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부와 개인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미국 재무부는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라이선스를 6개월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1위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은 왜 미국의 제재를 받았을까? 이번 제재의 일시적 완화가 글로벌 석유 흐름에 어떠한 도움이 될지 살펴보고자 한다.
출렁이는 국제 유가
바이든 정부는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둔화세를 보이던 물가가 다시 오르고, 가계 부담이 커질 기미가 보이면, 어떻게 해서든지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미 정부는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지난 10월 18일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와 가스 생산과 판매 수출에 대한 일부 제재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또한 전략비축유(SPR)를 추가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분석가들에 의하면 전략비축유 방출보다 사우디와 같은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이 유가 안정을 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렇다면 사우디보다 더 많은 매장량을 갖고 있는 나라,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에 대한 제재 해제가 글로벌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미국 재무부는 베네수엘라에 석유산업에 대한 라이선스를 6개월간 허용했다. 이번 베네수엘라의 제재 완화가 글로벌 석유 수급에 어떠한 도움이 될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우디를 능가하는 매장량
Energy Institute의 World Energy 2023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확인 매장량은 3,038억 배럴로 세계 1위이다(그림 1). 수십 년간 사우디가 1위의 자리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었지만 2010년 말 베네수엘라 정부가 확인 매장량을 2,970억 배럴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efn_note]※ Ahram online, Venezuela: Oil reserves surpasses Saudi Arabia’s. 2011.1.16.[/efn_note], 사우디(2009년 OPEC 보고서 기준, 2,650억 배럴)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되었다. 2001년에 미국에너지정보청(EIA)도 베네수엘라 동부 분지 Orinoco강 북쪽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초중질유(extra heavy crude oil, 重質油)가 분포한다고 보고한 바 있는데(그림 2),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2009년 이 내용을 업데이트하여 베네수엘라의 Orinoco belt에서 기술적으로 회수 가능한 매장량을 5,130억 배럴로 추정하였다.*[efn_note]※ USGS, An Estimate of Recoverable Heavy Oil Resources of the Orinoco oil belt, Venezuela. 2009.10
[/efn_note] 이 추정치에는 경제적인 사항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 지역을 세계 최대의 초중질유 매장지로 평가하였다.
Energy Institute는 베네수엘라의 Orinoco Belt에서만 확인 매장량(2020년 기준)을 2,618억 배럴로 보고하였다. 이는 전 세계 15.1%에 해당하는 양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Orinoco Belt에 분포하는 원유는 생분해(biodegradation)로 인해 가벼운 탄화수소는 사라지고 무거운 탄화수소 성분만 남은 초중질유(extra heavy crude oil, 重質油)다. 이는 경질유보다 회수율도 낮고, 정제와 수송도 어려워 경제적인 매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중질유를 생산할 때는 특화된 생산 기술이 필요하며, 일반적으로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콘덴세이트(condensate)나 나프타(naphtha)와 같은 희석제를 첨가하여 중질유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희석제 수입에 따른 생산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손도 많이 가는 유종이다. 2019년 미국의 경제제재로 돈줄이 막힐 당시, 희석제를 제대로 수입하지 못해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에서 주유소마다 기름을 넣으려는 긴 줄이 늘어서고, 주유를 위해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로 인한 흥망성쇠
베네수엘라는 1920년대 처음으로 석유를 생산하였고, 전통적으로 5대 산유국 중 하나였다. 석유 생산량은 경이적인 속도로 증가하여, 베네수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1928년에는 세계 2위 석유 생산국이자 세계 1위 석유 수출국이 되었고, 석유가 전체 수출의 80%를, 국가 재정 수입의 42%를 차지하게 되었다. 1960년에는 세계 5대 석유 수출국이었던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와 함께 OPEC을 창립하였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얼마나 생산할 수 있나?
Chevron을 포함한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단기적인 생산량 성장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간 자본투자 부재, 기반시설의 정기적인 유지보수 관리 부족으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 향상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인프라의 수리 및 관리, 인력 재고용도 시급한 문제이다. 추가 생산을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의 추가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회복 시나리오
나가며
글로벌 외환 거래 플랫폼 기업인 OANDA의 수석 시장 분석가 Edward Moya는 장기적인 투자 부족으로 베네수엘라가 생산량을 늘리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일부 제재 해제가 에너지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efn_note]※ S&P Platts, Venezuela gets partial oil sanctions relied in exchange for election assurance. 2023.10.19.[/efn_note] 이를 증명하듯 미국 제재 완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량은 70만 b/d 미만으로 감소했다.*[efn_note]※ Reuters, Venezuela’s October oil exports fall 19% despite U.S. easing sanctions. 2023.11.2.[/efn_note] 희석제 부족과 업그레이더 프로젝트의 노화로 잦은 정전이 발생한 탓이다.
그러나 에너지 정보 분석 기업인 Rapidan Energy Group의 지정학적 리스크 서비스 이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완화가 당장 글로벌 석유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지만 베네수엘라의 원유 흐름을 재편하고, 미국으로의 수출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Atlantic Council Global Energy Center의 의장 David Goldwwyn도 제재 해제가 글로벌 공급과 가격에는 영향이 미미하더라도 초중질유 생산 업체를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전환하여 러시아의 원유에 대한 수요를 약화시키고, 미국의 휘발유 생산 비용을 소폭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시장 분석가는 베네수엘라 원유가 시장에 추가되면, 멕시코산 중질유에 대한 가격 할인 가능성과 미국 걸프만 정유사에서 캐나다산 오일샌드와 경쟁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민희 대리 - 스마트데이터센터 정보분석팀
GS칼텍스에 의해 작성된 본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으며, 한국석유공사의 저작물에 기반합니다.
본 콘텐츠의 IP/콘텐츠 소유권은 한국석유공사에 있으며 Reproduction을 제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