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을 이기는 전략: 센스메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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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을 이기는 전략: 센스메이킹

귀사는 안정적이고 변화 없이 예측 가능한 경영환경에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까?

현 시점에서 위 질문에 ‘네’라고 답할 수 있는 한국의 경영자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2020년 한국 기업들은 그만큼 불확실하고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미·중 갈등, 대중·대일 관계 및 중국 경제상황 등으로, 내부적으로는 근로 관련 제도와 노동문화의 변화, 경기침체, 불안정한 정치 상황들로 말입니다. 굳이 4차 산업혁명 같은 거대담론적인 변화요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경영환경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차고 넘치게 많습니다. ‘센스메이킹(sensemaking)’은 바로 그럴 때 필요합니다.
미시간 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 칼 웨익(Karl Edward Weick)이 만들어 낸 이 말은 ‘환경의 여러 불확실한 요인들을 파악 및 이해하고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한 행동을 취하는 것’입니다. 영어의 ‘메이크 센스(make sense)’는 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더 명료한 이해를 하게 하는 것’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요. 센스메이킹이라는 말은 바로 그 관용구를 동명사로 만든 것입니다.
MIT 경영대학원의 EMBA과정에서 센스메이킹을 강의하는 석좌교수 데보라 안코나 같은 사람은 센스메이킹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가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이해 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라 주장합니다. 바로 요즘 같은 때 아닌가요? 필자는 경영자들의 센스메이킹에 도움이 될 만한 다음 여섯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센스메이킹에 도움이 되는 6가지 제안

불확실을 이기는 전략: 센스메이킹
1. 꾸준한 정보의 업데이트
센스메이킹을 통해 해석하는 ‘현실(reality)’은 ‘현재진행형(ongoing)’입니다. 따라서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지된 사진, 즉 스냅샷이 아닌 진행되는 상황을 보아야 합니다. 오늘 일어난 사건은 어제 또는 아주 먼 옛날에 시작된 사건의 결과이고 오늘의 사건이 또한 내일 또는 먼 훗날 일어날 일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기업 내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연속적이고 그 전후 맥락이 전혀 없이 진공상태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사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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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당면한 사건만이 아닌 그 사건의 맥락과 뿌리를 이해하여야 합니다. 예컨대 이달 초, 중동에서 벌어진 상황을 단순히 ‘미국이 이란 정권의 2인자를 드론을 사용해 사살했고 이란이 그에 미사일로 보복했다’로 이해한다면 매우 1차원적인 상황인식이 되는 것이죠.

최소 지난 40년간 중동, 특히 이란에서의 미국의 위상 변화, 즉 70년 대 말 이슬람 혁명과 팔레비 왕정 붕괴 그리고 그 이후 주 이란 미국 대사관에서 벌어진 인질극, 80년대 이라크·이란 전쟁과 그 이후 이란의 핵무장 시도와 그것을 막으려는 국제사회 노력, 오바마 정부에서 맺은 이란과의 핵 합의를 깬 트럼프와 그가 재선에 도전하는 상황을 알아야 이 사건을 더 명료하게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감이라도 생길 것입니다.
2. 다양한 정보 소스
최근 ‘스토브리그’ 라는 프로야구 최약체 구단 단장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인기라지요. 이런 스토리의 원조는 2003년 출간된 『머니볼』과 그 책을 토대로 만들어진 동명 영화의 주인공이자 메이저리그 야구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단장(현재는 부사장) 빌리 빈일 겁니다.

빌리 빈은 총 연봉에서 세 배 이상 많은 돈을 쓰는 부자 구단들인 뉴욕 양키즈나 LA 다저스과 경쟁하며 선수를 선발하여 팀을 꾸준히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켜 왔습니다.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 최고의 경영자인 셈이죠. 그의 훌륭한 스카우트 비밀은 정보를 가능한 많이 모으는 것이라 말합니다.

다른 사람이 모르는 정보, 예컨대 선수의 친구들, 선수의 가족 정보까지 알아야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실제로 아니라 선수의 인성을 나타낼 수 있는 교우관계라던가 가족관계를 직접 선수의 동창이나 지인들을 통해 파악함으로써 통계적인 지표만이 아니라 성실성이나 성격 같은 중요한 덕목들을 선발기준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기업조직이라면 소비자, 공급자, 경쟁자, 내부 다른 부서의 자료뿐 아니라 1, 2차 자료, 즉 개인적 인터뷰 자료와 컴퓨터의 통계자료를 다 섭렵하여야 제대로 된 센스메이킹을 할 수 있습니다.
3. 현장의 목소리
센스메이킹의 가장 큰 적은 확증편향입니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입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증거보다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두 배쯤 더 열심히 찾아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확증편향을 피하는 방법은 앞서 지적한 대로 여러 소스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입니다만 현장의 목소리도 중요합니다. 경영자라면 절대로 자기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들어서는 안 되겠지요. 더구나 책상에 앉아서 가공된 2차 자료에만 기대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가공된 자료는 자칫 그 자료를 만든 사람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4. 공감능력을 통한 팀워크
기업에서 하는 결정은 많은 경우 개인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이루어집니다. 센스메이킹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 내의 센스메이킹은 구성원간의 대화, 조정, 타협 그리고 무엇보다도 협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기업 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막혀 있고 사일로 효과가 큰 조직이라면 제대로 된 센스메이킹이 이루어지기는 불가능할 겁니다. 구글은 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연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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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시작된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을 차용해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팀 성과 극대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구팀은 1년이 넘는 조사 끝에 마침내 구성원들이 이 그룹의 규범을 이해하고 그 규범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의 여부가 팀 성과에 가장 중요한 예측변수라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들은 크게 다음 다섯 가지 요인으로 이 변수들을 분류하였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입니다.

팀원 상호 간 서로 상처받거나 창피당할 걱정 없이 팀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글은 이 항목이 나머지 4개의 기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개인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팀의 신뢰도 무너진다는 것이죠. 여러분의 조직도 조직원이 팀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눈치 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기 바랍니다. 팀원끼리 협업을 독려하는 문화, 그에 맞는 성과급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더의 공감능력이 중요합니다.
5. 100% 확신보다 그럴듯함(plausibility):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의 위험성
우리 모두는 ‘실제 사건이 일어나는 현실세계’에 대한 일종의 이미지를 갖고 그것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합니다. 이 이미지는 100% 정확한 이미지가 아니라 그럴듯함(plausibility)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그 누구도 100% 완벽한 정보를 갖고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필립 테틀록은 펜실베니아 대학 석좌교수로 그의 평생의 학문적 관심사는 정치적인 판단과 미래 예측의 방법론이었습니다.

그는 2011년 이후 전개한 ‘좋은 판단 프로젝트'(Good Judgement Project) 라는 연구에서 실험 대상을 미래에 대한 뚜렷한 확신을 가진 그룹과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그룹으로 나누어 누가 예측력이 더 뛰어난가를 분석하였습니다. 결과는 신중한 태도를 가진 그룹이, 미래에 대해 자신만의 확신을 가진 그룹에 비해 훨씬 더 예측 정확도가 높았습니다. 이 신중파들은 성실하게 상세한 정보를 모았으며 자기와 다른 시각에 대해 개방적이었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노력을 보였습니다. 또한, 자신의 접근이 틀렸다고 생각하였을 때 방향을 바꾸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뭘 모르는지 알고 겸손해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100% 확신보다는 자신들의 정보를 십분 활용해 확률에 따라 그럴 가능성이 높은(probabilistically) 것에 베팅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현실이 아닌 잘못된 이미지나 이념을 100% 믿고 거기에 기반을 둔 상황판단을 하거나 확증편향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할 위험이 적을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현실이 100% 옳지 않다는 전제를 한다면 많은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대개 조직의 위기는 ‘우리가 모르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발생합니다.

잘못된 확신이 어떻게 잘못된 센스메이킹을 낳고 결국 참담한 비극을 야기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가 임진왜란입니다. 16세기 말 조선 조정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그들이 보는 이미지가 있었고 그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의사결정에 사용하고 행동했습니다. 그 ‘이미지’는 역사적 사실과 잘못된 추정 등이 섞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당시까지 한반도에서 일본과의 전면전은 한 번도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1592년 이전까지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은 항상 북방세력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일본은 중국과는 비교도 안되고 조선보다도 훨씬 작은 소국’이라는 잘못된 추정(아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참고), 마지막으로 ‘명을 치러 갈테니 길을 내어 달라는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국서는 말도 안되는 허풍’이라는 생각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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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 조선인들이 생각한 일본은 한반도 정남쪽 방향에 있는 조선 1/5 크기의 섬나라였습니다. 저 ‘조그만 섬나라가 그 몇 배 크기의 조선을 통과해 세계 최강제국 명을 친다’ 는 것은 16세기의 조선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메이크 센스’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임진왜란을 사실상의 무방비로 맞이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 조정은 왜군의 침공을 막연하게 예상하면서도 그 규모를 터무니없이 과소평가하여, 통상적인 경우보다 조금 더 큰 왜구의 침입을 상정하여 대비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적의 침입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6. 악마의 변호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두가 비슷하게 잘못된 생각을 할 때, 즉 ‘집단사고(Groupthink)’를 할 때 반대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라고 하지요. 센스메이킹을 위한 마지막 처방전은 조직에 악마의 변호인을 두라는 것입니다. 물론 악마의 변호인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예상치 못한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조직이 갖고 있는 자원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모든 위험요소를 고려해 업무를 처리하거나 전략을 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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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악마의 변호인이 제기한,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할 때 그런 제도가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의 대처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악마의 변호인이 있는 조직에서는 그 사건에 대한 예상과 함께 대비책에 대한 거론이 있을 것이므로 적어도 조직 전체가 그 사건에 대한 센스메이킹을 하는 시간은 확연하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없는 조직에서는 ‘도대체 이 사건이 왜 일어났고, 무슨 의미가 있는 사건인지’를 깨닫는 데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합니다. 많은 비상사태는 그 해결책 제시와 실행을 특정한 골든타임 이내에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황금 같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록 그 사태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악마의 변호인이 유용한 것입니다.

맺음말

앞서 지적한대로 기업의 위기는 ‘우리가 모르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안다고 착각하는 것’ 때문에 발생합니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들로 끊임없이 여러분의 생각들을 업데이트하면서 여러분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 비교해보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길(100% 옳은 길이 아니라, 단 51%라도 옳은 길)을 찾고 행동하는 작업을 계속하시기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악마의 변호인’이 필요하다는 것 잊지 마십시오.
※ 이 글은 필자가 본인의 저서 『불확실을 이기는 전략: 센스메이킹』 (2019년, 박영사)과 지난 10월 「동아비즈니스리뷰」에 기고했던 본인의 글을 축약하고 일부 내용을 추가한 내용입니다.
불확실을 이기는 전략: 센스메이킹 | profile 김양민

김양민 교수 -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서강대학교에서 사회학으로 학사학위,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MBA,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경영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마케트(Marquette)대학교 경영대학에서 3년간 조교수로 일하다가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에 부임하여 지난 17년간 후학을 양성했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과 텍사스 주립대학 (University of Texas at Dallas) 경영대학 방문교수를 역임하였고 주요 관심분야는 전략적 리더십, 기업지배구조, 창업CEO의 특성, 기업혁신과 CEO승계 등이다. 「인사조직연구」, 「전략경영연구」, 「경영학연구」 등 국내외 학술지에 수십 편의 논문을 게재하였으며, 저서로는 작년에 출간한 『불확실을 이기는 전략: 센스메이킹』 외에 대한민국 학술원에서 사회과학부문 우수 도서로 선정한 『한국기업의 경영패러다임 혁명』(공저)과 『중소기업을 위한 컨설팅 방법론 입문서』(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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