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탄화수소에서 정유사 ‘탄소 빼기’ 열중하는 이유는…

GS칼텍스 -

탄화수소 결정체인 화석연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원유나 천연가스, 석탄 같은 1차 에너지는 물론이고 휘발유나 경유, 도시가스 같은 2차 에너지도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 때문에 정유산업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 압박이 상당하다. 그런데 정유사들이 탄소중립 원유와 석유제품을 도입, 생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화이트 바이오산업에 진출하고 e-퓨얼을 생산해 내연기관 자동차를 구동하면서도 탄소 배출 중립을 유지하거나 크게 저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석유제품을 생산, 유통하면서도 탄소중립에 기여하려는 정유산업의 노력을 소개한다.

1. IPCC 등에서 인정한 화이트 바이오, 정유사가 직접 생산

‘화이트 바이오(White Bio)’는 정유사들이 주목하는 탄소중립 에너지 사업 분야이다. 화이트 바이오는 재생 가능한 식물자원이나 폐자원, 미생물을 원료로 생산된 연료인데 국내에서는 팜유나 폐식용유 등으로 생산하는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가 상용화되어 있다. 바이오디젤은 IPCC 등에서 탄소중립 연료로 인정받았고 IEA에서는 2050년까지 경유, 등유, 항공유 같은 수송 연료의 27% 정도가 바이오 연료로 대체되면 매년 약 2.1Giga ton(Gt)의 CO₂ 배출이 억제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정유사가 생산하는 경유에 의무적으로 바이오디젤 3.5%가 혼합되도록 법제화했고 2030년에는 5%까지 확대되니 그만큼 탄소 중립 화이트 바이오 연료가 유통, 소비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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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정유사들도 화이트바이오 산업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데 GS칼텍스는 정유업계 최초로 계열사를 설립해 바이오디젤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GS칼텍스에 따르면 계열사인 GS바이오가 2016년 이후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64만5,000kl 규모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했고 이를 통해 석유를 대체한 온실가스 저감 효과는 약 171만tCO2eq에 해당한다. GS칼텍스는 폐목재, 폐농작물 같은 비식용 바이오매스로 휘발유를 생산하는 바이오부탄올 연구 개발에도 2007년 착수해 현재 실증 설비를 가동 중이다.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도 화이트 바이오 생산을 선언하고 있다. SK에너지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개최한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회사의 정체성을 ‘Carbon to Green’, 즉 탄소 중심의 사업 구조를 그린 중심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수단 중 하나로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사업 추진을 꼽았다.

현대오일뱅크는 회사의 3대 미래 사업 중 하나로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선정하며 보다 공격적인 실행 전략을 제시했다. 그 일환으로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협약을 맺고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바이오항공유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특히 바이오항공유 생산 원료를 동식물성 유지나 해조류 같은 바이오매스로 충당해 원료 수급부터 생산, 소비 등 전 단계의 탄소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 대비 80%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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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탄화수소 원유·석유제품에서 ‘탄소’ 뺀다

GS칼텍스는 지난 6월 국내 처음으로 탄소 중립(Carbon Neutral) 원유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SK에너지는 탄소 중립 석유제품 생산을 추진한다. 원유나 휘발유 모두 탄화수소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화학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도 GS칼텍스나 SK에너지가 ‘탄소중립’이라고 부를 수 있는 데는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집하거나 ‘상쇄(相殺)’할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S칼텍스가 도입하는 스웨덴 룬딘(Lundin Energy)사의 원유 200만 배럴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제로(CarbonZero)’를 인증받았다.

이 회사는 노르웨이 요한 스베드럽(Johan Sverdrup) 해상유전에서 하루 5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생산 중인데 일반 유전의 평균 탄소 배출량보다 40배 낮은 0.45kg의 CO2e/boe를 배출하는데 그친다는 국제 인증을 획득했다. 원유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Capture)하거나 광합성 작용으로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나무 심기 등을 통해 상쇄하며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 총량 ‘0’을 인정받았는데 GS칼텍스가 바로 이 원유를 도입했다.

SK에너지는 국내 최초로 탄소중립 석유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부터 이 회사가 공급하는 해상유나 항공유에 탄소 중립 꼬리표가 달리고 연내 휘발유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인데 GS칼텍스의 탄소 중립 원유와 컨셉은 비슷하다. 석유제품의 생산, 수송, 소비 등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을 산정해 배출량만큼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상쇄시켜 중립화(Neutral)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금융 기관인 맥쿼리를 통해 조림, 산림 황폐화 방지 프로젝트 등에서 발행된 탄소 배출권을 조달하는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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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3. 탄소 중립 ‘e-퓨얼’, 정유사 주도로 기술 개발 중

‘e-퓨얼(electro fuel)’도 정유사들이 주목하는 탄소 중립 에너지이다. e-퓨얼은 물을 전기 분해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촉매 반응으로 합성한 액체 탄화수소 연료로 휘발유, 경유 등 화석연료와 비슷한 물성을 띄고 있지만, 청정성이 뛰어나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생성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e-퓨얼을 생산하기 때문에 차량 전주기(LCA) 관점에서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선박, 항공기, 자동차 연료로 대체할 수 있고 석유 연료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토요타, 아우디, 포르쉐 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e-퓨얼’을 주목하고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장점이 결합한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선도하는 토요타는 e-퓨얼을 통해 하이브리드차의 온실가스 배출을 더 낮춰 탄소중립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우디는 2017년 이후 휘발유, 경유차에 적용할 수 있는 e-가솔린과 e-디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포르쉐는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e-퓨얼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도 e-퓨얼에 속속 진입 중인데 BP와 전력회사인 Uniper, Fraunhofer 연구소가 Power-to-X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독일 항공사인 루푸트한자(Lufthansa)와 정유사 하이데(Heide) GmBH는 항공용 합성 등유 실증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e-퓨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이영재 친환경자동차사업단장은 ‘e-퓨얼은 기존의 석유계 연료와 유사하지만, 그보다 청정한 물성을 가진 탄소중립 연료로 자동차, 선박, 항공기의 연료로 쉽게 대체할 수 있고 기존의 연료 인프라 역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e-퓨얼이 그린 뉴딜과 수소사회를 실현하는데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정유사, 자동차업계과 e-퓨얼의 탄소 중립 기여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자동차, 정유산업 관계자들과 공동으로 e-퓨얼 연구회를 발족해 e-퓨얼 적용을 위한 경제성 확보, 수송 기관 적용을 위한 중장기 기술 로드맵 수립 작업에 나섰다.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2021~2025)’에 담긴 ‘CO₂-Recycling 프로젝트’를 통해 자동차, 항공 연료로 e-퓨얼을 사용하는 방안이 명시되어 있고 특히 2022년부터 차량용 그린 에탄올 제조공정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착수한다는 계획인데 정유사들이 중심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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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넷제로 재무적 리스크 수조 원 달하지만…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정유사들은 청정 연료 기술 개발, 설비 투자 등을 통해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천문학적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 탄소중립 원유를 도입하고 석유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환경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원유나 석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 활용하거나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것 모두가 비용이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발간한 ‘넷 제로 리포트(Net Zero Report)’에 따르면 ‘골드만 삭스 등 다수 기관은 온실가스 1.5도 시나리오 달성을 위해서 탄소 배출권 가격이 2030년에 톤당 100불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경우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은 최대 6조 원 규모의 재무적 리스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GS칼텍스가 도입하는 탄소중립 원유는 채굴 과정에서 일반 유전 원유 대비 탄소 배출량이 40배 정도 낮고 나머지 배출량도 상쇄 과정을 거쳐 탄소중립이 완성되는데 그 과정의 비용은 고스란히 원유 도입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화이트바이오 원료인 폐유지나 식물 자원 가격은 원유보다 높아 생산 원가 부담이 커진다. e-퓨얼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수전해 한 수소를 활용해 친환경 합성 연료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생산 설비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하고 제조 원가도 높다. 그런데도 정유사들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원유·석유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상쇄시키고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e-퓨얼, 화이트 바이오 생산 설비 구축에 나서려는 이유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주력 수송 수단의 위치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2020년 발간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19(World Energy Outlook 2019)’에서 2040년 세계 전기차가 약 3억3000만대로 15%를 점유하겠지만 내연기관차는 17억대가 운행되며 약 77%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경제성이나 배터리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며 미래 시장 점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인도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개도국 중심으로 내연기관차가 상당 기간 우세한 지위를 점유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기·수소차 보급에 속도를 내는 우리나라도 내연기관차 의존도가 크게 낮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초 확정한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2021~2025)’에 따르면 2030년 친환경 차 누적 보급 댓수는 785만대로 전체 등록 차량 중 30%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어 있다. 다만 이 중에는 내연기관과 배터리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차가 400만대를 기록해 순수한 그린모빌리티 점유율은 2030년에도 15% 수준에 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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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 로드맵이나 국제기구 전망을 고려해도 향후 10~20년 동안의 주력 수송 수단은 내연기관이 차지하는 것이 유력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탄화수소 연료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기술개발과 투자는 친환경 화석연료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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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 에너지플랫폼뉴스

전북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전공과는 상관없는 에너지 분야 전문 언론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몸담고 있는 에너지 분야 전문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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