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전기차에도 붙는 에너지 등급 라벨, 효율 경쟁 진입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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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선택의 기준은 효율성에 기반하기 마련인데요. 지난 4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전기차 에너지 효율 등급제가 전면 시행되어, 모든 전기차는 5개 등급으로 구분된 등급 라벨을 부착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한눈에 에너지 효율을 확인해 자기에게 맞는 전기차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제작사들은 적은 전기로 최대한 멀리 가는 고효율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됐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현황과 전기차 에너지 효율 등급제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을 짚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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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고 새 모델 나오던 ‘전기차 시장’ 현황은?

  • 전기차 소비 주춤, 내연기관 인기 여전하고 하이브리드 약진
  • 원인은 전기차의 ‘긴 충전시간’과 ‘주행거리’?

자동차 연료는 ‘석유’가 기본이죠. 그런데 LPG 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석유 업계가 가장 의지하는 산업인 ‘운송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차량’ 분야를 더 이상 독식할 수 없게 되었죠.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의 ‘대체재’로서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석유보다 친환경적일 것이라는 이미지로 빠르게 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며 정부에 의해 무공해차(zero emission vehicle)로 지정된 전기차는 공공의 주도로 시장에 도입되었습니다. 구매보조금 지원, 세제 감면 등 정부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40%~70%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의 전기차 내수 판매가 주춤거리기 시작했죠. 이에 환경부가 전기차 보급 촉진을 위해 구매 보조금 지원을 해봤는데요, 이후에도 전기차 감소 현상이 지속돼서 일각에서는 ‘전기차의 유행이 끝난 것 아닌가’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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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기차 시장의 정체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역시 성장 둔화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요. 올해 3월, SNE 리서치에서 발표한 ‘Global 전기자동차 시장 및 Battery 수급 전망(~203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제 전기차 판매량은 약 1,641만대로 예상됩니다. 이는 전년 대비 16.6%의 성장률로, 작년 33.5%의 절반 수준의 성장세에 불과합니다.

이는 엄청난 인구수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의 전기차의 내수 시장이 위축된 것도 크게 한몫하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 수요 둔화로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인 BYD를 포함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확대하면서, 중국에서 상당한 규모의 판매를 기대했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오히려 자국에서까지 값싼 중국산 전기차와 경쟁하게 됐습니다. GM과 포드는 기존 전기차 판매 전략을 조정하고 추가 생산 계획을 철회하는 등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테슬라도 지난해 실적 발표를 통해 성장세의 감소를 경고하며 전기차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전기차의 수요 감소와 성장 정체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딜로이트 ‘2024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전기차(BEV)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장 큰 우려 사항>은 ‘긴 충전시간’과 ‘주행거리’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전기차의 ‘비용/프리미엄 가격’과 ‘공공 전기 충전 인프라 부족’이 우려사항으로 대두되는 것으로 보아 전기차의 높은 가격에 비해 부족한 인프라로 인한 충전의 어려움이 소비자의 선택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다음 구매할 차량으로 전기차를 선택한 이유> 질문에서 조사 대상인 중국과 독일, 인도,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와 미국은 모두 ‘낮은 연료 비용’을 가장 많이 선택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낮은 유지/관리 비용’과 ‘정부 인센티브/보조금 구매촉진 프로그램’이 언급되며 전기차로 얻을 수 있는 비용적인 혜택이 전기차 선택의 주된 이유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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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딜로이트 ‘2024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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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딜로이트 ‘2024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보고서’

전 세계적으로 아직 가솔린/디젤(ICE)을 탑재한 내연기관 차량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다음 구매할차량의 엔진 종류 선호도>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 인도,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 모두 내연기관 차량 선호도가 전기차 대비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하이브리드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최근 몇 년 사이 증가한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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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딜로이트 ‘2024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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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에서 대중으로, 전기차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연비’

  • 하이브리드 연비와 주행거리 모두 매력적
  • 전기차 에너지 효율 등급제, 국내 판매 278개 모든 전기차종에 확대 적용

사람들이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호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전기차의 장점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충전시간과 주행거리 등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결합해 주행을 위한 에너지 공급 자체도 하이브리드가 더 편하고, 주행거리도 더 길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국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될수록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서 전기차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인 ‘연비’가 중요합니다. 전기차 인프라 확대를 위해 충전소도 꾸준히 늘려야 하겠지만, 전기 에너지의 효율이 높아지고, 충전 대비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해진다면, 둔해진 전기차의 성장세에 반전을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기차 에너지 효율 등급제’는 4월 1일 국내에서 판매되는 278개 모든 전기차종에 확대 적용됐습니다. 배터리 1kWh당 5.8㎞를 갈 수 있는 1등급을 받은 차종은 6개였으며, 54개 차종이 2등급, 73개 차종이 3등급을 받았죠. 4등급은 83개 차종, 5등급은 62개 차종입니다. 산업부 관계자에 의하면 ‘1등급 전기차를 타면 5등급 전기차를 타는 것보다 연간 전기를 2,292kWh’를 아낄 수 있습니다. 연평균 주행거리 1만3,323㎞를 기준으로 보면, 1등급 차량이 5등급보다 연간 84만 원의 충전 요금을 절약할 수 있죠. 이는 리터당 연비가 10.8㎞인 내연기관차나 14㎞인 하이브리드 차와 비교해도 훨씬 저렴한 수준이라 합니다. 전기차 에너지 효율 등급제를 시작으로 친환경 에너지의 효율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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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등급별 표시라벨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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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 전환? 현실은 경쟁이다

  • 에너지 전환은 선형적인 구조가 아니라 다차원적인 구조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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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너지 및 지정학 분야 전문가 대니얼 예긴 S&P 글로벌 부회장은 “에너지 전환에 관한 논의들은 때때로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라면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사용은 계속 증가하겠지만, 새로운 에너지가 기존 화석연료를 20~30년 만에 완벽히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에너지 전환에 관한 그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에너지 전환은 목표를 정하고 이를 향해 세계가 모두 함께 힘을 합쳐 나가는 선형적인 전환 구조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최종 도착점은 동일한 ‘탄소 중립’이라 해도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전환의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고, 각 국가에는 신에너지 개발뿐 아니라 기존 에너지의 공급 확보를 위한 ‘에너지 안보’도 놓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즉, 에너지 전환은 선형적인 구조가 아니라 다차원적인 구조로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각 에너지간의 경쟁과 이를 둘러싼 국가 간의 견제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 예로 지금 우리 사회는 1960년대 이후 석유가 석탄을 제치고 세계 1위 에너지원이 되면서, ‘석탄’에서 ‘석유’로 에너지 전환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023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석탄을 사용했고, 이는 1960년대의 석탄 사용량보다 세 배나 많은 양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여전히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아직 세계 에너지 시스템은 화석 연료가 지배하고 있고, 통계적으로 볼 때 인류는 2050년까지 20억 명이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인구 증가에 따라 부족한 에너지를 수급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인구 증가와 경제적 발전에 집중하는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은 석탄과 석유 없이 경제 발전을 이룩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선진국들은 ‘친환경’을 이유로 그들의 석유 사용 자체를 전면적으로 제한할 권리가 없습니다.

국제 에너지 기구는 화석 연료에 대한 수요가 2030년 이전에 정점에 달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대니얼 예긴은 이러한 현실적 문제들로 화석 에너지 수요는 그 이후에도 급격하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와 석탄의 자리를 일부 대체하고 있는 천연가스 시장이 요동쳤던 사례를 볼 때,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수요를 제외해도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국제 에너지 기구의 예상보다는 대니얼 예긴의 의견이 좀 더 현실적입니다. 이처럼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에너지 전환은 결국 경쟁 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통한 에너지 안보를 구축한 뒤, 각 에너지 사용의 현실적인 조율을 통해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죠.

에너지 전환은 세계의 모든 국가가 지구와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렇지만 대니얼 예긴의 말처럼,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습니다.

혁신적인 기술, 제품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침체기(Chasm)1가 찾아오곤 합니다. 현재 전기차가 그런 지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Chasm(캐즘): 지각변동 등의 이유로 인해 지층 사이에 큰 틈이 생겨 서로 단절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는 지질학 용어. 미국 실리콘밸리의 컨설턴트인 무어(Geoffrey A. Moore)가 1991년 미국 벤처업계의 성장과정을 설명하는 데 적절한 이론으로 차용하면서 마케팅 이론으로 확립.

‘전기차 에너지 효율 등급제 도입’은 효율을 고려할 만큼 저변이 확대되었다는 의미인 동시에 대체재와의 비교, 즉 검증이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죠. 소비자는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과 ‘저탄소 환경’을 저울질하며 내연기관과의 공존을 허용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 두 문제가 해결되는 어느 지점이 전기차가 캐즘을 빠져나오는 시점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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