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플라스틱 문명에 살고 있습니다. 각종 용기와 비닐, 장난감, 가전, 가구, 건축 재료, 심지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태양열 패널까지 삶의 다양한 영역에 플라스틱이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그 편리함으로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었지만, 그 이면에는 환경 문제라는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OECD는 전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이 2019년 3.5억톤에서 2060년 10.1억톤으로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죠.
오는 11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의 마지막 정부 간 협상 회의(INC-5)가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협약이 최종 타결되면, 2025년부터 인류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전 세계적 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성안을 위한 마지막 한 걸음을 앞둔 지금, GS칼텍스가 플라스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했습니다.
플라스틱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상식’
19세기 중반, 당구공, 피아노 건반, 장신구, 단추 등을 만들 때 코끼리 상아나 거북이 등껍질 등 동물에서 추출한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1868년, 존 웨슬리 하이엇(John Wesley Hyatt)이 셀룰로이드(celluloid)라는 최초의 플라스틱을 개발해 많은 동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죠. 셀룰로이드는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수지인 셀룰로오스를 원료로 사용해 불에 약하고,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유용성으로 제2차 세계대전 무렵까지 사용되었습니다.
최초의 합성수지는 1907년 리오 베이클랜드(Leo Baekeland)가 발명한 ‘베이클라이트(Bakelite)’로 가볍고 단단하며 변형이 쉽고, 내열성과 전기절연성, 내약품성까지 뛰어난 신소재였습니다. 현재 우리 삶을 관통하는 진짜 ‘플라스틱’의 탄생이었죠. 이후 1935년, 화학자 월리스 캐러더스가 발명한 ‘나일론’을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불포화 폴리에스테르수지, 에폭시수지 등이 개발되며 산업적 생산체계를 갖추어져, 본격적인 플라스틱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이렇게 세상에 등장하게 된 플라스틱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었습니다. 1889년, 조지 이스트만 (George Eastman)이 개발한 플라스틱 소재 ‘투명 셀룰로이드 필름 롤’이 종이 필름을 대체하면서 영화 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죠. 음악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1948년, 미국 콜롬비아사에서 공개한 LP판을 시작으로 카세트테이프, CD까지 라이브 연주를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플라스틱 저장 기기’들의 등장으로 ‘대중음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1946년, 얼 타파(Earl Tupper)가 개발한 플라스틱 용기 덕분에 우리는 음식을 오래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식자재 포장 기술은 식품을 쉽게 유통할 수 있게 해줍니다.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우주복도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는데요. 높은 온도와 압력을 극복하도록 개발된 플라스틱은 지금까지도 첨단 우주산업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첨단 기술 개발에서 플라스틱은 넓은 활용 범위와 높은 내구성, 가벼운 무게,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필수 소재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소방관들이 입는 방화복도 난연성 섬유인 아라미드 계열 섬유로 만들어지고, 방화복의 겉감에 또 다른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벤지미다졸(PBI)을 더해 방화복의 내열성을 더합니다. 또한, 플라스틱은 우리 생명과 직결된 의료 분야에서도 필수적인 소재인데요. 플라스틱 혈액 백과 파이프가 살균이 어렵고 균열이 생기기 쉬운 유리병과 고무 튜브를 대체했습니다. 병원균에 의한 감염을 막기 위해 일회용으로 사용되는 주사기나 일회용 수술 도구에도 플라스틱이 사용되죠. 최근엔 인공관절, 인조혈관도 플라스틱으로 개발됩니다.
이처럼 플라스틱이 무수한 영역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기 때문에 인류의 삶에서 플라스틱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인류의 에너지원이 신재생에너지로 바뀌어도 우리가 석유 자원을 이용하는 이유도 바로 이 플라스틱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리고 위험한 발명품 플라스틱
어디까지 스며들어 있을까? 우리가 몰랐던 일상 속 플라스틱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첨단 소재 개발은 물론, 가구나 가전을 비롯한 일상용품에 더해서 의료, 건물, 수송을 비롯해 우리의 생활 전반을 유지하는 필수 인프라 대부분에 플라스틱이 필요합니다. 음식물의 생산, 보존과 운송 등 식량 공급 체계도 플라스틱에 크게 의존하고 있죠.
또한, 겉보기엔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과 종이로 보이는 통조림과 우유 팩 등에도 내부 음식물을 보존하기 위해 플라스틱이 사용됩니다. 즉, 눈에 보이는 수많은 플라스틱 제품 뿐만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곳곳에 플라스틱 제품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몇 장씩 사용하는 물‘티슈’는 이름 그대로 수분이 포함된 ‘화장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 물티슈는 플라스틱 재료인 ‘폴리에스테르’를 활용해 만들어집니다. 시력을 교정해 주는 일회용 콘택트렌즈도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합니다. 식사 후 졸음을 쫓기 위해, 간편하게 종이컵에 티백을 우려 차를 마시거나 껌을 씹을 수 있는데요. 일회용 종이컵도, 티백도, 껌도 모두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셨나요? 피부 미용을 위해 자기 전 얼굴에 붙이는 마스크팩도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들입니다.
▶ 이게 플라스틱이었다고?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히든 플라스틱’
올바른 플라스틱 사용을 위한 노력의 시작, 재활용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0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폐플라스틱 3억 5,300만 톤 가운데 재활용된 것은 9%(3,400만 톤)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머지 91%는 소각∙매립장으로 보내지거나 관리되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기업, 개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데요. 세계 각국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통해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를 조절하고, 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통해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 잘못 처리되고 있는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현황, 이대로 괜찮을까?
개인들도 ‘제로 웨이스트’나 ‘플라스틱 프리’ 등의 생활 방식 개선을 통해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바로 플라스틱의 종류를 올바르게 구분해 제대로 분리배출을 하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며 한 번쯤 보았을 삼각형 마크가 바로 ‘플라스틱 재질 분류 마크’일 것입니다. 7가지로 플라스틱 재질을 분류하는 이 마크는 국내 기준과 국제 기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은 삼각형 내부에 1~7 숫자를 활용합니다. 국내 기준은 한글로 ‘플라스틱’을 표기하며 재활용이 쉬운 ‘페트’ 재질은 노란색을 사용하여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했습니다.
가장 많이 재활용되는 1번 ‘PETE’는 투명하고 가벼운 성질로, 생수나 음료의 병이나 옷과 쇼핑백 등에 주로 사용됩니다. 2번 ‘HDPE’는 환경 호르몬이 검출되지 않고, 내구성과 내열성이 좋아 젖병 등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가정 용품이나 아이들 장난감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부드럽고 유연한 3번 플라스틱 ‘PVC’은 변형이 쉬워 주로 산업용 플라스틱 또는 패션 아이템에 활용되지만, 가열 시 환경호르몬과 독성가스를 방출해 재활용이 불가능합니다.
4번 ‘LDPE’는 유연하고 투명해 주로 비닐 제품에 사용됩니다. 과거엔 재활용이 어려웠지만, 최근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용 연료나 석유정제공정의 원료로 재활용됩니다. 5번 플라스틱 ‘PP’도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고 재활용 과정에서 품질 유지가 쉬워 높은 재활용률을 보이는데요. 가볍고 내구성이 좋으며 고온에서 쉽게 변형되지 않아 의료 장비나 의료 부품, 마스크 등이 PP로 만들어집니다.
6번 ‘PS’는 가볍고 맛과 냄새가 거의 없어 요구르트병, 일회용 숟가락, 포장재 등에 주로 사용되며, 4번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재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죠. 마지막으로 7번 ‘OTHER’은 2개 이상의 재질이 합쳐졌거나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플라스틱류에 해당하며, 즉석밥 용기가 대표적입니다. 그 외에 안경, 스마트폰 케이스, 렌즈 등에 사용되는데요. 여러 소재가 합성된 만큼, 재활용 여부와 안정성을 판별하기가 어렵습니다.
▶ “플라스틱도 다 같은 플라스틱이 아냐!” 숫자 확인법
플라스틱 순환 경제라는 우리의 미래
올바른 플라스틱 사용을 위해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관점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을 개선하는 것일 텐데요. 이 일환으로 최근 특정 자연계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조류, 곰팡이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부식토로 완전히 분해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반 플라스틱보다 60~80% 줄일 수 있고, 사용 후엔 퇴비화 할 수 있어 현재 플라스틱의 대체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PLA(Polylactic Acid)로 옥수수, 카사바, 사탕수수 등을 발효시켜 얻는 ‘젖산’으로 만듭니다. 인체에 흡수되어도 분해와 배출이 쉬워 수술용 봉합사나 보철재 등 의료용 플라스틱으로 활용됩니다. 또한, 열과 공기를 투과하는 성능이 뛰어나 일회용쓰레기봉투, 쇼핑백, 식기류 등 생활 소비재와 포장재로도 쓰이죠. 그 외에 미생물을 배양해 발효 등의 과정을 거쳐 제조되는 PHA(Poly Hydroxyl Alkanoate)와 ‘옥수수’를 통해 만드는 바이오 함량 100%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PLH(Poly Lactate Hydracrylate)가 있습니다. PHA는 특정한 공정을 거쳐야만 분해되는 다른 생분해 플라스틱과 달리, 바다에서 100% 생분해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꼽히지만, 생산 속도가 느리고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비싸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PLH는 LG화학이 새롭게 연구,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로 다른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비해 유연성이 뛰어나 가공 후에도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어, 상용화되면 일반 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어 높은 활용도가 기대됩니다.
2021년, GS칼텍스는 LG화학과 PHL의 핵심 원료인 3HP(3-Hydroxypropionic acid: 3-하이드록시프로피오닉산) 양산 기술 개발 및 시제품 생산을 위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22년 GS칼텍스 여수공장에 3HP 실증플랜트 착공에 이어 2023년 10월 3HP 공동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세계 최초의 3HP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죠.
▶ GS칼텍스-LG화학,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 구축 본격화
▶ ‘썩는 플라스틱’을 아시나요?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3HP
GS칼텍스는 공공 민간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플라스틱 생산부터 소비 재활용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 있도록 자원 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선별, 분쇄, 세척해서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원료로 되돌리는 물리적 재활용(MR: Mechanical Recycling)과 물리적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들을 화학적으로 분해, 석유화학의 원재료를 생산하는 화학적 재활용(CR: Chemical Recycling)을 지속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전처리 기술과 복합수지 생산 노하우를 통해 순도가 높은 저탄소 MR 복합수지를 생산하며 기존 MR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였고, 국내 최초로 ELV 유래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에 대한 전과정 평가를 받았으며 MR 소재가 화석연료 기반 폴리프로필렌의 탄소발자국 대비 약 70% 이상 저감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자체 생산하는 모든 플라스틱 윤활유 용기에 자사의 MR 기술로 만들어진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가 20% 포함되도록 적용했습니다. 이렇게 윤활유 용기 생산에 사용되는 재활용 플라스틱 양은 연 환산 시 약 700톤 규모에 이릅니다.
CR 측면에서는 폐플라스틱으로 열분해유를 생산하고, 이를 정유 및 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재투입하는 자원순환형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최신 열분해 기술이 적용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GS칼텍스 여수공장 석유정제공정의 원료로 투입돼 폴리프로필렌 등의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소비자/포장재 기업에서 최종 제품화하면,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완성할 화학적 재활용(CR) 기술!
이 밖에도 AI 기술을 활용한 폐기물 자동 선별 기술, 미생물을 활용해 재활용 원료의 순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기업에서도 플라스틱 순환 경제 실현을 위한 고민과 해결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금의 플라스틱 문제는 플라스틱의 잘못이 아니라, 그간 인류의 편리함을 위해 자연이 모든 폐해를 겪은 것에 대한 반작용인 만큼, 지금부터는 우리가 좀 더 불편함을 감수한 채 플라스틱에 의존하지 않고, 플라스틱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