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 미술관과 명화를 소개하는 2019 GS칼텍스 캘린더 6월 이야기입니다.
뉴욕 중심가, 미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건립되다
뉴욕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은 영국의 대영 박물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유명세 못지 않게 규모 역시 그야말로 엄청납니다. 이곳에는 선사시대에서부터 20세기 미국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200만 점의 컬렉션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미술관의 연평균 관람객은 약 500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곳의 컬렉션은 대부호들의 기부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866년 미국 외교관인 존 제이는 파리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파티에서 문화 교육기관으로서 미술관의 필요성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당시 이 행사에 참석한 많은 사업가와 예술인들이 그의 연설에 고무되어 뉴욕 중심가에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프랑스가 루브르 미술관을 나라의 상징으로 가꾸었듯이, 우리도 이에 버금가는 멋진 미술관을 설립해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하자.
존 제이
그렇게 해서 1870년 4월 13일, 뉴욕 5번가 681번지 도드워스 빌딩 1층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맨해튼 5번가 14스트리트 128번지 더글러스 맨션에 둥지를 틀었고, 1880년 5월 30일, 지금의 센트럴파크 5번가 82스트리트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지금의 규모는 1954년 대규모 개축을 통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최고 수준의 유럽 회화 컬렉션 보유
미술관 내부는 아프리카•오세아니아 및 이집트 미술, 유럽 조각과 장식미술품, 로마•그리스 미술, 중세미술, 근대미술 등을 진열한 전시관을 비롯해, 유럽 미술의 진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럽 회화 컬렉션, 그리고 한국•중국•인도의 미술품을 모아놓은 동양과 아시아 미술 전시관, 미국 식민지 시대부터 20세기 초까지 각 시대별 대표적인 방을 재현한 아메리칸 전시관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유럽 회화 컬렉션은 최고의 수준을 보여줍니다. 12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3천여 점의 회화를 소장하고 있는데 지오토와 라파엘로, 티치아노, 한스 멤링과 프란스 할스, 샤르댕, 벨라스케스와 고야, 게인즈브러, 렘브란트와 페르메이르(베르메르) 등의 그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또한 르누아르, 고흐, 고갱, 세잔 등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및 인상파와 후기인상파로 이어지는 대가들의 걸작도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인상주의 화풍의 전형을 보여주다
그중에서도 알프레드 시슬레(Alfred Sisley, 1839~1899)의 ⌈빌뇌브 라 가렌느의 다리⌋는 인상주의 화풍의 전형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 역시 인상주의 작가들의 그림을 모아놓은 진열실에서 가장 빼어난 그림 중 하나입니다.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눈부시게 파란 하늘, 한낮의 따스한 온기와 햇살, 빛나는 태양의 눈부신 햇살로 인해 수면은 반짝이며 모든 것들은 선명하기가 그지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상을 절묘하게 구현해낸 색상들, 탄력적인 붓질들, 그리고 그 감각적인 터치들로 이루어진 화면, 다채로운 색들의 환희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이 그림만이 주는 힘입니다.
마치 배를 타고 가면서 저 풍경을 바라보고 포착한 듯이 구도는 동적입니다. 스냅사진이 연상됩니다. 사진이 등장한 이후 화가들은 사진으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았습니다. 눈부신 하늘에 자리한 구름은 속도감 있게 흘러가고 그 아래 자리한 집과 나무는 수직으로 굳건하게 위치해있습니다. 강둑에는 풀들이 신선하게 자라고 강에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투명하게 반사되고 있습니다. 다리 아래 그늘 밑에는 뱃놀이를 나온 사람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근대인들의 피크닉 장면을 포착하다
근대에 들어와 도시인들은 주말이면 근교로 나가 뱃놀이나 산책, 경마 등을 즐기게 됩니다. 임금노동자들에게 주말이란 반드시 쉬고 충전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들은 도시를 떠나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자리한 자연으로 가게 됩니다. 인상주의 작가들이 즐겨 포착한 그림의 소재가 바로 근대인들의 피크닉 장면입니다.
시슬레는 근대의 상징인 피크닉 장면을 찰나적인 스냅사진처럼 건져 올렸고, 그 한 순간의 생의 감각을 경쾌하고 생동하는 색채와 생생한 붓질과 속사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상당히 리듬감 있는 붓질과 일정한 단위의 붓질들이 어우러져서 말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인상파 기법으로 충실히 재현
시슬레의 그림은 이처럼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와 자연풍경을 신선하고 생기있게 그려내는 데에 매우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으며, 동시에 탄탄한 회화적 기량을 중후하게 지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림을 정말 잘 그리는 화가입니다. 본래 시슬레는 취미로 그림을 시작했지만 이후 모네, 르누아르 등과 사귀면서 화가의 길을 갔습니다. 이후 평생 동안 그는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주로 풍경만을 그렸는데, 아마도 인상주의 화가들의 풍경화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잘 그린 풍경화가 바로 시슬레의 풍경화일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시슬레는 친근한 자연풍경과 인간의 삶의 흔적이 함께 한 자리를 소박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는 색조가 두드러져 다른 작품들과 뚜렷이 구별됩니다. 일관성 있게 자연풍경을 그리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그 아름다움을 인상파 기법으로 충실히 재현했던 그는 살아 생전에는 가난에 시달리며 고통스럽게 살다 죽었지만, 사후에는 최고의 인상파 화가 중 하나로 마침내 인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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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택 - 경기대학교 예술대학 예술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미술사 전공, 뉴욕퀸스미술관 큐레이터연수, 금호미술관큐레이터, 2회 광주비엔날레특별전큐레이터, 아시아프전시총감독 등 역임. 경기대학교 예술대학 예술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예술가로 산다는 것>,<현대미술의 지형도>,<애도하는 미술> 등 17권의 저서와 다수의 논문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