 선물 가격은 이미 100불대를 넘어섰고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 유종인 두바이유도 100불 턱밑까지 치솟았다. 현재 유가 수준은 2014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수 가격에 약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국제 휘발유 가격은 1배럴에 110불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옥탄가 92 휘발유 가격은 2월 넷째 주 평균 가격이 111.00불로 집계됐다. 지난 해 12월 넷째 주 기록한 85.84불 이후 9주 연속 올랐고 그 사이 인상폭도 29.3%에 달했다.

최근의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원인도 작용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석유 수급 불균형에 기인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팬데믹에서 벗어나며 석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데 공급이 뒷받침하지 못하며 유가가 우상향하고 있다.

OPEC+의 감산 규모 축소와 더불어 미국 셰일원유 생산 활동 증가, 핵 협상 합의에 따른 이란산 원유의 재등장 가능성 등으로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여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석유, 가스로 대표되는 화석연료에 대한 꾸준한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심각한 수급 불균형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한 최근 제기된 흥미로운 분석이 눈길을 끈다. 지난 해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확연한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의 4 분기 상류 부문 즉 자원 개발 수익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국에서는 최근의 에너지 위기를 통해 메이저들이 엄청난 이익을 창출했다며 야당인 노동당에서 일회성으로 ‘횡재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이다.

그런데 엑손모빌이나 쉐브론, BP, 쉘, 토탈 같은 글로벌 메이저들은 석유, 가스 자원 개발 분야에서 창출한 막대한 수익의 사용처를 놓고 갈등 중이라는 소식이다.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환원하거나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트렌드에 맞춰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는 것에 더해 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 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수익 사용처의 옵션으로 고민중이다. 문제는 화석에너지 신규 개발 투자가 탄소 저감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아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석유 수출 시장을 주도하는 OPEC+ 산유국들도 신규 유전 개발에 대한 투자 부족, 내전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메이저 기업들조차 석유, 가스 신규 개발 투자를 주저하거나 소극적이면 수급 균형이 무너져 언제든지 심각한 에너지 안보와 물가 상승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기나긴 팬데믹 터널을 벗어나면서 세계 경제가 활력을 찾고 있고 주력 에너지인 석유 수요가 정상 궤도로 회복중인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동안의 자원 개발 투자 위축과 에너지 전환 흐름이 겹치면서 석유 수급 불안과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것은 공포스럽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자원개발 신규 투자도 적극적으로 병행해 에너지 위기라는 또 다른 팬데믹에 세계가 감염되지 않아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현 상황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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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 에너지플랫폼뉴스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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