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정보 공개 의무화로 인해, 선언의 시대에서 정보 책임의 시대로 전환되었다.
Forbes
유행처럼 너도나도 외치던 ‘Net Zero 선언’이 단순한 홍보 수단으로 사용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 진척도를 사실관계에 의하여 모든 기업이 똑같은 지표와 단위로 공개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글로벌 ESG 공시 지침 상, 재무정보와 동일한 연결기준의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 상장사와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자회사와 연결 종속회사들의 정보까지 공개되어야 하는데 아직 규모가 작은 중소∙중견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위한 인벤토리*[efn_note]※ 국가, 기업, 조직 등의 생산, 소비, 운영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원별 배출량을 목록화한 온실가스 관리 체계[/efn_note]도 구축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수 백 가지의 ESG 정보를 매년 측정하고 취합하고 검증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기업들의 상황도 상황이지만, 제도적 미비함도 ESG 공시 의무화 속도를 늦춰야 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약 60%의 기업이 ‘구체적인 세부 가이드라인 미비’를 ESG 공시 준비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글로벌 ESG 공시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ISSB의 공시 지침도 올해 6월에 발표되었으며, 그마저도 모호한 표현으로 더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심지어 벤치마킹할 해외 사례도 없는 상황 속에서 당장 2년 뒤부터 ESG 공시를 해야 하는 기업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금융위원회가 받아들였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의무화가 연기된다고 하지만, 글로벌 흐름은 Scope3*[efn_note]※ 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 영향력 밖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중 Scope2를 제외한 배출량으로 간접배출로 분류된다.[/efn_note] 배출량 지표를 제외하고는 예고한 일정대로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수출기업 혹은 해외에 자회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라면, 국내 의무화 시점이 아닌 국제 의무화 흐름에 발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SG 공시의 글로벌 기준과 지침은 이미 공개되었고, 국내 의무화 일정에 대한 논의는 3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공개된 ISSB, CSRD, SEC의 지침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의무화 시점이 미뤄진다는 의미는 그만큼 준비를 천천히 시작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글로벌 지침에서 요구하는 수많은 ESG Data를 ESG 공시 기준에 맞게 생성∙정립∙통합하는데 보통의 대기업은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의무화 시점에 신뢰성 있는 공시를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GS칼텍스는 글로벌 주요 공시 기준을 분석하여, ESG 공시 로드맵 수립을 완료하였다. 먼저, 글로벌 Big(ISSB/SEC/CSRD) 공시 기준뿐 아니라 국제 ESG 보고 기준 및 외부 ESG 평가사의 평가 항목까지 모두 포함하여 을 구성하였고, 약 3천여 개가 넘는 지표들에 대하여 카테고리화 및 대응이 필요한 지표들을 선발하는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ESG Data DB를 구축하였다.
연결기준으로 공시해야 하는 ESG 공시 특징에 맞게 GS칼텍스는 해당 ESG Data DB을 기준으로 GS칼텍스 및 모든 자회사를 대상으로 현황 파악을 진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약 10차례 이상의 자회사 교육과 60여 차례 이상의 담당자 인터뷰를 통하여 ESG 공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였다.
EU와 미국의 기준에서는 제한적 검증에서 합리적 검증으로 단계적 강화를 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SG 공시의 Baseline이라고 불리는 ISSB 기준은 별도로 인증의 의무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각 국가에서 이를 법제화되는 과정에서 ‘검증’에 대한 부분은 별도로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속가능성 보고서 혹은 ESG Report를 발간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해당 보고서에 대한 제3자 검증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이 검증이 의미하는 바는, 앞으로 공시되는 ESG Data에 대한 정확성과 정합성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GS칼텍스는 2024년부터 발간 예정인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약 1,300여 개의 ESG Data에 대한 검증까지 올해 완료하였다.
ESG 공시와 관련하여 2023년에 수많은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그 논의의 타임라인은 기승전결 중 ‘결’보다는 ‘기’에 더 가까워 보인다. 현재의 Global Agenda인 ‘기후변화’의 공시 준비도 완료되지 않았는데 이미 Next Global Agenda로 ‘생물 다양성’이 선정되었고, 이어 공시 중요 영역이 ‘공급망’과 ‘임직원’까지 굉장히 빠르게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의한 재무 정보 공개 프레임워크(TCFD, 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와 같은 생물 다양성 및 자연 자본 관련 재무영향 공시 프레임워크인 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가 공시 최종 권고안을 2023년 9월에 발표한 바 있다. TCFD가 약 30여 년의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반면, TNFD는 논의를 시작한 지 약 10여 년 만에 최종안이 발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