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모두가 피하는 사무실 안의 코끼리,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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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안의 코끼리란 무엇인가?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코끼리는 함께 있기 불편한 동물입니다. 함께 있으면 비좁고 움직이기 어려워,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긴장하고 코끼리를 어떻게 몰아내야 하는지 숙의해야하죠. 하지만 사람들은 무슨 연유인지 자신이 먼저 코끼리를 못 본 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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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의 코끼리는 이전에 누가 문제를 꺼냈다가 분란의 상처만 남기고 퇴출당하였거나 곤경에 처했던 경험을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을 때 발생합니다. 회사에서 힘이 막강한 부서 간 충돌로 큰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런 비극적 사건에 대한 기억이 사무실 안의 코끼리라고 할 수 있죠.

사무실 안의 문제가 생산적으로 해결되지 못하면 구성원들은 그 아픔 때문에, 해결되지 못한 문제에 거적을 덮어 놓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행동합니다. 구성원이 암묵적으로 합의해서 덮어 놓은 거적을 방어기제(Defensive Routine)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거적을 덮어 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며, 거적 밑에는 문제가 더 깊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렇게 깊어진 문제가 바로 회사가 해결해야 할 코끼리입니다.

사무실의 코끼리는 “암묵적으로 말하지 않기로 작정한 것(The Undiscussable)“으로 이것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이슈(The Discussable)로 전환시키지 않으면 조직에 큰 구멍이 뚫린 상태가 되어 어떤 혁신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나버립니다. 조직의 구성원 전체가 조직의 힘을 믿고 자기보호(Defensive Routine)의 높은 방벽을 쌓고 조직 안의 코끼리를 감싸고 살다 보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실과 조직 간의 절연으로 조직은 점점 현실 감각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나사(NASA)가 주도했던 챌린저 우주왕복선 폭발 사고처럼 더 큰 문제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 당시 나사는 연구원들은 우주선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했는데도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못하는 분위기 때문에 문제를 덮었고 결과적으로 이는 우주왕복선 폭발이라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죠.

이런 위험천만의 코끼리는 왜 생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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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상처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이전에 같은 문제로 엄청난 갈등을 경험하고 간신히 봉합한 경험이 트라우마로 작용해서 구성원은 암묵적으로 거적을 덮어 놓게 됩니다. 구성원 모두는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 상처가 덧날 것이 두려워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지나가게 됩니다.

둘째,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이 그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분위기는 사무실 안의 코끼리를 더 키우게 됩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조직 문화가 심각해지면 혼자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코끼리 문제를 먼저 이야기하기 힘든 분위기가 정착됩니다. 책임이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상처와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에서 파생됩니다. 하지만 공동책임과 공동 희생에 대해 미리 조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아무리 용기 있는 개인도 혼자 나서기는 어려워지죠.

셋째, 조직에 심리적 안정감이 부재할 경우에도 코끼리가 생겨납니다. 심리적 안정감이란 조직의 존재 이유에 대한 믿음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을 때 작동합니다. 조직에 심리적 울타리가 존재하지 않으면 구성원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덮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말할 수 없는 코끼리가 활개 치는 조직의 구성원은 이중 메시지(Mixed Message)를 구사하는 기술을 서로에게 가르쳐주면서 더 고도의 이중 메시지 기술을 습득하는데요. 이중 메시지란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예상되는 어려움을 함께 이야기하여, 변화 시도를 무력화하는 언행을 의미합니다. ‘말할 수 없는 이슈’를 ‘절대로 말해서는 안 되는 이슈’로 만드는 암묵적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다 우리가 화합해가며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잔잔한 호수에 돌 던질 일이 있냐“고 반문하는 것, ”일이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아는데 섣불리 나섰다가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경고하는 것은 좋은 게 좋은 것이니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경고가 함축된 이중 메시지라고 할 수 있죠. 이중 메시지에 익숙해지면 조직의 변화 능력은 점점 사라지고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됩니다.

사무실 안의 코끼리, 해결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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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코끼리는 분란의 소지가 되는 이슈는 공개적으로 거론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에 근거해서 생성됩니다. 한 조직과 사회의 구성원이 언급해서는 안 되는 이슈(The Undiscussable)를 언급해야만 하는 이슈(Undiscussable)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면 모든 혁신은 물거품이 되죠. 언급하지 말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코끼리의 문제를 언급해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조직은 결국 현실 감각을 잃게 됩니다. 그렇다면 사무실 안의 코끼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조직과 구성원, 또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당사자가 나서서 해결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클 경우, 기업에서는 외부 조직개발 전문가에게 워크숍을 의뢰해서 해결하기도 하죠.

첫째, 문제를 덮어 놓은 거적을 들춰내서 깊어진 문제를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조직은 조만간 변화에 실패하며, 존재감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는 실존적 죽음을 직면해야 합니다. 이런 큰 두려움으로 코끼리에 관해 이야기하지 못하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둘째, 서로의 아픔에 대해서 긍휼로 공감하고 환대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상처에 거적을 덮어 놓으면 그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큰 공포의 대상이 됩니다. 결국은 거적을 들춰내 상처를 직면하고 상처를 원인을 해결하고 치유하려는 용기가 없다면 결국 상처가 덧나서 더 큰 곤경에 처할 것임을 각성하고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이 서로의 상처에 대해서 인정하고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먼저 찾아가 이들이 겪은 고통을 편견 없이 들어주는 공감적 경청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책임이란 상처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며, 상처를 껴안아 주고 해결해주고 책임져주는 노력을 보인다면 구성원도 숨겼던 상처를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결국 숨겨졌던 코끼리를 직면하고 말하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조직 안에 문제를 피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만든 토굴들을 제거하고 그 위에 구성원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심리적 안정지대의 운동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심리적 안정지대란 조직이 중시하는 가치와 목적의 울타리를 가지고 움직일 때 생깁니다. 사명과 가치의 울타리가 작동된다는 믿음이 있을 때에만 구성원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해야 할 말을 허심탄회하게 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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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2012년에서 2015년까지 3년 동안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최고의 팀이 되기 위한 조건을 연구했습니다. 180여 개 팀이 실험에 참여하고 40여 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최고의 팀이란 무엇인지 연구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발견한 최고의 팀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죠.

심리적 안정감은 조직이 지향하는 목적과 가치의 울타리가 작용할 때 만들어집니다. 조직이 지향하는 목적과 가치에 대한 믿음은 조직 안에 놀이터를 만들어 구성원들이 목적과 가치를 위해 난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지만 일단 목적과 가치에 부합하는 협업도 가능하게 만듭니다. 조직의 가치와 목적에 대한 믿음의 울타리가 작동되는 조직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상처를 받은 구성원에 대해서 더 긍휼감을 가지고 대합니다. 아픔을 직시하고 치유하는 용기를 가진 조직의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면 말할 수 없는 코끼리는 저절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 본 콘텐츠는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인사/조직/전략분야 윤정구 교수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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