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발효 이후 저탄소 경제 시대로 진입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추세이다. 탄소중립(Net-Zero)은 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핵심적인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 및 글로벌 거대기업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일본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였으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점투자 분야 중 하나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 GX)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2021년 말 「청정에너지 전략」 수립을 위해 경제산업성을 비롯한 관련 산하·자문기관과 함께 합동회의를 개최하였다. 합동회의에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 포함된 「청정에너지 전략」 수립에 앞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성장 기대 산업과 관련 과제, 정책 대응방향 등을 검토하였다. 특히, 「녹색성장전략」에서 제시된 14대 중점 산업에 포함되는 에너지 기반 산업 9개 분야에 대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검토하였다.
일본 에너지 기반 산업의 GX 방향성
에너지 기반 산업 9개 분야(배터리, CO2 분리회수, 콘크리트·시멘트, 지속가능항공연료(SAF), 합성연료, 합성메탄, 탄소재활용 화학품, 녹색LPG, 바이오제조)에 대한 산업분석 및 해외 동향을 바탕으로 기술·비즈니스·시장 측면에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관련 정책 대응 요소를 검토하였다. 일본 배터리 산업은 과거 리튬이온배터리(LIB) 부문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한국과 중국의 추격으로 인해 3개국이 시장 선도와 기술 우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성능뿐만 아니라 재활용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도 필요한 상황이며, 배터리 시스템 보급을 위한 환경 정비 또한 필요한 실정이다. 탄소 재활용 산업은 CO2를 에너지 자원으로 간주하고 각종 분리·회수 기술을 통해 다양한 탄소화합물로 재활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글로벌 탈탄소화 추세에 따라 각 분야에서 기술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산업에 포함된 8가지 분야의 기술개발과 함께 비용 절감, 고부가가치화, 국제 표준화, 인증·품질검사, 지식재산권 취득 및 판로 확대 등 다양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이후, 2022년 11월 「청정에너지 전략 중간정리안」을 바탕으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행 추진을 위한 정책방향을 논의하였으며, 2023년 2월 재생에너지 사용 증대, 원자력 활용,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 등이 포함된 「GX 실현을 위한 기본방침」을 발표하였다. 해당 기본방침에는 GX 실현을 위한 향후 10년의 로드맵이 포함되어 있으며,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실시하는 ‘GX 리그’와의 연계방안도 언급되어 있다.
「GX 실현을 위한 기본방침」은 민간기업의 GX 부문에 대한 투자 지원과 함께 관련 규제 및 지원정책을 담고 있으며,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 방안 및 탄소가격제 도입과 함께 150조 엔 규모의 GX 관련 민관 투자 등을 제시하였다.
먼저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를 기반으로 한 GX 대응 지원책을 발표하였다. ‘철저한 에너지 효율 대응’ 추진을 위해 에너지 절약 보조금 등 중소기업과 에너지 고효율 단열창 개보수 등 일반 주택에 대한 에너지 효율 대응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산업부문 에너지 사용량 40%를 차지하는 주요 5개 업종(철강, 화학공업, 시멘트제조, 제지업, 자동차제조)의 비화석에너지로의 전환 기준을 제시하였다. ‘재생에너지의 주력 전원화’ 또한 GX 대응에 필요한 방안 중 하나이다. 공공시설의 태양광 패널 설치 확대, 지역 주도의 재생에너지 도입, 해저 직류 송전 등 계통 투자에 필요한 자급 조달 환경을 정비를 추진할 예정이며. 부유식 해상풍력 도입을 위한 대규모 실증 및 공급망 구축 또한 계획되어 있다. 탄소중립 달성에 매우 중요한 ‘원자력 활용’ 확대 방안도 제시되었다. 기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안전성을 확보 및 지역 실정을 고려한 지원책 개선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 밖에 수소·암모니아 연료의 도입 촉진, 탄소재활용 산업의 실용화 및 저비용화를 위한 각종 지원책 추진 등도 GX 실현을 위한 에너지 확보 방안으로 제시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앞서 언급한 150조 엔의 민관 GX 투자를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를 통해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GX 경제이행채’를 신규 발행하여 선행적으로 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탄소배출량에 따라 일괄적으로 가격을 매기는 방법(세금, 부담금 등)도 고려되고 있으며, GX리그의 단계적인 발전에 기반한 배출량거래제도 또한 2026년에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에 있다. GX리그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 경쟁력 향상을 통한 GX 실현 시책으로, 2023년 1월까지 일본 내 679개 기업에서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환경 보호, 비용 삭감, 기업 브랜딩으로 이어지는 GX리그는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기업의 이미지로 인해 기업 가치 상승 및 투자 유치로 이어지며 우수한 인재 채용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는 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겨서 GX 관련 사업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고 에너지 관련 부담 금액을 중장기적으로 감소시켜 나가는 방식을 사전에 제시하는 시스템으로, 지원조치와 함께 GX를 먼저 실시한 기업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된다.
마치며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은 미래 사회를 대비함에 있어 필수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중국도 치열한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사안의 시급성에 공감하면서 협력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GX 정책의 추진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저탄소 경제 시대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실현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유지하기 위해 일본의 GX 정책방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낮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높은 탄소집약도 등 탄소중립 실현에 많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에너지 기반 산업의 GX 실현이 필요할 것이다. 에너지 집약적 산업은 탄소배출 감축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이를 기회로 적극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해외 의존도 감축과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고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참고]
-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주요국의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정책 현황과 시사점(2021.8)
-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일본 에너지 기반 산업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방향성(2022.3)
-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 시장 인사이트 제23-1호(2023.1)
- 국회도서관, 일본 정부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현황(2023.3)
- GX実行会議, “GX 実現に向けた基本方針(案)”, 2022.12.22.
※ 본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공식입장이 아닙니다.
- GX,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청정에너지, 탄소중립
홍천택 -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연구원
충남대학교에서 고분자공학 학사·석사를 전공하였으며,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에너지 하베스팅 소재 관련연구를 수행하였다. 이후 테크노베이션파트너스에서 국가 R&D 컨설턴트로 근무했으며, 현재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